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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화 사대재앙 (3) (477/481)


<257화> 사대재앙 (3)
2022.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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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푸푸!!!”

도플갱어 킹의 핵이 터져나가며 체액 같은 점액들이 전신을 흠뻑 적셨다.

딱히 독이 든 것은 아닌지 만독불침이 작용하지는 않았지만, 끈적거리는 액체를 뒤집어쓴 찝찝한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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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조건 : 4대 재앙 처치 3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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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걸로 끝난 건가? 확실히 강하긴 했지만 뭔가 좀 싱거운 느낌인데…….”

정말 놈이 4대 재앙 중 하나였던 것일까? 핵까지 완벽히 파괴하자 알림창이 나타나며 현재 임무 진행 상황을 알려주었다.

자신이 가장 먼 거리에 위치한 지역으로 온 탓인지 그보다 먼저 자신의 몫을 처리한 조가 둘이나 있었고, 마지막 조도 얼마 지나지 않아 부여된 임무를 완수하였다.

[특수 조건 : 4대 재앙 처치를 완료하셨습니다.]

[탐식의 왕이 힘을 소모합니다.]

[탐식의 왕이 약화되었습니다.]

4대 재앙의 전멸.

아군의 피해가 얼마나 될지는 돌아가서 확인을 해봐야하겠지만 자신의 예상이 맞다면 그리 크지는 않을 터였다.

이제 남은 것은 탐식의 왕뿐이다.

그 휘하에 얼마나 많은, 또 얼마나 강력한 괴이들이 있을지는 알 수 없으나 여기까지는 비교적 수월하게 막아냈다 말할 수 있었다.

아마도 정사대전에서 피해가 적었던 덕이겠지.

무신지로 때와 달리 도왕과 검귀, 그리고 설영이라는 추가 전력이 생겼기 때문이기도 할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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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너는 어디냐.”

핑그르르-

일단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도플갱어의 잔당들을 처리하기 위해 마천의를 굴리던 천화가 다시 집결지로 돌아가기 전, 마천의를 사용해보았다.

대상은 당연히 탐식의 왕이다.

사실은 처음부터 4대 재앙은 중원 무림에 맡기고 자신만 단독으로 놈에게 쳐들어갈 생각도 해보았지만, 어째서인지 놈의 위치만큼은 마천의에 잡히지 않았기에 순서를 밟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놈의 위치가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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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 방향이면……?”

마천의의 바늘이 어느 한 지점을 가리키자 천화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저 방향, 이 거리로 쭉 이동한다면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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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정사대전 등에서 흘린 피가 원인이라고 했지.”

대막.

청해성을 넘어 광활히 펼쳐진 사막 어딘가에 탐식의 왕이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리고 신선 노인의 말에 따르면, 탐식의 왕이라는 놈이 나타난 이유가 바로 정사대전 등을 통해 흘린 수많은 피와 원한, 공포, 분노 등의 음울한 감정의 힘 때문이라고 했다.

누군가 그것을 이용해 놈을 불러낸 것이라고.

그 말을 떠올리자 생각나는 이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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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혈교, 이 새끼들 짓이었나?”

마라혈교.

피를 활용한 술법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수밖에 없는 집단이었다.

설영을 교주로 추대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크게 얽힌 부분은 없어서 그냥 놓아두었던 놈들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뒤통수를 칠 줄이야?

대막이면 중원에서도 꽤나 멀리 떨어진 세외이기에 그냥 둔 것도 있고, 놈들이 아무리 힘을 키운다 해도 포달랍궁이나 태양궁에는 비비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으로 둔 것도 있다.

그때는 이런 괴이가 나타날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생각을 했더라도 중경에서 흘린 피가 대막에서 사용될 것이라고는 짐작할 수 없었으니까.

그러나 가만히 생각을 해보자 ‘성배’를 이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듯싶었다.

성배를 움직일 수만 있다면, 정사대전에서 흐른 피들을 추출하고 정제하여 술법에 써먹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신선 노인의 말에 따르면, 피와 음울한 정신의 기운들을 모아 탐식의 왕을 소환하는 소환문을 연 것이라고 했으니 가능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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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전체 상황부터 파악해야겠군. 그래도 아는 놈들의 소행이라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대충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린 천화는 흑우를 재촉해 복귀를 서둘렀다.

일단 다른 곳의 피해 상황과 나머지 3대 재앙이 어떤 놈들이었는지를 보고 받은 뒤, 탐식의 왕이라는 자를 직접 타격하기 위한 별동대를 조직할 생각이었다.

4대 재앙을 처치하면 놈이 약해지는 것이 특수조건이었으니 이 정도면 생각보다 쉽게 처리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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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잘해주었습니다. 이 정도면 피해도 크지 않고 선방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다시 거처로 돌아온 천화는 흩어졌던 각 조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딱히 무림맹처럼 세력을 구축하거나 직함을 붙은 것은 아니지만, 천하제일인이라는 그 이름하에 모두가 천화를 수장처럼 받들고 있었으니 문제는 없었다.

그렇게 받은 보고 내용에는 모두 긍정적인 이야기들뿐이었다. 정말 이렇게 쉬워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간단하게 놈들을 처리한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화경의 고수들이 고생을 해주기는 했지만 효과적으로 대처했고,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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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이 사단을 일으킨 원흉을 잡으러 갈 겁니다. 당연히 이번에 상대하셨던 놈들보다는 훨씬 강하겠죠. 어쩌면 화경 급의 고수들도 상대할 수 없을지 모릅니다. 제가 이번에 상대한 놈 역시 어설프지만 현경급의 힘을 사용하기도 했고요.”

꿀꺽.

다른 이들이 말을 했다면 자기 자랑이자 허세라고 여겼을지 몰랐다.

그러나 그 말을 하는 것이 천화이다 보니 허투루 들을 수 없었다. 그들이 이번에 상대한 놈들은 기껏해야 화경급이라고 봐야했고, 그마저도 공략법을 숙지하고 있었기에 수월히 상대할 수 있던 것이 아닌가?

만약 그런 것이 없이 싸웠다면 그들 역시 상당한 피해와 고전을 면치 못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본인들이 더 잘 알고 있었기에 긴장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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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놈은 제가 맡을 겁니다. 다른 분들은 그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괴이들만 상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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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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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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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났습니다!!”

그렇게 간단한 보고를 마치고 별동대를 선별하려는 순간, 갑자기 밖에서 춘삼이 호들갑스럽게 뛰어들어왔다.

보통이라면 눈살을 찌푸렸겠지만, 다른 이도 아니고 개방의 후개다.

뭔가 정보를 가지고 왔다는 것을 직감했기에 모두가 그에게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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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또,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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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들이 나타났습니다.”

불만스런 표정을 짓는 것은 오직 천화뿐. 그러나 그 조차도 곧 바뀌었다.

괴이라니? 미처 처리하지 못한 잔당이 남았던가?

자신이 갔던 지역은 거듭 확인을 했지만, 마천의를 모두가 가진 것은 아니니 놓친 놈들이 몇쯤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놈들이라면 마을 한두 개만 습격하더라도 금세 그 숫자를 불리는 것도 가능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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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당의 숫자는 얼마나 되지?”

하지만 그 또한 대처는 가능하다. 어차피 천화는 탐식의 왕을 치기 위해 소수의 정예들만 데리고 갈 작정이었으니까.

꼭 화경의 고수를 전원 데리고 갈 필요도 없으니 어떻게든 대처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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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잔당이 아닙니다. 전혀 새로운 놈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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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러나 춘삼의 보고는 예상과 달랐다. 잔당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괴이들의 출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중원의 일부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중원을 넘어 세외까지. 그리고 바다에서까지 괴이들이 새로운 괴이들이 나타나 학살을 벌이고 있었다.

북해에 설인이, 남만에 악물이, 바다에는 유령선이, 그리고 그들이 처치했다 여겼던 괴이들의 시신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좀비 늑대인간이 일어나고, 흡혈귀의 피에서 식인식물과 피의 저주를 받은 괴물들이 태어난 것이다.

언데드들은 시신을 모두 불태웠지만, 그 사악한 기운들이 모여 다시 악령들을 탄생시킨 것이다.

되살아난 놈들의 경우 이전보다 약해서 이제 일류급의 고수만 되어도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정보가 있었지만, 그렇다할지라도 숫자가 부담스러웠다.

수에서는 더 늘어난 데다 인간이나 짐승을 죽일수록 그 숫자가 급격히 불어나기 때문에 즉시 대처하지 않으면 온 세상이 괴이로 뒤덮일지 모른다는 춘삼의 심각한 보고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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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그런 뜻이었나?’

그 이야기들을 모두 들은 천화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고인물답게, 단지 생겨났다는 자체에 집중하는 대신 그 원인을 파악하려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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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식의 왕이 힘을 소모했다는 게…….’

4대 재앙을 모두 죽이자 나타났던 알림.

그 중에는 탐식의 왕이 약해졌다는 것도 있었지만, 그 전에 힘을 소모했다는 알림도 있었다.

그때는 그냥 넘겼는데, 아무래도 탐식의 왕이라는 놈이 괴이를 일으키는 능력을 지닌 모양이었다.

그 힘을 사용해 사라진 4대 재앙을 대신할 무언가를 만들어냈고, 그로인해 힘이 약해진 듯싶었다.

그리고 그렇다는 것은, 지금 나타난 새로운 괴이들을 처치한다 한들 이 사태가 종식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탐식의 왕이 살아있는 한 놈들은 무한히 되살아나거나 새로운 괴이들이 나타날 테고, 무림의 힘은 점점 소모될 수밖에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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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을 변경합니다. 모두 중원 전역으로 흩어져 괴이를 상대하십시오. 괴이들의 왕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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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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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놈을 처치한다 해도 중원이 망해버리면 소용없으니까요. 그리고 어쩌면, 너무 큰 희생이 발생할 경우 놈의 힘이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천화가 결단을 내렸다.

최정예를 모아 움직이려 했지만, 그럴 여력도 없을 것 같았으니까. 이럴 바에는 차라리 홀가분하게 혼자 움직이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판단한 것이다.

나머지는 최대한 괴이들을 막으며 버텨주고, 그 사이 자신이 대막으로 향해 놈들을 섬멸한다.

잔챙이들이 힘을 빼놓기 위해 나설 수도 있지만 사실 그 또한 문제는 아니었다.

현경에 오른 이상, 자연지기가 곧 나의 힘이니 며칠을 쉬지 않고 싸워도 충분히 처음처럼 힘을 발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 쓰지 않은 패도 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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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서두르세요! 이곳의 방어와 편성은 도왕께 맡기겠습니다.”

구파를 이끄는 이들 중 하나에게 맡기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랬다가는 묘한 알력 다툼이나 견제가 있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천화는 자신의 대신 도왕을 통제권자로 내세웠다.

전략 전술에 능하다고만은 할 수 없겠지만, 그라면 적어도 공평할 순 있겠지.

또한 제자격인 검귀 때문에라도 시비를 터는 이들은 없을 터였다.

천하십대고수 중 둘에게 덤빌 만한 문파는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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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화, 나도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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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냥 이곳에 있는 편이…….”

그렇게 빠르게 장내를 정리하고 먼저 몸을 빼낸 천화에게 설영이 따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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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이 끝나면 정말 사라져버릴지도 모르잖아.”

천화는 사실 그녀 역시 떼어놓고 홀로 이동을 할 생각이었지만, 저렇게 말을 하니 도리가 없었다.

어쩌면 탐식의 왕을 처리하는 순간, 그 역시 모든 중요 분기 임무를 마치고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릴지 모르니까.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하고 사라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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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함께 가자.”

그래도 설영 정도라면 어떻게든 제 한 몸을 지킬 정도는 된다 이야기할 수 있기에, 천화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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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우야, 가자!”

흑우를 소환하고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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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후후후후후후훗!!!”

본디 대막까지는 준마를 타고 달려도 한 달은 족히 걸리는 거리였지만, 천화는 한 가지 수법을 더했다.

자연지기를 흑우에게 깃들게 만들어 가뜩이나 빠른 흑우의 속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킨 것이다.

축지.

그렇게 불러 마땅할 만큼 흑우의 몸이 쭉쭉 뻗어나갔다.

한 걸음에 수십 미터를 날듯이 뛰어 달리니 풍경은 흩어지고 금세 다음 마을에 도달할 수 있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흑우는 계속해서 달렸다.

자연지기를 흡수한 까닭인지 배고픔도 잊고, 몸 안에 넘치는 기운을 주체하지 못해 달리는 것처럼 계속해서 전력질주를 유지 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발이 푹푹 꺼지는 사막 지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발이 빠지기도 전에 물 위를 걸어넘는다는 수상비를 펼치듯, 모래에 발이 빠지기는커녕 모래알이 몇 알 흩어지기도 전에 도약해 이동해버리는 신기와 같은 경신법을 펼치며 대막마저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사천에서 대막, 마라혈교의 본거지까지.

흑우는 쉬지도 멈추지도 않고 달려 두 사람을 데려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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