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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빵에서 재벌까지-243화 (243/452)

깜빵에서 재벌까지! 243화

“최…… 최태원…….”

권지용 GK증권 사장의 통화가 끝나자마자 최태성이 전화를 했기에 살짝 이상한 생각이 드는 조강래 이사였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이리 내!”

오구광 명예회장이 조강래 이사가 받은 휴대전화를 바로 빼앗았다.

“사돈총각…….”

오구광 명예회장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릴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조강래 이사는 오구광 명예회장의 표정을 살피며 숨을 죽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 심장마비라도 오셨을까 걱정이 되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곧 있을 제 누나 결혼식에는 건강하게 참석하셔야죠. 그래도 저랑 같이 혼주이시지 않습니까, 하하하!

“내가…… 심장마비가 올 정도로 놀랐을 거라고요? 허허허!

오구광 명예회장이 아무렇지 않다는 척 소리 내 웃었다.

자신의 심정을 훤히 꿰뚫어 본 최태성에게 내심 놀랐지만, 애써 웃는 오구광 명예회장이었다.

그러고 보니 오구광 회장은 최태성과 사돈이 된 후부터 반말을 쓰지 않았다.

- 아니라면 다행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 상황에서 내게 제안할 것이 있소?”

- 그래도 사돈이지 않습니까, 거두절미하고 그룹 사내 유보금으로 확보 중인 2조와 GK증권을 제게 양도하신다면 환율 관련 파생상품의 계약은 파기해 드리겠습니다.

최태성의 말에 오구광 명예회장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제안에 의구심을 품는 오구광 명예회장이었다.

‘그렇게 될 확률이 높지만, 아직 그렇게 된 것은 아니잖아.’

쉬운 결정이 아니기에 오구광 명예회장으로서는 계속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무릎을 꿇을 수는 있지만, 역시 대가를 내주기는 어려웠다.

“이제 1,100원이지 않소. 2,600원까지 가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말이오?”

-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제가 괜히 전화를 드린 것 같습니다. 골드만삭스를 움직인 존재가 누굴까요?

최태성의 말에 바로 인상을 찡그리는 오구광 명예회장이었다.

‘화이트 타이거 펀드!’

미국 월가의 핵심으로 부상한 화이트 타이거 펀드라면 대한민국에 투자한 외국계 자본들에 바이 코리아를 종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오구광 명예회장이었다.

‘매국노가 따로 없군.’

오구광 명예회장은 최태성을 매국노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최태성이 말이 사실이라면 그 자체가 매국 행위나 다름이 없으니까.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오구광 명예회장의 부친이 이북에 있을 때 대지주였다는 사실이다.

일제 강점기 때 대지주들은 대부분 친일파였고.

그렇게 친일파 대지주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3.1운동 이후 일본이 문화정치를 시작하며 친일파 양성에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GK 그룹의 근본이 친일파 가문이기에 최태성을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사돈총각, 지금 뭐라고 했소?”

- 정말 놀라기는 놀라신 모양이군요. 귀까지 잘 안 들리시는 것 같네요. 다시 말씀을 드리죠. 제가 화이트 타이거 펀드의 실소유자입니다.

최태성은 오구광 명예회장에게 선언하듯 말했다.

물론 골드만삭스를 움직인 것은 최태성이 아니었다. 단지 골드만삭스가 제일 먼저 바이 코리아를 선언했다는 사실을 환생자인 최태성이 알고 있기에 이렇게 구라를 치고 있는 거였다.

“으음…….”

바로 신음을 터트리는 오구광 명예회장이었다.

- 마지막으로 기회를 드리는 겁니다.

“협박할 모양이군요.”

- 어제 사돈 어르신께서는 현명한 선택을 하신 겁니다. 제게 민간주도 도시 개발 사업에 관해서 투자를 제안하신 것은 신의 한 수이셨습니다.

“그렇게 생각합니까?”

- 그렇죠. 분명하게 말씀을 드리죠, 제가 무조건 원·달러 환율이 2,600원을 돌파하게 만들 겁니다.

협박이 분명하지만, 협박처럼 들리지 않았다.

물론 대한민국의 환율이 치솟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예정된 미래다.

그저 최태성이 손을 쓰면 그 시기가 빨라질 뿐이다.

“…….”

오구광 명예회장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 그렇게 되면 2조 5천억 원의 이익을 얻죠. 2조까지는 준비가 되어 있으신 것으로 압니다. 문제는 5천억이죠. 그 5천억을 구하실 수 없다면 민간주도 신도시 사업 예정지의 땅 1/4이 제 소유가 됩니다. 하하하!

최태성의 말에 오구광 명예회장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으음…….”

오구광 명예회장이 신음을 흘렸다.

최태성의 말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음에도 오구광 명예회장은 헛소리로 치부할 수가 없었다.

모든 상황이 최태성이 예견한 대로 흘러가고 있는 듯했으니까.

- 알박기가 다시 시작됐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결정하십시오. 지금 당장!

“사돈총각…….”

오구광 명예회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 예, 사돈 어르신.

“내가 무릎이라도 꿇으면 되겠소?”

- 돈 들지 않는 부탁은 사양합니다. 결정하십시오.

“내가 이렇게 압박을 당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군요.”

- 그러십니까? 하하하!

“지금 당장 결정하라고 했소?”

- 제가 기회를 드린 겁니다. 그래도 사돈 아닙니까, 사돈!

“사돈이라…… 사돈이군요. 그렇다면 제가 새로운 제안을 하겠소.”

- 새로운 제안을 하실 처지가 아니실 겁니다. 충격이 너무 크셔서 잊고 계신 것이 하나가 있을 겁니다. 저는 GK증권과 대한민국 종합주가지수 폭락 관련 파생상품도 계약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사돈 어르신께서는 그 파생상품에 반대 투자를 하셨고요. 이 상태라면 대한민국은 심각한 경제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고 어쩌면 정말 어쩌면 지급 불이행 상황까지 가실 수도 있습니다.

아마 그렇게 될 확률이 높았다.

2조 5,000억은 결코 쉽게 내줄 수 있는 돈이 아니니까.

“으음.”

오구광 명예회장이 재차 신음을 흘렸다.

- 그렇게 상황이 악화가 되면 대한민국 종합주가지수가 400포인트 아래로 급락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는데 사돈총각께서는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트리는 것이 아닙니까?”

-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먼저 전화를 끊으시면 됩니다.

“으음…….”

절대 전화를 먼저 끊을 수 없는 오구광 명예회장이었다.

- 사돈 어르신께서 10년을 준비해 오신 그 사업을 제가 이어받아서 한다면 모두가 깜짝 놀라게 되겠군요. 빨리 결정하십시오.

“그 말의 뜻은 종합주가지수 관련 파생상품의 옵션 계약도 행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요?”

- 민간주도 신도시 사업지의 땅 1/2을 주시고 고속도로 위의 땅을 제게 다 주신다면 그럴 수도 있겠죠.

이렇게 되면 민간주도 신도시 사업이 대성공을 거둬도 오구광 명예회장이 실질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이익은 1/4로 이하로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오구광 명예회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 말이 안 통하시는군요. 제가 전화를 먼저 끊을까요?

“잠깐!”

섣불리 전화를 끊을 수 없는 오구광 명예회장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손실을 최대한 줄여야 하니까.

* * *

최태성이 머무는 특급 호텔 스위트룸.

- 잠깐!

오구광 명예회장이 급해졌는지 소리를 질렀고 덕분에 귀가 아프다.

내가 왜 다 이긴 판에서 이렇게 행동하냐고?

‘내 꾀에 내가 넘어갔기 때문이지.’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찡그려졌다.

‘달러가 갑자기 환차익을 노리고 대량으로 대한민국에 유입이 되면!’

내가 알고 있는 IMF 외환 위기가 닥치지 않을 수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미뤄질 거다.

그러니 내 꾀에 내가 넘어간 꼴이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딱 하나!

이제 나는 영웅 놀이를 시작해 보련다.

“결정하십시오. 결정하시면 제가 서귀포시로 건너가죠.”

나는 오구광 명예회장에게 말한 후 촉새 형을 보며 윙크했고.

촉새 형은 바로 자동차 열쇠를 챙겼다.

딩동, 딩동!

그리고 내 연락을 받은 문동철 법무법인 대표가 도착했는지 스위트룸의 벨이 울렸다.

“제가 이렇게 양보를 해드리는 것은 명예회장님과 GK 그룹이 가진 인맥 인프라 때문입니다. 이제 신도시 개발 사업이 시작되면 수많은 난관도 생기겠죠. 또 각종 정부 제약들도 많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니 저를 위해서 재주를 잘 부리는 곰이 되어주셨으면 합니다.”

- 지금 나를 조롱하는 거야?

“조롱 한 번에 10년을 준비한 것을 저한테 빼앗기지 않게 되면 그게 이득이지 않습니까?”

돈에는 감정이란 것이 없다.

조롱을 팔아서 돈을 챙길 수 있다면 그것이 사업이다.

- 으음……!

“아직도 결정 못 하셨습니까? 그럼 저는 서울로 가고요. 화이트 타이거 펀드와 협력하는 외국계 자본들에 전달할 이메일이 많거든요. 하하하!”

- 만납시다. 일단은 만나서 이야기합시다.

“서류는 제 쪽에서 준비하죠. 모든 일은 속전속결 아니겠습니까.”

- 사돈총각, 합작회사는 어떻소?

역으로 내게 제안하는 오구광 명예회장이다.

“서귀포로 이동하면서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습니다.”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

절대 안 된다는 뜻이다.

- 좋소, 만납시다.

“예, 그럼 끊습니다.”

뚝!

나는 전화를 끊자마자 문동철 법무법인 대표를 봤다.

“이런 일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됐네요.”

사실 어제 문동철 법무법인 대표가 내게 긴히 할 말이 있다고 연락을 했었고 내가 제주도에 며칠 머물 생각이라고 했기에 문동철 법무법인 대표가 제주도로 온 것이다.

오늘 같은 일이 있을 줄 모르고 결정된 일이었다.

“예, 저도 오면서 연락을 받고 놀랐습니다. 정말 회장님께서는 대단하십니다.”

문동철 법무법인 대표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나의 예지력에 감탄하는 거다.

“제가 화이트 타이거 펀드의 실소유자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이런 내 물음에 문동철 법무법인 대표가 의자를 가리키며 답했다.

“앉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는 문동철 법무법인 대표를 그대로 세워둔 상태다.

“아, 죄송합니다. 앉으세요.”

나는 문동철 법무법인 대표에게 자리를 권했다.

이내 문동철 대표가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예, 제가 회장님께 연락을 드린 것은 오구광 명예회장이 갑자기 제 사위를 찾아갔다는 사실을 알려 드리기 위함입니다.”

“그래요?”

이건 또 의외다. 아니, 돌발상황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야망이 다시 꿈틀거리겠지.’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이니까.

자기한테 지푸라기라도 던져지면 그 지푸라기가 금방 끊어질 줄 알면서도 힘껏 잡는다.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제 사위가 제게 급히 만나고 싶다 했습니다.”

“꿈틀거리는 거죠?”

내 말에 뜻을 이해한 문동철 법무법인 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사위는 백년손님이군.’

말 그대로 남이 될 수도 있는 존재라는 의미다.

그리고 문동철 법무법인 대표는 내가 준 것을 잃지 않기 위해서 사위를 버린 셈이었다.

‘나도 그렇겠지.’

이 순간 나는 현태 그룹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필요할 때는 우리 사위지만 필요가 없어지면 버리는 것이 사위라는 존재이니까.

그게 아니꼬우면?

‘내 태성 그룹이 더 커지는 수밖에 없지.’

그렇게 되면 내가 버리는 일은 있어도 내가 버려지는 일은 없으리라.

“그런데 상철 씨가 뭐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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