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 들린 천재 타자-16화 (16/200)

16. 시범경기(2)

시작은 8회, 투수 타석에 대타로 들어온 외야 유망주가 때려낸 안타였다.

무사 1루 상황에서 리드오프 중견수 루카스가 초구 플라이 아웃을 당하면서 분위기가 처지려던 찰나.

따아아악―!

“어! 뭐야, 저거!”

“넘어갔다아아악!”

직전 타석까지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던 켄이 좌측 관중석으로 타구를 날려 보내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이후 다저스 타선은 적시타와 투런 홈런을 엮어내며 다섯 타자 연속 출루를 기록했고.

[아, 중견수가 뒤로 물러나면서 대타 유진 리빙스턴의 타구를 처리합니다. 이번 8회의 세 번째 투수 콜 기예모가 드디어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냅니다.]

[덕아웃에서 투수 코치가 나오고 있죠? 투구 수 17개, 지난 시즌에 메이저 데뷔전을 치른 루키인 만큼 파드리스가 관리 차원에서 교체를 결정한 모양입니다.]

파드리스 역시 우리가 6회에 선보인 불펜 돌려막기 쇼를 재현할 수밖에 없었다.

8회 초 파드리스의 네 번째 투수가 삼진을 솎아내면서 이닝은 끝났지만, 6대 5로 바짝 추격한 상황.

“아웃!”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아웃!”

빅이닝을 만들어낸 타자들에게 화답하듯 셋업맨 고든 로스가 8회 말을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빅이닝에 빅이닝으로 응수하는, 안타가 팡팡 터지고 투수가 휙휙 갈려나가는 멸망전을 현장에서 목격한 팬들의 반응은.

“Let’s go Dodgers!!!”

“어디 역전만 해봐라 이 유망주 놈들아!! 유니폼에 너희 이름을 새겨버릴 줄 알아!!”

“한 이닝에 5점이나 내주는 이딴 얼간이들한테 개막전 승리를 뺏기는 건 아니겠지?!”

전부 눈이 뒤집힌 채 그라운드를 향해 괴성을 질러대고 있다.

몇몇 목소리 큰 사람들의 메시지는 덕아웃 안의 나한테까지 날아와 박혔다.

저기요. 우린 지금 한 이닝에 6점 내줘서 아직도 지고 있는데요.

‘오랜만에 덕아웃에서 보는 다저스 경기는 어때?’

9회 초가 시작되기 전, 덕아웃의 빈자리에 앉아 있던 박도현에게 물었다.

[······.]

대답 없이 고개만 절레절레 젓는다.

박도현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나한테도 다저스 경기 자체는 꽤 오랜만인데.

아무리 다들 완벽한 컨디션이 아니라고는 해도 경기 흐름이 좀 맵다.

“Let’s go! Dodgers!”

아무튼 9회 초 공격 개시.

덕아웃 난간에 기대 목청껏 응원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지금 남아 있는 후보 야수들을 체크하기 바빴다.

나를 대주자로 기용하겠다는 게 빈말이 아니었는지, 타격을 기대할 만한 대타 자원들은 전부 자기 역할을 소화한 상태.

하긴 대타로 낼 거였으면 최소 지난 이닝 중간쯤에는 언질을 줬겠지. 타이밍 맞출 시간도 필요하니까.

따악―!

투수 타석에 대타로 들어와 더블 스위치로 중견수 수비를 소화하던 초청선수가 2루타를 때려내자, 덕아웃 분위기도 관중석과 크게 다를 바 없어졌다.

“큰 거 하나만 날려줘! 그럼 역전이야!!!”

“이건 Fuckin’ 개막전이다! 팬들이 보고 있어!!”

“난 우리 애들이 보러 왔다고!!”

사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어차피 시범경기니까, 승패보다는 컨디션 점검을 목표로 하는 게 맞다.

개막전이라는 말은 반대로 해석하자면 몸풀기에 가깝다는 뜻도 되고.

그렇지만 6점을 뒤져 있다가 한 점 차이로 따라붙은 이런 정신 나간 경기에서 이성을 유지할 선수가 과연 얼마나 될까.

[지금 9회잖아? 너 출전하는 거 아냐?]

‘아마 아닐걸.’

코치들끼리 논의하는 기색도 없고, 지금 나간 주자도 발은 꽤 빠른 편이니까.

아마 다음 타자가 출루하면 대주자로 나가게 될 확률이 높다.

지금 막 타석에 들어가고 있는 말릭은 좌익수로 주로 출전하는 전형적인 거포 타자니까.

따악―!

오늘 멀티 히트를 기록한 외야수 말릭이 기어이 3안타를 만들어내며 경기는 6대 6 동점이 되었고.

“Koo! 준비해.”

정신 나갈 것 같은 경기의 흐름에 부쩍 수척해진 감독님은 사전에 약속한 기회를 주기 위해 내 이름을 불렀고.

[업적 ‘시범경기 첫 출전’을 기록했습니다.]

[2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현재 포인트: 6080]

타자 전향 이후 첫 경기를 소화하기 위해, 1루를 향해 뛰어갔다.

* * *

[Pinch Runner! Hyun―Ki Koo!]

전광판에 내 이름이 나오자, 광기에 물들었던 관중석이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대주자로 나올 만한 상황은 아니니까.

잠깐의 침묵 이후,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샌디에이고의 홈팬들이었다.

“야구가 장난이야?! 다 때려치워!!”

“우리를 얼마나 우습게 보면 저 새끼를 내보내?!”

반대로 다저스 팬들에게서는 별 리액션이 없다. 아니, 리액션을 할 정신이 없다고 보는 게 맞겠다.

그들이 상상했던 나의 은퇴 경기, 그러니까 승패와는 크게 상관없는 상황이랑은 백만 광년쯤 떨어져 있었으니까.

“Kooooooo!! 변화구 따위 없어도 돼!!! 포심 투심 투 피치로 마무리로 뛰어줘!!!”

그 와중에 아까 그 팬은 무릎으로 부숴버린 팻말을 두 손으로 이어 붙인 채 절규하고 있었다.

저 팻말 좀 갖다 버리라니까 그러네.

“사인 기억하고 있지?”

1루 코치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발이 빠르다는 인정을 받기는 했지만, 실전 첫 경기에서 도루를 기대할 리는 없었고.

이번 출전으로 평가하려는 건 작전 수행 능력이 되겠지.

파드리스의 투수는 지난 시즌까지 셋업맨으로 뛰다가, FA로 이적한 클로저의 공백을 놓고 다투던 선수.

연속 안타를 맞고 블론을 허용한 데다, 대주자랍시고 올라온 게 전직 투수. 평정을 유지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조금만 리드폭을 늘려도 견제가 날아올 거다.

“세이프!”

바로 이렇게.

슬라이딩으로 1루에 돌아가며 흘낏 보니, 1루수가 팔을 쫙 펴며 견제구를 잡아내고 있다.

‘견제구 최대 속도는 이 정도겠네.’

[견제구가 1루수 미트에서 멀어진다? 그러면 대충 그거보다 빠른 공은 안 들어온다고 보면 돼.]

박도현이 여러 번 강조했던 노하우였다.

그리고 만약 이 정도가 최대 속도라면.

‘리드폭 조금만 더 늘릴게요.’

반걸음 정도는 더 늘려도 아웃되지 않을 자신이 있다.

1루 코치는 내 사인을 덕아웃에 전달하더니,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인다.

직접 견제사를 여러 번 시켜본 입장이라 맥없이 당하지는 않을 거란 믿음이 있었던 걸까.

촤아악!

“세이프!”

[작전이 걸리거나 도루 욕심을 내지 않는다면, 투구판에서 다리가 움직이는 방향만 잘 보면 충분히 1루로 돌아올 수 있어.]

마운드 위의 투수는 우투수. 어차피 투구판에서 발을 얹은 채 견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투수의 다리가 위가 아닌 옆으로 움직인다면 일단 1루로 뛰고 보면 된다는 것.

1루수가 태그를 시도해볼 만한 타이밍이긴 했지만, 명백한 세이프.

여기서 더 욕심을 내지만 않는다면 견제사는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애초에 투수가 견제를 더 하기도 부담스러울 거고.

“투수한테 견제를 몇 번 하는 거냐! 이 치킨 새끼들아!”

“너 같은 게 무슨 마무리야?!”

나를 향해 쏟아지던 샌디에이고 홈팬들의 욕설과 고함이 마운드 위의 투수에게 옮겨 가기 시작했으니까.

솔직히 9회에 동점 허용한 투수에게 보내는 것치곤 아주 신사적이지.

“볼!”

“볼!”

연속으로 존을 벗어나며 투 볼. 2구는 까닥했다간 폭투가 될 뻔한 공을 포수가 잘 막아냈다.

작전을 우려한 건지, 화풀이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투수는 리드폭을 전혀 줄이지 않는 내게 다시 3연속 견제구를 선사했지만.

“세이프!”

왜 쓸데없이 힘을 빼고 그래.

이 정도 거리에선 나 못 잡는다니까.

“파울!”

견제로는 답이 안 나온다고 생각했는지 기습적으로 던진 3구. 벗어나는 공이었는데 타자가 배트를 휘둘렀다.

다시 1루 베이스를 밟고, 매 타석마다 나오는 코치의 3루 코치의 움직임을 주시하는데.

‘여기서 작전이라고?’

무의미한 움직임 사이 숨겨진 히트 앤드 런 사인.

쓰리 볼까지 기다리기보다는 투수가 자신감이 붙었을 지금 타이밍을 노려보자는 덕아웃의 판단이 있었나 보다.

[작전 나왔을 때 포커페이스! 무조건 포커페이스! 나도 이거 때문에 엄청 혼났어!]

주루 훈련을 하면서 박도현이 가장 강조했던 게 바로 이거다.

태생부터가 리액션이 큰 놈이다 보니, 콜업 초기엔 작전만 나오면 얼굴에 티가 나는 걸 분석당하는 바람에 한동안 연속 주루사를 당하기도 했지.

어떻게 고치긴 했다는데, 적어도 이건 내가 박도현보다 훨씬 잘할 자신이 있다.

지금까지와 똑같은 리드폭을 가져갔다가, 세트포지션에 들어간 투수의 왼발의 움직임을 감지하자마자.

팍! 팍! 팍!

“런!! 런!!”

내야수들이 황급히 주자의 출발을 알렸지만, 투수는 이미 투구 동작에 들어간 상태.

딱!

고개만 살짝 돌려 타구의 높이와 방향을 확인했다.

최소 내야 플라이는 아니고. 방향은 2루수 쪽. 수비 좀 하는 선수라면 백핸드로 충분히 잡아낼 수 있는 타구.

송구가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할 겨를도 없이 눈앞에 2루 베이스가 보이자마자 슬라이딩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고.

촤아아악!

2루 베이스에 손이 닿자마자.

나와 유격수는 동시에 2루심을 쳐다봤다.

“세이프!”

무사 주자 1, 2루.

히트 앤드 런 작전이 성공하면서 득점권 역전 주자가 되었다.

* * *

[알렉스 프랑코, 1루의 Koo를 향해 견제하고, 세이프! Koo에게만 벌써 다섯 번째 견제구를 던지고 있습니다.]

[지금 막 중계를 튼 시청자 여러분, 제대로 보고 계신 게 맞습니다. 9회 초 6대 6 동점 상황, 1루 주자는 2035시즌까지 LA 다저스의 3선발로 활약했고 최근 내야수 전향을 선언한 Hyun―Ki Koo예요.]

[사실 Koo가 지금 주자로 나와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심지어 잘하고 있어요. 리드폭이 자로 잰 듯 일정하고, 그 밖으로는 절대 욕심내지 않습니다.]

[다섯 번 연속 세이프라는 건 견제 타이밍을 완전히 읽히고 있다는 뜻이죠. 그런데도 견제를 계속하고 있어요.]

[저라도 그럴 겁니다. 주자가 거의 잡힐 듯 말 듯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들어오잖아요. 그러나 진루를 걱정하기보다는 투구에 집중하는 게 나은 선택일 겁니다. 최소한 내셔널리그의 발 빠른 투수를 논할 때 Koo는 순위권에 들어간 적조차 없었으니까요.]

홈팀 샌디에이고의 팬들은 지금 그라운드에서 벌어지는 일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투수를 대주자로 내보낸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대한 충격은 이미 날아간 지 오래였고.

그 주자에게 정신이 팔려 연속으로 견제구를 던지더니, 불리한 카운트에 몰려버린 투수를 향한 분노가 그 자리를 채웠다.

“Fxxk You Padres!!! Fxxk!!! You!!!!”

“You Guys!!! Son of!!! Bixxh!!!”

몇몇 과격한 팬들은 실핏줄이 터질 듯 얼굴을 붉히며 육두문자를 쏟아내고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파드리스 이 XX놈들, 마무리 자리는 기존 전력으로 대체 가능하다더니 그냥 X소리였어. 투수한테 연속 견제구나 처 던지는 놈이 마무리 후보? 이 팀은 그냥 답이 없어.]

└ 안녕, 친구. 투수는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포지션이야. P―I―T―C―H―E―R. 야구가 처음이라 잘 몰랐구나?

└ 야구 룰이 많이 낯설지? 아무리 그래도 파드리스 같은 팀을 응원하는 건 좋지 않은 선택이야. 같은 지구의 자이언츠는 어때?

└ 저런, 오렌지 주스를 빨아대다 당뇨병 걸릴 일 있니? 어쩌다 한 번 우승 트로피를 가져간 걸로 오랫동안 자위해야 하는 X밥 팀보다는 전통의 강호 다저스를 응원하는 게 네 정신건강에 좋을 거야.

└ 이 XXX놈들이 안 그래도 X 같은데 내 글에서 XXXX

그러나 그런 분위기도 오래가지 못했다.

[알렉스 프랑코, 투 앤 원에서 드디어 4구를 던집니······ Oh my God! What the······ Oh my God!]

[2루수가 타구를 향해 다가가고, 선택은? 1루? 2루? 2루입니다! 1루 주자 Koo는 2루에서! 세이프!]

[아무리 스타트가 빨랐다고는 해도 2루수가 처리를 정말 잘했어요! 주자의 발이 보통 수준이었다면 충분히 아웃 타이밍이거든요!]

[심지어 주자가 직전 시즌까지 투수였잖아요! 당연히 2루로 던져야죠! 그런데 다시 보시죠! Koo가 엄청난 스프린트로 송구보다 먼저 2루에 도착합니다! 유격수가 비디오 판독 사인을 보냈는데도 덕아웃이 거부할 만큼 명백했어요!]

관중들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위한 약간의 시간이 지나간 후.

경기는 잠시 중단되었다.

“이 X발 놈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분노한 홈팬들이 그라운드에 오물을 투척했고, 소요를 진압하기 위해 보안요원들이 총출동했으니까.

* * *

[시범경기에서 주루 작전 성공을 기록했습니다.]

[3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현재 포인트: 6110]

포인트도 얻고, 대주자로서의 첫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지만.

덕아웃에 세레머니조차 보낼 수 없었다.

‘난리도 아니구만.’

관중의 난동이 수습되고, 교체된 투수가 연습구를 던지는 동안, 나는 2루 베이스에 딱 붙어서 최대한 정면만 바라봤다.

홈팬들은 이미 상당수가 경기장을 빠져나갔고, 다저스 팬들이 경기장 군데군데를 채우고 있었는데.

그들 역시 눈치라는 게 있다 보니 지금 상황에서 상대 팀을 자극하진 않았다.

“얌전히 있어라.”

그 와중에 2루 베이스 가까이 다가온 파드리스의 유격수가 목소리를 깔았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이기도 해. 쓸데없이 자극하지 말고 네 자리나 지켜.”

틀린 말은 아니다.

야구라는 스포츠가 묘하게 꼰대 같은 면이 있어서, 팬들이 난동을 일으킨 상황에서 괜히 리드폭을 넓혔다가는 도발하는 걸로 받아들일 수 있지.

기껏 내 역할을 다했는데, 벤치 클리어링의 빌미가 되어 쓸데없이 평가를 깎아 먹을 생각은 없다.

“무슨 말인지 알아. 조용히 있다 갈 거니까 너희는 너희 할 일이나······.”

그때, 심판이 경기 재개를 선언하면서 유격수는 다시 자기 수비 위치로 돌아갔다.

아예 주자를 신경 쓰지 않기로 했는지, 와인드업을 한 투수가 초구를 던졌고.

따아아악―!

타자는 바뀐 투수의 초구를 그대로 후려쳤다.

타구가 1―2루 간을 빠져나가는 것을 보자마자, 내 다리는 본능적으로 3루 베이스를 향해 움직였고.

우익수가 뛰쳐나와 타구를 붙잡는 순간 나는 이미 3루 베이스를 돌아 나와 있었다.

‘얌전히 있는 거 좋지.’

어차피 지금 돌아가 봤자 역동작이 될 리스크가 생긴 상황.

한순간의 머뭇거릴 틈조차 없이 홈플레이트를 향해 이 악물고 뛰었다.

‘근데 안타 나왔을 때 뛰는 게 내 일인데 어떡하냐?’

단타성 타구에 2루 주자가 홈으로 파고들 거란 예상을 못 했는지, 우익수는 주자의 위치를 눈으로만 살피다가.

“홈! 홈! 호오오옴!!!”

유격수의 콜을 듣고 나서야 황급히 공을 던졌다.

생각보다 매끄럽게 이어진 중계 플레이에 당황했지만, 티 내지 않도록 애쓰며 슬라이딩에 들어갔고.

교체로 들어온 유망주 포수는 슬쩍 고개를 돌려 내 위치를 확인하느라 공을 떨어트렸다.

“세이프!”

주심의 콜이 떨어지자마자 뒤도 안 돌아보고 덕아웃으로 뛰어갔다.

마중 나온 수석 코치가 하이파이브를 해주면서 다급히 외쳤다.

“교체다, Koo! 들어가!”

“Yes, Sir!”

개막전에서의 내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나는 덕아웃에서 가장 안전한 구석 자리에 처박혔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다.

최종 스코어 8대 6. 내 득점이 그대로 결승 득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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