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빵에서 재벌까지! 277화
『헤지펀드의 목적이 뭐라고 생각합니까?』
『이런 말을 내게 하는 이유가 뭡니까?』
헤지펀드의 목적!
헤지펀드의 수장인 조지 소로스가 그런 것을 모를 리 없었기에 최태성이 그런 질문을 하는 저의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투자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래서요?』
『모두가 대한민국은 부실한 경제력 때문에 곧 IMF 외환 위기가 닥칠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 확신의 반대편에 투자한다면 모두가 예상하는 방향의 투자보다 더 이익이 크지 않겠습니까?』
『애국심의 발동입니까? 화이트 타이거 펀드와 내 헤지펀드로 대한민국에 닥칠 외환 위기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겁니까?』
『물론 아닙니다. 막을 수가 없죠.』
『그런데 왜?』
『제가, 또 화이트 타이거 펀드는 환율이 3,500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올 11월에 그 환율이 1,000원을 넘지 않게 되면 엄청난 일이 일어나지 않겠습니까?』
『국가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환율 방어를 두 펀드에서 하자?』
『저는 현재 160억 달러와 백기사 역할을 할 30억 달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오…… 역시 화이트 타이거 펀드가 대단하군요.』
『최악의 상황에서는 화이트 타이거 펀드가 보유한 모든 주식을 처분해서 달러로 전환하여 대한민국에 투입할 각오까지 되어있습니다.』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한다? 그 최악의 상황이 뭡니까?』
『조지 소로스 당신의 배신이죠.』
『하하하, 하하하!』
조지 소로스는 최태성의 농담 섞인 말에 폭소를 터트렸다.
배신할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해 최태성은 이미 조지 소로스가 자신과 손을 잡으리라 확신하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이미 저는 일본 미우라증권에 대한민국 환율 폭락 관련 선물 옵션 투자를 감행한 상태입니다.』
『그래요?』
『미우라증권은 제 예상대로 일본 정부를 압박해서 대한민국에 투자된 자금을 회수한 상태입니다. 그래서인지 반대 투자가 엄청나더군요.』
『허허허, 대단하군요.』
『일차 수익은 선물 옵션 투자입니다.』
『그럼 2차 수익도 있다는 겁니까?』
『저와 함께 미우라증권에 대한 전격적인 공매도 실시죠.』
『일본 주가 총액 최고 기업인 미우라증권을 흔들어 놓자는 거군요.』
『어떠십니까, 투자에 실패해도 예상 수익은 화이트 타이거 펀드가 보증하겠습니다.』
『예상 수익까지 보증할 정도로 자신 있다는 겁니까?』
『모두가 생각하는 반대로 행동해라. 그러면 수익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어떻습니까.』
『좋소. 내가 런던의 검은 금요일을 만들었던 것처럼 화이트 타이거 펀드의 최태원 빅보스가 도쿄에 피의 금요일을 만들겠군요. 남의 불행으로 만드는 최고의 행복을 한 번 당신과 제가 실현해봅시다. 하하하!』
‘대단해, 하하하!’
조지 소로스는 최태성과 통화 했을 때를 떠올리며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예, 알겠습니다. 바로 미우라증권에 대한 공매도를 준비하겠습니다.”
사실 조지 소로스는 대한민국에 IMF를 만든 장본인 중 한 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IMF 국제금융과 함께!
하지만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서 이번만큼은 대한민국의 백기사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고.
그에 따른 행동을 진행한 상태였다.
이래서 사업에 있어서 영원한 아군도 영원한 적도 없는 거였다.
돈만 벌 수 있다면 얼마든지 적의 손을 잡는 게 기업가이니까.
“중국은 어때?”
조지 소로스의 다음 먹잇감이 중국일 수도 있는 발언이었다.
“중화인민공화국이 곧 외국인이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B증권 시장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런 펀드 매니저의 말에 조지 소로스가 물었다.
“중국의 주식 시장은 도박판이나 다름이 없지?”
“예, 그렇습니다.”
도박이라는 단어에 심장이 두근거리는 조지 소로스였다.
어떻게 보면 투자자란 합법적으로 거금의 도박을 치르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더 치밀하게 분석해, 화이트 타이거와 함께 간다, 하하하!”
조지 소로스가 호탕하게 웃었다.
* * *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대, 대통령 각하.”
경제수석과 민정수석은 외국환 자율화 정책을 발표하는 담화문인 줄 알고 담화문 발표를 준비했는데 대통령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은 상태였다.
대통령이 태연하게 웃옷을 벗으며 경제수석과 민정수석을 봤다.
“와?”
“이렇게 되면 상상을 초월하는 혼란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경제수석의 말에 대통령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다.”
“국민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은행으로 몰려가서 현금을 인출할 겁니다.”
“거기까지 해라.”
대통령이 두 수석을 노려봤다.
그들이 하는 말 모두 대통령도 이미 알고 있었다.
“대통령 각하.”
“내 비록 4개월 남은 대통령이지만 참아주는 것도 여기까지다.”
이런 대통령의 충고에 두 수석이 고개를 떨궜다.
“…….”
“대통령 각하.”
두 수석은 대통령의 눈동자에서 살기를 느꼈다.
“그리고 너희 둘!”
대통령이 두 수석에게 삿대질하며 소리쳤고.
두 수석이 살짝 당황했다.
“예?”
대통령이 나가라는 손짓을 하며 단호하게 말했다.
“짐 싸라.”
“대통령 각하.”
경제수석이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대통령을 바라봤고.
대통령이 그런 경제수석과 민정수석을 보고 이마를 와락 구기며 말했다.
“너희 둘은 간첩이야.”
“예?”
“청와대의 정보를 민간 그룹에 넘겨줬으니 간첩보다 더 나쁜 놈이지. 직권남용, 직무유기. 죄목은 많다고 하더라.”
이런 대통령의 말에 경제수석이 기겁하며 대통령을 바라봤다.
“대통령 각하…… 저희는 오직…….”
“나를 위해서 그랬다는 말은 닥쳐라. 곧 대검 중수부에서 부를 기다.”
대통령의 말에 두 수석은 다리가 후들거릴 수밖에 없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도 대검 중수부는 두려울 수밖에 없다.
“비서실장.”
“예, 대통령 각하.”
대통령이 두 수석을 가리키며 비서실장에게 말했다.
“경호실 실장에게 말해서 이대로 둘을 끓어내라고 해라. 증거 인멸하지 못하게.”
“예, 알겠습니다.”
비서실장이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경호실 실장에게 연락했다.
이렇게 해서 두 수석은 청와대에서 바로 방출이(?) 됐고.
그와 함께 청와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우병식 대검 중수부 부장에 의해서 긴급체포가 됐다.
하여튼 대통령은 두 수석을 전격적으로 해임했다.
‘갸가 4개월 남았는데 경제수석을 해줄까?’
대통령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고민했다.
놀랍게도 대통령은 최태성의 얼굴을 떠올렸다.
『외환 위기를 일부 막는다고 해도 대한민국 경제의 전면적이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되겠노?』
『 그룹들이 문어발식 확장을 했습니다. 정부 주도 빅딜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내 임기가 이제 4개월쯤 남았다.』
『대통령 당선인과 협의하실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두 분 모두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시니까요.』
『그건 그렇지, 그리고 또?』
『강성노조들을 해체해야 합니다.』
『노동조합을 해체해야 한다고?』
『예, 노동조합을 해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강성노조를 대한민국 재계에 뿌리내리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들은 대한민국 경제의 암적 존재입니다.』
『노동자들이 무슨 힘이 있다고 그런 소리를 하냐?』
『저는 강성 노조원과 일반 노동자를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고 보십시오. 강성노조가 뿌리를 내리게 되면 대한민국은 곧 기업하기 어려운 국가가 될 겁니다. 그와 함께 생산성도 하락하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서 대한민국의 많은 기업이 국내를 떠나서 해외 공장을 건설하게 될 겁니다.』
『최태원이 너는 딱 재벌처럼 이야기하네.』
『재벌이니까요.』
『두 번째는 내가 못 할 것 같다. 하지만 방법을 찾아봐야겠지.』
‘내가 못 찾는 방법은 태원이 네가 청와대에 와서 찾아라. 하하하!’
* * *
일본 미우라증권 회장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자폭했다고?”
미우라증권 회장은 이미 보고를 받은 상태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확인사살을 하듯 보고자에게 되물었다.
“예, 담화문 발표로 IMF 외환 위기 상황으로 향할 수 있다는 국민 담화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래도 노망난 그 늙은이가 아예 양심이 없는 것은 아니군, 하하하!”
미우라증권 회장이 호탕하게 웃었다.
미우라증권 회장은 대한민국 대통령을 노망난 늙은이라고 비하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의 권력자들은 대한민국 대통령을 싫어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그렇게 조선총독부 건물을 일본으로 옮기겠다고 요청했는데 대한민국 대통령이 일본 놈들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바로 폭파해 버렸으니까.
“이제 곧 대한민국은 대혼란에 빠지게 될 겁니다.”
“이렇게 되면 환율은 더 폭등하겠지?”
이런 미우라증권 회장의 물음에 보고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예, 그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그와 함께 화이트 타이거 펀드에서 투자한 선물 옵션도 증권사의 수익률을 극대화해 줄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암, 그래야지, 반대 투자를 한 참의원들이 많고 또 내 말을 듣고 투자한 자본가들이 엄청나게 많으니까.”
오늘은 10월 13일이고.
11월 말일이 되면 최태성이 스미스에게 지시한 환율 폭락 관련 선물 옵션의 만기일이었다.
“화이트 타이거 펀드가 날고 긴다고 해도 단순한 사모펀드가 국가 부도 상황을 막을 수는 없어, 하하하!”
미우라증권 회장이 소리 내 웃었다.
적을 우습게 볼 때 절체절명의 위기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반도는 영원한 일본의 경제 식민지로 남아야 해.’
놀랍게도 최태성이 대통령에게 대한민국은 여전히 일본의 경제 식민지라고 했던 말처럼 일본 경제인들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 * *
태성 그룹 최태성 회장의 집무실.
“빅보스, 나도 속인 겁니까?”
스미스가 놀랍다는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비밀 유지죠.”
“예, 알겠습니다. 조지 소로스의 펀드까지 백기사 역할을 한다면 대한민국은 IMF로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맞는 말이다.
대한민국에는 내가 아는 역사와 다르게 IMF 외환 위기가 닥치지 않을 거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은 IMF 외환 위기가 아니라 그냥 외환 경제 위기다.
‘이참에 대한민국 경제를 단단하게 만들어야 해.’
현재의 위기를 넘겼다고 해도 대한민국의 경제가 여전히 부실하다면 내 손을 잡아준 조지 소로스는 다시 늑대가 되어 대한민국을 향해 달려들 테니까.
‘그나저나!’
이렇게 되면 홍문이 난리를 치겠군.
나의 동업 관계성은 얽히고설켜 있다.
나는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스미스를 바라봤다.
“스미스.”
“예, 빅보스.”
나는 스미스를 보며 천천히 입술을 뗐다.
“160억 달러를 바로 태성해상으로 이체하세요. 그리고 언론 보도를 통해서 160억 달러의 자본이 대한민국에 투자가 됐다고 하세요.”
태성해상은 당연히 최근에 사들인 현태해상에서 이름을 바꾼 회사다.
“보너스까지 생각하시는군요.”
스미스가 나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바로 자기 앞에 놓인 컴퓨터를 이용해서 해외에 있는 달러 160억 달러를 국내로 이체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스미스였다.
이 정도의 거금이 움직이면 외국에 있을 은행장도 버선발로 뛰쳐나와 비행기에 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