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 들린 천재 타자-10화 (10/200)

10. 스프링캠프(2)

“여러분, 잠깐 시간 괜찮으실까요?”

내 입에서 나온 건 한국어가 아닌 영어였다.

인터뷰 도중 갑자기 언어가 바뀌자, 그 자리에 있던 기자들이 받아적을 준비를 하며 내 쪽으로 한 걸음씩 다가왔다.

“저 사람은 한국에서 온 이재상 기자입니다. 그가 한 질문이 무척 좋다고 생각해서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어졌어요.”

이재상 기자는 상황 파악이 덜 된 듯 눈알만 굴리고 있다.

그래도 여기까지 파견됐다면 영어 좀 하는 사람일 텐데, 아직 안 도망가는 거 보면 눈치는 없는 모양이다.

“그가 한 질문을 통역하자면, 저의 내야수 전향이 Park에게서 영향을 받지 않았느냐더군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기자들은 입을 다물었다.

내 눈치를 보는 기자가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이재상 기자를 쏘아보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격한 반응에 이재상 기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는데,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박도현에게서 영향을 받아 내야수로 전향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다른 언론들이 설마 안 해봤을까.

괜히 선수를 자극했다가 안 좋은 말이 나오면 취재 루트가 틀어막힐지도 모르니 피하는 거다.

더구나 박도현이 내 주위에서 얼쩡거리는 걸 모르는 이들로서는 내가 큰 상심을 했다고 여길 텐데.

개인주의가 주를 이루는 미국 정서상 타인의, 그것도 메이저리거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는 질문은 지뢰를 밟는 거나 마찬가지다.

더구나 일부 해외 언론이나 MLB에서 공식 파견한 기자들을 제외하면, 이 자리는 보통 친 다저스 성향의 기자들이 차지하기 마련이다.

기자이기에 앞서 다저스 팬인 그들에게 있어 실력과 인성을 겸비했으며 약물 전과도 없는 박도현은 성역 그 자체.

자극적인 기사를 쫓는 황색언론의 희생양이 되는 꼴은 못 보겠지.

“이 질문에 대해 세 가지 대답을 하고 싶군요. 우선 첫 번째, 좋은 질문입니다. 지금 우리의 상황을 아주 정확하게 찔렀어요. 다른 기자들이 왜 진작 물어보지 않았을까 궁금할 정도입니다.”

이쯤 되니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했는지, 이재상 기자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지만.

지금 와서 자리를 비우면 꼴이 더 우습다는 걸 알아챘는지 움직이지는 못했다.

“두 번째, 대답은 물론 Yes입니다.”

갑작스런 폭탄 선언에, 이재상을 노려보던 기자들까지도 황급히 내 말을 받아 적을 준비를 했다.

“저뿐만이 아니라 아마 모든 메이저리거들, 메이저리거를 꿈꾸는 모든 야구 선수들이 Park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죠. 우리는 모두 Park의 시대를 지나왔으니까요. 그의 시대가 너무 빨리 끝난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다양한 해석의 여지는 있지만, 어쨌든 내 입으로 이번 타자 전향이 박도현의 영향을 받았음을 처음으로 인정한 셈이다.

여기저기서 추가로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들었지만.

“마지막으로 세 번째. 이재상 기자님, 좋은 질문을 해주셔서 고맙지만 안타깝게도 당신은 룰을 어겼어요. 인터뷰 시간은 이미 한참 전에 끝났으니까요.”

내 말이 끝나자마자 기자들은 슬그머니 손을 내렸다.

이재상 기자는 격분하며 침을 튀겨 댔다.

“그게 무슨 헛소리야?! 당신이 질문해도 된다고 했으면서!”

“저는 질문하라는 말은 한마디도 안 했는데요?”

나는 내 등을 떠미는 구단 직원의 행동을 말렸을 뿐.

그걸 OK 사인으로 알아듣고 다짜고짜 질문부터 한 건 본인 책임이다.

“정말 아쉽지만, 이번 일에 대해서는 구단에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예?! 아니 그런 법이 어딨습니까!”

“수고하셨습니다, 기자님들. 좋은 기사 부탁드립니다.”

“저기, 이봐요! 야! 구현기! 이 싸가지 없는······!”

시끌시끌한 기자들을 뒤로하고 훈련장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내가 더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저러고 와도 되냐?]

박도현을 언급한 어그로성 질문에 긍정한 것과, 나름 끗발이 있는 이재상 기자를 대놓고 들이받아도 되냐는 뜻이 담긴 그 질문에.

‘됐어. 어차피 어그로는 저 인간한테 다 끌릴 거니까.’

이번 인터뷰에서 있었던 일을 구단에 보고하면 최소 출입 금지다.

구단 입장에서도 내 가치에 흠집이 생기면 애매해질 테니, 기자가 먼저 자극했다는 점을 친 다저스 언론을 통해 흘리겠지.

급발진한 건 사실이지만 적어도 명분은 확실해질 거다.

만약 내 생각대로 안 되더라도.

‘장차 명예의 전당에 올라갈 선수인데, 그렇게 소심하게 굴어서 쓰나.’

박도현이 황당한 눈길로 바라보거나 말거나, 경쾌한 발걸음으로 라커룸이 있는 건물을 찾았다.

* * *

“어서 오십시오, Koo. 야수조 소집일에 만나니 신선하네요.”

“반가워요, 론.”

구단 직원이 라커룸 근처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야수조 훈련에 대한 설명을 좀 듣긴 했는데, 대충 알고 있는 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모르는 거 있으면 박도현한테 물어보면 되지.

인터뷰도 고려해서 상당히 여유롭게 입장했기에 아직 썰렁했다.

초청선수인 듯한 앳된 얼굴에 빡빡머리의 흑인 선수 하나만 입구 근처 라커에 고개를 들이밀고 있었다.

[와, 씨······ 지겹다, 지겨워. 여기 냄새만 맡아도 기분 개떡락이다 진짜.]

‘너 지금 유령 같은 거 아니냐? 뭔 냄새 타령이야,’

[유령은 개뿔. 예비 신이다 신. 음식 같은 것도 막 집어먹고 그래.]

머릿속으로는 그런 시답잖은 대화를 나누며 라커룸 안을 둘러보았다.

대충 한번 쓱 스캔했는데, 단장님이 자기가 뱉은 말을 아주 철저히 지켰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다른 초청선수와 마찬가지로 내게는 개인 라커룸이 배정되지 않았으니까.

“Oh my god! Koo!”

뒤쪽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날아와 꽂혔다.

하도 반갑게 인사하길래 아는 사람인가 싶었는데, 막상 얼굴을 보니 초면이다.

[얘 걘데? 우리 들어올 때 자기 라커 뒤적이던 애.]

‘나도 알아.’

일단 악수를 청하며 물었다.

“반갑다. 이름이······?”

“조나단 라틀리프입니다, Koo!”

라커 위치도 그렇고, 유니폼도 새삥인 게 아마 타자인 모양이다.

내 키가 190cm인데, 거의 비슷하고. 몸무게는 10kg 정도 더 나갈 듯하고. 목소리는 10배 정도 되겠네.

“그래. 알다시피 나는 Koo라고 불러주면 되고······ 이번에 야수조로는 처음 참여하게 됐어.”

“그러셨군요! 저도 처음입니다!”

“그러면······ 지명받은 지는 얼마 안 됐나? 혹시 1라운드?”

“네! 2036 드래프트 1라운드로 입단했습니다!”

2036 드래프트라면 작년에 입단해서 올해로 2년 차.

지금 어느 리그에서 뛰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다저스가 이 친구를 경험치를 먹여야 할 자원으로 분류하고 있는 건 분명하고.

현재 다저스 팜 상황을 생각해보면 아마도 내야수.

박도현의 초고속 승격이라는 전례가 있으니, 주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는 경쟁 자원일지도 모른다.

“조나단, 혹시 네 라커 나랑 같이 써도 될까?”

“네?! 이거 쓰시죠! 제가 옮기겠습니다!”

“아냐. 너나 나나 라커 하나 혼자 못 쓰는 건 똑같은데, 그냥 함께 쓰자고.”

둘 다 당장은 메이저가 요원한 신세.

어차피 아직 얘 말고는 아무도 도착 안 한 모양이고, 이렇게 하는 게 깔끔하겠지.

안절부절못하는 조나단을 내버려 둔 채, 라커의 빈 공간에 유니폼을 걸고 챙겨온 짐을 넣었다.

그렇게 옷을 다 갈아입고 장비 가방을 챙겨 나가려는데.

“아, Koo.”

라커룸 입구 쪽에서 낯익은 얼굴 하나와 마주쳤다.

“안녕, 카일.”

나와 눈이 마주치자 순간 표정 관리가 안 됐는지 한쪽 눈을 찡그렸지만, 이내 살가운 태도로 다가왔다.

“역시, 일찍 올 줄 알았어. Koo 넌 원래 성실함의 대명사였잖아.”

성실함의 대명사.

칭찬하는 말이긴 한데, 이 자식이 하니까 괜히 비틀어서 듣게 된다.

차별 발언으로 출장정지를 당한 데다, 이번 오프시즌에 내 타자 전향을 두고 SNS에 입을 털었던 놈이니까.

“반가워요, 캠프! 1년 만입니다!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저는 조나단 라틀리프······.”

근처에 서 있던 조나단이 손을 내밀며 인사를 건넸지만, 카일은 아무도 없는 것처럼 지나치더니.

“이번 일에 대해 사과하러 왔어.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네 기분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사과하러 올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설마 첫날 훈련 시작도 전에 바로 올 줄이야. 성질도 참 급하셔.

[그래도 바로 사과는 하네. 쟤 진짜 마음 고쳐먹었나?]

‘그랬겠냐?’

네 기분을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상 자기 말이 옳은데 말투를 좀 신경 써야 했다, 뭐 이런 뜻이나 다름없는 소리다.

여기서 물고 늘어졌다간 괜히 속 좁은 놈 되기 딱 좋다.

“카일, 같이 사진이나 한 방 찍을까?”

카일의 눈썹이 움찔한다.

“······사진?”

“오랜만에 만나니까 반가워서 그래. 너 사진 찍는 거 좋아하잖아. 내가 지금 말고는 시간이 안 날 것 같아서.”

선례를 생각했을 때, 단장이나 감독 둘 중 하나는 카일에게 나와의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제스처를 취하라고 지시했을 거다.

가장 빠른 방법은 나랑 사진 한 방 찍어서 오해를 풀었다, 뭐 이런 글을 올리는 거겠지.

니 속셈 뻔히 다 아니까 챙길 거 챙겨서 가라.

나의 정중한 의사 표현을 알아들었는지, 카일은 입가가 파르르 떨리는 와중에도 웃어 보이며 핸드폰을 꺼냈다.

조나단이 카메라맨을 자처했고.

어깨동무한 채로 사이좋게 찰칵.

“고마워. 나중에 나한테도 보내줄 거지? 아니면 SNS에 올려도 상관없어. 그게 더 빠르겠다.”

“······당연하지. 내 말뜻을 알아준 것 같아서 기뻐.”

“아, 그럼. 내가 이래 봬도 머리 하나는 잘 돌아가잖아. 수학도 잘하고.”

그 말에 카일은 눈을 크게 치켜뜨더니, 화장실에 다녀와야겠다며 라커룸을 벗어났다.

예전에 동양인이 계산을 잘한댔나 어쩐댔나, 뭐 그랬던 것 같은데.

괜히 제 발 저려서 빠져나가는 거 보소.

상쾌한 기분으로 나가려던 찰나.

조나단이 던진 한마디에 다리가 휘청였다.

“그래도 화해하셔서 다행이네요, Koo! 저는 둘이 진짜로 싸우는 줄 알았지 뭐예요!”

어머나, 얘 좀 보게.

나쁜 놈은 아닌 것 같은데 애가 좀 깝깝하다.

박도현이랑 둘이 붙여 놨으면 가관이었겠네.

* * *

워밍업 시간.

조나단이 내 근처에서 얼쩡거리면서 눈치를 보길래, 함께 몸이나 풀자고 제안했는데.

아무도 없는 그라운드에서 제자리뛰기와 스트레칭으로 몸을 덥히는 동안, 조나단의 입은 쉬지를 않았다.

작년에 루키리그에서 뛰다가 싱글 A를 건너뛰고 하이싱글 A에서 시즌을 마쳤다는 건 물론, 팀에서는 유격수로 보고 지명했는데 수비 범위가 좁아서 3루수로 전향했다는 거에, 텍사스에 사는 가족들 이름과 고양이 성별까지.

[열심히 사는 친구였네! 이런 애들이 기회 있을 때 잡고 올라와야 하는데!]

이런 TMI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건 박도현밖에 없다.

나는 안 들었다는 소리다.

“Koo! 이게 얼마 만이야!”

“오랜만이다! 몸은 좀 어때?”

시간이 지나자 아는 얼굴이 하나둘 밖으로 나왔다.

전부 재작년까지 다저스에서 함께 뛰었던 야수들. 투/포수조는 불펜 근처에서 몸을 풀고 있으니 점심시간은 되어야 만나겠지.

직접 얼굴을 보는 건 다들 굉장히 오랜만인데, 생각보다 어색하진 않더라.

오늘 일정 끝나고 같이 연습이나 더 하지 않겠냐는 제안도 여럿한테서 받았고.

다만 모든 선수들이 나를 환영하는 건 아니었다.

초청선수 자격으로 스프링캠프에 온 타자들.

특히 마이너 계약이나 스플릿 계약을 맺고 참가한 타자들은 아주 눈빛이 이글이글하다.

타자 전향을 선언한 주제에 메이저리거들이랑 친목질이나 하는 걸로 비치나 보다.

또 비슷한 실력이라면 나에게 기회가 한 번 더 갈 테니, 실력에 자신이 없다면 내가 곱게 보일 리가 없다.

“Koo! 아까 그 동작 한 번만 더 보여주세요!”

특급 유망주로서 대우를 받는 조나단은 전혀 거리낌이 없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어느덧 그라운드는 시간에 맞춰 나온 야수조 선수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카일이 어디 있나 대충 훑어보니, 초청선수로 온 유망주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무슨 주전 자리 차지하는 법 뭐 그런 거 얘기하고 있는데?]

‘저 인간 예전에 스프링캠프 때 너 붙잡고 저러다가 바로 자리 뺏기지 않았냐?’

“집합!”

그라운드 앞쪽에서 다저스의 수석 코치가 선수들을 불러모았다.

간단한 환영 인사와 자기소개, 첫날 훈련 일정에 설명이 이어졌고.

스트레칭 루틴을 한 세트 더 추가하고, 자연스럽게 내 옆자리를 차지한 조나단과 함께 캐치볼을 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조를 나눠 훈련에 임했다.

“내야수들은 이쪽으로 집합!”

수석 코치님이 내야수들을 호출했고, 배팅 케이지가 줄줄이 늘어선 곳으로 이끌었다.

“토스 배팅부터 시작할 거다. 호명하는 순서에 따라 앞으로 나오도록.”

배팅 케이지의 수에 맞춰 인원을 끊어 불렀다.

첫 순서는 팀에서 확실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주전 선수들.

그들에게는 이 훈련의 목적이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것이므로, 공이 낮게 깔리거나 파울이 되더라도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

“흡!”

빠아악!

실력, 그중에서도 타격 실력에 물음표가 붙어서 시즌 도중 언제라도 밀려날 수 있는 카일 같은 선수는 예외다.

어떻게든 공을 멀리 보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여기서도 보인다.

“조나단 라틀리프! 저기 맨 끝으로 가라!”

“예!”

다음 차례는 소수의 백업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쳐야 할 인원들.

마이너리그에서 고작 1년을 보낸 조나단도 끝자락이긴 하지만 이 단계에서 호명됐다.

남은 선수들은 대놓고 표정 관리를 못 하고 있다.

따아악!

따아악!

[오우, 쟤는 파워 하나는 진또배기다.]

조나단의 타격 훈련을 보며 박도현이 감탄했다.

토 텝으로 짧고 가볍게 휘두르는데도 제대로 맞았다 하면 그물망을 뚫어버릴 듯한 타구가 나온다.

마이너 성적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대로만 하면 메이저에 올라오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진 않겠네.

“······.”

남아 있는 선수들은 아닌 척하면서 은근히 나를 견제하듯 쳐다보고 있다.

이들은 당장 오늘 훈련을 마치고 마이너 캠프로 내려가도 이상하지 않은 신세.

그러나 나라고 해서 딱히 마음이 편한 건 아니다.

혹시라도 코치들이 나를 함량 미달이라고 판단한다면 곧장 마이너로 가야 하는 건 똑같으니까.

“Koo! 저쪽 케이지로 가면 된다.”

나는 가장 마지막 조에 편성됐다. 캠프에 처음 참가하는 유망주들의 순서.

적어도 평가만큼은 언론에 휘둘리지 않고 진지하게 하겠다는 것 같아서,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다.

취재진과 가장 가까이 있는 케이지를 배정한 건 조금 속보이지만.

“후우.”

배트 손잡이를 몇 번 문지르다가 타격 자세를 취하니 옆에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쏟아진다.

타자 전향을 결정한 이후, 오프 시즌 내내 배트를 돌려왔지만 지금은 대중 앞에서 선보이는 첫 훈련.

[긴장되냐?]

박도현의 질문을 무시하면서 공을 던져줄 직원에게 신호를 보냈다.

가볍게 토스한 공이 스트라이크존의 아랫부분, 무릎 높이 비슷하게 날아왔다.

라이브 배팅도 아닌 토스 배팅.

이 훈련에서 평가하는 건 정확하고 일관된 타격폼.

공을 멀리 보내야 한다는 생각은 접어두고, 가볍게 상체를 돌리며 히팅 포인트에서 쭉 밀어낸다는 생각으로 배트를 가져다 댄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유격수와 그를 키워낸 코치에게 들들 볶이고, 강팀의 선발투수의 공을 수도 없이 상대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따위 공을 못 쳐내면 야구 그만둬야지.

따아악!

제대로 힘이 실린 타구가 그물망에 박힌 순간.

지난겨울 흘린 땀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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