252화 중요 분기 임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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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화 중요 분기 임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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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화> 중요 분기 임무 (2)
2022.06.14.
“당신이 나를 이 세계에 불러들였다고?”
자신을 이 세계에 불러들였다니, 그럼 눈앞의 노인이 신이라도 된단 말인가?
시스템이라는 형식을 통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것은 초월적 존재. 흔히 신이라고 부르는 자여야만 가능할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천화의 눈에는 불신이 어렸다.
하지만 믿지 않을 수도 없다.
누구도 알지 못하고, 말한 적도 없는 비밀을 알고 있었으니까.
대충 때려맞추는 것으로는 알 수 없는 영역이기에 태도가 조심스러워졌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분풀이를 하고 싶지만, 이곳까지 무언가를 말해주려 왔다는 것은 다시 돌아갈 방법을 비롯한 여러 가지를 알려줄 거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내가 아니라 우리라고 해야겠지. 그만한 천기를 움직이는 것은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우리? 또 누가 있는 겁니까?”
“믿기 어려울 걸세. 알아듣기 쉽게 신선이라고 해두지.”
“신선이라기엔…….”
너무 없어 보이는데? 뒷말을 삼켰지만 상대도 그 뜻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마치 들은 것처럼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너무 볼품없지. 그건 이제 더 이상 신선이 아니기 때문이라네. 앞서 말했다시피 자네를 불러오기 위해 너무 많은 힘을 사용한 게야. 신선의 지위와 힘을 모두 잃어버릴 만큼.”
하나도 아닌 여러 신선들이 힘과 지위를 잃어버릴 만큼, 쌓아올린 모든 것을 포기할 만큼의 힘을 사용했다?
이해는 가지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만한 힘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것은 이해했지만 꼭, 굳이, 그러한 선택을 한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 것이다.
신선쯤 된다면 무슨 일이든 직접 해결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모르긴 몰라도 신선이라 불릴 정도라면 현경과도 비슷한 힘을 쓰는 것 같은데?
“의문이 드는 것은 이해하네. 하지만 그 점에 대해서는 신승, 그 아이가 언질을 주었던 것으로 알고 있네.”
천화가 신승에게 언젠가 물었었다. 그만한 힘을 가졌으니, 직접 천마를 처치하면 되지 않냐고.
그러자 신승이 대답했었지. 천마를 어찌 할 수는 있으나 그 이후가 문제라고.
그 이후의 무언가는 자신이 아닌 천화만이 감당할 수 있다고.
아무래도 이 신선이라는 이들 역시 같은 이유인 듯싶었다.
어째서 자신만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지만.
혹시 신선들은 인세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제약에 걸린다든가, 뭐 그런 건가?
“……계속해보시죠.”
그렇기에 일단 들어보기로 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무슨 요구를 하는지.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는 자네에게 이 세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어떤 임무들을 맡기기 위해 이곳으로 불렀네. 힘이 부족하여 모든 온전한 힘을 갖춘 채로 데려오지는 못했으나 자네라면 잘 해줄 줄 알았으니까. 그리고 다행히도 대부분의 중요 분기 임무들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완료해주었지.”
대부분의? 그렇다면 아직 중요 분기 임무가 남았다는 소리인가?
이해하기 어려웠다. 자신이 아는 한도 내에서는 분명 중요 분기 임무랄 수 있는 것이 모두 끝났으니까.
일이 급박하게 진행되면서 많은 중간 단계들이 생략되기는 했으나 결론적으로는 그러한 것이다.
“일단, 현재까지 존재하던 모든 중요 분기 임무는 끝이 났네. 그러니 불안해하지 않아도 좋아. 다만, 이 이후의 중요 분기 임무가 남았을 뿐이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모든 것을 바쳐 자네를 불러온 이유이기도 하지.”
마치 그런 생각을 읽고 있다는 듯 노인은 천화를 다독였다.
그의 노고를 치하했고, 더 중요한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천화가 알지 못하던, 정사대전 이후의 중요 분기 임무.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뭡니까, 그게.”
천마도 죽었고, 마교도 다시 십만대산에 틀어박혔다.
자칫 패악질을 저지를 수 있는 무림맹 또한 꽁꽁 묶어두었고, 생각지 못했던 수라혈마교 역시 정리를 끝냈다.
추광을 제외한 나머지 설영의 사형제들은 무림맹에 압송되었고, 납치되어 강제로 혈마신공을 익혀야 했던 아이들은 설영에게 혈마기를 빼앗긴 뒤 제약을 통해 무공을 잊게 만들었다.
덕분에 다시는 무공을 익힐 수 없는 몸이 되기는 했지만, 언제 폭주할지 모르는 혈마기를 안고 살아가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터였다.
그런데 무엇이 남아있단 말인가?
설마 경왕이 다른 속셈이라도 품는 것일까?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짓자 노인이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천천히 다시 입술을 떼었다.
“괴이들일세.”
“……괴이라니요?”
옆에서 함께 말을 듣고 있던 설영이 먼저 되물었다.
괴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천화의 얼굴이 일그러진 것도 거의 동시였다.
괴이? 대충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이 있기는 하지만, 그게 어디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그건 장르가 다르잖아?’
설마 역병 따위가 돌고, 좀비라도 창궐한단 말인가?
갑자기 무협에서 아포칼립스물로 변하기라도 해?
황당한 눈빛으로 돌아보자 노인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는 대신, 손을 휘저어 천화에게 직접 보여주었다.
끝난 줄 알았던 중요 분기 임무창이 눈앞에 나타났다.
[구원][중요 분기 임무]
중원에 흐르는 수많은 피와 원혼들을 모아 누군가가 강력한 마의 존재를 불러들였다.
살아있는 자들을 탐하는 탐식의 왕이 일어나 세상을 멸망시킬 것이다.
그가 지휘하는 괴이들을 처단하고 세상에 안정을 찾아라
- 성공 조건 : 탐식의 왕 처치
- 성공 보상 : 원래 세계로의 복귀, 소원 빌기(보상 강화)
- 실패 조건 : 세상의 멸망
- 특수 조건 : 처치한 4대 재앙의 수에 따라 탐식의 왕 약화
“이건……?”
황위 쟁탈 이후 나타나지 않았던 중요 분기 임무가 새롭게 갱신되었다.
심지어 보상까지 무신지로에서 보았던 최후의 보상과 일치했다. 원래 세계로의 복귀는 덤이고.
다만, 내용이 이상하다.
노인의 말대로이기는 하지만, 장르가 다른 느낌이랄까?
‘마왕과 사천왕이야, 뭐야?’
탐식의 왕은 무엇이고 4대 재앙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천화가 혼란스러워하자 노인도 힘없이 웃었다.
“자네에게는 제법 익숙한 느낌일 것이네. 아마 자네가 생각하는 것과 어느 정도 일치하겠지. 어쨌든 괴이의 창궐은 이미 시작되었고, 탐식의 왕은 침묵하고 있으나 그 휘하의 네 세력들이 활동을 개시했음이니, 너무 늦는다면 걷잡을 수 없게 될 걸세. 그들을 찾아 없앰으로서 세계를 구원해주게. 그것이 자네를 부른 우리의 본 목적이자 마지막 부탁이네.”
노인의 말에도 천화는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그의 말처럼 자신에게는 조금 익숙한 놈들일 수야 있겠지.
게임이나 영화, 소설 따위에서 많이 보았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그들을 잘 상대할 수 있다거나 하는 이유는 되기 어렵다. 유명한 몬스터들이야 대충 약점을 안다지만, 어차피 그 역시 판타지 계열의 게임에서나 접해본 것이 다이니 아는 것이 무척 제한적이지 않은가?
일단, 놈들이 누구인지부터 보아야 할 것 같았다.
“뭐, 좋습니다. 아직까지 이렇다 할 보고를 들은 바는 없지만 정말 그 괴이라는 놈들이 활동을 개시했다고 치고, 그놈들은 대체 무엇이고 어디서 만날 수 있습니까? 아직 제 귀에 특별한 소문이 들려오지 않은 걸 보면 대놓고 활동하는 건 아닌 듯한데요.”
“그들을 찾고 확인할 방법은 이미 자네가 가지고 있네. 하나는 신승이 전해주었을 테고, 다른 하나의 안배 또한 이미 얻었지. 잘 생각해보게.”
이거 사이비 무당처럼 사기치는 것에 당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 천화가 소지품창을 열어 그가 말한 무언가들을 찾기 시작했다.
[마천의][전설]
세상을 붉게 물들일 마의 기운을 찾는 육분의
하나는 이거다. 신승이 남긴 유산 중 하나이자 고장난 육분의.
방향을 가리켜야 할 바늘이 줄곧 하늘만을 가리키고 있어서 방치해두고 있던 그것을 꺼내놓았다.
“어?”
핑그르르-
그런데 그것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방을 가리키며 핑핑 돌다 멈추기를 반복하더니, 어느 한 방향을 가리킨 이후 부르르 떨기만 할 뿐 방향을 유지했다.
“저쪽에 뭔가 있다는 겁니까?”
“그건 자네가 알겠지. 마의 존재들 중에서도 자네가 지금 가장 원하는 대상을 찾아주는 걸세.”
자신이 가장 원하는 대상? 당장 괴이란 놈들이 무엇인지 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그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놈이라는 말인가?
당장 움직여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마천의가 작동하는 것을 보자 다른 생각들도 들었다.
‘그러고 보니 금강동인은 써먹지를 않았는데…….’
신승이 마천의와 함께 남겼던 금강동인들.
틈틈이 고인물들의 무공을 가르쳐두긴 했지만 아직 완벽하지 않기도 하고, 굳이 사용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 정사대전에서는 꺼내놓지 않았던 그것들이 떠오른 것이다.
혹시 이것도 정사대전이 아니라 지금을 위한 안배는 아니었을까?
“아?”
가만히 소지품창을 살피던 천화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언젠가 흑점에서 대량 구매에 대한 선물로 받았던 작은 동경이었다.
그것이, 밝은 빛을 은은하게 뿜어내고 있었다.
[요마경][전설]
대상의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는 동경.
인간이 아닌 자들을 분별할 수 있다.
처음 받았을 때는 온통 물음표 투성이이던 이름과 설명이 이제는 나타나고 있었다.
노인이 씨익 미소를 짓는 것이, 아무래도 제대로 찾은 모양이었다.
‘응?’
천화는 그것에 자신과 설영을 비쳐보다가, 슬쩍 노인의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요마경에 반사되는 노인의 모습을 확인했다.
‘진짜였네…….’
선풍도골.
거렁뱅이 같은 모습의 노인이건만, 요마경에 비쳐진 모습은 신선의 그것이었다.
신선을 자처하던 것이 아무래도 사실인 모양이었다.
‘그럼 흑점도?’
그렇다면 혹시 흑점이라는 존재 또한 이들 신선들이 인계에 남긴 안배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여러 의심이 들었지만 천화는 최대한 냉정을 유지하려 했다.
이 요마경 또한 함정일 수 있다는 의심도 거두지 않았다.
이것을 통해 자신을 믿게 한 뒤, 뭔가 수작을 부리려는 것일 수도 있었으니까.
다만, 신선을 자처하고 자신을 이곳으로 불러들인 이를 자처하고 있으니, 그를 통해 최대한 정보를 얻어낼 참이었다.
“뭐, 좋습니다. 그럼 다른 이야기들을 해보죠.”
“바로 움직이지 않는 겐가?”
“초기대응이 중요하기는 하죠. 근데 제대로 파악하고 움직이는 게 더 중요한 법 아니겠습니까. 그 사이에 영감님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릴 수도 있는데, 여기 있을 때 궁금한 것들은 몽땅 물어둬야죠.”
“좋은 판단이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묻고 싶은 것을 얼른 물어보게. 지금 자네와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사실은 천기누설에 가까운 것이거든.”
그러고 보니 그 잠깐 사이 주름이 늘었다. 머리도 좀 더 하얘진 것 같고, 기력도 딸려보였다.
천기를 누설한 후유증을 실시간으로 겪는 듯한 모습에 천화도 조금은 조급해졌다.
궁금한 것들을 닥치는 대로 묻기 시작했다.
@
‘일단 구라는 아닌 것 같긴 한데…….’
신선을 자칭하는 노인과의 대화 이후, 천화는 생각에 잠긴 채 마천의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전력으로 이동했다.
필요한 대화는 대충 나누었다.
설령 그들이 다녀온 이후 노인이 사라졌더라도 전혀 아쉽지 않을 만큼.
그 결과, 천화는 노인의 말을 일단 믿어보기로 했다.
말을 할 때마다 선기를 잃어가고, 이후에는 수명이 단축되기에 전부를 말해줄 수 없다고 전제를 걸긴 했지만, 약간이나마 숨기는 부분이 있다는 느낌을 받긴 했다.
하지만 중요한 부분은 아니었고, 누구도 알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척척 내놓고, 막힘없이 대답하는 그를 보니 한번 믿어볼 만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실은 그가 ‘신선’이 아니라 ‘운영자’는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으니까.
그만큼 현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의 말이 사실인지를 확인해볼 시간이었다.
“어? 여기는?”
그들이 머물던 옛 무림맹의 터에서 쭉 남쪽으로 내려오자 그들을 반긴 것은 익숙한 풍경이었다.
기연동굴.
마천의의 바늘이 천화와 설영이 정식으로 처음 마주친 그곳을 향해 머리를 쳐들고 있었다.
“와, 추억 돋네. 이제 절벽 타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긴 하지만, 나갈 때 오랜만에 지하수로를 타볼까? 어때?”
“……사양할게.”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몸서리를 치는 설영.
추억에 젖어 시답잖은 농담을 던지는 둘이었지만, 사실 두 사람 모두 느끼고 있었다.
분명 텅텅 비어있어야 할, 기껏해야 광인 몇 정도가 머무르고 있는 것이 고작이어야 할 동굴들을 누군가 차지하고 있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시간이 지나 어둠이 내려앉았지만, 그들의 눈에는 훤하게 모든 것이 들여다보였다.
[주인님, 저것들 인간이 아닌 것 같은데요?]
모두가 짐작하고 있는 사실을, 혈마검이 심령을 통해 입 밖으로 내었다.
예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지금 혈마검이 이야기하는 주인님이 천화가 아닌 설영이라는 것이었다.
이제 완전히 설영을 주인으로 인정하고, 설영 또한 마음을 연 까닭에 대화가 가능한 것이다.
천화가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엄밀히 말해 엿듣는 것에 가까웠고.
“그럼, 확인해봐야지.”
어쨌든 생명체의 기운을 감지하는 것에는 천화 못지않게 뛰어난 혈마검이었기에 두 사람은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었다.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