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1. 너에게 난, 나에게 넌(7) >
56경기 연속 안타.
1941년 조 디마지오가 달성한, 영원히 깨지지 않을 줄 알았지만 지금은 2위로 밀려버린 기록.
이 사람이 한창 기록을 써내려갈 때 ‘오늘도 디마지오가 안타를 쳤습니까?’라는 인사말이 유행했을 정도로 화제가 됐는데, 박도현이 이 기록을 경신하면서 거진 1세기 전의 유행어가 다시 부활하기도 했다.
‘근데 나한텐 안 그러더라. 너무 뇌절이라 그런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우려먹긴 좀 그렇긴 해.]
전에 어떤 칼럼을 보니까, 실전 경기를 치르며 한창 타격감을 끌어올린 시점에서 카운트되는 기존의 기록보다, 개막전부터 시작된 내 기록이 실질적으로 더 대단한 거라며 올려치기를 하던데.
‘뭔가 말투가 묘하게 열받았단 말야. 마치 여기까지만 해도 대단한 거라고 비꼬는 것처럼.’
이런 식의 은근한 견제는 경기장에서 받는 걸로도 충분한데 말이지.
예를 들어, 다저스와 오랜 라이벌리를 자랑하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나, 작년에 초보 내야수였던 내 쪽으로 타구를 집중해서 보내는 등 자잘한 작전을 자주 썼던 신시내티 레즈 같은 팀들은.
자신들의 홈 경기에서 처음 한두 타석 동안 볼넷을 가장한 고의사구를 내주면서 내 멘탈이 흔들리기를 기대하기도 했는데, 큰 효과는 못 봤다.
‘응, 도루 개꿀.’
선행 주자가 없을 땐, 어김없이 2루를 훔쳤고. 가끔 견제 동작에서 티가 나는 투수를 만날 때면 3루까지도 접수하면서, 도루 부문에서 2위는 잘 보이지도 않는 단독 1위를 마크했으며.
주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거르는 앙큼한 팀은, 눈빛을 형형하게 빛내는 클린업 트리오가 결코 용서치 않았다.
[야구계 모 원로, “기록을 내주기 싫어 승부를 피하는 투수가 있다고? 그런 투수가 있는 팀을 대체 어떤 팬들이 응원한다는 말인가?”]
여기에 더해, 우리의 든든한 애쉬튼 베이스볼 에이전시는 때때로 여러 원로나 관계자들을 소환해 이런저런 말을 얹도록 유도했는데, 이걸 한 글자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쫄?’
에이전시의 여론 조성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승부를 피하는 방식으로 내 기록에 딴지를 걸려는 시도는 확 줄어들었지만.
내 기록에 응원과 기대를 보내는 진영에서도 이래저래 말을 보태는 건 마찬가지였다.
[Koo의 연속 안타 기록, 적은 내부에 있다?]
요약하자면, 팀이 나한테 지우는 무게를 좀 줄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
지금 내가 주전 유격수에 투수까지 겸하고 있는데, 이런 역할이 기록 달성에 방해가 될 거라나.
‘나는 오히려 편한데 말이지.’
일단 내가 일주일에 많아야 두 번 올라가는데, 한 번에 가장 많이 던졌던 게 16구인가 그럴 거다.
게다가 8회와 9회를 책임지는 투수가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보니, 대부분 5회부터 7회까지의 타이밍에 등판하게 되는데.
일단 던지고 나면 바로 교체돼서 쉬니까. 체력 관리에 도움이 되면 됐지, 피해는 안 간다.
애초에 내가 퍼지면 X 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게 다저스인데. 그러니까 종종 3루수나 1루수로도 내보내며 체력 안배도 해주지.
“Koo! 이제는 정말로 두 번 다시 깨지지 않을 줄 알았던 기록에 도전하고 있는 지금 심정이 어떠십니까?”
오히려 이런 질문을 맨날천날 받는 게 훨씬 더 악영향이다.
떨린다, 영광이다, 뭐 이렇게 대답 쥐어짜는 것도 한두 번이지. 뭐 하자는 거야.
진짜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놈의 기록 때문에 거슬리는 게 한둘이 아니다.
아직까지 크게 티는 안 나지만, 내 기록을 의식해서 플레이가 좀 뻣뻣해지는 동료들이 나올까 걱정도 좀 되고.
도핑 테스트도 거의 2주에 한 번씩은 받고 있으니까.
[뭐 그거 가지고 그러냐. 도핑 검사로 부심 부리려면 검사관이랑 짱친 먹을 정도는 돼야지.]
‘팔뚝에 빵꾸 나는 거 뭐 자랑이라고 부심을 부리냐?’
그렇게 티격태격하면서 라커룸으로 들어가는데.
안쪽에 시체가 있었다.
“아 X발 깜짝아!!! 뭐야, 시체인 줄 알았는데 제리 너였어?!”
“Koo······?”
푹 삶은 시금치 같은 상태의 제리가 비척비척 몸을 일으켰다.
[얘가 이 정도로 상태가 안 좋은 건 여자한테 차였을 때 정도인데.]
사정을 들어보니, 박도현의 예상이 대충 맞긴 했다.
“여자친구랑 연락이 안 된다고?”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제리.
며칠 전, 여자친구 표정이 안 좋아 보이길래 풀어주려고 이래저래 애쓰긴 했는데, 효과는 전혀 없었고.
잠깐 개인 사정 때문에 연락이 뜸해질 수 있다는 말만 남기고 이틀째 잠수를 타고 있다나.
“걱정돼서 잠도 제대로 못 잤어. Koo, 혹시 연락할 방법 없을까······?”
“내 여자친구한테 부탁해서 어떻게 된 건지 물어봐 줘?”
“그러다가 정말로 나한테 정떨어진 거면 어떡해. 나 너무 무서워······.”
“아니 X발 어쩌란 거야.”
남녀가 사귀다 보면 언제든 헤어질 수 있지만.
사실 이나현의 직업 특성상, 이런 식으로 잠적하면서 관계를 끝내진 않을 거란 건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텐데.
가이드가 말도 없이 잠수를 타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냐고.
“뭐야? 누가 제리 삶았어? 왜 저래?”
“Koo, 아무리 선발투수 자리가 탐난다고 해도 어떻게 애를 이 꼴로······.”
하나둘 라커룸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선수들.
사정을 듣더니 자기네들끼리 파벌을 나눠 이래저래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차였다고? 진짜? 생각보다 오래 만났네?”
“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
“그러게. 사귄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여자를 우승 퍼레이드에 데려오고 인터뷰 때마다 언급하면 부담스러워서 만나기야 하겠냐?”
이때다 싶어 제리한테 추가타를 먹이는 선수들.
“야, 아무리 그래도 걱정부터 해줘야지 너네는······.”
“어떡하냐. 이러다 경기력에 영향이라도 가면 큰일일 텐데.”
혹여라도 팀 성적에 영향이 갈까 걱정하는 선수들.
‘근데 어째 제리가 아직 차인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인간이 단 한 명도 없냐.’
놀려먹거나 걱정하거나, 죄다 일단 차였다는 걸 전제로 한 반응들뿐.
만날 때마다 그렇게 주접을 떨어댔는데, 진짜 어지간히 큰일이 일어난 게 아니고서야 이런 식으로 끝내진 않을 것 같던데.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생각해봐. 아무 이유 없이 그러지는 않을 거 아냐.”
그러자 곰곰이 생각한 끝에 대답하는 제리.
“굳이 특별한 일이라고 하면······ 여자친구가 씻는 동안 냉장고에 있던 바나나 커스타드를 나 혼자 다 먹은 것 정도밖에 없는데······.”
“미친새끼 아냐 이거.”
“저러고도 별일 없었다고 입 싹 씻은 거였어?”
“네놈 여자친구가 내 동생이었으면 널 반쯤 죽여 놨을 거다!”
위로해주던 선수들도 순식간에 돌변해서 제리를 둘러싼 채 윽박질렀다.
목욕 후 먹으려고 아껴뒀던 디저트를 훔쳐먹는 건 중죄지.
“하여튼 저 새끼 걱정은 하는 게 아니었어.”
“괜히 시간만 버렸네.”
“Koo, 쟤한테 관심 그만 주고 몸이나 풀러 가자.”
“아, 네. 가야죠.”
단체 갈굼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진 제리를 냅두고 우르르 빠져나가는 선수들.
그 와중에도 좀처럼 제리한테서 시선을 못 떼는 나를 보며 박도현이 물었다.
[왜 그러냐?]
‘아니, 그냥.’
정말 그런 사소한 다툼이었으면 다행이긴 한데.
경기 보고 오는 길에 운전하면서 눈물을 쏟을 정도로 다저스 극성팬인 이나현이 이 정도로 오래 잠수를 타는 게, 좀 이상하단 말이야.
‘자기가 연락을 끊으면 남자친구 컨디션에 악영향이 갈 거란 생각을 과연 안 해봤을까?’
하지만 지금 그런 생각 해봐야 답도 안 나오는 법.
에이스의 본분이고 뭐고 죄다 갖다 버린 멍청한 친구는 내버려 둔 채, 경기 준비에 박차를 가했고.
따아아아악―!
[Koo의 스윙! 좌익수와 중견수 키를 훌쩍 넘기는 타구! 3루 주자 여유롭게 홈인! 1루 주자도 홈으로! Oh!!! 중견수가 공을 한 번 떨어트리는 걸 확인한 Koo가 3루까지! 세이프! Koo의 2타점 적시 3루타!!]
[사람들이 다들 Koo의 연속 안타 기록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그사이 이 선수는 완전체 타자로 거듭나는 중입니다! 전반기는커녕 5월도 안 끝났는데 멀티 히트 게임이 벌써 20개예요! 클러치 상황에서의 타율은 5할이 넘고요!!]
같은 지구 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홈에서 맞이한 오늘 경기.
한두 게임 차로 지구 순위가 2위부터 4위까지를 오갈 정도로 치열한 순위 다툼을 이어가는 팀이지만, 애초부터 저 멀찍이 1위를 달리고 있는 다저스에는 전력상 살짝 못 미쳤고.
제법 탄탄한 디백스 선발진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투수를, 대놓고 탄탄한 다저스 타선이 두들겨 패준 덕분에.
5이닝 3실점의 살짝 아쉬운 성적으로 마운드를 내려온 새 5선발 에드윈에게 넉넉한 득점 지원으로 승리를 안겨줄 수 있었다.
‘쟤는 아직도 저러고 있네.’
하지만, MVP 인터뷰를 비롯해 각종 취재까지 전부 마치고 돌아갈 때까지도 이나현에게서 연락을 받지 못한 듯.
결국 제리는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집으로 돌아갔다.
[쟤 내일 등판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평소라면 쟤 사생활이 어떻게 되든 말든 내 알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경기는 제대로 치러야 하니까.
저 빡대가리가 컨디션 조절 제대로 못 하고 내일 경기를 망쳐버리기 전에, 뭐라도 손을 좀 써야겠다.
이나현한테 연락이 닿을 만한 사람이야, 지금으로선 한 명밖에 없으니.
* * *
“나현 언니?”
잠들기 전, 같은 이불 속에서 보내는 시간.
좋은 말만 주고받아야 할 이 시간에, 다른 여자 얘기나 꺼내는 게 좀 민망하긴 한데.
사정을 설명하니 도아가 으으으음, 하며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그러게. 나도 한 이틀 전부터 연락이 안 되는 것 같긴 했어.”
“학교는? 혹시 학교도 잘 안 나왔어?”
“그건 평소부터 자주 빼먹고 그래서······.”
“아.”
이나현의 졸업 이후 결혼까지 계획하고 있다며 신나서 떠들어대던 제리가 떠오른다.
자칫 잘못하다간 계획이 1년은 더 미뤄지겠네.
물론 관계가 영 잘 풀리지 않아 보이는 지금 할 만한 소린 아니지만.
도아도 이유를 잘 모르는 눈치길래, 굳이 할 필요 없을 것 같아서 빼먹었던 바나나 커스타드 이야기도 꺼냈더니.
“언니는 딱히 달달한 거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그건 아마 제리 선수 먹으라고 사다놓은 거 아닐까?”
제리가 완전히 헛다리를 짚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아무튼, 그거 말고는 전혀 짚이는 게 없다는 제리의 말이 사실이라면, 최소한 그놈의 실수로 이 사달이 난 건 아니라는 소리.
‘여자친구가 갑자기 잠수 탈 일이 뭐가 있나······.’
내 경험만 놓고 보자면 도움이 될 만한 건 없지.
소꿉친구 이상 연인 미만의 관계로 지낼 때, 언제 어떻게 연락하면 좋을지 애를 졸이기는 했어도, 의도적으로 연락을 피하거나 그러진 않았으니.
졸음과 나른함에 점점 무거워지는 머리로 생각을 이어가다가.
빅리그에 처음 콜업되어 정신 못 차리던 시절, 선배 투수들이 긴장 풀어주겠답시고 해주던 이야기 중 하나가 문득 떠올랐다.
그때 들었던 거랑 상황이 좀 비슷한 것 같아서.
“도아야. 이나현 씨랑 마지막으로 봤던 게 언제야?”
“이틀 전인가? 수업에서 봤던 게 마지막인데, 끝나자마자 갈 데 있다면서 빨리 가길래 그냥 그런가 보다 했지.”
“그럼 혹시 그때 컨디션이 좀 안 좋아 보인다거나, 좀 불안해 보인다거나 그러진 않았어?”
“어······ 그랬어. 근데 그건 전날에 다저스가 9회 역전패 당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내 생각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는 지금으로선 당연히 모른다.
솔직히 이나현이랑 친한 건 도아지 내가 아니니까. 다저스 극성팬이라는 것 말고는 이 사람에 대해 딱히 아는 것도 없고.
그래도.
“도아야. 이나현 씨한테 문자 하나만 남겨줄래?”
“어? 그래. 뭐라고?”
“제리가 나현 씨랑 연락 두절되고 나서, 정신이 빠지다 못해 불린 미역처럼 흐물흐물해졌다고. 얘 좀 빨리 주워다가 어떻게 좀 해달라고. 라커룸에서 다른 선수들한테 정신 못 차린다고 욕먹는 거 내가 간신히 말렸다고. 이렇게 보내주라.”
도아는 대체 이게 뭔 소리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적어도 두 사람 관계에 피해는 안 갈 거다.
* * *
[ARI 6 : 7 LAD]
3.2이닝 4실점.
제리 헤이즈택의 오늘 경기 성적으로, 올 시즌 들어 최악의 피칭이었다.
물론, 대부분의 팬들은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연속 경기 퀄리티스타트 부문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울 정도로 꾸준했던 작년이 비정상적인 시즌이었고, 어쩌다 한두 경기 말아먹는 건 그리 드문 일도 아니었다.
또, 누군가는 에이스의 일시적 부진의 원인을 다른 데서 찾기도 했다.
[우리 감독 진짜 감 없네. 아니 초반에 좀 흔들렸다고 2사까지 잘 잡아놓은 에이스를 내려버리는 게 말이 돼?]
└ 그러게. 원래 제리가 던질수록 감을 찾는 스타일이잖아. 투구 수도 여유 있었으니 좀만 더 지켜봐도 좋았을 텐데.
└ Kim도 그래. 올라가자마자 초구를 그렇게 쑤셔 박으면 어쩌잔 거야? 홈런 처맞을 거 예상 못 했나?
└ 그나마 Koo가 역전 홈런 날려줘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에이스 내고도 연승 끊길 뻔했어!
정작 마운드에서 일찍 내려와야 했던 제리 본인의 생각은 달랐다.
개인적인 일로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고, 그래서 긴 이닝을 버티기 힘들 것 같다고 미리 코칭스태프에게 전달했다. 프로로서 부끄러운 행동이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무거운 몸을 이끌고 억지로 던지다가 사달이 나는 것보다는 나았다.
[연락 못 해서 미안해요. 할 말이 있는데, 경기 끝나고 잠깐 볼 수 있을까요?]
며칠째 연락이 닿지를 않던, 자신의 인생 첫 여자친구에게서 온 메시지.
그녀가 무사하다는 걸 늦게나마 알게 된 덕분에, 컨디션을 조금이라도 회복한 상태에서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만약 이대로 영영 연락이 끊겼다면, 대체 몇 경기나 부진이 이어졌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아득해졌다.
“클라라.”
늘 하던 대로, 운전석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여자친구의 이름을 불렀지만.
평소의 밝은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어색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살짝 끄덕여 인사하는 그녀를 보자마자.
제리의 심장이 다시 한번 쿵, 내려앉았다.
“연락도 없이 사라져서······ 미안해요.”
“아뇨! 괜찮아요! 무사하면 됐어요!”
그 후, 둘 다 입을 열지 못한 채 잠깐의 시간이 지났지만.
자신이 누구보다 당당해야 할 다저스의 에이스라는 사실이, 제리에게 먼저 입을 열 용기를 주었다.
“클라라. 대체 왜 그런 건지 솔직하게 말해줄래요?”
그러자, 이나현이 고개를 돌려 제리와 눈을 마주쳤다.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더니, 무언가가 찍힌 사진을 보여주면서.
요 며칠간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털어놓았다.
“아기······ 가진 것 같아요.”
핸드폰 화면에 떠오른 것은, 선명한 두 줄이 떠오른 임신 테스트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