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 들린 천재 타자-53화 (53/200)

53. 스위트홈(3)

타격은 기본적으로 보고 치는 게 아니라, 타이밍을 맞춰 배트를 휘둘러야 한다.

정확히는 너무 빨라서 보고 칠 수 없다는 말이 맞겠다.

2020년의 팬더믹 상황에서 개막이 연기된 메이저리그 대신 KBO가 중계됐을 때, ESPN을 충격에 빠트렸던 시속 49마일짜리 커브라면 모를까.

그리고 배트에 제대로 맞은 라인드라이브 타구의 속도는 투수의 구속과 다를 바 없고, 어쩔 땐 더 빠르기도 하다.

운 좋게 내 정면으로 날아오면 잡는 거고. 아니면 안타고.

특히나 지금처럼 내 키를 훌쩍 넘길 만한 타구라면 반응속도로 해결할 문제는 더더욱 아니지.

그런데도 내가 점핑 캐치를 시도했던 건,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아서였다.

투수 시절, 퍼스트 스텝이 조금만 빨랐거나 핸들링이 조금만 능숙했으면 아웃이 될 수 있었던 내야 안타가 그렇게 짜증이 났었다.

물론 지금은 내야수한테 모든 순간 집중을 요구하는 게 가혹하다는 걸 잘 아는데, 그래도 이런 생각은 들었지.

‘불가능해 보이는 수비라도 시도는 해볼 수 있지 않나?’

부상 위험이 있는 무모한 슬라이딩이나 맨손 캐치라면 모르겠지만, 이 정도는 시도해봐도 되지 않나.

나도 모르게 그런 아쉬움이 남았던 건지, 타구가 내가 있는 방향으로 날아온다는 걸 파악하자마자 제자리에서 훌쩍 뛰어올랐다.

턱.

글러브가 묵직한 느낌으로 가득 차자마자 가장 처음 든 생각은.

‘와, 씨. 이게 잡히네.’

어쩌면 나를 칭찬하기보다는 타자의 불운을 탓해야 하는 상황이 아닐까.

놓쳐도 할 말 없는 상황에서 말 그대로 운에 기댄 플레이를 했는데, 그게 맞아떨어졌다.

“아웃!”

공중에서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기까지의 찰나의 시간.

고개를 돌려 주자들의 위치를 보니, 생각보다 베이스에서 멀리들 떨어져 있다.

어지간하면 1루 가까이에 있어야 할 1루 주자마저도.

‘출발이 좀 성급했네.’

만루이니만큼 히트 앤드 런 같은 극단적 작전은 아니겠지만, 적극적으로 주루하라는 사인 정도는 들어갔을 거다.

애초에 무사 만루가 된 시점에서 배터리가 조급해지는 건 피할 수 없기도 하고.

더 큰 실점의 확률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시프트를 걸어 야수들의 위치를 조정해, 주자들은 거리를 벌릴 대로 벌린 상태였으며.

어지간한 내야수 키는 훌쩍 넘길 만한 라인드라이브성 타구가 나왔으니, 주자들은 스윙이 끝나자마자 자신 있게 스타트를 끊었겠지.

“아웃!”

나한텐 다행이지만, 상대 입장에선 불행하게도 내가 타구를 잡은 위치는 2루 베이스 근처.

몇 걸음 옮기지도 않고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마지막 남은 하나의 아웃카운트.

2루 베이스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 1루를 바라보며 쓰러진 1루 주자를 태그한 순간.

“아웃!”

나 혼자 만들어낸 트리플 플레이.

메이저리그 역사상 열다섯 번에 불과했던 무보살 삼중살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히든 업적 달성!]

[야구에서 혼자 만들어낼 수 있는 아웃카운트는 없습니다. 하다못해 삼진도 투수와 포수의 합작인걸요. 그러나 하나의 타구로 혼자서 세 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수비를 넘어 기예에 가까운 플레이를 선보인 당신. 이제 동료들을 향해 이 정도 말은 해도 되겠습니다. ‘나 혼자 야구하냐 이 인간들아!’]

[‘재능 뽑기권’이 지급되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야구의 신을 놀라게 할 만한 수비를 선보였습니다.]

[1,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현재 포인트: 4580]

이런저런 시스템 창이 눈앞을 어지러트렸지만, 지금은 눈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운이 좋았든, 상대가 삽질했든, 아무튼 내가 달성해낸 거다.

연습경기에서 나온 삼중살과 시범경기에서 쳐낸 내추럴 사이클링 히트와는 달리, 진짜 메이저리그의 역사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플레이를.

“yeahhhhhh!!!”

2루심의 판정과 동시에 다저 스타디움을 가득 채우기 시작한 환호성에 내 목소리를 보태면서, 허공을 향해 역사적인 기념구를 던졌고.

그러자 나를 향해 달려오던 동료들이 재빨리 그쪽으로 방향을 튼다.

“미친놈 아냐! 메이저리그에 열다섯······ 아니 이젠 열여섯 개밖에 없는 공을 이따위로 다뤄?!”

“관중석에 던져버려! 야! 진짜 던지진 말고!!”

“야!!! 너 솔직히 말해!!! KBO에서 유격수로 뛰던 Koo의 쌍둥이지?! 진짜 Koo를 어디다 숨겼어!!!”

아직 경기가 끝나려면 한참 남은 4회 초였지만, 무슨 퍼펙트게임이 끝난 뒤에나 나올 법한 소란이다.

사실은 퍼펙트게임보다도 진기록이긴 하지. 메이저리그에서조차 이번 기록이 고작 열여섯 번째니까.

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가라앉을 것 같던 소란이었지만, 예상외로 금방 사그라들었다.

“으아아아아아악!!!”

상황 종료 후에도 그대로 엎어져 있던 1루 주자이자, 파드리스의 5번 타자.

그가 허벅지를 붙잡고 일어나지 못한 채 처절한 비명을 질렀으니까.

* * *

[정말, 정말 놀라운 플레이였습니다. 저는 다저스의 해설자라는 제 직업을 사랑하지만, 오늘만큼은 너무나 원망스러워요. 저런 플레이를 보고도 흥분해선 안 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근로기준법 위반일 거예요!]

[해도 됩니다. 마음껏 흥분하세요. 저도 흥분했는걸요. 그래도 할 일은 해야죠. 무보살 삼중살이라는 결과에는 주자가 일찍 출발한 것도 큰 영향을 미쳤지만, 근본적으로는 바로 이 동물적인 감각을 발휘한 수비 덕분이었습니다.]

[데이터가 나왔군요. 타구의 출발 이후, Koo가 다리에 추진력을 모으는 자세를 취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0.2초에 불과했습니다. 타구의 속도는 시속 90마일(약 145km/h)이었고요. 만약 타구가 조금만 더 빠르고, Koo의 반응속도가 조금이라도 더 느렸으면 나올 수 없는 플레이라고요!]

[외야 중앙으로 향하는 라인드라이브성 타구까지 잡아내면 도대체 파드리스 타자들은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무보살 삼중살타를 날린 카일 캠프, 1루 베이스 근처에서 석상처럼 굳어 있습니다!]

[메이저리그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기록될 자료 영상에 남을 두 선수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해도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었죠. 참 얄궂은 인연입니다.]

[다저 스타디움을 가득 채우는 Koo 콜! 1루 주자 피터 콜린스, 허망한 듯 쓰러진 채로 일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지금 못 일어나고 있는 건가요?]

[아······ 확인을 해 봐야겠습니다만, 지금 붙잡고 있는 게 허벅지 부위네요. 피터 선수에게 이미 햄스트링 부상 전력이 있고, 또 나이가 있는 베테랑 선수이다 보니 어쩌면 상당히 치명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들것을 들고 의료진이 방문합니다. 다저 스타디움을 가득 채우던 열기가 한순간에 가라앉은 가운데, 저희는 잠시 후 자세한 정보가 전해지는 대로 다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 *

파드리스의 베테랑 피터 콜린스의 부상을 확인한 순간, 세레머니는 그대로 끝났다.

건네받은 기념구를 조용히 주머니에 쑤셔 박고 덕아웃으로 돌아가자마자 감독님의 호출을 받았다.

“자네 잘못이 아니야. 죄책감 같은 건 가질 생각도 하지 마.”

맞는 말이다.

내가 태그할 때 장난질을 쳤다거나 해서 부상의 빌미가 됐으면 모를까.

아무도 안 건드렸는데 본인이 무리해서 1루로 돌아가려다 다친 거니까.

“고생했다, Koo. 잘했어, 잘했어.”

“다시 시작하려면 좀 걸릴 거야. 괜히 밖에 쳐다보지 마. 앉아서 쉬어.”

동료들도 내 눈치를 보며 덕아웃 안쪽에 주저앉히고, 음료수를 갖다주고 어깨를 주물러주는 등 거의 등판 마친 선발투수처럼 대우해준다.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는데.’

조금 찝찝하긴 해도, 죄책감 따위는 느끼지 않는다.

나는 내가 할 일을 했고. 그쪽은 그쪽 할 일을 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을 뿐.

그렇긴 한데.

“······피터.”

눈에 띄게 낙심한 채 미어캣처럼 덕아웃 밖을 쳐다보는 벤의 모습은 조금 안타까웠다.

얼마 전까지 동료였던 데다가 비슷한 연배의 선수.

아마도 개인적인 친분이 있던 모양이다.

“들어와 앉아, 벤.”

“응······.”

벤이 얌전히 로버트의 말에 따랐다.

지금 상황에서 다저스 선수들이 저쪽을 쳐다보는 건 하등 도움이 안 된다.

게다가 쓰러진 선수를 향해 몰려든 파드리스 선수들이 이쪽을 힐끔대는 눈빛이 심상치 않기도 하고.

카일도 마찬가지다. 쟤는 거기 간 지 얼마나 됐다고 저렇게 살벌하게 쳐다본대.

“야, 다들 주목.”

로버트가 덕아웃 중앙을 향해 걸어가면서 선수단 전체를 향해 말했다.

“우리가 이미 한 번 참았어. 그치? 쟤네가 지들이 뻘짓해놓고 보복한다 뭐다 헛짓거리만 안 하면 그냥 여기서 끝낼 수 있어.”

그러나 일이 그렇게 순조롭게 흘러가지만은 않겠지.

제리의 기록을 저지하거나 연패를 끊는 건 이미 저들한테 크게 중요해 보이지 않았으니까.

“근데 만약 그게 아니라면, 쟤네들 원하는 대로 해줘야지.”

이미 경고를 한 차례 받은 로버트는 위협적인 분위기만 연출해도 바로 퇴장이다.

이때다 싶으면 바로 튀어나와서 총력전을 벌여야 한다는 뜻.

“제리. 이리 와 봐.”

“예!”

기합이 바짝 든 제리가 후다닥 달려온다.

등판이 안 끝난 선발투수를 저렇게 오라가라할 수 있는 선수는 메이저리그 전체를 뒤져봐도 거의 없겠지.

“니가 아직 안 내려갔어도 몇 명 퇴장당하거나 어디 한 군데 나가거나 해서 빠질 수 있다. 불만 없지?”

“없습니다!”

“있어도 어쩔 수 없어. 야구가 원래 그런 거다.”

로버트는 제리뿐만 아니라 팀원 전체를 둘러보며 말했다.

“너 때문에 팀이 고생할 수도 있고, 팀 때문에 니가 고생할 수도 있는 게 야구야. 알겠어?”

“알겠습니다!!!”

제리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의 입에서 대답이 나오자, 로버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선수들을 해산시켰다.

“그래. 들어가라. 슬슬 다시 시작하겠다.”

부상자가 발생한 만큼 밝아질 순 없지만, 그래도 조금은 풀어진 분위기.

이미 쓰리아웃으로 이닝이 종료된 상태이니, 4회 말 다저스의 공격으로 이어진 경기.

그때 벤치 코치가 나를 향해 손짓했다.

“Koo. 오늘은 여기까지 뛰는 건 어떻게 생각해?”

5번 타자 루카스부터 시작되는 만큼, 이번 이닝에 내 타석이 무조건 찾아온다.

혹시라도 부상의 빌미가 된 나에게 심각한 수위의 보복구가 날아오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겠지만.

사실상 답이 정해진 질문이기도 하다.

“아뇨, 계속 가겠습니다.”

나올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보복구를 우려해 선수를 뺀다?

기 싸움에서 지고 들어가는 거나 다름없다.

게다가 나는 ‘몸으로 말해요’로 빈볼을 감지할 수 있기까지 하니까.

그래도 혹시 모를 대비 정도는 해 둬야겠지.

‘야. 재능 뽑기권 지금 쓸래. 빨리.’

방금 전 받은 따끈따끈한 뽑기권을 바로 쓰기로 했다.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재능을 뽑아야만 한다는 제약은 없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괜히 제 발이 저려서 혼자 숨어서 뽑았을 뿐.

[어? 지금? 방에서 조용히 피자 먹으면서 뽑는 게 루틴인 줄 알았는데······.]

‘저번엔 화장실에서 뽑았잖아. 무슨 개수작이야.’

[그래서 피자 시켜줄 거야, 안 시켜줄 거야?]

‘두 판 시켜줄게. 파인애플이든 민트초코든. 빨리빨리.’

[민트초코는 필요 없는데······.]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박도현이 손짓하자 또다시 떠오르는 무수한 카드들.

이번에도 채 펼쳐지기도 전에 하나를 골라버렸다.

좀 있으면 대기 타석으로 나가야 할 타이밍이니까.

[A등급 재능 ‘그라운드 파이터’를 획득하셨습니다.]

A등급이라는, ‘몸으로 말해요’와 같은 등급의 재능에 놀랄 새조차 없이.

전에 이미 본 적이 있는 문구가 연달아 떠올랐다.

[이미 유사한 재능을 보유하고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획득한 재능을 재구성합니다.]

그렇게 재구성되어 나타난 네 번째 재능의 정체는.

[S등급 재능 ‘벤치 클리어링의 황제’를 획득하셨습니다.]

[벤치 클리어링의 황제(S등급) ― 상시형]

○ 벤치 클리어링 상황에 한해 모든 부상으로부터 보호됩니다.

○ 벤치 클리어링 상황에 한해 상대 선수들에게 강렬한 공포를 심어줄 수 있습니다.

○ 벤치 클리어링 상황에 한해 같은 팀원들의 사기와 전투력이 올라갑니다.

지금 당면한 상황에 딱 필요한 재능이었다.

‘내가 보기엔 로버트도 이 재능은 무조건 있다.’

[글쎄, 그 양반 하는 거 보면 이것보다 더 센 걸지도 모르겠는데······.]

따악―!

루카스가 8구 승부 끝에 안타를 때려내면서 대기 타석으로 나갔고.

“베이스 온 볼스!”

클레망이 볼넷을 얻어내면서 다시 무사 1, 2루의 찬스.

결국 파드리스가 투수 교체를 선택하면서, 긴장감 어린 대치가 조금 더 이어졌다.

그리고 두 번째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오자 분위기는 좀 더 험악해졌다.

“야! 저 새끼를 올려?! 지금 한판 해보자는 거지?!”

“아주 대놓고 예고를 하지 그러냐! 이럴 거면 그냥 맞은 셈 치고 바로 싸워!”

교체된 투수는 매버릭 윌슨.

시범경기에서 나 때문에 견제구 입스에 걸린 투수이자, 나한테 위협구를 두 차례 던졌다 안타를 허용한 투수.

그 후로 슬럼프가 왔는지 결국 롱릴리프로 강등됐다고 들었으니, 나에 대한 감정이 한층 더 날카로워졌겠지.

덕아웃을 흘낏 보니, 언제든 뛰쳐나가겠다는 듯 긴장감이 엿보인다.

‘어디 한번 던져 봐.’

위협구를 던질 의도가 있음을 뜻하는 불쾌한 감각.

투수를 노려보며 타격 자세를 잡았다.

그렇게 날아온 초구.

쐐애애액!

‘몸으로 말해요’의 기능을 잘 써먹고는 있는데, 쓰면 쓸수록 내가 미처 몰랐던 부분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예를 들어, 이 재능은 투수한테 빈볼의 ‘의도’가 있다는 걸 알려줄 뿐, 빈볼이라는 ‘결과’를 알려주진 않는다는 것.

아무리 본인이 맞추려고 마음을 먹었다 한들, 덕아웃에서 대놓고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푸는 로버트를 보면 그 마음이 한순간 흔들리는 건 어쩔 수 없다는 걸까.

대놓고 붙이지도 못한 애매한 몸쪽 패스트볼.

요즘 도통 접해보질 못한 몸쪽 승부나 마찬가지였다.

따아아아아악―!

스윙을 마치자마자, 조용히 배트를 내려놓고 빠르게 뛰었다.

너희가 먼저 자극하지 않으면 싸울 일은 없다는 선량한 표정과 함께.

그러나 동료들은 생각은 조금 다른 모양이었다.

“너 이따 집중마크 당하겠네, Koo.”

“응. 백프로.”

아무리 얌전히 베이스를 돌아도 상대가 빡도는 건 막을 수 없다 이거지.

어차피 싸움 날 거 홈런 하나 정도는 괜찮잖아?

* * *

무사 상황에서의 쓰리런 홈런.

이후 세 타자가 연속으로 아웃당하긴 했지만, 위협구는 나오지 않았다.

그걸 보면서 조금 마음을 놓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촤아아아악!

5회 초 수비, 무사 주자 1루 상황.

2루수 조지 앞으로 향하는 땅볼을 확인하고, 바로 2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가 아웃카운트 하나를 따내고 옆으로 비켜나던 순간.

주자의 스파이크가 내 정강이 쪽으로 미끄러져 다가왔다.

‘미친 새끼!’

이쪽을 힐끔대는 1루 주자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고는 생각하고 있었는데, 설마 이렇게 대놓고 노릴 줄은 몰랐다.

거의 서전트 점프를 하듯 피해내며 점핑 스로우.

“아웃!”

두 번째 아웃 콜이 울려퍼진 순간, 타이밍을 직감한 양 팀 덕아웃에서 선수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아직 시스템 창 잉크도 안 마른 따끈따끈한 재능을 써먹어볼 시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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