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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화 〉5화- 입학 전 소동 (1) (6/130)



〈 6화 〉5화- 입학 전 소동 (1)

성의 정문에는 칼리오라와 아세드가 서 있다.

칼리오라가 나와 엔펠을 발견하고는 난처한 목소리로 말했다.

“루시아, 엔펠 경.”

아세드,  작자가 무슨 기행이라도 저지른 걸까.
나는 대공을 면밀히 살폈다.
 시선을 깨달은 그가 빠르게 말했다.

“너 잘 왔다.”

나는 떫은 감을 씹는 심정으로 답했다.


“…왜요?”


“스승님 해봐.”

 자신만만한 얼굴에 죽빵을 갈겨버리고 싶다.
실행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갈기기도 전에 팔이 꺾이고 꺽꺽거리며 울 거 같아서.

“뭘 가르쳐주셔야 스승이죠.”

그는 허리춤에 있는 흰 칼집을 두드렸다.


“검술이라도 가르쳐 줘?”


미쳤냐.


“저 마법사입니다.”

“알지. 근데 못 배울  뭐냐.”

나는 루시아의 캐릭터시트를 떠올렸다.
마력 50, 체력 10 이었지.


몸쪽 재능은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맞았다.
내가 한심하다는 듯이 가는 팔뚝을 보이며 아세드에게 말했다.

“이 팔로 당신을 이기게 만들어 줄  있어요?”

“꿈 깨라.”

“꾸지도 않았어요.”


그는 매크로라도 설정된 건지 앞에 했던 말을 또 하는 만행을 벌였다.


“스승님 해봐.”

이쯤 되면 나도 짜증을 숨길 수가 없다.

“검사가 어떻게 마법사의 스승이 될 수 있습니까?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세요.”


“그건 그렇군.”

“알았으면 지금이라도 정식 제자인지 뭔지 취소하시죠.”

“스승님 해봐.”


그의 목소리가 점점 스산해진다. 나는 그를 째려보며 거리를 벌렸다.
나와 아세드가 만담을 나눌 동안 엔펠이 칼리오라에게 물었다.


“저하. 대공과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대공이 성내에 있는 저택과 마차를 준다더군.”


“대공님, 정말이십니까?”

그는 엔펠의 질문에 심드렁하게 답했다.


“마차는 일 왕자가 보낸 놈들이 부숴 먹었다면서. 보아하니 머무를 곳도 없을 테고. 나는 안 쓰는 것들이니 주는 거다.”

내가 의심을 담아 물었다.


“무상으로요?”

“내가 추천장을 써준 놈들이 비루하게 다니는 건 용납할 수 없지.”


나는 그의 큰 씀씀이에 놀라며 마차를 올려봤다.

일단 컸다. 무지 컸다.
마차를 전반적으로 둘러봤다.

검게 옻칠한 외견은 세련된 예술품을 연상시켰고, 마차에 묶인 여섯 마리의 흑마는 털과 갈기에 윤기가 흘렀다.
마차에문외한인 내가 봐도 천문학적인 가격을 자랑하지 않을까 싶다.

이게 쓰지 않는 마차라고?
거짓말. 내부가 궁금해졌다.


“아세드 대공님. 마차 내부, 확인해도 됩니까?”

“스승님이라 부르면 해주지.”


그가 득의양양한 얼굴로 나를 봤다.
치사하게 나오시겠다?


“스승님.”

“어?”

“스승님, 스승님, 스승님, 스승님,스승님. 저 봐도 되죠?”


“야.”


김 빠지냐? 그걸 노렸어.
나는 소악마처럼 발칙한 미소를 지었다.


“자존심이 밥을 먹여주진 않잖아요?”

그가  머리채를 잡았다.


“악! 대공님, 대공님! 머리카락 뜯겨요! 머리카락 뜯겨요!”


“넌 뭘 믿고 그렇게 깐죽대는거냐?”

“아이 씨! 미친 스승이 제자 죽인다! 악!악!”

“진짜 죽여줄까?”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라면 진짜 죽이고도 남았다.
칼리오라가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루시아 경과 대공은 사이가 좋으시군.”

나는 정색하며 그녀를 봤다.
이게 좋아 보여? 이게? 이게?


그러거나 말거나 대공은 내 뒤통수를 후렸다.
묵직한  방, 귀에서 이명이 들렸다.


“으아아아아!  때려요.”

“때리기 좋게 생겨서. 손맛이 착 감기는 게 찰지네. 한 대  후려도 되냐?”


“살려주세요.”


그는 콧방귀를 뀌며 손을 저었다.


“확인해보고 싶으면 해 봐.”


나는 부어오른 뒤통수를 문지르며 마차로 다가갔다.
마차의 정면과 문에는 붉은 칼 문양이 새겨져 있다.
로고 같은 건가.


“이 칼 문양은 뭐예요?”

“내 가문의 문양. 겁대가리 상실한 놈이 아니면 알아서 길을  거다.”

으흠, 소속을 드러내는 거구나.
문을 열고 마차 내부를 봤다. 럭셔리함이 향취가 되어 코를 찌르는 기분이다.
황금색과 검은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내부는 한폭의 명작이나 진배없었다.


반질반질한 광을 내는 묵빛 가죽을 덧댄 의자에 엉덩이를 대니 미친 듯한 안락감이 찾아왔다.
혼절할 거 같아, 여기서 자도되겠다.


“야. 자냐?”


“예? 예?”


츠읍, 입가에 흘린 침을 닦으며 마차 안에 들어온 아세드를 봤다.
진짜 졸았나? 그는 자신만만했다.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본주의는  참지. 서민 근성이란 게 하루 이틀로나아지는 건 아니지 않은가.

“……엄청 좋네요.”

“받고 싶은 건 정했냐? 이런 거 서른 개는 줄  있는데.”


그의 재력에 반하겠다.
성을 달라고 해도 주는 거 아니야?


그러면 좀 웃기기야 하겠다.
농담 삼아 말했다.

“그럼 줘요.”

“어디 성을 주면 되는데?  근처는 자리가 다 차서 줄  없다. 조금 변두리로 가야 쓸만한 성이 나오지.”

실제로 들으니 웃기지는 않고, 당황스럽기만 했다.

“달란다고 진짜 줘요?”

“달라며?”

“거짓말이죠?”

“난 거짓말 안 해.”


이 남자, 멋있네.
나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렇게 부담스러운 걸 어떻게 받아요.”

“칼리오라가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나보다 더한 선물을 줬겠지.”

아찔했다. 하여간 부르주아 놈들.


“됐습니다. 부담되는 선물은 받지 않을 겁니다.”

“준다니까?”

“필요 없습니다.”

“그냥 받아.”

“싫어요, 치워요, 안 받아요.”

그는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응시했다.


“너  떨고 있냐?”

댁 같으면 한마디로 부동산 부자가 될 기회를 발로 걷어찼는데 안 떨겠어?
누군 평생 20평짜리 집에서 살아왔는데, 갑자기 수천 평이 넘는 토지를받는다고 생각해 봐라.


……생각하니 좋네.
아, 떼려야 뗄 수 없는 엿같은 물욕이여.

“저 놀리니까 좋아요?”


“어, 재밌네. 그리고 이거 받아라.”

“뭔데요?”

그가 자신의 제복에서 목걸이를 꺼냈다.
맨살에 닿으면 차가운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을 만큼 새파랗고 큼지막한 사파이어가 눈에 띈다.


“액세서리요? 제가 여자인 줄 알… 맞죠, 저 여자였죠.”

“뭐라냐?”

그는 내 목 뒤로 손을 옮겨 목걸이를 걸려고 했다.
남정내의 탄탄한 가슴팍이 가까워지면서, 좋은 향수 냄새가 났다.
굳은살이 박힌 손이 어색하게 목에서 움직인다. 나는 필사적으로 간지러움을 참았다.


“뭐 하시는 거예요?”

그는 말을 무시하며 말했다.


“칼리오라가 너에게 주는 선물이다. 직접 주기에는 부끄럽다고 나한테 맡기지 뭐냐. 대공을 뭘로 보고.”

칼리오라가?
창가로 그녀를 봤다.
부드럽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금발의 왕녀다.

그녀는 여신이야.
감격에 젖어 목걸이를 만지니 은은한 마력이 느껴졌다.


“……이건.”


“눈썰미가 없지는 않구만? 아티팩트다. 착용자의 마나 회복을 도와준다고 하더군. 광산 하나 정도의 값어치가 있는 물건이라지?”

이깟 목걸이에 광산하나?
목걸이가 아니라 광산이 목에 걸렸다.

이거 흠집이 나진 않겠지?
관리는 어떻게 하지.


안절부절하고 있으니 아세드가 딱밤을 먹였다.
장난이 아니라 진짜 아팠다.
무슨 딱밤이 손망치 급으로 아프냐.


“악, 그만  때리십쇼! 저 멍청이 되면 책임질 겁니까?”

“내가 왜?”

지가 때려 놓고 이 사람이 진짜.

“다시 말하지만 칼리오라의 선물이다.”

나는 빨갛게 부어오르는 이마를 매만졌다.

“근데요?”


“내 선물은 더 굉장할 거라는 말이지.”


나는 의아함을 품었다.

“엥? 대공이 저한테 선물을?”


“어. 뭘 줄까, 생각하고 있다.”


“왜요?”

“고마우니까.”

아세드는 연민 어린 눈길로 칼리오라를 봤다.

“대공?”


“꼬마 좀 부탁한다.”


악의나 호승심이 서리지 않은 대공의 순수한 미소는, 생각보다 파급력이 컸다.
남자도 반하는 외모라는 말을 새삼 상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



분홍색 머리카락과 분홍빛 눈동자는 유년 시절 잦은 실험을 당한 부작용으로 생긴 흔적이다.
일반적으로 보기 드문 색상임을 인지하고 있으며, 자신 또한 이렇게 눈에 띄는 색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말이 더 특별하게 들렸지.

‘찾기 편해서 좋네.’


유리 아이나르는 땅이 꺼져라 숨을 내뱉었다.


탁자 위에는 갖은 다과와 피투성이 대공, 파프니르가 보낸 검은색 편지가 정갈하게 놓여 있다.
그녀의 자그마한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픈이유다.

-야, 며칠 뒤에  동생이랑 제자  보낼게. 영지에서 학원이 갈려 나가기 싫으면 거절하지 말고 입학 시켜. 내가 그동안 방패막이 좀 해줬잖아? 알았냐? 몰라도 해줘라, 우리 사이에.
P.S 네가 좋아할 만한 애들이다.

“……나쁜 새끼.”


파프니르가 보낸 편지에 무슨 기대를 한 거람?
그의 편지에 오두방정을 떨며 기뻐한 자신이 한심했다.
고작 편지 하나를 보려고 목욕재계를 하고, 비싼 홍차와 디저트를 준비하며, 마음을 경건하게 만들었다.

그랬는데, 그랬는데  벽창호를 봐라.
이딴 편지를 느긋하게 음미하려는 자신이 너무나 비참하지 않은가.

교수들이 “좋은 일이 있으신가요, 이사장님?”이라 물었을  “후후후, 경사가 있긴 하노라. 소녀의 마음이드디어 목석에게 닿은 게지.”라고 설레발 치는 게 아니었는데.
어디 가서 화력계 마법이나 한 번 갈기고 오고 싶다.


수많은 제안을 거절하고, 학원을 굳이 그의 영지에 설립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
누구는 철혈의 대공이니, 기사의 별이니 치켜세우겠지만 그녀, 유리 아이나르에게는 무드라곤 쥐뿔도 없는 망할 남자일 뿐이다.

“………나쁜 새끼.”

그렇다고 연모하는 남자의 부탁을 매정하게 거절할  없는 순애보가 여기 있다.

“하휴, 소녀가 참을 수밖에 없는 게야.”


사랑이란 불필요한 오류를 마법사인 자신이 갖게 될 줄은 몰랐다.
사람 사는 일이란 이렇듯 모르는 법이다.
유리 아이나르는 편지에 동봉된 서류를 잡았다.


“이름이…… 어디 보는 게다.”


아세드가 보낸 예비 학생의 인적 사항을 읽었다.
칼리오스 반 바히프, 삼왕자의 이름이 있다.
정치적으로 뜨거운 감자.


일 왕자와 왕위를 두고 다투다가졌다는 소문은 들었다.
결국 학원으로 도피를  건가?

안 그래도 학원 내부의 폭발물들 때문에 골치가 아픈데, 삼 왕자의 편입은 거기다 기름을 붓고 캠프파이어를 시작하는 꼴이었다.
비록 파프니르 판 아세드를 존경하는 녀석이고, 유한 성격이라 호감은 갔지만  왕자가 떠안고 있는 문제가 좀 컸다.
파프니르의 추천장이 없었다면 입학은 꿈도 꿀  없었겠지.

그녀는 통신용 마도구에 마나를 흘렸다.
마도구에서 그리즈먼에점잖은 목소리가 들렸다.


-이사장님이십니까?

“그래, 소녀다.간만에 소집을 할 일이 생겼노라.”


건너편에서 지친 음색이 들렸다.

-또 무슨 사고를 치신 겁니까.

“이번 일은 소녀가 일으킨 게 아님을 알아야 할 것이야.”

-무슨 말씀이십니까.

“파프니르 쪽인 게다.”

-……피투성이 대공 쪽이라고요?

“학생을 입학시켜달라는 게야. 대표인 그의 말을 거스르는 얼간이는 없겠으나 사전 통지는 중요한 일인 게다. 소녀의 독단으로 무작정 입학시키면 주주들이 노발대발할 게 뻔하노라.”


-도대체 누구를 입학시킨 답니까?

“삼왕자, 칼리오스 반 바히프인 게다.”


어차피 아세드의 추천장이면 주둥이를 다물 녀석들이긴하지만 형식과 절차는 중요한 법이다.
때론 명분이 있는 것만으로도전쟁의 승패가 갈리니까.
유리 아이나르는 나머지 한 명의 인적 사항을 살피다가 시선을 멈췄다.

“루시아가  여기에 있는 게냐?”

어이가 없었다.
친우의 딸이, 그의 추천장에 있는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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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아이나르 입니다 [29세 생머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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