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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빵에서 재벌까지-251화 (251/452)

깜빵에서 재벌까지! 251화

“예, 알겠습니다.”

박 박사가 오종철 회장에게 대답한 후에 다른 의사를 봤고.

의사는 가방에서 수면제 앰풀을 꺼내 주사기에 주입했다.

‘안 되는 거네.’

아버지에게 반란을 시도한 형을 극적인 순간에 배신하고 아버지의 편에 서려고 했던 오상철은 바로 자신의 계획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 반란이 성공하지 못했을 때 자신들에게 어떤 일이 닥칠 것인지 잘 알고 있는지.

모두의 눈빛 속에는 독기까지 서려 있었다.

“바로 결박하고 주사하세요.”

오종철 회장이 다시 한번 의료진들에게 지시했다.

“예, 알겠습니다.”

“들어갑시다.”

오종철 회장이 그렇게 말한 후 특실로 들어갔고.

나머지 사람들 모두 오종철 회장을 따라 들어갔다.

그리고 바로 침실로 들어가서 곤히 잠들어 있는 오구광 명예회장을 물끄러미 봤다.

“시작하세요.”

“예, 회장님.”

박 박사가 바로 대답했고.

박 박사를 따라온 의료진들이 침대에 잠들어 있는 오구광 명예회장을 움직이지 못하게 손으로 눌렀고.

그 순간 오구광 명예회장이 번쩍 눈을 떴다.

“뭐, 뭐야- !”

오구광 명예회장이 소리를 질렀는데 오종철 회장이 자기 아버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아버지, 벌써 치매이시면 어떻게 합니까?”

오종철 회장이 측은하지만 음흉한 표정으로 오구광 명예회장을 바라봤다.

물론 오구광 명예회장이 초기 치매 증상을 보이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 증상이 치매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고.

수두증일 확률도 높았다.

하지만 오종철 회장에게는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았다.

아니, 이 상황에서는 이제 오구광 명예회장이 멀쩡해도 치매로 엮어서 금치산자로 만들어야 했다.

“무…… 무슨 개똥 같은 소리를 하는 거야?”

오구광 명예회장은 발버둥을 쳐 봤지만 젊은 의료진들의 힘을 이겨낼 수 없었고.

오구광 명예회장이 자신의 장남인 오종철 회장을 매섭게 노려봤다.

“어서요!”

그와 동시에 오종철 회장의 지시를 받은 박 박사가 오구광 명예회장의 팔에 수면제를 주사했다.

“박 박사, 네 이노옴!”

오구광 명예회장이 박 박사에게 소리쳤고.

박 박사는 찔끔 놀랐지만 이미 수면제는 주사되고 있었다.

“종…… 종철아, 너…… 너 왜 이러는 거야?”

“아버지가 치매를 앓고 있으셔서 그룹 회장인 저도 모르는 상태에서 GK증권을 태성 그룹에 매각하셨습니다.”

오종철 회장이 오구광 명예회장을 보며 말했고.

오구광 명예회장이 이마를 와락 구겼다.

그와 동시에 점점 눈꺼풀이 덮여오기 시작했다.

“그…… 그럴 만한…… 어쩔…… 어쩔 수…… 없는 사…….”

“아버지께서 정상적인 정신 상태이시면 절대 있을 수 없던 일입니다. 그래서 제가 어쩔 수 없이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이룩해 놓으신 GK 그룹을 지키기 위해서, 또 자식 된 도리를 하기 위해서 이렇게 나섰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패륜을 저지르면서도 자기 아버지에게 이해해 달라고 하는 오종철 회장이었다.

오구광 명예회장은 주사된 수면제로 인해 수마에 빠지면서도 원통한 눈빛으로 오종철 회장을 노려보았다.

그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이…… 이 망할 놈아…….”

오구광 명예회장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렇게 발버둥 치던 힘은 점점 약해져 갔다.

“아버지, 그러니까 왜 저를 허수아비로 만드셨어요. 쯧쯧!”

오종철 회장이 수면에 빠져들고 있는 오구광 명예회장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 오종철 회장이었다.

이건 분명 패륜이었다.

하지만 자식을 이렇게 만든 사람은 오구광 명예회장이니 인과응보라고 해야 할 거다.

“상철아, 상철아…… 너라도 어떻게 막아. 네 형이 미쳐 날…… 뛰니…….”

이런 오구광 명예회장의 말에 오상철이 고개를 떨구며 중얼거렸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저는 힘이 없습니다. 강제로 끌려…….”

“이 망할 것들이…….”

오구광 명예회장은 결국에는 투여된 수면제 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스르륵 눈을 감았다.

“박 박사.”

“예, 회장님.”

오종철 회장이 박 박사를 보며 지시했다.

“아버님을 제주도에 있는 한경종합병원 정신 병동에 입원시키세요. 누구와의 면회도 금지합니다.”

제주도에도 한경종합병원의 분점이 있었다.

“예, 알겠습니다.”

박 박사는 이제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에 오종철 회장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는 오상철 또한 마찬가지였다.

“제주도의 공기가 좋으니 아버지가 지내시기 좋을 겁니다. 그리고 당분간 상황이 정리될 동안 사람들의 관심에서도 벗어날 수도 있고요.”

어느 순간 거만해진 오종철 회장이었다.

자신의 계획이 생각대로 착착 진행되니 할 말 못 할 말 다 쏟아내고 속이 후련했다.

‘진작에 이렇게 할 것을.’

오종철 회장이 수면제에 못 이겨 잠들어 있는 오구광 회장을 보며 생각했다.

그랬다면 이미 GK 그룹을 접수하고 지금쯤 명실공히 GK 그룹의 총수로 등극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오종철 회장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박 박사가 고개를 숙였고.

오종철 회장이 오구광 회장에게서 시선을 떼곤 말했다.

“모시세요.”

오종철 회장의 지시에 같이 따라온 의료진들은 수면제 때문에 잠든 오구광 회장을 이동식 침대에 눕히고 하얀 천을 머리까지 덮은 후에 특실 밖으로 나갔다.

물론 침대에 누운 사람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으니 사소한 부분까지 치밀한 오종철 회장이었다.

오종철 회장의 이런 치밀함이 사업에서 발휘되었다면 어땠을까란 생각이 오상철의 뇌리에 문득 떠올랐을 때 오종철 회장이 박 박사를 불렀다.

“박 박사.”

“예, 회장님.”

오종철 회장이 박 박사를 보며 당부했다.

“우리 잘합시다. 아직 다 끝난 것이 아니니까요.”

“예, 명심하겠습니다.”

박 박사가 오종철 회장에게 묵례한 후에 특실을 나갔다.

“상철아.”

의료진들이 밖으로 나가자 오종철 회장은 거만하게 소파에 앉아서 멍하니 자리에 서 있는 오상철을 불렀다.

“예, 형…… 아니, 회장님.”

오상철은 바로 오종철 회장에 관한 호칭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너 2년 몇 개월쯤 남았지?”

“예, 그렇습니다.”

툭!

오종철 회장이 주머니에서 비행기 표를 꺼내서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이…… 이게 뭡니까?”

“내가 그래도 네 형이잖아. 교도소에서 2년 넘게 네가 갇혀 있는 것이 너무 가슴이 아파.”

오종철 회장의 말에 오상철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젠장, 아버지 아들 아니랄까 봐.’

이런 상황이 아예 없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막상 현실이 되니 어처구니가 없는 오상철이였다.

하여튼 막장에 더 큰 막장을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는 오종철 회장이었다.

“…….”

오상철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테이블 위에 비행기 표를 바라만 봤다.

“일본행 비행기 표다. 제주공항에서 너를 아무도 잡지 않을 거야.”

“저보고 일본으로 가라는 겁니까?”

“그게 좋지 않을까?”

오종철 회장이 오상철을 지그시 노려봤다.

“일본에 가 있으면 정리를 끝낸 후에 다시 부르마.”

“저는 그렇게 되면 탈옥이 됩니다.”

이런 오상철의 말에 오종철 회장이 인상을 찡그리고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그 정도는 내가 다 커버할 수 있어, 일본에 가 있어.”

이제는 권유가 아니라 강압이었다.

“형님…….”

“아니면 교도소로 돌아가도 되고, 교도소가 적성에 맞으면 그래도 된다. 하하하!”

오종철 회장은 오상철을 보며 웃었다.

이윽고 오상철은 바로 테이블 위에 올려 있는 비행기 표를 집어 들었다.

“잘 생각했다. 나라면 하루라도 교도소에 못 있어. 미칠 수도 있잖아.”

“예, 그렇죠.”

오상철은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서 특실을 나갔고.

오종철 회장은 승리자가 된 기분으로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하하하, 이제는 내 세상이야, 내가 이제 GK의 주인이야, 하하하!”

오종철 회장은 세상을 다 얻은 듯 웃다가 휴대전화를 꺼내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따르릉, 따르릉!

딸깍!

- 예, 회장님.

전략기획실 실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상철이가 일본으로 출국하면 바로 검거되게 해.”

- 예, 알겠습니다.

뚝!

『탈옥 후 검거가 되면 몇 년이나 더 붙죠?』

오종철 회장은 청송 교도소로 갈 때 법무이사에게 했던 말이 떠올리며 사악한 미소를 띠었다.

애초부터 오종철 회장에게 오상철과의 약속을 지킬 생각 따윈 없었다.

* * *

서귀포에 있는 국제호텔 인근의 해안 도로.

갓길에 대형 컨테이너 하나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때 한경종합병원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는 구급차가 급하게 지나갔고.

여전히 담배를 피우고 있는 운전자는 급하게 지나간 구급차를 보며 담배 연기를 뿜어냈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 거야?”

기다림에 슬슬 짜증이 나는 운전기사였다.

“하여튼 이판사판이다!”

GK 그룹 비서실 직원이었다가 오경철이 식물인간이 된 그 사건 이후에 GK 그룹 비서실에서 해고를 당했고 그 이후에도 오구광 명예회장의 지시 때문에 비서실장에게 3년 동안 괴롭힘을 당했던 그였다.

그러니 오구광 명예회장을 향한 복수심이 존재했고.

그래서 GK 그룹 비서실장이 내민 손을 덥석 잡은 그였다.

물론 비서실장이 내민 5억이라는 돈과 일이 성공한 후에 추가로 받기로 한 5억이 그를 이곳으로 이끌었지만 말이다.

“내가 망할 노인네한테만 복수할 것 같아? 히히히!”

운전기사가 입꼬리를 히죽 올렸다.

결국에는 비서실장이 오구광 명예회장의 도구라서 자신을 괴롭히고 하는 일마다 방해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직접 자신을 괴롭힌 것은 비서실장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는 그였다.

“히히히~ 이제 당신은 내 화수분이야. 하하하!”

박 비서였던 운전기사는 중국으로 떠난 비서실장의 얼굴을 떠올리며 사악한 눈빛을 보였다.

“이 일만 끝나면 제대로 팔자 한 번 고쳐볼 테다. 이 일만 끝나면!”

* * *

서귀포에 있는 국제호텔 특실.

- 당신 미쳤어요?

자기 남편의 전화를 받은 노 여사는 자기 남편에게 들은 이야기를 듣고 바로 소리를 질렀다.

“왜 그렇게 흥분을 해?”

- 아버님이 그렇게 우습게 보이세요?

이런 노 여사의 말에 오종철 회장이 이마를 와락 구기며 소리쳤다.

“치매야, 치매라고!”

- 그렇다고 해서 제주도에 있는 정신병원에 감금했다고요? 방송국이나 신문사에서 알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개돼지들은 며칠 짖다가 그만둘 거야. 막말로 GK 그룹이 자기들 것도 아닌데 총수가 누구인지 상관할 게 뭐야?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다 정리하면 돼.”

- 정말 어쩌려고 그러세요?

오종철 회장이 험악한 인상을 하고 소리를 질렀다.

“내가 GK 그룹의 진짜 회장이야! 이렇게 하지 않으면 한철이한테 내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우리 신원이 자리는 없어지는 거야.”

- 아무리 그래도…….

“당신은 나만 믿어, 당신이 말했잖아, 그 많은 날 중에서 요즘 내가 제일 멋지다며.”

- 아, 깔끔하게 처리는 한 거죠?

“완벽하게 처리했어. 바로 서울로 올라가서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할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 알았어요. 정말 달라지셨네요.

자기 아내의 말에 오종철 회장은 미소를 머금었다.

“끊어.”

뚝!

오종철 명예회장은 전화를 끊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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