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 들린 천재 타자-121화 (121/200)

121. We are the Champion(4)

8회 초 공격은 득점권에 주자를 보내긴 했지만, 끝내 무득점으로 끝났다.

오늘 경기에서 사실상 수건을 던진 만큼 백업 선수를 대거 기용했으니 어쩔 수 없다.

애초에 그것보다 내 눈앞에 닥친 상황이 더 급하기도 하고.

[1사 만루의 위기에서 등판해 브레이브스의 테이블 세터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던 Koo가 8회 말에도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물론 선발로도 뛰어 봤던 나로서는 이 정도 멀티 이닝은 별로 부담도 안 된다.

상대할 타자가 부담스러워서 문제지.

[이번 이닝 선두 타자는 3번 타자 넬슨 데스파이네. 다저스가 마운드를 교체하지 않는 한, Koo는 브레이브스의 클린업 트리오를 상대하게 되겠습니다.]

애초에 가비지 이닝 처리용으로 내보낸 데다, 또 내가 원래 투수 출신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주전 유격수가 마운드에서 상대 중심타선을 마주하는 그림 자체가 기묘하기 짝이 없다.

‘마운드에서의 모든 판단은 너한테 맡긴다.’

덕아웃에서는 이런 사인이나 보내고 있고.

진짜 어지간히 크게 지고 있을 때만 나오는 이 사인은, 뭘 하든 신경 안 쓸 테니 1이닝만 막고 내려오라는 거다.

아예 클린업 트리오를 싹 다 거르고 만루에서 시작하든, 마운드에서 똥을 싸고 그걸 타자한테 던지든. 알아서 하라는 뜻.

[진짜 한번 싸 봐라. 혹시 아냐? 특별전형으로 명전 보내줄지.]

‘이따 숙소 가서 니 면상에 싸줄 테니까 잠시만 싸물고 있자.’

박도현의 헛소리는 무시하면서 타격 준비를 하는 타자에게 집중했다.

풀타임 첫 시즌에 25홈런을 날리며 홈런 타자의 가능성을 선보인 넬슨 데스파이네.

작년에 처음 콜업됐으니, 당연히 서로 초면이다.

‘종 변화구에 잘 대처한다고 했지.’

만약 그렇다면 커브가 결정구인 나하고는 상성이 별로겠지만, 백문이 불여일견.

인사를 겸해서, 처음 만나는 타자가 내 공에 어느 정도 대처하는지 알아보는 나만의 방법을 꺼내 들었다.

쐐애애액!

어차피 투구폼을 보면 커브라는 건 알겠지만. 문제는 떨어지는 각도.

구종 자체가 가진 횡적 움직임까지 전부 제어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어느 정도 떨어트릴지는 내 뜻대로 조절할 수 있다.

타자한테는 히팅 포인트 바로 앞에서 훅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니, 존 아래로 처박히는 이 커브를 골라낸다면 선구안이 상당하다는 뜻인데.

“볼!”

아예 반응조차 하지 않을 줄은 몰랐다.

‘괜히 나 혼자 머쓱해지네.’

정성껏 선물을 준비했더니 자기 취향 아니라고 돌려주는 놈을 보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그거 혹시 내 얘기냐?]

‘알긴 아는구나?’

[아니, 그건 그때 미안하다고 했잖아. 언제까지 우려먹으려고…….]

저렇게 인간미라고는 하나도 없으니, 타석에서 어떤 공이든 빠져나가기만 하면 귀신같이 골라내지.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넬슨 데스파이네가 박도현처럼 내 커브를 보고 골라낸 건지, 아니면 초구는 무조건 지켜보기로 한 건지 알아내는 것.

2구 역시 똑같은 구종과 코스에, 아주 살짝만 덜 떨어지도록 조절해봤고.

“볼!”

마찬가지로 반응을 보이지 않는 넬슨 데스파이네.

한국인은 삼세번…… 은 개뿔.

그냥 얘한텐 내 결정구가 안 먹히는 거다.

내 커브의 위력이 줄어든 거 아닌가, 뭐 이딴 걱정은 안 한다. 바로 지난 이닝에서 이거 던져서 삼진 잡았는데.

‘얘는 보내야겠네.’

이미 카운트는 투 볼까지 넘어갔고. 결정구도 안 먹히는 상대.

굳이 힘 빼가며 붙잡고 있을 필요가 없으니, 거르고 다음 타자로 넘어가려고 생각하던 그때.

‘어랍쇼.’

8점 차이 8회 말에, 카운트는 2―0으로 몰렸는데도.

타자가 투지를 지우지 않은 채 타격 루틴을 가져가고 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포스트시즌이라서? 아니, 오히려 포스트시즌이기에 저런 모습은 어색하다.

이미 승리가 유력해진 오늘 같은 경기에서는 한 점 더 내보겠다고 욕심부리기보다는, 그 집중력을 수비에 쓰는 게 정석이다.

게다가 대기 타석에는 대타 대신 4번 타자 뤼카 스킬라치가 준비하는 중.

루키인 넬슨이야 포스트시즌 경험을 쌓게 해주려고 출전 시간을 보장한다 쳐도, 한국 나이로 마흔인 노장까지 교체 없이 내보내는 건 이상하지.

머릿속에서 결론을 내리자마자 포수를 마운드로 불렀다.

다른 포지션은 백업으로 많이들 교체됐지만, 익숙한 포수와 합을 맞추라는 배려인지 아직도 남아 있는 헨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올라왔는데.

사실 긴 말은 필요 없었다.

“제대로 던질 거야.”

브레이브스 놈들은, 지금 나를 상대로 기선 제압을 하려는 거다.

내 입으로 말하기 참 민망하지만, 이번 챔피언십시리즈 들어 가장 준수한 타격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가 나인데.

참 짜증 나게도, 내가 활약한다고 해서 팀의 사기가 갑자기 끓어오르는 건 아니지만, 반대로 내가 침묵하면 팀의 기세는 무조건 꺾인다.

브레이브스가 자랑하는 클린업 트리오로 ‘투수’ 구현기를 철저히 공략하고 나면, 다저스가 남은 시리즈에서 동력을 잃어버릴 거라는 계산.

근데 애초에 전제부터가 틀려먹었다.

‘여기서 홈런 좀 맞는다고 내가 흔들릴 줄 알았나?’

너무 얕보였다.

빅리그에서 풀타임 선발로 세 시즌을 뛰며 쌓아온 경험치도 그렇고. 무엇보다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없게 되고 나서도 아득바득 타자로 복귀하기까지 했는데.

“오케이. 일단 계속 떠드는 척할 테니까 좀 쉬어.”

오랜만에 배터리를 맞추는데, 여전히 투수 생각은 기가 막히게 읽어내는 헨리.

심각한 표정으로 의미 없는 말들을 중얼거리다 내려갔고, 경기가 다시 시작됐다.

쐐애애액!

제대로 던진다고 해서, 지금까지는 대충 던졌다는 건 당연히 아니고.

지금까지는 내가 만족할 정도로 컨트롤이 회복된 구종과 코스로만 던졌다면, 이젠 위험을 좀 감수하더라도 바리에이션을 넓히겠다는 거지.

그리고 처음은 바로 이거다.

부웅!

“스트라이크!”

몸쪽으로 휘어지는 커터에 시원하게 선풍기질을 하더니 조용히 입술을 깨무는 넬슨.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 해봤자 다 보인다. 아마 이걸 던질 거란 생각 자체를 안 해봤겠지.

이번 정규시즌 투수로서 출전한 2경기는 물론, 예전 투수 시절에도 자주 안 던지던 공이니까.

원래 의도한 대로 던지기가 어려운 구종인데, 최근 들어 피칭 세션에서 손에 잘 감기기 시작하더라고.

물론 제리의 커터만큼 어처구니없는 무브먼트를 가진 것도 아니고. 가끔은 몰리기도 하지만. 이런 상황에선 차고 넘치지.

그렇다고 해서 이걸 연달아 던질 생각은 없지만.

따악!

“파울!”

같은 손 타자를 상대할 때 종종 써먹는 서클 체인지업.

종 방향 변화구에 강한 넬슨이기에 아주 잠깐 망설였지만, 오늘 경기 내내 바깥쪽으로 약간 넓었던 주심의 존을 믿고 아주 살짝 벗어나는 코스로 던져봤는데.

예상보다 조금 더 바깥쪽으로 향했는데도 제법 날카로운 파울 타구가 나왔다.

만약 원래 의도한 대로 들어갔다면 정타가 나왔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말 안 하면 아무도 모르지.

중요한 건 타자를 투 스트라이크까지 몰아붙였다는 거고.

“파울!” “파울!”

포스트시즌 내내 달아올랐던 타격감이 갑자기 무뎌지진 않은 듯, 연달아 커트에 성공하는 넬슨.

여기서 승부를 더 끌었다간, 오히려 다른 타자들한테도 타이밍에 익숙해질 시간을 주는 꼴이 된다.

올해 등판이 거의 없었던 게 투수로서의 유일한 메리트인데. 그걸 날려먹는 꼴은 못 보지.

여전히 2―2의 카운트에서 던지는 7구.

볼이 손끝을 떠나는 순간, 타자의 눈빛에서 이미 스윙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게 보였다.

홈플레이트 정중앙을 향해 날아가는 공을 향해, 넬슨 데스파이네의 풀스윙이 날아들었고.

부우웅!

“스트라이크!!! 아웃!!!”

그대로 빙그르르 돌아가는 몸뚱이와 함께, 주심의 삼진 콜이 터져 나왔다.

중앙은 중앙이지. 다만 위로 좀 띄웠을 뿐.

오늘의 선발 투수 다니엘이 평소 잘 써먹는, 제대로만 들어가면 삼진 유도하기 딱 좋은 하이 패스트볼.

인상을 팍 찌푸린 채 침을 뱉으며 물러나는 넬슨의 뒤로, 예상외의 전개에 당황하는 브레이브스 덕아웃이 보인다.

나를 상대로 연달아 안타나 홈런을 만드는 그림을 그렸을 텐데. 어쩌나. 첫끗발이 개끗발이 되어 버려서.

처음 의도는 이미 물 건너갔으니, 괜히 38세 어르신 고생시키는 대신 일찌감치 손을 털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대기 타석의 뤼카 스킬라치가 그대로 나왔다.

‘두 번은 안 당한다 이거지.’

언뜻 보면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방금 상대했던 넬슨 데스파이네처럼 투타 모두 초면이라면 투수 쪽이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다.

저 양반은 브레이브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이니, 같은 지구는 아니더라도 여러 번 맞붙어봤고.

솔직히 상대전적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그때와는 달리 투수로서의 완성도가 조금은 떨어지기도 하고.

“스트라이크 아웃!!”

근데 그건 저쪽도 마찬가지다.

2년 전의 뤼카 스킬라치와 지금의 뤼카 스킬라치가 똑같을 순 없다 이거지.

오히려 변화의 폭은 나보다 저쪽이 더 클 거다.

나야 패스트볼 구위가 좀 줄었을 뿐, 대부분의 구종에서 컨트롤을 되찾았는데. 저쪽은 해가 지날수록 반응속도가 달라질 테니까.

아슬아슬하게 벗어나는 패스트볼로 파울을 유도해 카운트를 잡고,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얻었는데. 솔직히 넬슨 쪽이 더 까다로웠다.

‘이제 바꾸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브레이브스는 대기 타석의 앤드류 매닝을 불러들이고 대타를 내보냈다.

여기서 저 양반이 혼자 홈런이라도 날린들, 이미 클린업 트리오 중 두 명이 아웃된 마당에 딱히 기세에 도움도 안 될 테고.

반대로 앤드류 매닝까지 잡아내 버리면, 내야수 상대로 클린업 트리오가 삼자범퇴를 당하는 괴상망측한 그림이 될 테니.

“스트라이크 아웃!”

이번 대타 출전이 커리어 첫 포스트시즌 경기라는, 잘해야 한다는 초조함이 뚝뚝 묻어나는 타자.

어렵지 않게 삼진으로 처리하고 나서, 브레이브스 덕아웃에 슬쩍 눈길을 줬다.

앤드류 매닝을 교체한 게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원래 잃을 게 많은 사람은 발을 빨리 빼야 하는 법이니까.

차라리 넬슨이 삼진을 당했을 때 계획을 접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지만.

“Koo!!! 이 미친놈아!!!”

아 깜짝아.

덕아웃 입구까지 마중 나온 랜디의 고함에 머릿속 생각이 깔끔하게 날아가 버렸다.

“얘 표정 좀 봐!!!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르는 것 같은데?!”

“진짜 모르는 거야?! 너 다섯 타자 연속 삼진 잡았다고!!!”

“어……?”

전혀 신경 안 쓰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못 한 거지.

7회 말에는 베이스를 꽉꽉 채운 등 뒤의 주자들 때문에, 8회 말에는 클린업 트리오의 압박 때문에 다른 데 신경 쓸 겨를이 없었으니까.

투수 시절부터 삼진에 집착하는 스타일은 아니기도 했고.

‘혹시 이것도 미스터 옥토버의 영향 때문인가?’

두루뭉술하게 ‘신체 능력 향상’이라고만 나와 있었는데, 어쩌면 투수로 뛸 때도 영향이 가는 걸지도 모른다. 공에 힘이 더 실린다든지, 무브먼트가 더 격해진다든지, 뭐 이런 식으로.

하지만 이건 굳이 지금 생각해볼 필요 없는 문제.

“점수 좀만 더 내자!!! 지금 저 새끼들 넋 나갔어!!!”

“다섯 타자 연속 삼진이니까 최소 5점은 내야지!!!”

“Let’s Go!! Dodgers!!!”

크게 지고 있는 상황인데도, 선수들의 태도에서 다시 투지가 엿보이기 시작했으니까.

어쩌면 9회 초 나한테까지 타석이 돌아올지도 모른다.

* * *

……라고 생각은 해봤는데.

진짜로 나한테 기회가 올 줄이야.

[오늘 경기 타석에서는 3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했고, 마운드에 올라 5개의 아웃카운트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낸 Hyun―Ki Koo가 타석으로 입장하고 있습니다. 원아웃에 주자는 만루.]

이 상황의 발단은 브레이브스의 루키 투수가 만들었다.

경험이 부족해 필승조로서는 계산이 안 서지만. 와일드카드전과 디비전시리즈에서 계투로 무난한 모습을 보여줬기에 믿고 올린 모양인데.

“베이스 온 볼스!”

선두 타자 말릭을 상대로 볼넷을 내주면서, 별로 좋지 않은 출발을 했다.

“아웃!”

8번 타자 포수 헨리를 상대로는 내야 뜬공을 유도하며 한숨 돌렸는데.

2번 타자인 내가 투수로 포지션을 바꾸면서 투수 타석을 이어받게 된 백업 유격수 채드윅의 차례에서 사건이 터졌다.

따아아악―!

우중간으로 향하는 커다란 타구.

그러나 담장을 넘기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였기에, 타자 주자 채드윅과 1루 주자 말릭은 타구를 지켜보며 천천히 달리고 있었는데.

정확히 중견수와 외야수 사이 중간 지점에 타구가 뚝 떨어졌다.

“으아아아아악!!!”

“뭐야 지금?! 야수가 두 명이나 있는데 이걸 놓친 거야?!”

브레이브스 홈팬들의 경악에 찬 비명이 쏟아졌고, 다저스 덕아웃에서는 선수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어!!! 뭐야!!!”

“말릭!!! 2루!!! 2루로!!!”

말릭이 태세전환을 시전하며 재빨리 2루로 뛰어가고, 주자 두 명이 베이스를 채우는 동안.

어찌어찌 커버 플레이는 끝냈지만, 두 명의 외야수들은 이미 멘탈에 금이 간 듯했다.

‘그러게 갈 거면 끝까지 갔어야지.’

클린업 트리오에서 중견수 앤드류 매닝만 교체하면서, 우익수를 보던 넬슨 데스파이네가 중견수로 이동하고 대타가 그 자리를 채웠는데.

애초에 주로 코너 외야수로만 나왔고 중견수는 아주 가끔 소화했던 넬슨이 우익수 자리에서만큼 적극적인 수비를 보여주기 어려운 건 당연했고. 교체 투입된 선수는 말할 것도 없지.

타구 판단 미스인지, 콜이 꼬였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주자 두 명이 나간 상태에서 경기는 계속 이어졌고.

“베이스 온 볼스!”

멘탈이 흔들린 건 실책성 플레이로 텍사스 안타를 유도한 외야수들뿐만이 아니었다.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만루를 채우자, 브레이브스 덕아웃은 어쩔 수 없이 교체를 선택했고.

바뀐 투수가 연습 투구를 마치고 나서 타석으로 향했다.

‘거르지는…… 않을 것 같고.’

어렵게 승부하다 미련 없이 밀어내기 볼넷을 내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럴 거면 굳이 지금 투수를 바꾸진 않았을 거다.

게다가 새로 올라온 투수는 좌완에 바깥쪽 역회전성 변화구를 즐겨 던지는, 나랑 상성이 별로 좋지 않은 선수.

더블 플레이를 유도해서 이닝을 끝내려는 속내가 보인다.

‘초구는 패스트볼 타이밍.’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풀스윙으로. 코스는 상황에 따라 대처하기로 하며, 세트 포지션에 들어가는 투수의 손끝을 지켜보는데.

바깥쪽으로 꽉 차게 들어온다는 확신이 생겨, 몸통의 회전과 손목의 움직임을 신경 쓰며 타구를 밀어냈고.

따아아아아아악―!

심상치 않은 소리를 내며 날아간 타구는, 트루이스트 파크의 왼쪽 담장을 아슬아슬하게 넘겨버렸다.

스코어 10대 6으로 단숨에 쫓아가는 그랜드 슬램.

원정팬들의 작고 소중한 환호와, 난리가 난 덕아웃의 소음 속에서 어안이 벙벙한 채로 베이스를 돌았다.

아무리 ‘미스터 옥토버’로 신체 능력이 늘어난다고는 해도. 밀어친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 버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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