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4. 세대교체(3) >
전날 두 자릿수 실점을 기록하며 대패한 뒤, 바로 다음날 경기의 선발 라인업이 송두리째 뒤바뀐 지금 이 상황.
잘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문책성 기용이라고 생각하기 딱 좋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애초에 오브라이언 감독님의 성향 자체가 불성실한 플레이를 하지 않는 이상 징계성으로 경기에서 빼는 편은 아니기도 하고.
10대 3이라는 스코어만 보면 다저스가 경기 내내 두들겨 맞기만 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와중에도 팬들의 주목을 받는 플레이는 나왔으니까.
우선 다니엘에 이은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3.1이닝 동안 60구를 던져 1실점으로 막아낸, 다저스 이적 이후 가장 긴 이닝을 소화한 김희영.
망한 경기에서도 어떻게든 좋은 점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선량한 팬들은, ‘돈을 많이 안 쓴다고 해서 별로라는 법은 없구나’라며 프런트의 안목을 칭찬했고.
다음은 어제 경기에서도 2루타와 단타를 하나씩 때려내며 연속 경기 안타 및 출루 기록을 16경기로 늘리고, 타점과 득점도 각각 하나씩 올린 나.
경기 결과에 분노를 쏟아내던 평범한 다저스 팬들은 ‘돈을 많이 쓰니까 그나마 돈값을 해주는구나’라며 어떻게든 화를 삭이려 애썼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까 한국인들이 다 한 것 같은데?]
‘안 그래도 아버지가 어제 톡 보냈다. 한국 인터넷에서 난리 났다고.’
‘역대급 막장 경기서 멱살 잡고 캐리한 한국인들, 미국이 들썩하고 일본이 통곡한다’ 뭐 이렇게 국뽕을 치사량으로 복용하고들 계시던데, 그거야 개인 자유지.
아무튼, 딱히 내가 전날 잘했다고 라인업에 남겨둔 건 아니고, 교체된 선수들은 전부 각자 이유가 있다.
“오늘 교체된 말릭은 MRI 촬영을 진행한 결과 단순 타박상이라고 합니다. 덧붙여 켄은 경기 종료 직후 가벼운 담 증세를 호소해 치료 중이고요.”
전날 패장 인터뷰에서 감독님이 직접 언급했던, 최근 중견수 출전 비중이 늘어난 말릭과 주전 3루수 켄.
말릭은 전날 수비 도중 우익수 R.H.와의 충돌로 얼굴 쪽에 출혈을 일으켜 곧장 이송됐는데, 본인 주장대로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고.
켄도 본인 말로는 별거 아니라고 하지만, 부상 이력이 있는 부위이다 보니 둘 다 강제로 몇 경기 쉬게 됐다.
‘클레망이야······ 사실 이젠 붙박이 주전 느낌은 별로 없고.’
똑같이 1년 계약을 맺고 현역 생활을 연장한 브레이브스의 뤼카 스킬라치보다는 그나마 낫다지만, 작년 이맘때에 비하면 확연히 떨어진 페이스.
그때는 팀 사정상 매주 3~4경기는 유격수로 나갔다는 걸 생각하면, 실제 기량 하략은 보이는 것보다 더 클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중견수 역시 루카스가 이적한 뒤로 특정 선수가 주전으로 확정된 건 아니고, 오늘 경기엔 채드윅이 나가게 된 거지.
[근데 사실 브레이든이 제일 의외다. 감독님도 이런 날엔 어지간하면 경험 많은 선수를 쓰고 싶을 텐데,]
‘투수 본인이 원한다는데 어쩌겠냐.’
오늘 선발 등판이 예정된 호세 리카르도가 브레이든과 호흡을 맞추길 원했다.
뭐 본인 말로는, 지난번에 호흡을 맞춘 날 결정구인 고속 슬라이더가 제멋대로 튀어 나갈 때 완벽한 블로킹을 선보이는 게 믿음직스러웠다고 하는데.
올해 처음 다저스에 합류한 호세의 입장상, 잔뼈 굵은 안방마님보다는 수비도 탄탄하면서 마음 편히 대할 수 있는 브레이든이 더 마음에 들었을 수도 있고.
이유야 어찌 됐건, 이미 선발 라인업은 확정이 났고.
오늘 경기의 흐름을 나름대로 상상해보던 내 뒤로,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오우, 오늘 아주 난리 났는데?”
오늘 선발로 나온 몇 안 되는 주전 선수인 R.H.가 등 뒤에서 어깨동무를 걸었다.
“그래도 이런 날이 그나마 나을 수도 있어.”
“왜요?”
“연패를 당해도 핑곗거리가 생기거든.”
말은 그렇게 해도, 순순히 경기를 넘겨줄 생각 따위 이 양반에겐 없다는 건 표정만 봐도 안다.
아무리 승패에 둔감해진들, 무기력한 패배 앞에서 실실대는 선수는 빅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증명하겠다는 결의가 느껴지는 표정.
R.H.의 뒤를 따라 그라운드로 나가며, 온통 비슷한 표정으로 모여드는 선수들 틈바구니에 끼어들었다.
* * *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들 중 팀에 승리를 가져오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 선수는 없지만, 평소 백업으로 출전하는 선수들이 조금 더 절실한 건 사실이다.
당장 나만 해도, 작년 초 타자 전향 직후 백업 내야수로 기용되었을 때만큼 하루하루 내 온 힘을 쏟아붓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기도 하고.
물론 출전하는 경기가 늘어날수록 체력 관리가 중요해지기에 무조건적인 허슬 플레이를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ATL 3 : 3 LAD]
아무튼, 3차전에 대거 출전한 백업 선수들은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닌 기회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안타깝게도 절실함은 꼭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발휘되지는 않는 법이었다.
수비에 강점을 보이던 선수들이 평소 안 하던 포일이나 실책을 저지르는가 하면, 타석에서는 몸에 힘이 들어가는 바람에 득점권 찬스를 앞두고 범타로 물러나는 등.
초반에 정신 못 차리는 투수를 두들기며 점수를 뽑아낸 것만 빼면, 전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흐름으로 이어진 경기.
[앤드류 매닝의 스윙! 배트에 공이 걸렸고! 유격수 Koo가 잡아 2루로! 그리고 1루! 더블 플레이! 아주 얄미운 움직임을 자랑하는 호세 리카르도의 고속 슬라이더에 제대로 속아 넘어갔습니다!]
오늘 선발투수 호세 리카르도는 사사구 여러 개를 허용하며 투구 수는 좀 늘어났어도, 결정구 고속 슬라이더가 말을 잘 들으면서, 브레이브스의 클린업 트리오를 꽁꽁 묶어낸 덕분에 5이닝 2실점으로 제 역할을 다했지만.
뒤이어 올라온 앤서니가 귀신같이 동점을 허용하며 승리가 날아간 뒤, 덕아웃에서 표정 관리를 하며 지켜봐야만 했고.
[스트라이크 아웃! 몸쪽 깊숙한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습니다! Koo는 빠졌다고 판단했던 걸까요? 살짝 당황한 것 같지만 판정이 번복되지는 않습니다!]
[경기가 후반으로 넘어가는 지금, 오늘 Koo의 성적은 3타수 무안타. 볼넷 하나에 실책인지 안타인지 애매한 상황에서 실책으로 기록된 땅볼 출루가 있습니다. 그래도 도루와 득점까지 얻어내면서 컨디션에는 문제가 없다는 걸 보여주고 있죠.]
적어도 오늘 경기에선 나도 딱히 할 말은 없지.
주심과 기록원에 의해 좌우된 면은 있지만, 애초에 그런 판단을 할 빌미를 줬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다.
어떻게 보면, 나한테 주어지는 기대를 충족하고 있지는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경기가 예상 밖의 전개로 흘러가다 보니, 다저스 코칭스태프들은 나한테 지금보다 더 무거운 짐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Koo, 올라가 줘야겠다.”
작년에 이어 개막 로스터 생존에 성공한 세컨더리 셋업맨이 오늘따라 컨디션이 별로였는지 마운드에 불을 지르면서,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한 채 모든 베이스에 주자를 채웠고.
그 뒤처리가 고스란히 내 몫으로 돌아왔으니까.
‘무사 만루에 등판하는 게 처음이었던가?’
내가 불펜으로 뛰던 건 데뷔 첫해 잠깐이었고, 이듬해부터는 줄곧 선발로 뛰었으니까.
투수로 복귀한 작년 후반기부터 지금까지를 되짚어봐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 등판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작년 챔피언십시리즈 때도 만루에 올라오지 않았어?]
‘그땐 1사였으니까.’
지금은 더블 플레이가 나와도 역전을 허용하는 극한의 상황.
그러나 박도현을 만나기 전, 블래스 신드롬을 고치려고 재활에 몰두하던 시절에는 이런 위기조차도 감사히 받아들일 테니, 제발 원래대로 돌아갈 수만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었지.
“커브 위주로 갈 거야. 블로킹 잘 할 수 있지?”
작년 후반기, 내 제구가 돌아왔다는 걸 가장 먼저 확인했던 브레이든이 긴장한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포수석으로 돌아가 미트를 팡 두드린다.
타석에는 브레이브스의 리드오프.
작년 가을 1사 만루 상황에서 등판했을 때도 가장 먼저 만났던 타자였는데.
그때 허무하게 삼진으로 물러났던 기억이 떠오르기라도 했는지, 배트를 짧게 쥐고 적극적으로 스윙을 가져갔지만.
“파울!” “파울!”
코너웍이 잘 된 패스트볼 상대로 정타를 만들어내기란, 그 코스를 명확하게 노리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니, 순식간에 투수의 카운트에 몰아넣는 데 성공했고.
브레이든이 내는 커브 사인에 고개를 끄덕이며,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쐐애애액!
보통 불펜 투수들이 커브를 잘 안 던지는 이유가, 혹시라도 공이 빠지면 타격이 더 커서 그렇다고들 하더라.
애초에 구분하기 쉬운 구종이기도 하니, 조금이라도 밋밋하게 들어갔다간 그대로 끝장이기도 하니 더더욱 부담스럽겠지.
부우우웅!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근데 결정구가 괜히 결정구겠냐고.
뭐가 날아올지 알아도, 막상 타석에서 보면 속을 수밖에 없으니까 지금까지 엄청나게 써먹은 거다.
브레이든이 원바운드로 들어간 공을 손쉽게 블로킹하더니, 크게 방망이를 헛친 타자의 엉덩이에 문지르며 원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2번 타자는, 반대로 라인에 걸치도록 던진 커브를 가만히 지켜봤다가, 애꿎은 배트를 허벅지로 박살내면서 물러섰고.
“으아아아아아아악!!!”
“이제 알았어!!! 다저스가 Koo 너한테 왜 그렇게 큰돈을 들여 붙잡았는지 이제 알았다고!!!”
“K―K―K!!! K―K―K!!!”
무사 만루를 순식간에 2사 만루로 바꿔버린 내 활약에 한동안 들썩이던 팬들은, 아예 3연속 삼진으로 이닝을 끝내기를 바라는 삼진 콜까지 부르짖었다.
‘니가 보기엔 어떠냐? 내가 삼진 노리고 있을 것 같아?’
덕아웃 입구에 서 있을 때까지만 해도 의기양양해 있다가, 대기 타석에서 두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가는 걸 보자마자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던 오늘의 3번 타자.
넬슨 데스파이네가 타석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 * *
넬슨 데스파이네는 뒤끝이 엄청나게 긴 사람이다.
본인은 그런 일면을 남들한테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사람 성격이라는 게 다 그렇듯, 브레이브스의 동료들은 넬슨이 자신의 뒤끝을 숨기고 싶어 한다는 것 자체를 눈치채지 못했다.
아무튼, 넬슨은 무사 만루에서 리드오프가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 이번 이닝 동안 자신한테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 봐 전전긍긍했다.
작년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마운드에 다시 오른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구현기에게 삼진을 당했던 악몽이 아직도 생생했으니까.
‘저놈이 마운드에서 내려오기 전에 내 차례가 와야 할 텐데.’
물론, 저 투수가 그때보다 나아졌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은, 넬슨뿐만 아니라 브레이브스의 전력분석팀 역시 충분히 하고 있었다.
다만 등판 간격 자체가 너무 길고, 그나마도 투구 수를 길게 가져가지도 않는 터라, 양손으로 투구에 나선다는 것과 구속 및 구위가 회복되었다는 것 말고는 의미 있는 분석을 제공하지 못했을 뿐.
“스트라이크 아웃!!!”
다행인지 불행인지, 앞선 두 타자가 모두 삼진으로 물러서며, 넬슨은 그토록 원하던 기회를 얻게 되었다.
투수에게 절체절명이었던 좀 전의 상황과는 달리, 타자 역시 부담스러운 상황.
일단 초구는 지켜보기로 하면서도, 언제든 휘두를 수 있다는 듯 발을 지면에 강하게 디뎠고.
“볼!”
무조건 지켜보겠다는 결심이 흔들릴 정도로 치기 좋게 들어오는가 싶더니, 훅 떨어지는 커브볼.
“볼!”
2구로 던진 슬라이더는 살짝 많이 빠져나가면서 배트를 어렵지 않게 멈출 수 있었지만, 만약 저 투수가 의도한 대로 던졌다면 헛스윙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역시, 실력이 없는 건 아니었어.’
넬슨은 구현기에 대한 평가를 운 좋게 삼진을 뺏어간 놈에서 붙어볼 만한 호적수로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
만약 같은 팀 베테랑들이 알게 된다면 빅리그에서 선발로 몇 년이나 살아남았던 투수한테 무슨 배짱으로 평가질이냐며 황당해하겠지만, 넬슨은 그런 외부의 의견에 딱히 휘둘리는 편은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 건, 이제 투수가 던질 수 있는 공에 다소 제한이 생겨났다는 것.
‘패스트볼 타이밍.’
이미 한 번 의도한 코스에서 벗어났던 변화구를 다시 고르는 건, 투수에게 너무 부담스러운 선택일 테니.
코스는 그때그때 대응할 수 있지만, 일단은 바깥쪽을 염두에 두기로 하며, 와인드업에 들어간 구현기의 손끝을 지켜봤고.
쐐애애액!
대기 타석에서 눈에 익혀둔 바로 그 타이밍대로 들어오는 공에 배트를 가져가며, 넬슨 데스파이네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만.
포수 미트를 향해 날아가는 공이 스윙 궤적과 정확하게 맞물리기 직전.
‘어······?’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갑작스런 변화를 일으키며, 스윗 스팟을 벗어나 엉뚱한 곳에 닿아버린 공.
딱!
맥없는 소리와 함께 투수를 향해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로 타구가 굴러갔고.
투수이기 이전에, 지난 시즌 유격수 골드 글러브의 주인공이기도 한 구현기로서는 놓칠래야 놓칠 수 없는 그 공이, 1루수 미트로 날아갔다.
“아웃!”
무사 만루에서 삼자범퇴로 이닝 종료.
감히 기대하지도 않았던 결과에 홈팬들이 온갖 괴성을 질러댔지만, 넬슨의 귀에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아니······.’
전날 열린 2차전, 몸이 좀 찌뿌둥한 상태에서도 실투를 잘 받아쳐 홈런을 만들어내며, 다저스를 향한 악연을 어느 정도 끊어내나 싶었지만.
이 타석 하나가 더욱 크고 견고한 족쇄가 되어, 브레이브스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넬슨 데스파이네의 자신감을 옥죄기 시작했다.
* * *
‘X 될 뻔했네.’
넬슨 데스파이네에게 던진 3구는 스플리터였다.
위력이 다른 구종에 비하면 특출나지는 않아서, 타자의 패스트볼 대응 능력을 점검해보기 위해 아주아주 가끔 던지는 공.
손끝에서 채는 느낌이 애매하길래 완전 망했구나 싶었는데, 타자가 대기 타석에서 본 포심 타이밍을 맹신했는지 풀스윙을 갈겨준 덕분에 살았다고 해야 하나.
물론 내 심정을 알 리가 없는 타자는, 어지간히도 충격이 컸는지 1루선상에서 엉거주춤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방망이 집어넣고 수비나 하러 갈 것이지, 저게 뭐 하는 짓이래.’
[너어는 진짜······.]
과정이야 어쨌든, 결과는 무사 만루에서의 무실점.
여전히 3대 3 동점을 유지한 채로 8회 말 공격에 돌입했다.
“세이프!”
“베이스 온 볼스!”
위기 뒤에 기회가 온다는 말은,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버린 상대의 정신머리가 나가버리면서 성립하는 게 아닐까.
교체된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못 던지는가 하면, 루킹 삼진으로 물러났던 2번 타자이자 2루수가 실책까지 저지르면서.
“Kooooooooo!!! 자꾸 너한테만 해달라고 부탁해서 미안해!!! 그래도 해줘!!!”
“점수 내주면 유니폼 10벌 살게!!! 나 이번에 보너스 들어와!!!”
조금 전 수비 때와 비슷하게, 내 앞에 만루 기회가 찾아왔다.
물론 무사는 아니고 1사였지만 이게 어디야.
가벼운 담 증세로 벤치에 앉아 있던 켄과 언제든 장타를 날릴 수 있는 클레망이 덕아웃 앞에서 스윙 연습을 하는 지금, 9회 초 역전을 바라보고 나를 거르기도 애매할 텐데.
마지막 저항이라도 해보려는 건지, 만루 위기를 만든 투수를 내리고 좌완 불펜을 올린 브레이브스였지만.
따아아아아아악―!
좌완이든, 우완이든.
타자가 치기 좋은 실투를 던진다면, 그런 구분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는 걸, 전날 다니엘을 두들기며 배우지 못했던 걸까.
* * *
[ATL 3 : 7 LAD]
[백업 선수 대거 기용에도 신승, 다저스의 탄탄한 선수층을 증명한 경기!]
[무사 만루에서 무실점+결승 홈런까지! 시즌 4번째 구원승 적립한 Koo!]
[‘답답해서 내가 친다’를 넘어선, ‘답답해서 내가 던진다’! 투타겹업 우려했던 전문가들은 어디로 사라졌나?]
[‘ROY’ 넬슨 데스파이네, 이번에도 다저스 앞에서 눈물 보여··· “팬들에게 면목이 없다. 나 자신에게 너무나 실망했다.”]
[Koo, 데일리 MVP 인터뷰에서 넬슨 데스파이네에게 격려를 보내다! “그 친구가 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우리는 모두 정말 많은 실패를 한다. 오늘 경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