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 들린 천재 타자-114화 (114/200)

114. 최종전(3)

[LA 다저스 필릭스 오브라이언 감독, 시즌 최종전 선발투수로 ‘투수’ 구현기 낙점! “선수 본인과 사전에 논의하고 결정한 것”]

└ 전날 유격수로 나와서 못해도 안타 두 개는 지운 선수보고 이제 투수까지 하라고??

└ ㄹㅇ 착즙기의 신지평을 여신 분이다;; 크보 감독들 다저스로 연수 다녀와야 할 듯

└ 기사 제대로 읽은 거 맞냐? 팬서비스 차원의 등판이고 몸 상태 고려해서 긴 이닝은 안 맡긴다잖아 ㅉㅉ

└ 그럼 다음 시즌엔 코타니 볼 수 있는 거임?

└ 그게 뭔데 씹덕아

└ K―오타니 ㅂㅅ아

└ 엌ㅋㅋㅋㅋ

이번 시즌 최종전에 내가 오프너로 나설 것이라는 사실이 발표되자, 사람들은 엇갈리는 반응을 내놓았다.

내 투수 시절의 모습을 그리워하던 팬들은 폭발적인 지지를 내놓았지만, 생각보다 걱정하는 팬들도 꽤 많았거든.

그리고 조금 다른 이유로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Koo, 당신은 내일 경기에서 홈런 하나를 추가하면 타자 전향 첫 시즌부터 대기록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투수로서의 역할까지 소화하는 건 부담스럽지 않겠습니까?”

30―30까지 홈런 하나만 남겨두었는데, 타격에 집중하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는 거지.

물론 이 문제에 대해서도 빠르게 선을 그었다.

“이번 시즌 저는 100경기 이상 선발 출장 기회를 얻었고, 수백 개의 타석을 소화했습니다. 그동안 홈런 하나를 추가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건 제 능력이 부족해서죠.”

이번 시즌 빅리그에서 유격수, 3루수, 1루수 등등. 여러 포지션을 소화해보면서 느낀 게 있는데.

포지션이 어떻건, 결국은 치는 날은 치고 못 치는 날은 못 친다는 거다.

내 컨디션이 좋고, 상대 투수에게 정면 승부의 의지가 있어야 가능성이 생기는 거지.

“Koo, 기분은 좀 어때?”

그날 선발 등판하는 투수는 가만히 냅두는 게 상식이지만, 애초에 오늘 등판 자체가 상식이랑은 거리가 좀 있다 보니.

평소처럼 가볍게 말을 걸어주는 동료들의 태도가 오히려 고마웠다.

“완벽하죠.”

샴페인 파티가 끝나고, 엔돌핀이 다 떨어져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숙소 침대에 누워 있다가 도아랑 영상통화를 했는데.

내 표정을 보고 미처 떨쳐내지 못했던 한 줌의 초조함을 읽어내기라도 한 건지, 불쑥 이런 말을 꺼냈다.

‘오빠는 내가 이번 중간고사에서 낙제하면 지금보다 나를 덜 사랑하게 될 것 같아?’

박도현은 그 말을 듣자마자 멀미 증세를 호소하며 도망쳤지만, 나는 머릿속이 상쾌해지는 기분이었다.

홈런 하나를 치느냐 못 치느냐에 따라 태도가 바뀔 사람이라면 일찌감치 정리하는 게 낫다 이거지.

여자친구한테 애정도 듬뿍 주입받고, 박도현이 역겨워하는 모습도 실컷 감상하고, 잠도 푹 자고 나니.

여느 때 못지않게 쌩쌩한 컨디션으로 오라클 파크를 찾을 수 있었고.

“아웃!”

평소의 타순을 유지하는 바람에, 2번 투수라는 희귀한 역할을 맡게 된 오늘 경기 1회 초 공격.

투수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승부에 큰 의욕을 보이지 않았고. 유리한 카운트에서 싱커볼을 건드려 땅볼로 물러났지만.

[Starting Pitcher! No.44! Hyun! Ki! Koo!!!]

지난 타석에서의 결과에서 눈을 돌리고.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마운드에 시선을 고정했다.

“Koo! Koo! Koo! Koo!”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다저스 팬들, 그리고 일부 자이언츠 팬들이 보내오는 Koo 콜도.

[Koo, 752일만의 선발 마운드 복귀!]

아무리 원수 같은 팀의 선수라도, 막강한 화제성은 무시할 수 없었는지 구장 여기저기 달린 전광판의 기념 문구도.

[옛날에 하던 버릇 나와서 또 빡세게 던지는 거 아니지? 이거 잔여 경기다?]

전날 마지막 타석에서 담장 바로 앞에서 잡히는 플라이를 날리는 걸 보더니, 나보다 더 초조해하던 박도현의 잔소리도.

지금은 전부 뒷전으로 미루고.

오직 투구에 집중하기 위한 상태에 돌입한다.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바깥쪽. 무릎보다 살짝 위. 포심.’

오늘 선발 포수로 배터리를 맞추게 된 브레이든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인 뒤.

전날에 비하면 상당히 의욕이 없어 보이는 자이언츠의 리드오프를 쏘아보며, 투구 동작에 들어갔다.

키킹, 중심이동, 스트라이드.

공에 조금이라도 힘을 더 실어보겠답시고 개발해낸, 복잡하고 섬세한 과정.

가뜩이나 까다로운 이 모든 과정을, 지금껏 메이저리그에서 해온 왼손이 아닌 오른손으로 한다는 걸 무모하게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쐐애애액!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게 되었을 때의 절망감.

그걸 이겨낸 적이 있는 투수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

퍼엉!

“스트라이크!”

포수가 미트를 약간 움직여야 했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내가 지금 마운드에서 타자를 상대로 카운트를 잡았다는 것.

“스트라이크 아웃!”

한 구 한 구, 힘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타자들에게 힘든 선택을 강요하는 재미.

이번 시즌을 치르면서 타격의 재미도 깨우쳤지만. 이것도 마냥 포기하기는 아쉽다.

따아악―!

1회 말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아놓고, 3번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오늘 경기 처음, 그리고 이번 시즌 처음으로 맞은 안타.

그러나 승패가 중요하지 않은 경기인 만큼, 1루에 나간 주자도 크게 기뻐하진 않았고.

따악!

“아웃!”

나도 딱히 흔들리지 않았다.

당장 다음 타자부터 연달아 안타를 맞고, 오늘 경기를 말아먹더라도, 사람들이 나를 비난하지 않을 거란 사실을 아니까.

기댈 구석이란 게 이래서 중요하구나 싶기도 하고.

“나이스 피칭, Koo!”

“고생했다! 오늘은 좀 더 고생해야겠지만!”

전날 홈런을 추가하지 못했기에, 약속대로라면 오늘 등판은 여기까지고.

1루수로 포지션을 바꿔 다시 홈런을 노려봐야겠지.

줄지어 마중 나온 선수들과 주먹인사를 나누며, 덕아웃으로 들어가 앉으려던 그때.

“Koo, 혹시 한 타자 정도 더 상대해볼 수 있겠나?”

“한 타자요? 체력 배분만 신경 쓰면 한 이닝 정도는 더 막을 수 있습니다만…….”

“아니, 그럴 필요는 없고. 결과가 어떻게 나오던 5번 타자를 상대하고 나면 1루수로 이동하게 될 거야.”

감독님의 흐뭇한 미소를 보고서도, 무슨 의미인지 깊게 생각하지는 않은 채 그러겠노라 대답했고.

2회 초 공격이 삼자범퇴로 끝나자, 다시 마운드로 올라갔다.

“스트라이크 아웃!”

클레망처럼 타율을 희생해 홈런을 늘리는 거포 타입이지만, 선구안의 정확도는 떨어지는 5번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낸 후.

약속대로 칼 같이 찾아온 교체 타이밍.

그런데, 마운드로 올라온 투수 코치는 내 등을 떠밀며 뜬금없이 이렇게 속삭였다.

“홈이 아니라 좀 아쉽겠지만, 마음껏 즐겨.”

그 말뜻이 무엇인지는 1루를 향해 첫발을 떼자마자 바로 알 수 있었다.

“Koo!!! Koo!!! Koo!!! Koo!!!”

전날과 마찬가지로, 지구 우승 좌절이 확정된 자이언츠 팬들 대신 오라클 파크를 점령한 다저스 팬들.

그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마음으로 내 이름을 연호하고 있었다.

예고 없이 이뤄졌기에 아무것도 없었던 지난 등판과는 달리, ‘선발 투수’ Koo의 복귀전을 제대로 챙겨주겠다는 듯, 우렁찬 목소리로.

“푸흡!”

감격에 차다 못해 일부는 눈물까지 흘리던 팬들을 비추는 전광판에서, 반가운 얼굴도 하나 발견했다.

시범경기 때 제발 가지 말라는 팻말을 들고 와서 마구 흔들어 대던 팬.

그때 빡쳐서 부숴버렸던 팻말을 테이프로 붙여서 가져오더니, 오늘도 엉엉 울며 흔들고 있다. 새것 좀 가져오지.

“고생해라, Koo!”

“감사합니다!”

교체되어 들어가는 클레망과 짧은 포옹을 나눴고.

그 모습을 보며 더욱 격하게 환호하는 다저스 팬들.

아무리 기다려도 잦아들 기미가 안 보이길래, 모자를 흔들어 응답해주는 나를 보며 박도현이 묻는다.

[피곤한 건 아니지? 타격이나 수비에는 영향 안 갈 것 같아?]

니가 아빠냐.

아니지. 우리 아버지는 그런 깊이 있는 질문을 할 수 없다. 보크가 뭔지도 모르는 양반인데.

‘그건 모르겠고, 투수가 이렇게 재미있는 건지 이제야 알았다.’

이런 식으로 투타를 함께 하다 보면 언젠가는 한쪽의 페이스가 급격히 무너질지도 모르지만.

지금처럼 다른 사람들과 상의해가며 균형을 맞춘다면 문제는 없을 거다.

투잡 쓰리잡은 기본인 이 시대에 어울리는 인재상이 아닌가.

* * *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시즌 최종전이 벌어지는 오라클 파크.

2회 초 첫 타석만 소화하고 바로 다음 이닝에 교체된 주전 1루수 클레망 파로는, 오늘 경기 내내 덕아웃 난간을 떠나지 않았다.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내기 바빴으니까.

“Koo!!! Koo!!! Koo!!! Koo!!!”

지금 막 오늘 세 번째 타석을 소화하러 가고 있는 다저스의 2번 타자, 구현기.

그가 등장하자 열렬한 응원을 보내던 팬들도 조금은 조용해졌다.

30―30까지 모자란 것은 홈런 하나뿐.

이번 타석을 포함해 많으면 3번, 적으면 2번의 기회밖에는 남아 있지 않다.

덩달아 목이 탄 클레망이, 투수가 초구를 던지기 전에 얼른 음료수를 가져오려고 몸을 돌린 순간.

“Hey.”

“앗차거! 뭐야, 로버트?!”

로버트가 히죽대면서 클레망의 목덜미에 차가운 물병을 가져다 댔다.

“저걸 보고도 목이 안 타면 야구 인생 날로 먹은 거지.”

그렇게 대꾸하며 옆자리에 끼어드는 로버트.

로버트는 은퇴를 선언한 그날부터 덕아웃에서 웃고 장난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어린 선수들은 그 모습에 아직도 적응하지 못한 듯 멀찍이 피해 다녔지만.

“타자 양반, 어떻게 저놈이 이번에는 한 방 날릴 수 있을 것 같아?”

“글쎄, 내가 보기엔…….”

따아아악―!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울려 퍼진 깔끔한 타격음에 두 사람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지만.

이내 둘 다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타구가 중견수 앞에 떨어지면서 단타에 그친 것이다.

“무슨 말 하려고 했냐?”

“아냐, 뭐. 그냥.”

“뭐야, 지금. 나한테 쌓인 거 있어? 사람이 제일 빡치는 게 말을 끝까지 안 하는 거고 두 번째는…….”

옆에서 로버트가 쫑알대는 로버트를 무시하면서, 클레망은 생각에 잠겼다.

스코어 3대 2로 한 점 차로 뒤져 있고, 2사에 주자는 없는 상황.

좋은 공을 주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조급해져서 변화구를 어설프게 건드리는 대신, 큰 욕심 없이 바깥쪽 공을 밀어 때리며 안타를 만들어냈다.

대놓고 홈런 스윙을 고집했어도 아무도 욕하지 않을 텐데, 팀 배팅이 몸에 배어 있는 선수.

그러나 클레망은 구현기를 순수하게 대견한 눈으로만 바라보기 힘들었다.

“표정이 왜 그래? 1루수 자리 뺏길까 봐 그러나?”

정곡을 찔린 클레망은 입을 다물었다.

구현기가 마운드에서 내려와 1루수인 자신과 교체될 때, 관중들이 보내오는 환호가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마치 자신과 구현기, 두 사람의 세대교체에 박수를 보내는 것처럼 느껴져서.

만약 구현기가 1루 수비밖에 소화할 수 없었더라면, 자신이 주전 1루수 자리를 지킬 수 있었을까.

클레망은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었다.

구현기에게 유격수 수비의 노하우를 성심성의껏 가르쳐준 데는 그런 속셈도 어느 정도 있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다들 우리가 떠나도 잘할 테니까.”

로버트와 클레망, 두 선수 모두 올해로 장기계약의 마지막 해를 맞이했고.

둘 중 로버트는 한발 앞서 은퇴를 택했다.

“그러게.”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클레망은 아직 그라운드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후배들은 점점 성장하고 있고. 서른일곱의 노장인 자신은 언젠가 밀려나리란 사실을 알면서도.

올해가 끝나면 다저스에서 연장 계약을 제시할 확률이 높지만.

내년엔 어떻게 될까? 그리고 그다음 해는?

따악!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오늘은 3번 타자로 나선 백업 외야수 벤 리히터가 아웃당하며 이닝이 끝났다.

“괜찮아! 괜찮아! 이따 수비에서 잘하자!”

자신의 역할을 마쳤다고 해서 경기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클레망은 복잡한 마음을 밀어둔 채, 수비하러 나가는 야수들에게 목청껏 응원을 보냈다.

* * *

투수로서는 1과 3분의 1이닝 2K 1피안타 무실점.

타자로서는 2타수 1안타 2볼넷.

경기 결과는 대승이었지만 내 활약은 소소했던 전날 경기와는 반대로.

오늘 경기에서 준수하게 활약하고 있지만, 정작 경기는 3대 2로 끌려가고 있다.

“Koo!!! Koo!!! Koo!!! Koo!!!”

그리고 지금, 9회 초에 맞이한 오늘 경기 다섯 번째 타석.

솔직히 말하자면, 세 번째 타석에서 홈런 스윙을 포기하고 바깥쪽 공을 밀어쳐 안타를 만들었을 때, 30―30을 향한 미련을 완전히 내려놓았다.

살짝 빼는 공도 건드려서 안타를 만들어내는 걸 본 자이언츠 덕아웃이, 절대로 좋은 공을 주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들었으니까.

실제로 네 번째 타석에서는 내가 건드려서 파울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스트레이트 볼넷이 됐을 공만 들어왔고.

쏟아지는 다저스 팬들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자이언츠 덕아웃을 보며, 더욱 확신을 굳혔지.

그런데, 정작 동료들은 포기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미 순위가 확정된 최종전이니, 빨리 끝내고 포스트시즌 직전의 짧은 휴식을 즐기고 싶은 마음도 있을 텐데.

앞선 타자들은 공을 커트하고 걸러내기를 반복한 끝에, 한 명 한 명 베이스를 점령하기 시작했고.

결국 내 앞에 2사 만루의 기회를 만들어줬으니까.

“후우…….”

포수의 숨소리까지 들려올 정도로 조용해진 오라클 파크.

심지어 평소 주심이 인플레이를 선언하기 직전까지도 쫑알쫑알 잔소리를 늘어놓던 박도현마저도 입을 꼭 다물고 있다.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 주자는 만루.

여기서 홈런을 때리면, 이번 시즌 내셔널리그에서만 두 명의 30―30 타자가 탄생한다.

‘너네 이번에도 나 거를 수 있어?’

기록 내주는 거 죽도록 싫겠지.

근데 나를 상대로 이닝 못 끝내면 연장전까지 갈 수도 있는데.

와일드카드를 앞둔 자이언츠가 과연 여기서 투수를 더 소모하는 선택을 할까.

그렇게 쏘아붙이듯, 투수를 있는 힘껏 노려보면서.

초구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고.

쐐애애액!

공이 투수의 손끝을 떠나는 순간.

오늘 몸쪽 코스에 후했던 주심의 성향을 고려해, 초구부터 카운트를 벌어보겠다는 투수의 의지가 느껴졌다.

진짜 어지간히도 컨디션이 떨어지지 않는 한, 나에게 있어 가장 장타를 만들기 쉬운 코스.

그리고 오늘 내 컨디션은.

평소 그나마 약점을 보였던 바깥쪽 멀어지는 공도 안타로 연결했을 만큼 최상이었다.

따아아아아아아악―!

소리만 듣고도, 이미 타구의 종착지가 어디인지 짐작할 수 있었고.

[빠졌다! 빠졌다! 빠졌다아아아악!!!]

2루 베이스쯤 다다랐을 때, 박도현이 떨어대는 호들갑을 듣고 나서야 확실해졌다.

오라클 파크의 우측 담장을 넘겨, 맥코비 만에 타구를 빠트리는 비공식 스플래시 히트.

그러고 보니, 타자 전향 후 첫 타석에서 때려낸 1호 홈런도 이곳 오라클 파크에서였지.

그때 넘기지 못했던 우측 담장을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야 넘겼으니, 다저스 팬들에게는 더욱 각별한 모양이다.

“30―30!!! 30―30!!! 30―30!!!”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대기록을 연호하는 팬들의 목소리.

두 팔을 뻗어 더욱 크게 외치도록 부추기는 사이, 눈앞에 번쩍이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히든 업적 달성!]

[인생은 등가교환입니다. 홈런 타자는 발이 느리고, 발이 빠른 타자는 장타력이 떨어지는 게 상식이죠. 그러나 가끔 그런 상식을 파괴하는 아웃라이어들이 있습니다. 이제 당신은 고리타분한 상식을 입에 담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줄 자격을 얻었습니다. “되는데요?”]

[재능 뽑기권이 지급되었습니다.]

* * *

[2037시즌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종료! 이제는 포스트시즌으로!]

[구현기, 타자 전향 첫 시즌에 30―30 대기록 달성!]

[오프너 등판 & 30―30 달성… 다저스 대 자이언츠 최종전, 소문난 잔치에 차린 건 많았는데 요리사가 Koo밖에 없었다!]

[극적으로 대기록 달성한 Koo, 소감 묻는 질문에 짧게 답하다! “항상 나를 지켜주는 야구의 신에게 감사를.”]

[LA 다저스 오브라이언 감독, “본인이 원한다면, 다음 시즌에도 Koo를 마운드에 올릴 것이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투수 Koo가 사라지지 않도록.”]

[내내 피해갔지만 마지막 타석에서 만루포 “쾅”… 자이언츠 감독, 승부 피하라고 지시했느냐는 질문에 “노코멘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VS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NL 와일드카드 한 자리의 주인공은 과연?]

[최종전 전날에야 확정된 NL 포스트시즌 대진표… 다저스의 포스트시즌 첫 상대는 중부지구 1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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