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 들린 천재 타자-2화 (2/200)

2. 오프 시즌(1)

사람은 인터넷에서 댓글 하나를 읽는 것만으로도 정신을 잃을 수 있다.

알고 싶지 않았던 사실이다.

[근데 우리 솔직해지자. 박도현은 살아만 있었으면 메이저리그 기록 죄다 깨부수고 명예의 전당 첫해에 바로 올라갈 수 있었다. 근데 솔직히 구현기가 그 끕이 되냐? 둘이 자리를 바꿔 탔으면 야구의 역사가 바뀌지 않았을까?]

이 글을 봤을 때 내 상태가 어땠냐 하면.

전문가들도 복귀 가능성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득바득 일어나 재활에 임했고, 천만다행으로 차도가 빨라 금방 운동능력을 회복했으며, 구속과 제구를 되찾기 위한 재활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중이었다.

그날따라 일과가 조금 일찍 끝났고, 평소에 잘 보지도 않던 인터넷을 괜히 켜서 내 이름을 검색했다가, 처음으로 클릭한 글에 달린 댓글을 읽었다.

피곤해서 잠든 게 아니라, 정말로 기절했었다.

그 댓글 하나를 읽은 것만으로도.

아침에 다시 일어나 아무렇지도 않게 훈련장에 나갔지만.

그때부터 도저히 내 공을 제어할 수 없게 되었다.

패스트볼은 그나마 써먹을 수 있었지만, 모든 변화구가 하나같이 제구가 전혀 되지 않았다.

모든 투수에게 그렇겠지만, 특히 나한테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다.

내 최고 구속은 고작 시속 95마일.

포심 패스트볼로 땅볼을 유도하거나 카운트를 잡고, 낙차 큰 커브나 슬라이더로 삼진을 솎아내는 투수였으니까.

패스트볼의 구위가 회복되었다는 것을 확인한 구단은 일단 루키리그에서 재활 등판을 가지며 영점을 잡아보자고 제안했지만.

첫 타자에게 포심 패스트볼로 투 스트라이크를 잡아놓고, 커브를 던졌다가 머리를 맞춰버리는 모습을 1만 명 이상의 관중 앞에서 선보였다.

구단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앞으로 예정된 등판을 소화하면서 천천히 제구를 잡아보자고 했지만.

한 번 잃어버린 제구는 잡힐 듯 잡히지 않으며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정신과 의사는 내게 정신적 이유로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던지지 못하는 ‘블래스 신드롬’ 판정을 내렸고.

나는 부상자 명단에 포함된 채 2036 시즌을 보냈다.

[LA 다저스 구현기, 끝없는 제구 난조··· 이대로 무너지나?]

[익명의 전문가, ‘패스트볼만으로 마운드에 서는 투수는 없어’··· 변화구 못 던지는 구현기 저격인가]

[다저스 오브라이언 감독, 구현기 질문에 ‘버럭’··· 팀 내 입지 하락의 전조?]

입지는 무슨 입지. 부상자 명단에 처박혀 돌아오지도 않는 선수한테 챙길 입지가 어딨나.

한국 언론이 내가 마이너에서 등판할 때마다 감독님께 질문을 해대니 인내심의 한계에 달할 수밖에.

그 양반이 그렇게 대놓고 꼽 주는 건 또 처음 봤다.

스트레스가 원인일지도 모른다며 구단에서 언론 인터뷰를 철저히 막아주긴 했지만, 뇌피셜로 써 갈기는 기사들까지 막을 순 없었다.

미국 언론이야 내 부진이 길어져도 그동안 해온 게 있으니 기다리는 분위기지만, 한국 언론에서는 내 소식을 담은 기사가 끊이질 않았다.

한순간에 몰락한 메이저리거만큼 자극적인 소재를 찾기란 힘든 데다가.

그 선수가 언론과 사이가 좋지 않았으니까, ‘기사가 복사가 된다고!’를 외치며 마구들 찍어내더라.

몰락.

인정하기 싫지만, 그것보다 정확한 표현은 없다.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투수를 어떻게 투수라고 부르나.

구단에서는 할 수 있는 걸 다 지원해줬다.

후반기 복귀를 바라며 투자한 500만 달러의 연봉이 허공에 날아가게 생겼는데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지.

유명 재활 센터에서 개발한 제구 보완 프로그램은 물론.

구단에서 한국인 정신과 전문의를 불러줘 집중 상담 프로그램도 해봤고.

심지어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최면 치료까지 시도해봤지만, 결국 아무것도 효과가 없었다.

기적적으로 올라온 마운드에서 쫓겨나듯 내려와, 몇 달간 끝이 없는 상담과 치료만 이어나가면서.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든 댓글 작성자를 향한 분노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애초에 비추 폭탄을 맞은 데다가 쫄렸는지 바로 삭제했지만, 결국 잡아내는 데 성공하긴 했는데.

“······중학생이요?”

메이저리그를 보기 시작한 지 1년도 안 된 중학생.

사람들이 반응해주는 게 좋아서 일침충 컨셉으로 활동하다가, 넘어선 안 되는 선을 넘었다며 선처를 부탁했다고 한다.

고작 악플 하나라서 민사소송도 여의치 않은 상황.

게다가 악착같이 고소한들 언론에서 ‘몰락한 투수, 중학생 악플러에 화풀이?’ 뭐 이딴 기사의 먹잇감이나 되겠지.

다른 악플러들이랑 똑같이 처리해달라고 에이전트에게 부탁한 다음, 손을 놔버렸다.

* * *

한국에서는 내가 방출 수순을 밟을 거라고 예상하는 기사가 쏟아졌고.

에이전시에서는 반박 기사를 내보냈지만, 내심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다.

“Koo, 어서 오십시오.”

그래도 아직은 다저스의 선수라는 걸까.

구단은 내 개인적인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었다.

“여기 방문하는 건 처음이십니까?”

“네. 그렇게 됐네요.”

다저 스타디움.

이번 시즌을 재활 훈련장과 마이너에서만 보냈던지라, 여기에 와볼 일이 전혀 없었다.

그러니까.

[Do―Hyun Park]

[The Legend of Los Angeles Dodgers]

[2011 ― 2035]

다저 스타디움 한켠에 마련된 박도현의 추모 공간에 와보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고 직후 우리는 함께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상대 자동차와 직격으로 부딪힌 박도현은 그날 밤을 넘기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에 캘리포니아 주지사까지 참석한 성대한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나는 침대에 누운 채 죽만 겨우 넘기는 상태였고.

간신히 일어나고 나서는 곧장 회복과 재활에 매진했기에 박도현을 찾아올 겨를이 없었다.

“저는 관리실에 가 있겠습니다.”

안내해준 직원이 자리를 비워줬다.

벽은 온통 팬들과 동료들이 남긴 메시지로 뒤덮여 있었다.

박도현이 사용했던 몇몇 물품을 전시해두었고, 메이저와 마이너는 물론, 야구를 처음 시작한 시절부터 찍은 사진도 붙여두었는데.

그중 내 모습이 비친 사진이 적지 않았다.

“······.”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이 자식은 또 말이 더럽게 많아서, 커피 한 잔을 놓고 세 시간 넘게 떠들곤 했는데.

울컥 솟아오르는 감정을 간신히 억눌렀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대회에서 우승하거나 탈락할 때면 박도현은 항상 울먹였고, 나는 그걸 신나게 놀려댔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얘 앞에서는 절대로 눈물을 보여선 안 된다.

“잘 지냈냐?”

가장 먼저 튀어나온 말이 이거였다.

그날 마약을 빨고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는 마약 중독을 방관하는 캘리포니아의 정책 탓을 하며 되도 않는 여론전을 펼쳤지만, 당연히 씨알도 안 먹혔고.

박도현의 유족과 나, 그리고 다저스 구단에 일반인이 평생 일해야 겨우 갚을 만한 거액의 피해보상금을 물어야 했다.

화가 풀릴지는 모르겠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이 해줄 만한 일은 이런 것밖에 없다.

“도현아.”

아무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말을 꺼냈다.

“누가 그러던데······ 너 말고 내가 죽었어야 한다더라.”

친구 후광 얻으려고 굳이 졸졸 따라다니는 거 아니냐는 소리를 면전에서 들었을 때도 그냥 개소리라 생각하고 넘겼다.

아무리 친하게 지낸들 박도현이 마운드에서 나 대신 공을 던져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한 구 한 구, 내 공만 던져나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너도 그렇게 생각하냐?”

사실 이곳에 온 건, 마지막 미련을 털어버리기 위해서였다.

에이전트나 구단에서는 재활을 좀 더 해보자고는 했지만, 더는 안 되는 일을 붙잡고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어디 몇 달 여행이라도 다녀와서 머리 좀 비우고.

건물이라도 하나 사서 관리하며 살거나, 아버지 회사에서 일 배우면서 그렇게 사는 게 더 행복할 것 같았다.

그런데······.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늘어선 진열장 중 가장 앞에 있는 것은, 박도현의 메이저리그 첫 홈런 배트다.

내가 박도현의 집에 들어가 살게 된 첫날, 저 배트를 휘두르며 자랑질을 해댔지.

투수한테 홈런 쳤다고 자랑하는 거냐며 투닥댔던 게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다 때려치우려고 온 주제에, 왜 아직도 눈을 뗄 수가 없는 걸까.

그놈의 야구가 뭐라고.

바로 그때.

[개소리하고 있네. 어떤 미친 새끼가 그딴 소릴 해?]

들려올 리 없는 목소리에 경악하며 고개를 드니.

추모 공간의 한복판에서, 반투명한 상태의 박도현이 튀어나왔다.

[너한테 좇같이 굴던 그 기자가 그랬냐? 아니면 인터넷에서? 사람을 얼마나 만만하게 보면 그딴 소리를······.]

진열장 여러 개를 자연스럽게 통과하면서 성큼성큼 내 앞으로 다가온 박도현은, 죽기 직전의 건강한 그 모습 그대로였다.

사람은 너무 어처구니없는 상황과 마주치면 오히려 침착해진다고 들어본 것 같은데, 지금이 딱 그렇다.

대뜸 이런 생각부터 들었으니까.

‘이 새끼 외지에서 객사하더니 좋은 데도 못 가고 구천을 떠돌고 있었나.’

분명 입으로 뱉지 않고 속으로만 생각했는데.

[뭔 개소리야 임마. 이 몸을 어디 그런 잡귀들하고 비교하고 있······.]

그렇게 말하던 박도현은 내 얼굴을 보더니 표정을 괴상하게 일그러뜨렸다.

[뭐야. 너 울어어?!]

얼굴을 두 손으로 문지르면서 박도현의 시선을 피했다.

금방이라도 왈칵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을 옷소매로 훔쳤다.

“야, 이 새끼야. 나는 니 가족들만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나와······.”

나는 가족에게 정서적으로 크게 의지한 기억이 없다.

부모님은 내가 아주 어릴 적 이혼했고, 사업으로 매일같이 바쁜 아버지 밑에서 유년기를 보냈으니까.

그런데 박도현은 다르다.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난 박도현은 싹싹하고 애교 많은 맏아들이자, 늘 다투면서도 힘이 되어주는 오빠였다.

“너네 아버지, 어머니, 도아 생각하면 니가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안 되지······.”

박도현의 가족들은 내게 슬퍼하는 티를 내지 않았지만.

유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박도현의 집을 처분하는 대신 내가 계속 들어가 살아달라고 부탁했다.

임대료 안 내도 되니까 대신 가끔 놀러 가게 해달라며 애써 웃어 보이던 그 마음을 나는 도저히 헤아릴 수 없었다.

겨우 감정을 추스르고 고개를 든 내게, 박도현은 꽤 침울해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니가 나 좋은 곳 가도록 도와줄 방법이 있긴 한데.]

그렇게 운을 띄우더니.

[너, 혹시 타자 안 할래?]

눈물이 쏙 들어갈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폭탄을 날려버렸다.

* * *

야구의 신.

수많은 재능충이 모이는 메이저리그, 그중에서도 위대한 발자국을 남긴 자들이 도달하는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이들이 죽음 후에 얻는 지위.

재능은 가졌으나 불우한 유망주를 돕거나, 야구판에 부정을 끌어들이는 이들에게 철퇴를 내리거나, 아무튼 다양한 역할을 맡는다고 한다.

그런데, 간혹 커리어를 무난하게 보냈더라면 명예의 전당에 어렵지 않게 들어갔겠지만.

불운한 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난 이들이 있다.

그래서 야구의 신들은 의논 끝에 그런 이들에게 야구의 신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나.

[그게 나라는 거지. 내가 오래 못 살아서 그렇지 원래 좀 재능충이잖냐.]

반투명 상태로 나타나 사물을 이리저리 통과하며, 박도현은 얼토당토않은 일들을 이야기해줬는데.

생각보다 차분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죽은 친구가 눈앞에 나타난 마당에 무슨 일이 더 벌어진들 뭐가 이상한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그 기회라는 게, 내가 갖고 있던 재능을 유망주한테 넘겨서 그 사람을 명예의 전당에 보내는 거야.]

자신의 재능이 정말로 명예의 전당에 어울리는지 증명하는 것.

그것이 야구의 신이 되기 위한 조건이라나.

‘편히 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죽고 나서도 뺑이치고 있었네.’

[그치. 참······ 힘든 시간이었지······.]

그렇게 중얼거리는 걸 듣고 눈치챘다.

적어도 몇 번 정도는 실패한 경험이 있을 거다.

명예의 전당이라는 게 재능과 실력이 있다고 해서 입성을 장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재능을 줘가며 키운 선수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못 올리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거든.]

‘처음부터?’

[응. 물론 상대의 기억도 전부 사라져.]

선수 한 명이 커리어를 마치고, 거기에 명예의 전당 입성 여부가 나오려면 은퇴 후 5년을 기다려야 하니.

한 번만 실패해도 20년이 훌쩍이다.

이게 얼마나 가혹한 임무인지 그제야 감이 좀 왔다.

‘그럼 너 여기서 뭐 하냐? 아니 만나서 반갑긴 한데, 얼른 싹수 보이는 애들 찾아다녀야지.’

[아, 그게······.]

이어지는 설명을 듣고 경악했다.

이 짓거리를 시작하기 전, 하나의 장소를 골라야 하고.

키울 만한 선수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곳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게다가 정식 신들은 재능의 실링을 속속들이 읽어낼 수 있는 반면, 박도현을 비롯한 예비 신들은 상대가 가진 재능의 크기밖에 알지 못한다.

[그래서 말인데.]

박도현이 목소리를 낮췄다.

[내가 싹수 보이는 애들 몇 명 키워봤는데, 안 돼. 몸이 재능을 감당하지 못하거나, 적당히 살만해지면 나태해지거나 그러더라.]

재능이라는 게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튼튼한 몸을 타고나지 않았다면 선수로서 롱런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어차피 명전 못 가면 사라질 부와 명예, 지금 마음껏 누려보자며 뻔뻔스레 나오는 놈도 있겠지.

메이저에서 꾸준히 성적을 낸다는 게 그만큼 힘들다.

[근데 니가 여기 왔을 때······ 사실 처음엔 너인지도 몰랐어,]

‘왜? 눈깔 고장 났어?’

[아니, 니가 재능을 나타내는 빛에 둘러싸여 있었거든.]

재능이라.

내가 가진 타자로서의 재능은 피지컬뿐일지도 모른다.

190cm에 102kg, 언제 제구가 나아질지 모르니 언제라도 등판할 수 있도록 빈틈없이 몸도 만들어뒀지.

배트 컨트롤, 수비 센스, 주루 타이밍 등등.

타자로서 가져야 할 재능은 그밖에도 많지만.

적어도 야구의 신들은 내게 새로 도전해볼 만한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던 걸까.

[내가 진짜 너무너무 반갑고, 만나자마자 이런 얘기부터 해서 미안한데······.]

박도현은 유리 장식장을 훌쩍 통과해 나한테 바짝 다가오더니.

[너, 나랑 같이 명전 한번 가볼래······?]

간절한 표정으로 그렇게 물으며, 손을 내밀었다.

어째 설명이 지나치게 친절하다 했더니.

이런 식으로 밑밥을 깔고 있었나.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 줄은 알지?’

[어······ 응.]

당연히 그랬겠지.

아니면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대뜸 타자로 전향하자는 소리는 못 한다.

분명 박도현의 재능은 대단할지도 모르지만.

평생 공을 던져온 사람이 그 재능을 이어받아 봤자, 명전은커녕 당장 메이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하다.

하지만.

지금 내 상태는 투수로 불릴 자격조차 없는 수준이다.

게다가 이 상태에서 벗어날 기약조차 보이지 않고.

당장 눈앞에 기회가 왔는데 이걸 걷어찬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심지어 실패의 패널티는 다시 기억을 잃고 예전으로 돌아오는 것뿐이다.

성공하면 최고지만, 실패한다고 해서 나한테 엄청난 해가 가진 않는다.

빠꾸는 없다.

가타부타할 것 없이, 박도현이 내민 손을 붙잡았다.

바로 그 순간.

[계약이 성립되었습니다.]

누군가의 경쾌한 목소리와 함께.

촤라락!

대충 보기에도 수십 장은 넘어 보이는 카드들이 내 눈앞에 주르륵 나타났다.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