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빵에서 재벌까지! 23화
교도소 수감자실.
“아하합!”
오한철 부회장은 아침이 되자, 연신 하품을 쩍쩍해댔다.
나는 그런 오한철 부회장을 보며 속으로 조소를 머금었다.
분명 지난밤을 뜬눈으로 새울 수밖에 없었으리라.
아마 내가 한 말이 가슴에 박혀 잠을 방해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참 여유롭네.’
오한철 부회장의 얼굴에 피곤함은 묻어 있었으나, 표정은 제법 환했다.
그저 신기할 뿐이다.
교도소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초조해하거나 두려워한다.
특히 밖에서 잘나가던 사람들은 이 교도소의 1초가 지옥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그런데 어젯밤과는 또 다른 반응을 보이는 오한철 부회장이다.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군.’
하지만 적응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여긴 평범한 곳도 아니고, 무려 교도소이니까.
사실 나도 처음에는 적응하는데 꽤 힘들었었다.
그래도 살다 보면 여기도 결국 사람 사는 곳이란 걸 알게 된다.
“태성아.”
하품을 쩍쩍하는 오한철 부회장을 방장 삼촌이 힐끗 봤다가 나를 불렀다.
나는 그런 방장 삼촌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예, 삼촌.”
방장 삼촌은 무엇인가 내게 충고하고 싶은 눈빛이다.
교도소라는 곳은 살벌한 곳인 만큼.
타인의 버릇을 알아두면 도움이 많이 된다.
특히 방장 삼촌은 자기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할 때 꼭 저런 눈빛을 지어 보이곤 한다.
“앞으로 한철 씨 잘 모시고 다녀라.”
방장 삼촌은 내게 오한철 부회장의 부하 노릇을 지시했다.
나는 그런 방장 삼촌을 보며 작게 인상을 찡그렸다.
“어이가 없네요, 삼촌.”
살짝 삐딱하게!
처음에는 그래야 한다.
“어이가 없어? 와?”
방장 삼촌이 나를 흘겨봤다.
사실 빨간 명찰을 단 무기수인 삼촌에게 이렇게 버릇없이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이 교도소에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방장 삼촌이 이렇게 버릇없이 말해도 봐주는 사람 또한 나뿐이다.
그래서 다른 수감자들도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여기가 뭐 패키지 관광 코스도 아니고, 제가 어디를 모시고 다녀요?”
나는 방장 삼촌에게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원래 수감자들은 모든 행동을 교도관들에게 감시당할 수밖에 없다.
“우리 태성이, 또 아침부터 삐딱하네.”
방장 삼촌이 눈을 재차 흘긴 후.
슬쩍 오한철 부회장을 바라봤다.
분명한 건.
방장 삼촌이 나를 우리 태성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이다.
『저 좀 보호해 주세요.』
내가 도끼라는 놈의 귀를 물어뜯어 짝귀로 만든 후.
17호실로 이감되자마자.
나는 방장 삼촌에게 무릎을 꿇고 애원했었다.
『보호?』
『예, 살려주세요.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말은 쉽지, 교도소에서 어떻게 은혜를 갚으려고?』
『아······!』
『그럼 적적했는데 내 말동무나 해주던가.』
그날 이후.
방장 삼촌과 나는 빠르게 친해졌고.
그때 촉새 형도 방장 삼촌에게 소개를 받았다.
그런 후에 나는 천재적인 두뇌로 교도소의 지하 유통사업에 뛰어들었고.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오늘의 내가 됐다.
내가 지닌 법적 지식들로 수감자들과 교도관에게 꽤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고.
또 도움을 준 만큼 반대로 도움을 받아 지하 사업을 빠르게, 그리고 편하게 일굴 수 있었다.
“보소, 나 좀 보소.”
마침 방장 삼촌이 오한철 부회장을 불렀다.
“예, 방장님.”
“태성이가 알아서 잘하겠지만, 여기도 규칙이 있소.”
방장 삼촌의 말에 오한철 부회장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규칙…….”
오한철 부회장이 방장 삼촌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 특실이 아닌 일반실로 왔는지는 모르겠는데, 금방 나간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그래도 조심할 건 조심하소.”
방장 삼촌이 오한철 부회장에게 경고하듯 말했다.
“예, 잘 배우겠습니다.”
오한철 부회장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말하진 않았지만, 그도 방장 삼촌이 이 수감실의 실세란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런 오한철 부회장을 빤히 바라봤다.
어쨌든 신기한 건.
오한철 부회장이 참 여유롭다는 사실이다.
교도소에 들어와서 저렇게 여유로울 수 있을까?
오한철 부회장은 내가 생각해도 꽤 신기한 사람이다.
‘게다가!’
특별한 버릇도 딱히 없는 것 같다.
그게 아니면 내가 아직 찾지 못했거나.
“특히, 나 같은 사람 조심하소.”
“예?”
방장 삼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눈빛을 보이는 오한철 부회장이다.
“태성이한테 들으소.”
방장 삼촌은 그 말만 하고 변소로 들어가 버렸고.
오한철 부회장이 내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곤 내게 물었다.
“저게 무슨 말이냐?”
오한철 부회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저랑 그쪽이랑 방장 삼촌이랑 다른 거 못 느꼈어요?”
나는 살짝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뭐가 다른데?”
오한철 부회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그런 오한철 부회장을 보며 미간을 조금 찌푸린 채 말했다.
“명찰이 다르잖아요.”
방장 삼촌은 빨간 명찰을 달고 있다.
25년 장기수 이상 사형수들은 빨간 명찰을 단다.
예전에는 사형수들이 평소에도 수갑을 차고 생활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말이다.
“빨간 명찰?”
오한철 부회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그제야 알아차린 듯한 반응을 보였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오한철 부회장을 보며 말했다.
“예, 무기수 이상 사형수는 빨간 명찰을 달죠. 어떤 면에서는 그게 훈장이라서 조심해야 해요.”
“훈장이라고?”
죄가 무거운 게 훈장이라니.
오한철 부회장은 놀란 눈치였다.
“여긴 교도소잖아요. 교도소에선 교도소만의 룰이 있는 거죠.”
“으음!”
오한철 부회장이 살짝 신음을 토했다.
“특히 사형수는 내일이 없어요.”
무기수는 감형의 기회가 있다.
하지만 사형수는 감형이 되어도, 가석방 불가능한 무기수로밖에는 감형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사형을 집행하지 않으니 사실상 다를 게 없다.
그러니 사형수에게는 내일이 없다.
뭐, 아직은 사형을 집행할 때긴 하지만 그것도 곧이다.
“아!”
오한철 부회장이 작게 탄성을 터트렸다.
나는 내일이 없는 삶이 얼마나 무서운지, 이 교도소에 와서 진정으로 알게 됐다.
그런 존재들은 자신에게도 위험하고.
타인에게는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나는 오한철 부회장을 보며 한 마디 덧붙였다.
“언제 사형이 집행될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내가 기억하기로 97년 12월 30일 이후에는 사형 집행이 없었다.
‘그리고!’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97년 12월 31일에 마지막으로 20여 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
우리 교도소에도 3명의 사형수가 있고.
그들에 대해서는 누구도 시비를 걸지 못한다.
아니, 나 역시 눈도 잘 맞추지 못한다.
한 녀석 빼고.
『형, 말만 해, 형이 말하면 누구라도 내가 죽여줄 테니까.』
나는 이렇게 누구와도 두루두루 친하다.
『아니, 됐어요.』
『형도 나한테 존댓말을 하네. 형도 내가 무섭지? 히히히!』
18살에 3명을 살해하고 교도소에 갇힌 사형수를 나는 알고 있다.
그냥 보면 순둥이처럼 보이는데 3명을 살해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나는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선 안 된다는 격언을 그 녀석을 알고 나서 새삼 실감했다.
『아, 그게···. 그러니까······.』
『형, 나 곧 만으로 스무 살이다.』
1976년인가를 마지막으로 미성년자에 대한 사형 집행은 없어졌다.
이 말의 뜻은 성인이 되면 미뤘던 사형 집행이 진행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아.』
사형수이기에 사형 집행에 대한 두려움은 당연하리라.
사형수도 자기 목숨 아까운 줄은 안다.
‘너도 지옥에 사는 거였네.’
녀석은 아침마다 눈을 뜨는 것이 두려울 것이다.
그리고 초조하리라.
자기 방으로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벌렁거렸을 것 같다.
혹여나 교도관이 사형 집행 날짜가 잡혔다는 소식을 전하러 올까 봐.
그런 초조한 하루를 보낸 후.
법무부와 법원, 그리고 교정 당국의 정규 일과시간이 끝난 후에서야 안도할 것이다.
그런 생활이 사형 집행 전까지 반복된다면.
그 자체가 지옥일 수밖에 없다.
『형아, 나는 아침이 오는 것이 너무 무섭다.』
아마 녀석은 나한테만 자신의 속마음을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녀석이 사고를 칠 때마다 나를 부르는 교도관들이 많다.
‘나도 무서운데.’
하지만 녀석은 나를 의지했고.
녀석이 내게 의지하기에 나는 그것을 이용하고 있다.
사형수와 친한 수감자는 다른 수감자에게도 두려운 존재가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