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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빵에서 재벌까지-6화 (6/452)

깜빵에서 재벌까지! 6화

GK 그룹 오한철 부회장실.

“회장님께서 또 오만수 이사를 다시 찾으셨습니다.”

오한철 부회장은 비서의 보고를 듣고 인상을 찡그렸다.

“아버지께서는 왜 그렇게 집착하실까?”

오한철 부회장이 작게 중얼거렸다.

불현듯 오한철 부회장은 3년 전 일어난 사건을 떠올렸다.

“예?”

오한철 부회장의 중얼거림을 들은 비서가 그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채 자신도 모르게 되물었다.

그러자 오한철 부회장이 비서를 보며 작게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수고했어요.”

오한철 부회장이 말하자 그의 비서는 묵례하고 부회장실을 나갔다.

그리고.

오한철 부회장은 자신의 잠긴 책상을 열더니 책상 서랍 안을 봤다.

【유전자 검사 확인서】

노란 서류 봉투에는 영어로 유전자 검사 확인서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그 서류 봉투를 본 오한철 부회장은 다시 한번 인상을 찡그렸다.

“아버지는 죄가 없으시죠.”

오한철 부회장이 높낮이 없는 음성으로 읊조렸다.

오한철 부회장은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눈빛을 보였다.

그러던 그때였다.

따르릉, 따르릉!

전화기 벨이 요란하게 울렸고.

오한철 부회장은 서랍을 닫고 열쇠까지 잠근 후에 전화를 받았다.

“오한철입니다.”

- 이동통신 민영화 과정에서 발생한 특혜와 함께 묻혔던 배임 및 횡령 사건이 드디어 수면 위로 오를 것 같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에 오한철 부회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청와대에서 특검이라도 준비한답니까?”

- 아무래도 대비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VIP께서 5공과 완전히 단절하고 싶으신 것 같습니다.

VIP는 당연히 대통령을 의미하고.

현 대통령이 5공과 단절하고 싶은 것은 그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3당 합당이라는 야합을 통해서 야당을 버리고 여당이 됐기 때문이리라.

“그러실 거면 늑대 소굴로 스스로 들어가지 말았어야죠.”

오한철 부회장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3당 합당을 성공시킨 VIP를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 청와대의 목표는 회장님입니다.

“모든 것은 내가 다 했는데.”

- 그러니 대비하셔야 합니다. 결국에는 재벌 총수께서 책임지는 대한민국이지 않습니까.

여기서 분명한 것은 청와대가 GK 그룹을 재벌 개혁의 희생양으로 점 찍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런 청와대에서도 GK 그룹에 협력하는 보좌관들이 존재했다.

그리고!

GK 그룹의 총수인 오구광 회장은 무엇도 책임질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오한철 부회장은 잘 알고 있었다.

* * *

교도소 5동 17호실.

“아이고, 최 검사. 이제 오면 어떻게 해?”

교도소는 소문이 빠르다.

내 입으로 밝힌 것이 아니건만.

내가 사법시험 합격자였다는 사실은 금세 소문으로 쫙 퍼졌다.

그래서 수감자 대부분은 나를 최 검사라고 놀리듯 부르곤 했다.

난 교도소에서 검사가 꿈이라고 입도 뻥긋한 적이 없는데 말이다.

사법시험 합격하면 어디 검사만 되던가?

판사도, 변호사도 있다.

『신삥이라고 귀찮게 하지 마, 검사 될 뻔했던 녀석이다!』

그 교도관은 잘난 놈이 싫었던 모양이다.

그게 아니면 검사한테 당한 적이 있거나.

그게 아닐 거다.

아마도 GK 그룹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다.

‘교도소에서 제일 싫어하는 부류가 형사나 검사지.’

덕분에 그날 밤, 나는 제대로 신고식을 치렀다.

『나는 검사의 검 자만 들어도 구역질이 나, X발!』

조폭 출신 수감자의 말을 시작으로.

같은 방의 수감자들이 나를 모포로 덮어놓고 밟기 시작했다.

‘참아야 했을까?’

교도소는 야생이자, 곧 정글이다.

힘이 없다면 있는 척이라도 해야 하고.

있는 힘을 숨겼다간 더 당하는 곳이 바로 교도소 안이다.

그래서 교도소에서 편하게 지내려면.

돈이 많거나, 최소한 또라이라도 되어야 했다.

『아, X발!』

물론 맞다 보면 지친다.

아프기도 하고.

그러니 지치기 전에 최소한 대가리라도 까야만 했다.

나는 밟히는 순간에도 목표를 노려봤다.

죄수들 사이에서 팔짱을 끼곤 날 내려다보는 한 놈.

이죽거리는 입술을 좌우로 확 찢어주고 싶었다.

무엇보다 자꾸만 그 날이 아른거렸다.

‘그때처럼!’

이번에도 이러다가는 맞아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를 느꼈으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 그 공포가 극복됐다.

그리고 발길질이 느슨해진 순간!

마지막 힘을 다해 방장에게 달려들어 귀를 물어뜯어 버렸다.

결국, 나는 그 사건 이후로 징벌방에 감금됐다.

왜 징벌방을 수감자들이 그렇게 두려워하는지, 나는 수감 첫날 알 수 있었다.

‘외롭다! 그리고 어둡다!’

징벌방은 소리 하나, 빛 하나 없었다.

있는 것이라곤 그저 적막뿐.

내 미래가 이럴 것 같아서, 온몸이 부르르 떨리기도 했었다.

그래도 견딜 만했다.

어차피 이 교도소에서 내 편이라고는 한 명도 없었으니까.

징벌방에선 내게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기에 자연히 날 괴롭히는 사람도 없었다.

방이 좁아서 많이 불편하긴 했지만 말이다.

하여튼 그날 이후.

나는 최 검사에 이어 또라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다.

그 사건 이후로 교도관은 또 다른 사고를 걱정했는지, 나는 17호실로 이감됐다.

다행히 이곳에서는 꽤 모범수로 살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가끔 운동시간 때면 긴장이 되곤 했다.

내게 귀를 찢기는 바람에 새로운 별명을 가지게 된 짝귀.

이 교도소에서 유일하게 나를 노리는 놈.

그놈이 나를 건드리지 못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그놈보다 더 위에 있는 놈을 찾아가 꼬리를 내리기로 했다.

『저 녀석 별호가 도끼인데, 이제는 짝귀가 됐어.』

『제가 지렁이라서 그랬습니다.』

『네가 지렁이라고?』

『밟으니 저도 꿈틀했습니다.』

『꼬맹이가 말 좀 하네. 허허!』

사실 나는 내가 누구에게 말을 걸었는지도 잘 몰랐다.

그는 어느 조직의 보스라고 했다.

그때는 그저 그런 줄만 알았다.

그런 자가 내 몇 마디에 관심을 보였다.

나는 그가 범죄와의 전쟁 선포 이후.

폭력단체 조직 결성 및 수괴 혐의로 체포가 되어 10년 형을 선고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조폭 두목 이전에, 건설사 사장 소리도 듣던 인물이었다.

아마 용역 회사 같은 걸 운영했다고 들었다.

‘형기가 5년 남았다지?’

어쩌면 나와 비슷한 시점에 출소하리라.

내가 운이 없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나는 그 보스에게 사정했다.

별호가 짝귀로 변한 놈이 매일 호시탐탐 내 목숨을 노렸었으니까.

사실 교도소만큼 의문사와 사고사가 많은 곳도 없다.

실상 궁지에 몰린 상황.

그러니 살아남아야 했다.

그래서 조폭 두목에 납작 엎드리는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네 목숨값이 얼마인데?』

『그걸 정하는 건 어르신의 몫이겠죠.』

그때의 나는 돈 한 푼 없어 보이는 개털이었지만.

그런 개털이 자신에게 백지수표를 던지는 과감함을 보였기 때문인지 조폭 두목인 함기찬은 내게 꽤 관심을 보였다.

『머리는 좋다고 들었는데······.』

그때는 몰랐지만.

사실 함기찬은 내가 교도소에 들어올 때부터 나를 유심히 살피고 있었단다.

『그물에 걸린 사자를 누가 구했는지 생각해 주십시오.』

『네가 쥐새끼라는 거냐?』

단번에 알아듣는 것을 보아하니.

조폭 두목인 함기찬도 어릴 적에 이솝 우화 좀 읽은 모양이다.

하여튼 지렁이면 어떻고 쥐새끼면 어떤가?

당장 살아남아야 하는데.

『지금은요.』

『알았다. 나중에 따로 부르마. 짝귀는 걱정하지 마라.』

나는 그날 이후.

사람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알게 됐다.

물론 짝귀는 그래도 나를 노리는 눈치였다.

하지만 나도 이제 그럭저럭 이 교도소에서 세력을 만든 상태인 데다.

무엇보다 교도관들과 끈끈한 터라.

든든한 방패를 가지게 됐기에.

그래서 짝귀는 그저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기만 할 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진 않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 나를 지키기 위해서 운동을 시작했고.

조폭 두목 함기찬에게 부탁해서 싸움의 기술을 배우고 있는데 내 스파링 상대가 어처구니가 없게도 짝귀다.

그래서 첫 스파링이 있던 날에는 정말 또 죽을 정도로 맞았다.

『동상, 오늘도 맞을 준비 됐냐?』

하여튼 그날 이후 짝귀는 일주일마다 한 번씩 비밀리에 진행이 되는 나와 스파링을 하는 날을 기다리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나는 이를 으드득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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