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빵에서 재벌까지! 71화
오상철 전무의 전용차가 당당하게 본사 건물 앞에 서 있었고.
운전기사가 초조한 눈빛으로 오상철 전무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저기 나오시네.”
GK 그룹 본사 건물 밖으로 나오는 오상철 전무의 표정은 굳어져 있었고.
그 모습에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던 운전기사였다.
척!
오상철 전무가 전용차 앞에 서자 운전기사가 눈치를 보며 문을 열었다.
“저, 전무님······!”
운전기사는 당장에라도 해고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표정이었다.
그런 운전기사를 보며 오상철 전무가 차분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죄, 죄송합니다. 저의 부주의로······. 전무님께서 손가락까지 다치셨는데······.”
거듭 사죄하는 운전기사였고.
그런 운전기사의 말에 오상철 전무가 손을 휘저었다.
“괜찮다니까, 내가 그때 정신이 좀 없었어요.”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리는 오상철 전무였다.
『야, 최태성!』
『아······. 제기랄, 나 최태성 아닌데?』
『사장님이 너 찾는다.』
『나 최태성 아니라니까, 시바로마!』
다시 한번 인상을 찡그리는 오상철 전무였다.
‘느낌이 좀 달랐어······.’
이 순간 회상에 잠겨 있는 오상철 전무를 보고 운전기사는 더욱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제가 전무님의 손가락이 거기 있는지······. 못 보고 문을 닫다가······.”
운전기사가 말꼬리를 흐렸고.
그런 운전기사를 보며 오상철 전무가 말했다.
“괜찮다니까. 적어도 이런 일로 해고당할 일 없을 겁니다. 그러니 안심하세요.”
“아, 예, 감사합니다. 전무님.”
운전기사가 고개를 숙였다.
그제야 안도하는 운전기사였다.
“오늘은 내가 직접 운전할 거니까, 키.”
오상철 전무의 말에 그의 운전기사가 조심히 자동차 키를 내밀었다.
“또 부회장님께 면회를 가십니까?”
운전기사의 물음에 오상철 전무가 순간 인상을 찡그렸다.
“김 기사가 나한테 너무 관심이 많네.”
손가락 상처를 입을 때도 그리 화를 내지 않았던 오상철 전무이건만.
이 순간만큼은 표정이 확 달라졌다.
“아, 죄송합니다.”
운전기사가 황급히 고개를 숙였고.
그런 운전기사를 보며 오상철 전무가 차갑게 말했다.
“오늘은 쉬세요.”
“예, 알겠습니다.”
바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는 운전기사였고.
그렇게 오상철 전무는 차를 몰고 휑하니 사라졌다.
그러면서 오상철 전무는 속으로 생각했다.
‘과연 내가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까?’
분명한 것은 자신이 촉새에게 전화했을 때 최태성이 옆에 있었고.
촉새가 간첩 노릇을 수락한 것도 애초에 최태성의 지시였다는 것.
그리고 그 사실을 촉새가 자신에게 놀리듯 말했다는 것.
마치 열 받으라고 일부러 자신을 부추긴 꼴이 아닌가.
‘내가 그곳에 갈 줄 알고?’
자신이 본 것은 모두 최태성이 꾸민 일일 수도 있다는 억측을 시작한 오상철 전무였다.
‘그러면 진짜 개새끼인데.’
자신도 모르게 인상이 찡그려지는 오상철 전무였다.
그리고 그가 떠올린 것은 100억이었다.
‘100억이지.’
오상철 전무가 재벌 3세라고 해도 결코, 적은 자금이 아니었다.
그런 100억이 최태성과 함께 사라졌다. 물론 그 100억 중에 50억은 자신의 둘째 형인 오한철이 최태성에게 준 돈이라고는 하지만 최태성이 하수인으로서 충실히 일한다는 조건에서 지급된 돈이었다.
그런데 돈도 최태성도 사라진 상태였다.
오상철 전무는 둘째 형 오한철을 떠올렸다.
기껏 재기를 노리며 옆에 둔 수하와 종잣돈이 공중분해 됐다.
그룹의 부회장이면서도 아버지의 사냥개 노릇을 하다, 결국 제 발로 솥단지에 들어갔다.
그러다 거기서 나오겠다고 아등바등하더니 발을 헛디뎌 끓는 물 속으로 더욱 깊이 빠져 버린 셈이 아닌가.
오상철 전무는 어쩌면 자신도 자기 아버지에 의해서 같은 운명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장님께서 최태성의 동생에 관해서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래요?』
그때 되물으면서도 소름이 돋는 오상철 전무였다.
『예, 최태성에게는 최태원이라는 쌍둥이 동생이 있습니다.』
『그랬군요. 그런데요?』
오상철 전무는 국제 호텔 쪽으로 차를 몰면서 비서실장의 사무실에서 나가려고 할 때 비서실장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회장님께 제가 최태원이 경마 도박에 빠진 것까지 보고를 드렸습니다.』
『그렇군요.』
『회장님께서는 그냥 두라고 하셨습니다.』
『예?』
『지옥에 빠졌으니 그대로 두랍니다. 하지만 그 지옥에 누가 집어넣었을 것 같습니까?』
『아버지시군요.』
『예, 회장님은 그렇게 무서운 분이십니다. 그러니 서로에게 위험한 짓은 오늘 약속한 것처럼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고 저는 전무님의 부탁대로 회장님께 가서 보고를 드리죠.』
오상철 전무는 비서실장의 말을 떠올리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꺼내서 법무 이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성 그룹 둘째 딸?’
피식 웃어버리는 오상철 전무였다.
따르릉, 따르릉!
달깍!
- 예, 전무님.
“상황이 급해서 물어볼 것을 못 물어봤네요. 첫째 형은 지금 뭐 합니까?”
오상철 전무의 야망은 끝이 없었다.
- 용인 골프장에 계십니다.
“캐디가 꽤 예뻐야죠?”
- 지시하신 그대로 조치했습니다.
오상철 전무 역시 자신만의 계획이 따로 있었다. 그리고 여성 편력이 남다른 오종철에게 엄청난 미인 캐디를 붙여 준 상태였다.
“아버지께서 그러더라고요. 제가 아버지를 제일 많이 닮았답니다.”
사악한 미소를 보이는 오상철 전무였다.
* * *
오구광 회장의 집무실.
“최태성이를 특사로 출소시킨 사람이 한철이라고?”
비서실장은 오상철 전무가 요청한 그대로 최태성이 사면되는 과정에서 힘을 쓴 사람이 오한철이라고 보고했다.
“예, 그렇습니다. 기조실장에게 조금 전에 들었습니다.”
이런 비서실장의 대답에 오구광 회장이 물었다.
“기조실장이 한철이 사람이었지?”
이렇게 해서 톱니바퀴가 착착 물렸다.
“예, 그랬습니다.”
비서실장의 대답에 오구광 회장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 인간에 관해서 모아놓은 비리 있지?”
오구광 회장의 물음에 비서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둘째 도련님과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이런 비서실장의 말에 이번에는 오구광 회장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오구광 회장이 말햇다.
“그러니까, 신문사에 쫙 뿌려.”
이번 일을 통해서 오구광 회장은 오한철이 교도소에서 가만히 있지 않고 자신에게 대항하려고 했던 것을 확실히 알게 됐다.
“예,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비서실장을 보다가 오구광 회장이 작게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한철이가 미련을 못 버렸군.”
오구광 회장이 인상을 찡그렸다.
‘누구도 그 미련은 못 버립니다.’
비서실장이 담담한 눈빛으로 오구광 회장을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자신 또한 그랬으니,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비서실장이었다.
“참, 대전 인근에 줬던 땅은 명의가 어떻게 됐어?”
오구광 회장의 물음에 비서실장이 입을 열었다.
“그제 명의가 완전히 이전이 됐습니다.”
이 상황에서 오한철에게 남은 유일한 재산이었다.
“그래?”
또 한 번 인상을 찡그리는 오구광 회장이었다.
그러더니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그대로 가만히 있으면 5년 후쯤에 특사로 어떻게든 꺼내주려고 했는데 죗값은 다 받고 나와야겠군.”
오구광 회장이 완전하게 오한철을 버리는 순간이었다.
“비서실장이 잘 확인해.”
오구광 회장의 말에 비서실장이 고개를 숙였다.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
여기서 분명한 것은 오상철 전무와 비서실장은 여전히 적이라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우선은 동맹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 * *
그날 밤, 은택은 양고기 꼬치 식당의 문을 닫고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 눈빛은……!’
은택은 영안실 복도 앞에서 봤던 최태원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다.
자신을 본 최태원의 눈빛이 마치 자신에게 너는 이제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 것처럼 느껴졌다.
“성니메였어.”
은택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렇게 되면 지금부터가 최태성에 의한 시험이 시작된다는 생각이 드는 은택이었고.
지금은 절대 욕심을 부릴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 내가 내몽골에서 제일 큰 부자로 만들어 줄게.』
『내 성니메한테는 이제 똥 나발을 불라는 소리는 못 하겠소.』
『너도 날 이제 믿지?』
『믿어야 하지 않겠소. 우리 성니메인데.』
그렇게 회사을 마친 은택이 대뜸 호탕하게 웃었다.
“성니메, 참 무섭소, 하하하!”
자기 앞에 놓인 소주를 단숨에 들이켜는 은택이었다.
* * *
강화도에 있는 폐교 교장실.
폐교라지만 조폭들에 의해서 싹 치워져 있는 상태로 독사는 책상에 앉아 있었고.
신문을 보고 있었다.
“최태성이가 죽었다?”
독사의 물음에 부하 조폭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신문하고 뉴스에 그렇게 보도가 됐습니다. 그리고 최태원이라는 동생이 상주 노릇을 하고 있답니다.”
조폭이 보고했고.
순간 독사가 피식 웃었다.
“최태원이는 여기 있잖아.”
이런 독사의 말에 부하 조폭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살짝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 부하 조폭을 보며 독사가 말했다.
“형님한테는 비밀이다.”
“예?”
“우리 형님께서 옛날 일을 정말 다 잊었을까?”
독사가 무섭게 노려보며 묻자, 부하 조폭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곤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겁 먹은 독사의 부하가 바로 대답했다.
‘조폭한테 의리가 있을까?’
독사는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 * *
하루가 지났다.
“미쳤냐?”
촉새가 앞서가는 은택을 막아섰다.
이 둘은 최태성의 장례식장으로 위장된 가짜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은택은 도리어 따지듯이 되물었다.
“왜 내가 미쳤슴까?”
은택의 물음에 촉새가 인상을 찡그렸다.
“어제랑 말이 다르잖아.”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러면 사람이 아닌 것 같소.”
이런 은택의 말에 촉새의 미간이 더욱 찌푸려졌다.
“100억이나 주는데 무슨 사람이 아니야?”
촉새로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100억으로도 모자라단 말인가?
그런 촉새를 보던 은택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남의 돈으로 선심 쓰듯이 말하지 마시오. 로반, 그 돈은 애초부터 우리 돈 아이지 않소. 어디 우리가 우리 돈 투자해서 우리가 떠올린 방법으로 벌었소? 죽은 성니메한테 입은 은혜가 얼마인데 그러면, 아니, 되는 겁니다. 나도 사람 새끼라서 잠깐 못된 마음을 먹었지만 그러면 아이 된다는 결론을 냈소.”
은택의 말에 촉새가 답답하다는 듯이 미간을 좁혔다.
“아파트까지 팔아서 300억쯤을 다 주자고? 너 이러면 진짜 미친 것 맞다. 아, 제기랄! 경마에 미친 그 녀석한테 다 주자고?”
촉새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다.
의리도 중요하고.
신의도 중요하지만.
그 모든 것을 상쇄시킬 액수가 바로 300억이었다.
그리고 그 돈을 홀랑 넘겨주면 망할 놈의 최태원이 도박으로 죄다 까먹을 게 뻔했다.
물론 단위가 300억쯤 되면 도박으로 탕진하기도 쉽지 않지만, 도박에 중독된 인간의 광기란 예상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럼 어이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