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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빵에서 재벌까지-48화 (48/452)

깜빵에서 재벌까지! 48화

“젠장, 말만 들어도 흥분이 되는데 그게 쉽겠어?”

한철 삼촌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물론!’

한철 삼촌이 저런 반응을 보일 만도 하다.

어쨌든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내가 미래의 기억이 있다고 해서.’

또 막대한 자금을 확보한다고 해서 GK 그룹이 내 손에 들어오는 것은 절대 아니니까.

‘대한민국은!’

적대적 기업 인수 합병이 거의 불가능하다.

사업을 문어발처럼 확장해 여러 가지 법인을 차리고, 그 법인들에 그룹의 지분을 이양하는 식으로 경영권을 방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바로 그것이 우리나라 기업을 돈많은 외국의 자본가들이 꿀꺽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니 그게 가능하도록 곧 닥칠 IMF 때 기대를 걸어 볼 수밖에 없다.

‘GK가 실수와 실패를 난발하고!’

내가 끝도 없이 자본을 만드는 성장을 거듭한다면?

약해질 때로 약해진 GK를 내가 차지할 수도 있으리라.

“쉬운 일이면 재미가 없죠.”

나는 한철 삼촌을 보며 씩 웃었다.

그러곤 한철 삼촌을 불렀다.

“삼촌.”

“왜?”

“저번에 하려고 했던 GK화학에 관해서 말해주세요.”

나는 내가 가진 미래의 기억과 한철 삼촌이 가지고 있는 GK 그룹에 관한 내부 정보를 일체화시켜볼 생각이다.

‘그때 뉴스에 떴던 그건가?’

나는 환생자이기에 GK 그룹 관련 뉴스를 미래에서 본 적이 있다.

“아, GK화학. 그렇지. 그게 최대의 약점이라면 약점이지.”

한철 삼촌이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눈빛이 변하는 한철 삼촌이다.

GK통신 합병의 특혜를 통한 비리가 약점이 아니다?

그렇다면 아주 큰 것이리라.

‘미래에서 들은 찌라시와 비슷하겠지.’

확실하면 제대로 뽑아낼 수 있으리라.

“태성아, 잘 들어.”

평소와 다르게 목소리를 낮추는 한철 삼촌이다.

“예, 삼촌.”

내 눈빛이 달라지는 순간 한철 삼촌이 나를 잠시 봤다.

그리고 만감이 교차하는 눈빛을 보였다.

‘최악보다는 차악이죠.’

한철 삼촌에게는 나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 * *

GK 그룹 회장실.

“아버지, 2,000억이나 내놓을 필요 있을까요?”

전직 대통령은 무기징역과 함께 추징금 5,000억을 확정받았다.

그걸 나눠 내기가 아까운 GK 그룹 회장의 장남, 오종철 부회장이었다.

물론 문민정부의 시대가 끝나고 다음 정권이 들어서면 놀랍게도 전직 대통령들은 특별사면을 통해서 사면된다.

정권이 여당에서 야당으로 바뀌었는데 특별사면이 됐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지만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환생자인 최태성밖에는 없으리라.

‘아깝지, 나도 정말 아깝지.’

하지만 모든 이목이 전직 대통령의 추징금에, 또 GK 그룹의 행보에 쏠려 있는 만큼.

GK 그룹 오구광 회장도 어쩔 수가 없었다.

오구광 회장이 짧게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사돈 어르신 저리 둘 수는 없지. 명색이 전직 대통령이다. 꼭 그게 아니라도, 사돈 어르신이 없었으면 우리 회사가 이렇게 클 수도 없었을 거고.”

사실 따지고 보면 오종철 부회장의 장인이 바로 전직 대통령이었다.

“추징금을 나눠서 내준다고 해도 내란 및 반란 혐의는 그대로입니다. 괜히 돈만 쓰시는 겁니다. 무엇보다 2,000억이 아깝잖아요.”

이것만 봐도 오종철 부회장은 그릇이 작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자기 사람을 챙길 줄 모르는 이기적인 존재였다.

그런 오종철 부회장을 보며 오구광 회장은 속으로 혀를 찼다.

‘쯧쯧!’

자신의 장인을 돕는 일인데 2,000억이 아깝다고 말하는 오종철 부회장이기에 그런 그가 한심한 오구광 회장이었다.

하지만 제아무리 그릇이 작다고 해도.

GK 그룹 오구광 회장은 장남에게 회사를 물려주겠다는 그 미련을 버릴 수가 없었다.

오구광 회장 자신도 장남이 아닌데 말이다.

『조선 시대 같으면 너는 서자야, 서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서자.』

그리고 자신의 형들이 자기에게 했던 말이 떠올라 지그시 입술을 깨무는 GK 그룹 오구광 회장이었다.

오구광 회장은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그러나 그는 그 딜레마를 고집으로 극복했다.

‘서자가 또 서자에게 물려줄 수는 없지.’

어떤 면에서 GK 그룹 2대 총수인 오구광 회장은 조선 14대 국왕인 선조의 마음과 같으리라.

이것이 그의 트라우마였다.

“상철이 네 생각은 어때?”

어느 순간부터 오구광 회장은 오상철 전무를 가까이했다.

그러나 오상철 전무는 그럴수록 더욱 오구광 회장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요즘 들어 오상철 전무는 기회와 위기는 같이 온다는 서양의 격언을 뇌까릴 때가 많았다.

‘둘째 형도 이러다가 토사구팽을 당했지.’

자신도 둘째 형인 오한철처럼 혼외자라는 현실을 항상 떠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오상철 전무 또한 알고 있었다.

오구광 회장이 자신에게 그룹을 물려줄 일은 결단코 없다는 것을.

그러니 자신의 손으로 차지하는 수밖에.

이내 오상철 전무는 그런 속내를 숨긴 채 입을 열었다.

“추징금이 남게 되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또 정권이 문제가 있을 때마다 국민의 관심을 우리 쪽으로 돌리기 위해 국면 전환용 카드로 쓸 겁니다.”

오상철 전무의 말에 오구광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도 그래.”

끊어야 할 것은 끊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문제는 GK 그룹에서 특혜비리의 주모자로 법적 책임을 질 사람이 필요하다는 사실이고.

이미 그 대상은 오한철로 정해진 상태였다.

“정리하시고 가시죠. 둘째 형도 다 감당하겠다고 했습니다.”

오상철 전무의 말에 오구광 회장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하자. 우리 한철이가 효자라면 효자지.”

여기서 분명한 것은 모든 것은 최태성의 뜻대로 됐다는 사실이다.

* * *

오늘 책임 숙직인 장 교위가 대뜸 갑자기 나를 불렀다.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 나를 불렀는지 모르겠다.

참고로 장 교위는 이제 승진해서 장세출 과장이 됐다.

장세출 과장!

나에게는 꼭 필요한 사람이다.

장세출 과장은 과장까지는 자기 능력으로 승진한 거다.

뭐…… 앞으로는 또 모르는 일이다.

어찌저찌 과장까지는 승진해도 과장에서 정년을 마치는 경우가 부지기수니까.

“최태성, 오늘이 무슨 날인 줄 아냐?”

장세출 과장의 말에 나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내가 무슨 점쟁이도 아니고 오늘이 무슨 날인지 어떻게 알겠는가.

하지만 장세출의 표정을 살피니 장세출에게는 아주 의미 있는 날인 모양이다.

“저 같은 수감자에게 무슨 날이랄 게 있나요. 그냥 다 똑같지.”

처음 내가 장세출 과장을 만났을 때는 그가 나보다 우위에 있었지만 나는 이미 장세출 과장에게 빚을 지워놓은 상태라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만약 다른 수감자 같았다면 한 대 맞았어도 할 말이 없으리라.

이 시절 교도소는 폭력이 일상화되어 있었다.

학교랑 똑같다.

그래서 수감자들이 교도소를 학교라고 부르는 걸지도.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죠. 출소하면 매일이 기념일 같을 테니 기록하고 기념할 겁니다.”

내 말에 장세출 과장이 인상을 찡그렸다가 다시 나를 봤다.

“으음, 오늘이 우리 현우 생일이다.”

나는 장세출 과장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카 생일날 왜 숙직을 서고 그러세요?”

장세출 과장은 확실히 이상한 인간임이 분명하다.

“내일 휴가를 냈어.”

나는 장세출 과장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주말을 끼고 휴가를 냈구나.’

히죽 웃으며 나는 장세출 과장에게 너스레를 떨었다.

“아, 히히히, 그럼 며칠 동안 제가 숨 좀 쉬고 살겠네요. 그런데 왜요?”

장세출 과장이 눈감아 주고 있기는 하지만.

나는 특별대우(?)를 받는 만큼.

수형 생활에서 조금이라도 규칙을 어기면 예외 없이 징벌방이었다.

그러니 내가 알아서 걸리지 말아야 한다.

“뭐라고 해야 하려나…… 잘 뛰어노는 현우를 보니 내 마음이 착잡할 뿐이다.”

장세출 과장이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장세출 과장의 이 말을 통해, 이제는 장세출 과장이 완벽하게 내 쪽으로 넘어왔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빚을 줬으면 기회를 봐서 원금과 이자까지 받아내야 하니까.

‘아무렴. 누구 신장을 떼서 준 건데.’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장세출 과장을 봤다.

“장 과장님께서는 아무 생각도 하지 마세요. 저 좋아서 한 일이니까요.”

장세출 과장이 착잡하다고 한 말은 자기 아들 현우의 이식 수술 과정에서 온갖 비합법적인 수단이 존재했기 때문이리라.

‘불법 의료인을 통해서 불법적인 시설에서 불법적으로 이식이 됐지.’

물론 그 불법 의료인은 의사 출신이었다.

아무리 위법적인 수술이라도 의사 면허도 없는,, 아니, 없었던 돌팔이를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오히려 불법 수술이기에 의사의 실력이 확실해야 한다.

그리고 불법적인 시설은 대체로 비인가 병원 같은 곳이다.

『괜…. 괜찮을까요?』

이 순간 나는 악마와 다름이 없는 나의 유혹에 넘어간 현우의 어머니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대로 두시면 현우의 어린 날은 절망이죠, 운이 나쁘면 신장 이식을 못 받죠.』

『아……!』

『혈액 투석을 할 때마다 고통에 겨워 우는 현우만 생각하세요. 현우는 웃을 겁니다.』

『…….』

『하지만 현우 어머니는 저와 같이 죄인이 되시는 거죠.』

『뭐든 할 수 있어요……. 현우를 위해서라면.』

나는 그런 현우 어머니의 마지막 말을 통해 그녀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한 존재.

여자는 착해도 어머니는 자기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할 수 있는 존재다.

설령 아들의 병을 고치기 위해 죄인이 되더라도!

『대신 저랑 약속하나 하시는 겁니다.』

『무슨 약속이죠?』

『현우 어머니의 신장 하나와 골수는 언제든지 제게 제공되어야 합니다.』

교도소에 있는 내가 어떻게 장세출 과장의 아내를 만날 수 있었을까?

당연히 돈을 써서 외부 진료를 받았고.

그때 촉새 형을 이용해 장세출 과장의 아내이며 현우의 어머니를 악마인 내게 올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물론이죠.』

『이건 다 녹음과 녹화가 됩니다.』

그리고 나는 혹시 모를 일에 보험 하나는 들어놨었다.

물론 이 사실까지는 장세출 과장이 알 턱이 없으리라. 하여튼 나는 지난날을 떠올리며 장세출 과장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그렇지. 너의 이익을 위해서 한 일이지. 그런데 나도 네게 물들어 버렸네.”

나는 이런 장세출 과장의 말에 속으로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악으로 물들기가 더 쉽지.’

물론 내가 나를 악마라고 정의하고는 있지만.

솔직히 내가 한 짓 때문에 손해 본 사람은 없다. 단지 대한민국이 규정해 놓은 범죄를 저질렀을 뿐이다.

“뭐가 되고 싶으신데요?”

나는 장세출 과장을 보며 물었다.

자고로 인간관계는 항상 주고받는 그런 관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 한쪽이 손해라고 생각이 들 때.

결국 배신이 생기고, 그렇게 관계가 깨진다.

이런 이유로 항상 잘 주고 잘 받으면 관계는 계속 유지가 무난하게 잘 될 수밖에 없다.

괜히 기브 앤 테이크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난 뭐가 되어야 할까?”

장세출 과장이 날 보다가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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