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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빵에서 재벌까지-136화 (136/452)

깜빵에서 재벌까지! 136화

“그리고 당신은 이 기업을 경영하면서 신생 스타트업 회사에 투자하는 캐피털 펀드도 운영하시면 됩니다. 가능성이 보이는 모든 회사에 투자하는 겁니다. 제가 그 모든 투자금을 부담할 테니까요.”

이렇게 되면 피터 틸을 캐피털 마피아로 만드는 사람이 내가 되는 것이다.

“화이트 타이거?”

“왜요?”

“저를 보고 투자하신다고 하셨죠?”

피터 틸이 확인하듯 내게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그렇습니다. 당신의 치열함에 나는 투자할 겁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피터 틸이다.

“하하하, 제게 보스가 생겼군요.”

그 역시 나를 보스라고 불렀다.

‘보스는 좋은 의미는 아니지.’

이렇게 해서 나는 피터 틸이 가진 지분을 모두 확보했다.

물론 5,000만 달러라는 거금이 그에게 전달이 되리라.

“좋습니다. 나는 당신의 영원한 보스가 되어드리죠.”

이것으로 미국에 또 하나의 캐피털 펀드가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 * *

1997년 2월 7일, GK 그룹 오구광 명예회장의 집무실.

“올해 사법연수원 예정자입니다.”

새로운 법무 이사가 오구광 명예회장에게 사법연수원에 입학할 예정자 명단을 보고했다.

“차와 포는 다 떼야겠지.”

정말 능력 있는 존재들은 그들이 가진 배경도 상당하기에 GK 그룹을 방패로 만들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는 오구광 명예회장이었다.

사실 아직은 사법시험이 개천에서 용을 만드는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가진 자들이 자녀 교육과 미래에 더 집중적인 투자를 할 수밖에 없기에 사법시험 합격자 중 상당수가 부유층 자제였다.

“예, 그렇습니다.”

“개천의 가재와 붕어가 독기를 품으면 더 강해지지.”

GK 그룹 명예회장이 자료를 살펴보며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고.

사법시험 합격자 명단 제일 마지막 줄에 있는 윤석형의 사진을 봤다.

“이 친구 잘생겼군. 하하하!”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있는 법.

윤석형의 외모가 눈에 확 들어오는 오구광 명예회장이었다.

“사법시험 꼴등 합격자입니다.”

“그래?”

“예, 정말 턱걸이로 합격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고아 출신입니다.”

“고아라, 하하하!”

또 한 번 웃는 오구광 명예회장이다.

“사법시험에 꼴등으로 합격했다면 운이 좋은 친구군, 내 눈에 띈 것도 운이 좋은 것이고.”

“접촉해 보겠습니다.”

새로운 법무 이사가 말했고.

오구광 명예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재벌들은 사법시험에 합격한 인재들을 돈으로 유혹하고, 또 밀어준다.

회사의 직원으로 고용하기 위해서일 때도 있지만, 재벌의 전폭적인 지지로 정계로 진출할 때도 많다.

이래서 정계와 재계가 결탁할 수밖에 없으리라.

그런데 과연 오구광 명예회장의 눈에 띈 것이 운이 좋은 일일까?

똑똑!

마침 노크가 들렸고.

조 이사가 들어왔다.

“어디로 이동했어?”

조 이사가 들어오자마자 오구광 명예회장이 물었다.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놀라운 사실?”

물론 그 놀라운 사실이 최태성과 관련이 있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표정이 일그러질 수밖에 없는 오구광 명예회장이었다.

“뭔데?”

“월가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화이트 타이거가 최태성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룹 총수라고 해도 세계 투자의 중심지인 월가의 일을 다 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자신의 회사를 경영하는 것만도 바쁘고, 또 오구광 명예회장의 최대 관심사는 비자금 회수였다.

그리고 대한민국 재벌 회장은 월가의 주식 투자에 관해서는 그리 큰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작년 4월부터 갑자기 월가에서 엄청난 수익률을 보이는 개인 펀드가 있었습니다.”

“근데?”

“예, 월가의 사람들은 그를 화이트 타이거라고 불렀는데 모두 다 인도계 미국인으로 예상했었습니다.”

“그게 최태성이라는 거야?”

오구광 명예회장의 물음에 조 이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최태원으로 가장한 최태성이 콘피니티라는 IT 기업을 넘겨받았습니다.”

“무슨 돈으로?”

“화이트 타이거가 주식으로 벌어놓은 돈입니다.”

조 이사의 말에 오구광 명예회장이 물었다.

“그 규모가 얼마인데?”

“정확하지는 않지만, 최대 2,000억으로 예상합니다.”

“2,000억이라…….”

오구광 명예회장이 말꼬리를 흐렸다.

자신이 최태성에게 강탈당한 돈이 1,000억이다. 하지만 그중 900억은 이미 GK증권 계좌로 이체된 상태다.

“직접 투자를 한 것은 아니겠지?”

오구광 명예회장의 물음에 조 이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스위스 출신 대리인이 있는 것 같습니다.”

꽤 많은 것을 알아낸 조 이사였다. 하지만 이런 정보 역시 최태성이 의도적으로 흘린 정보라는 것이 중요했다.

“운 하나는 타고난 녀석이야. 하하하!”

오구광 명예회장이 호탕하게 웃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불고 있는 IT 열풍에 편성한 것 같습니다. 사실 IT라는 단어와 닷컴이라는 단어만 붙어도 주가가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는 것이 현재 미국 주식 시장의 분위기입니다.”

조 이사의 말에 오구광 명예회장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돈이 도는 곳을 빠르게 감지한다는 것이 참 대단해. 물론 그 모든 것은 한철이가 알려줬을 거야.”

오한철도 최태성과 거의 비슷했다.

그래서 GK 그룹이 이렇게 이른 시간에 현재의 GK 그룹이 될 수 있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오한철은 사업적 측면으로 성공을 거둔 거였고.

최태성은 투자자로 성공하고 있는 상태라는 차이가 있었다.

뭐, 투자회사를 차리는 것도 사업이라면 사업이지만 말이다.

“알았어. 이제는 상대가 좀 되겠어.”

* * *

1997년 2월 서울 강남에 있는 태성빌딩.

나는 의도적으로 피터 틸과의 합작 정보를 조 이사에게 흘렸다. 그리고 바로 피터 틸의 지분을 모두 인수하는 것에 성공한 후 대한민국으로 돌아왔다.

‘아쉬운 것은!’

아마존닷컴의 창립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나의 미팅 요청을 거부했다는 사실이다.

만약 그가 미팅 요청을 수락했다면 나는 여전히 미국에 있을 것이고.

시애틀에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었으리라.

‘꼬꼬마 주제에.’

아직 아마존닷컴은 꼬꼬마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나의 투자 미팅 요청을 거부했고.

그가 이렇게 여유를 부리는 것은 자신의 양부가 상당한 자본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른 투자자는 필요 없다는 거다.

‘어머니가 재혼한 덕분에 횡재한 대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여튼 나는 대한민국으로 돌아와서 오구광 명예회장이 보란 듯 강남에 있는 고층빌딩을 매입했고.

이 빌딩의 이름을 태성빌딩으로 변경했다.

‘이곳이 대한민국 IT 및 신생 에너지, 그리고 바이오산업의 중심지가 된다.’

그를 위해 기존 입주 기업들은 계약을 종료시켰다.

“위약금이 얼마인지 알아?”

촉새 형이 기존 입주 기업들을 내보내면서 물게 된 위약금 때문에 나를 보며 툴툴거렸다.

“알지.”

그럼 모르고 시켰겠는가.

내가 그게 뭐 대수냐는 투로 대꾸하자 촉새 형이 짧게 한숨을 쉬었다.

“돈 많다고 이렇게 막 쓰는 거 아니다.”

“충고는 고마워요.”

하지만 막 쓰는 게 아니다.

다 필요해서 하는 일인데 구구절절 설명해주기가 귀찮을 뿐이다.

“태원아, 이거 오구광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이런 거야?”

그래도 굳이 물어본다면 대답해드리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 이유가 1%쯤 되지.”

내 대답에 촉새 형이 나를 빤히 보며 재차 물었다.

“그럼 나머지 99%는 어떤 이유?”

“이 빌딩이 대한민국 IT 산업의 중심이 될 거야.”

이런 내 대답에 촉새 형이 피식 웃었다.

“아이고. 꿈은 참 야무지다.”

“촉새 형…… 아니지, 차도명 이사님.”

이제 우리도 꼬꼬마 단계를 벗어났다. 그러니 이제 교도소에서나 부르던 별명은 삼가야 할 거다.

“예, 최태원 대표이사님.”

나는 이 빌딩의 소유자면서 태성종합투자개발의 대표이다.

‘법인이 아니라 개인 회사지.’

내가 태성 종합 개발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앞으로 더 많은 회사의 사장이 될 거다.

“컴퓨터 공학과 졸업자들은?”

내 물음에 촉새 형이 대답했다.

“예, 지시하신 그대로 블랙홀처럼 다 흡수했습니다. 기존에 받기로 했던 연봉의 2배를 준다고 하니 다들 몰려왔네. 그런데 태원아.”

“알짜는 거부했겠지?”

내 물음에 촉새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꿈이 큰 꼬마들은 우리 제안을 단번에 거절했다.”

“그런 애들은 우리가 투자자가 되어주면 돼.”

이런 내 말을 들은 촉새 형이 슬쩍 물었다.

“태원아, 너는 사업가가 아니라 투자자가 될 생각이야?”

“사업가도 되려고 컴퓨터 공학과 출신들을 빨아들인 거잖아.”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촉새 형이다.

“뭐부터 시작할 건데?”

나를 빤히 보며 묻는 촉새 형, 아니, 차도명 이사다.

나는 검지를 일자로 펼치며 소리쳤다.

“글로벌 인터넷의 중심!”

“그게 뭔데?”

차도명 이사는 속 시원하게 이야기를 하지 왜 뜸을 들이냐는 눈빛이다.

나는 그런 차도명 이사를 보며 호탕하게 웃었다.

“포털 사이트, 답은 거기에 다 있지. 하하하!”

* * *

1997년 2월 22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국군회관이 보이는 도로.

“젠장!”

내 눈에는 서울 용산 국군회관 건물이 보이는데 기가 찰 뿐이다.

‘알려준 군사 좌표가 여기라니.’

이런저런 일들을 마무리하고 할배가 알려준 군사 좌표를 군사 전문가를 통해서 확인했는데 딱 떨어지는 지역이 여기다.

촉새 형,, 아니, 차도명 이사는 이마에 손날을 대고 국군회관 건물을 훑어보더니 혀를 ‘쯧’ 찼다.

“저건 억만금이 있어도 못 사.”

물론 촉새 형인 차도명 이사는 내가 왜 여기에 왔는지 정확한 이유를 모르고 있다.

“못 살 건 없지.”

분명한 것은 국방부 측에서도 내게 저 회관 건물을 팔기 곤란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와, 낡긴 정말 낡았다.”

차도명 이사의 중얼거림을 들은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국군회관 건물의 개축 공사가 시급해 보인다.

내가 저 육군회관 건물을 사려면 육군회관이 이전해야 하리라.

‘갑갑해졌네.’

할배는 내게 자신이 찍어준 군사 좌표 지하에 10t의 금괴가 숨겨져 있다고 알려줬다.

‘10t의 금이라…….’

현재 대한민국이 보유하고 있는 금의 양이 대략 확인해 본 것으로는 20t 정도다.

절대 자산일 수 있는 금을 겨우 20t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거다.

『일본이 패망할 때 묻어둔 금이다.』

할배가 내게 속삭였던 말이 떠올랐다.

‘그건 그렇고 진짜 있을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저 건물 지하에 정말 할배가 말한 그대로 금괴가 숨겨져 있을지 없을지가 의문이다.

‘10톤의 금이 있다면?’

곧 닥칠 IMF 외환위기 때 대한민국 국민은 자기들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는 대한민국을 구하겠다고 금 모으기 운동을 시작했다.

물론 그 금 모으기 운동을 처음 대통령에게 제안한 사람은 대호 그룹 이대근 회장이다.

‘그리고 추악한 짓을 했지.’

대한민국 국민은 아무런 대가도 없이 정말 임진왜란 때나 구한말 의병의 마음으로 오직 나라만 생각하고 금을 모아서 헌납했는데 그 헌납한 금을 이용해서 기업가들과 무역상사들은 자기 배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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