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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화 사대재앙 (2) (476/481)


<256화> 사대재앙 (2)
2022.06.23.



“이상하네. 분명 여기가 맞는데.”

4대 재앙을 처리하기 위한 마지막 조의 구성은 단순했다.

천화와 흑우, 은룡이 전부였으니까.

다른 세 곳으로 보낼 인력도 부족해서이기도 했지만, 이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 그들 모두를 합치더라도 자신이 더 강하다고 자부하고 있으니까.

오만이나 자만이 아니라 그것이 현실이었다.


“해파리 같은 것들이 뭍으로 올라왔다고 했지. 설마하니 슬라임은 아닐 테고?”

그리고 또 한 가지.

이곳에 나타난 네 번째 재앙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천의로 가늠해본 바에 따르면 이곳 절강성에서도 거의 끝자락에 나타난 것으로 보이는데, 이곳에서 전해진 소식 중 특이한 것이라고는 해안가로 해파리처럼 생긴 투명하고 동글동글한 무언가가 잔뜩 올라온 적이 있다는 것뿐이었으니까.

그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괴이라면 흔히 슬라임이라 불리는 놈들 정도였지만, 슬라임이라면 판타지 쪽에서도 최약체로 불리는 놈들이었기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간혹 슬라임킹이니 메탈 슬라임이니 포이즌 슬라임이니 하는 식으로 좀 더 강화된 놈들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슬라임은 슬라임.

핵을 터트리지 않으면 죽지 않는다는 특성이 위협적이기는 해도 검기를 다루는 고수라면 가볍게 처리하는 것이 가능한 놈들이니, 4대 재앙으로 부르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마을의 피해도 없는 것 같고.”

게다가 그것들이 올라왔다는 해안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조차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

사망자나 실종자도 없었고 잠깐 둘러본 결과 오히려 어지간한 마을보다 활기찬 모습이었다.

정말 괴이가 나타났다면 이럴 수 있을까? 의심마저 들 정도였지만 마천의는 분명히 이곳의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흠, 조건을 바꿔볼까?”

하지만 좀처럼 놈의 위치와 정체를 특정하기 어렵자 천화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냈다.

마천의는 천화의 의지에 반응하는 기물이니, ‘4대 재앙’이 아닌 그 수하들을 먼저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자신의 예상이 맞다면 저들은 하나의 종으로 이루어져 있을 테니, 수하만 찾아내더라도 놈의 특성을 알아차릴 수 있을 터였다.

핑그르르르르르르-


“엥?”

그렇게 다시 마천의를 발동시키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마천의가 한 방향에 고정되지 않고 사방으로 계속해서 회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거 혹시?’

순간 천화의 기세가 달라졌다.

저잣거리 한복판에서 마천의를 발동시키자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들을 느낀 것이다.

마치 저잣거리의 모든 이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만 같다.

아니, 그것은 사실이었다.

반짝!

하지만 천화는 개의치 않았다.

저들이 설령 인간이 아닌 무엇이든, 혹은 그들에게 협조하고 있든 감히 자신을 어쩌지는 못할 테니까.

여전히 멈추지 않는 마천의를 집어넣는 대신, 소지품창에서 작은 동경 하나를 꺼냈다.

요마경이라 불리는, 대상의 본모습을 드러나게 만들어주는 작은 거울이었다.


‘그렇군.’

그것을 비스듬히 기울여 저잣거리를 슥 훑어본 천화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번째 재앙의 정체를 알아차린 것이다.


“괜찮으십니까? 표정이 안 좋아…….”

푸확!

표정이 굳어가는 천화를 보고 주변에 있던 인물 하나가 다가왔다. 그 순간, 천화가 무명검을 휘둘러 놈의 목을 날려버렸다.


“꺄악!”

“살인이다!!”

“살인 같은 소리하고 있네.”

도플갱어.

이 저잣거리에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슬라임처럼 점액질의 몸과 고유의 핵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대상의 모습과 능력을 고스란히 복사하여 본인 행세를 하는 괴물이 놈들이었다.

자신이 복사한 대상을 죽여 완전히 원 주인의 모든 것을 빼앗는 것이 놈들의 특징이었다.

이렇게나 평온하다는 것은, 이미 이 마을 주민 전체가 도플갱어들에게 잡아먹혔다는 뜻이기도 했다.


“인간도 아닌 것들이.”

사람이 아니니 살인도 아니지.

이미 주민들을 죽이고 그 행세를 하는 놈들이 살인이니 뭐니 떠들어대는 것이 고깝게만 느껴졌다.


“흐흐흐흐.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알아차린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천화에게 목이 날아가 쓰러졌던 녀석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목 위의 얼굴이 재생되는 괴이한 몰골로 천화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건 네놈이 신경 쓸 것 없고.”

퍼엉!

허나 뭔가를 해보기도 전에 심장어림이 터져나가며 액체처럼 흩뿌려졌다.

당연히 피는 나오지 않았고, 터져버린 핵의 잔해물만 찌꺼기처럼 꿈틀거릴 뿐이었다.


“그래도 차라리 편하겠네. 지키거나 골라낼 필요도 없고.”

덕분에 천화도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혼자 온 것인 만큼, 지키거나 구해야 할 이들이 많았으면 골치가 아플 수 있었는데 이렇게 되면 사정을 보거나 선별해서 검을 떨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럼, 다 죽어라.”

파아아앗-!!

그 순간, 천화를 중심으로 막대한 기가 뻗어나갔다.

마을 하나를 통으로 지워버릴 기세로,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기의 폭발이 도플갱어들을 모조리 태워없앴다.

일일이 핵을 찔러 죽일 필요도 없이 존재 자체를 말살하는 기의 파동이 도플갱어는 물론 마을 전체를 날려버렸다.


“자, 이제 진짜배기만 남았군.”

잠시 후, 폐허조차 남지 않은 마을의 옛 터에 홀로 선 천화가 살아남은 도플갱어들을 웃으며 살폈다.

이 정도 공력에도 살아남을 정도라면 아마 도플갱어 중에서도 상위종이거나, 상당히 강한 누군가를 복사한 것이겠지.

그런 놈들이 일그러졌던 육신을 복원시키며 천화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으흐흐흐흐흐흐흐!”

“왜 쳐웃고 난리야? 기분 나쁘게.”

몸을 복원시키는 것도 쉽지 않은지 머리부터 생성해낸 녀석들은 마치 실성한 듯 웃었다.

자신의 동족이자 수하들이 수백 가량 죽어나갔음에도 녀석들은 기쁘다는 듯 짓뭉개진 몸으로 마구 웃어젖히고 있었다.


“이곳의 인간들은 형편없어 고민이었는데, 아주 훌륭한 제물이 와주었군. 우리들의 왕의 그릇으로 충분하겠어!”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천화를 복사하겠다는 뜻이었으니까.

놈이 팔을 휘젓자 어디선가 보물상자 같은 함이 딸려왔고, 그 안에서 슬라임처럼 생긴 최초 상태의 도플갱어가, 정확히는 로플갱어 킹이 나타났다.


“크으! 뉘 집 자식인지 참 자알 생겼다!”

놈이 자신을 인식하고 같은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천화는 한껏 여유를 부렸지만 말이다.


“멍청한 놈. 네 힘이 얼마나 강하든 이제 끝이다. 네가 이루었던 모든 것은 우리가 가져가도록 하마!”

스르르륵-

그것만이 아니다.

살아남은 도플갱어들 역시 천화와 같은 모습으로 형태를 바꾸었다.

자신들이 보아온 중 가장 강력한 인간이기에, 그 모습을 통해 천화를 죽이고 그 힘을 완전히 차지하려는 것이다.

결국 천화의 몸을 완전히 차지하는 것은 단 한 놈뿐이겠지만, 복사가 한 번만 가능한 것은 아니었기에 지금은 천화를 죽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물론, 그것이 가능할지의 여부는 별개이지만 말이다.


 


“그릇은 개뿔! 뚝배기는 깨야 제 맛이지!”

그 순간, 가소롭다는 듯이 웃어 보인 천화가 먼저 움직였다.

그들이 어디까지 자신을 복사했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봤자 육체 능력 정도이지 않을까? 보통의 경우라면 경지까지도 어느 정도 복사하겠지만 자신은 무려 현경이다.

그저 복사 따위로 현경까지 찍어낼 수는 없을 일일 터였다.

휘익-

까앙!

청명한 소리와 함께 무명검이 막혔다.

놈들 역시 무명검과 똑같이 생긴 검을 한 자루씩 쥐고 있었고, 힘껏 휘두른 일격을 어렵지 않게 막아낸 것이다.


“오?”

그 모습에 천화가 이채를 띄었다.

일단은 가볍게 초절정의 경지를 담아 휘둘렀다지만 생각보다 쉽게 막혔다는 사실이 놀라운 것이다.


“흉내는 그럴싸하네!”

그리고 무명검마저 복제를 해냈다고?

무신지로에서도 단 하나밖에 없던 전설 등급의 무기인데, 그리 만만할 리가 없지.

격돌의 순간 천화는 손끝으로 알 수 있었다.

잘 버티는 것 같지만, 자신과 비등한 힘을 낸 것 같지만 놈들에게는 분명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격의 차이라고나 할까.

모조는 모조일 뿐이다. 위력과 내구력, 그리고 내공의 활용.

그 모든 것에서 놈들은 자신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육체 능력의 수치나 기술의 형태는 따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완벽하지도 않고, 경험의 차이가 크게 느껴졌다.

같은 내공이라도 운용 방식에 따라 현격한 차이를 보이니까.

피식 미소를 지은 천화는 재차 검을 휘둘렀다.

놈들을 몰아쳐갔다.

아직 도플갱어 킹은 움직이지 않고 있지만, 다른 도플갱어들이라면 몇 놈쯤이 동시에 덤비더라도 여유있게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길게 끌 것 없지. 속도를 좀 내볼까?”

하지만 여유를 부릴 생각은 없었다. 놈들이 점점 경험을 쌓고 완숙해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그렇다 한들 자신을 따라잡을 수는 없겠지만 아직 도플갱어 킹이라는 변수가 남아 있었다.

일으키는 것은 천검무한.

수십 개로 분열된 강기검들이 제각각 도플갱어들을 노려갔다.


“큭?!”

“이렇게 많은 기술이라니, 대체……!”

물론 처음에는 놈들도 강기검을 잘 막아내었다.

강기까지는 일으킬 수 있는 놈들이었고, 천화가 강기검에 부여한 의지를, 초식을 읽어내고 대처하는 것이다.

명색이 천화를 복사한 놈들이니까.

그러나 강기검들이 점점 다양한 초식과 무공을 펼쳐내자 손발이 어지러워졌다.

놈들이 복사한 것은 어디까지나 ‘천화가 익히고 있는’ 무공들뿐이기 때문이다.

용호십삼검과 무상천검.

그 밖의 자잘한 기본공들.

아예 무공으로서 체화한 무공은 그것이 고작인 것이다.

그러나 무상천검은 능력 부족으로 제대로 펼칠 수 없었고, 천화의 머릿속에는 무신지로 상의 모든 무공들이 들어있었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검식을 따라가기에는 놈들의 경험이 너무도 부족했다.

막아내는 것에 급급할 뿐 점점 몸의 상처가 늘어갔고, 자체 수복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한들 순간에 불과했다.

핵이 터지면 지들이 어쩔 텐가?

치명적인 약점까지 지닌 놈들이었기에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못했다.


“끄악!!”

퍼엉! 펑! 펑!!

하나 둘 몸이 터져나가며 무로 돌아가는 놈들이 많아졌다.

아직까지 도플갱어 킹이 움직이고 있지 않다는 것이 좀 찝찝했지만, 천화는 개의치 않고 놈들을 해치워나갔다.

재차 다른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는 놈들이다 보니, 한 놈이라도 놓쳤다가는 은밀히 숨어들 경우 찾기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단숨에 끝낸다.

천화가 전력으로 몰아치자 사라지는 도플갱어의 숫자가 빠르게 늘어났다.

불과 일각여 만에 도플갱어 킹을 제외한 모든 도플갱어들을 제거할 수 있었다.


“보고만 있을 테냐?”

그때까지도 여전히 침묵하는 도플갱어 킹.

그 모습에 천화도 묘한 위화감을 느꼈지만 개의치 않았다.

수십 자루의 강기검을 움직여 일시에 놈을 공격해갔다.


“!!”

콰과과광!!

그 순간, 비로소 도플갱어 킹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상천검의 제일초.

천검무한.

천화가 수십 개로 강기검을 분열시켰다면 녀석은 일검에 모든 것을 담았다.

공간을 가득 메우며 짓쳐든 강기가 모든 것을 파괴하고 천화마저 찍어눌렀다.


“큭!”

그 압력은 천화로서도 방심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화경, 어쩌면 그 이상.

고작 한 수를 보았을 뿐이지만 놈이 펼치는 무상천검은 생각보다 완성도가 있었다.

무공과 경지에 대한 이해도가 무척이나 높았다.


“별짓을 다하는구만!”

일단 압력을 거스르지 않고 몸을 날려 물러났지만, 여기서 기가 죽으면 천화가 아니다.

어디까지 따라할 수 있을지 한번 볼까?

쿠과과과과과과광-!!

이어지는 것은 천검폭쇄.

자연지기와 공명을 일으킨 천화가 막대한 기운을 끌어모았다. 놈의 곁에서 터트려버렸다.

현경이 아니고서는, 화경급만 되더라도 넝마가 되어버릴 만큼 막대한 기운의 폭격이었다.

작은 버섯구름이 피어오를 만큼.


“해치웠나? ……라고 하면 분명 살아있겠지?”

쐐애애액-

아니나 다를까, 그 순간 폭연을 뚫고 무언가가 짓쳐들었다.

천검무한의 응용이다. 분열된 강기검을 자신의 주변으로 겹겹이 쌓아 스스로를 보호한 녀석이 역으로 달려나와 천화의 목을 갈라온 것이다.


“힘으로만 찍어누르는 건 따라온다 이거지.”

이 정도는 예상했다.

사실 현경의 경지까지 흉내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지만, 따지고 보면 자신이 최소 화경의 끄트머리 혹은 현경에 오를 것일 예상한 신선과 신승이 아닌가?

그런 이들이 걱정하고 대비를 해야 할 정도라면, 끝판왕이 아닐지라도 이 정도는 해줄 필요가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탐식의 왕이고 뭐고 순식간에 끝장을 내버릴 테니까.


“그럼 검술은 어떤지 한번 볼까?”

까강! 깡! 깡! 깡!!

놈의 기습을 막아낸 천화는 아예 힘을 쓰는 방식을 바꾸었다.

기존에는 특유의 운용 능력을 이용한 강기공에 힘을 실었다면, 이제는 검에 힘을 압축하여 검술로 승부를 보려 하는 것이다.


‘이럴 줄 알았지.’

그러자 도플갱어 킹도 같은 방식으로 받아쳤다.

현경급의 자연지기 운용 능력은 물론, 응용력까지 갖춘 녀석이었지만 짝퉁은 짝퉁이었다.

곧장 천화의 방식을 따라할 뿐 아니라 내공의 운용 방식 또한 변화한 것이다.

실시간으로 천화를 복사해내고 있달까?

복사 능력에 한계가 없어 보이지만, 꼭 상대와 같은 방식으로 싸우려드는 특징을 보이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상대로 하여금 절망을 느끼게 만드는 강점이 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천화에게는 아니었다.

대충 파악을 끝낸 천화가 미소를 가득 베어물었다.

이렇게 되면 수싸움이 될 수밖에 없었으니까.


“컨빨이라면 자신 있지!”

다시 한 번 검격의 격돌이 일어나려는 순간 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비검을 던진다.

놈이 그것을 막기 위해 검을 비트는 순간, 만년한철이 방한지기를 내뿜으며 달라붙었고 비영사를 잡아당기며 천화가 돌진했다.

이어지는 추격 베기.

급작스러운 변칙 공격에 놈의 가슴이 길게 베어졌지만 핵에는 닿지 않았다.

상처가 급속히 아물었고, 놈은 용호십삼검 상의 초식을 일으켜 삼연격을 내질렀다.

막기, 막기, 막기.

그조차 예측한 천화가 최소한의 동작으로 그것들을 막아내고 즉시 반격을 시도했다.

똑같이 갚아주겠다는 듯 삼연격을 내질렀다.

퍼억! 퍼억!


“?!”

하지만 삼연격은 이어지지 않았다.

중간에 공격을 스스로 끊어낸 천화가 다른 수법을 섞은 것이다.

나려타곤!

방어 자세를 취하는 도플갱어 킹에게 굴러 접근한 천화의 무명검이 놈의 등으로 삐죽 솟았다.


“별짓을 다 하네!”

허나 천화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심장 위치에 고정되어 있던 다른 도플갱어들과 달리, 녀석이 마지막 순간 핵의 위치를 움직여 공격을 피해낸 것이다.

보통은 속았겠지만 손끝의 감각 뿐 아니라 몸의 잔떨림 하나로도 그것을 읽어낼 수 있는 천화이기에 어림도 없다.

놈이 자신과 천화의 몸을 함께 꿰뚫을 기세로 할복을 시도하려는 것을 읽어내자마자 즉시 제자리에서 튀어올랐다.

이미 껴안 듯 자신을 조여오는 도플갱어 킹의 시도를 읽은 것이다.

파앙!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놈의 머리를 밟고 짧게 뛰어오른 천화가 몸을 휘돌렸다.

노리는 것은 정수리.

꼬치를 꿰듯 정수리부터 꿰뚫으며 무명검이 놈의 몸을 수직으로 관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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