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빵에서 재벌까지! 314화
“대한민국의 금광 산업도 그리 활발하지 않죠.”
과거를 거론한다면 구한말 대한제국이 운산 광산을 개발했었다. 물론 정확하게 말하면 미국인 의사 새끼한테 팔았다고 해야 할 거다.
“금을 꼭 광산에서만 찾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금 모으기 운동이다.
“뭐라고요?”
모든 것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되묻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 인간 정말 금 모으기 운동을 생각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알고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떠올려 봤을 때, 그리고 인터넷에서 봤던 각종 정보들을 종합해 봤을 때 제일 먼저 IMF 외환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찾은 신임 대통령에게 금 모으기 운동을 제안한 사람이 바로 김대호 회장이다.
그리고 그런 금 모으기 운동을 KBS 방송을 통해서 대대적으로 확대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국민 운동이라고 할 수 있고.
제2의 국채보상 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 금 모으기 운동에서 가진 자들은 거의 금을 내놓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서민들은 금값이 폭등하는 과정에서도 장롱 속에 넣어둔 금을 꺼내서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했고.
꽤 많은 대한민국 서민들은 그런 금을 그냥 대한민국 정부에 기부까지 했었다.
그리고 IMF 외환 위기 이후에는 금 모으기 운동이 교육부 산하에서 폐 휴대폰 모으기 운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휴대폰에 재료로 들어간 소량의 금을 모은다는 것이 이유다.
“젊은 투자가이시고 사업가이신 최태원 회장이시니 발상의 전환을 해보세요. 대한민국 사람들은 금을 좋아하죠, 과거부터 수많은 전쟁과 침략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기에 개인적으로 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기도 하다.
“그건 그렇죠.”
왜냐면 금을 안 좋아하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으니까.
“세계적인 경제 전문가들이 대한민국에 다시 외환 위기가 닥칠 수 있을 거라고 다들 말합니다. 그와 함께 IMF의 구제 금융을 받게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사실 걱정입니다.”
“허허허, 허허허!”
내가 걱정스럽다는 말에 김대호 회장은 웃었다.
“왜 그렇게 웃으시죠?”
“자본가에게는 기회의 시간이고 대한민국은 기회의 땅인데 무슨 걱정을 합니까. 그게 정말 걱정이라면 그것은 최태원 회장의 가식입니다.”
나도 모르게 김대호 회장의 말에 발가벗겨진 기분이 들었다.
‘나쁜 놈과 더 나쁜 놈의 만남인가?’
나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사실 나는 누군가와 미팅을 할 때마다 먼저 제안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니, 김대호 회장처럼 나만의 이익을 꽤 예쁜 포장지에 포장했었다. 그런데 지금 김대호 회장이 그러고 있다.
“제게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이런 내 물음에 김대호 회장이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대한민국에 어떤 일이 일어나도 국민들이 똘똘 뭉칠 겁니다. 금으로!”
“금괴에 투자하라는 겁니까?”
사실 나는 스미스에게 비밀리에 지시해서 세계 19개국에서 금괴를 매집하고 있는 상태다.
『금괴를 매집하는 계좌가 4,000개입니다.』
『많군요.』
『그와 함께 금괴 매집을 위한 페이퍼 컴퍼니 역시 27개가 설립된 상태입니다.』
한마디로 나는 불법 아닌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거다.
소위 ‘편법’이라 불리는 그것 말이다.
‘나도 대비하고 있지.’
그러니 내가 김대호 회장을 욕할 수는 없는 거다.
내가 더하면 더했지 덜한 놈은 아니니까.
하지만 어떠하랴.
무릇 투자자란 어떠한 상황에서도 기회를 찾고 이윤을 얻는 게 진짜 투자자다.
“과거 국채보상 운동을 떠올려 봅시다.”
점점 더 나는 김대호 회장의 감언이설에 빠져들고 있는 상태다. 아니, 빠져드는 척을 하고 있다.
“국채보상 운동이라?”
“대한민국 서민들이 대한민국의 외환과 경제 위기를 보고 누군가가 작은 불씨 하나를 던져주면 애국심만 가득한 대한민국 서민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그 던져진 불씨에 동참할 겁니다.”
김대호 회장의 말에 나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대한민국이 IMF 체제에 돌입하면 금이라도 모을 국민운동을 조작하시겠다는 겁니까?”
“조작, 하하하! 아니죠, 선도하는 겁니다.”
김대호 회장이 호탕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선도라는 단어의 뜻이 이렇게 역겹게 들리기는 또 처음이다. 하지만 내가 역겨워하면 안 된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미래를 이용해서 이미 벌써 조금씩 준비하고 있으니까.
『금은 절대 자산이기에 이렇게 매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스미스가 한 말이 또 한 번 떠오를 수밖에 없다.
“선도라고요?”
“그렇죠. 국채보상 운동 같은 금 모으기 운동이 일어날 수도 있죠. 그런데 말입니다. 그렇게 국민의 열정과 애국심을 통해서 확보된 금이 금괴로 세공이 되어서 해외로 수출이 되려면 어떤 과정이 있어야겠습니까.”
이제야 자신이 진짜 내게 하고 싶은 말을 할 것 같은 눈빛이다.
‘이 사람 정말 사업 수완은 대단하군.’
놀라울 뿐이다.
“대호 종합무역회사를 제게 매각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하하하, 역시 젊은 분이 똑똑하군요.”
나는 김대호 회장을 보며 차분하게 물었다.
“회장님의 대호 종합무역회사가 있어야 회장님이 설계하신 모든 일들이 실행되지 않겠습니까?”
“급한 불부터 꺼야죠.”
“대호 자동차는 안 됩니까?”
“최태원 회장님, 내가 충고 하나 할까요?”
내게 충고를 한단다.
“충고라고요?”
“예, 충고일 수도 있겠고…… 미래 예측이라고 합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세를 고쳐앉았다.
“예, 경청하겠습니다.”
“외환과 경제 위기에 봉착한 대한민국 정부는 자금이 필요할 겁니다. 그래서 꽤 괜찮은 공기업을 민영화에 착수하면서 다시는 IMF 위기가 닥치지 않도록 자유민주주의 시장 경제에 개입하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요?”
내가 생각하는 정부 주도 기업 간의 거래를 김대호 회장도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할 뿐이다.
‘이런 경영자가 왜 망했을까?’
의문이 들 정도다.
하기야 모든 성공한 사업가가 영원히 성공하리란 법은 없다.
아마도 야망은 큰데 그것을 받쳐줄 사람과 자본이 없기에 일시에 무너졌을 것 같다.
말 그대로 미국의 테슬라 자동차는 오랜 적자에도 성장성 하나만 보고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재계는 그럴 수가 없는 거다.
“가장 무식하고 또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겁니다. 그게 뭐라고 생각합니까?”
“정부 주도 기업 간 거래?”
나는 김대호 회장에게 되물었다.
“그렇죠, 빅딜입니다. 지금 태성금융과 태성 그룹이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게 되면 정부 주도 빅딜의 희생양이 될 겁니다. 그래도 대호 자동차를 원합니까?”
* * *
대통령 당선자 집무실.
“고름이 살이 될 수는 없습니다.”
대통령 당선자의 최측근 중 한 명인 박서원이 대통령 당선자에게 말했다.
그는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 미국에 수출하는 사업을 했던 사업가다. 그러다가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에서 도피(?) 생활을 할 때 인연을 맺었고.
그 이후부터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거듭났으며 사업가였기에 경제 고문 역할을 할 때가 많았다.
“그래요?”
“예, IMF를 부정적으로 보는 국민이 많지만, 대한민국 경제가 속에서부터 썩은 상태에서 이대로 미봉책만 쓴다면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습니다.”
“그래서 IMF로 자청해서 가자는 겁니까?”
이런 대통령 당선인의 물음에 박서원이 차분하게 답했다.
“강제적인 IMF 직행보다는 자발적인 자구책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와 함께 대한민국의 경제 기반을 재편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인 설명을 해보시오.”
박서원이 잠시 목을 가다듬었다가 이내 천천히 입술을 뗐다.
“대한민국의 경제를 파탄시킨 것은 재벌들의 문어발식 경영 확장이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번 정권의 경제적 무능도 큰 몫을 차지했고요.”
박서원의 말에 대통령 당선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정부가 나서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방법이 뭡니까?”
대통령 당선인의 물음에 박서원이 근엄하게 답했다.
“기업 간 거래라고 불리는 빅딜을 정부가 주도하는 겁니다. 세계 경제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회사들만 지원하고 경쟁력이 다소 부족한 회사들은 통폐합해서 경쟁력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당선인은 통폐합이라는 말에 처음 인상을 찡그렸었다.
사실 전탱크 정권부터 언론 통폐합을 시작으로 각종 통폐합을 통해서 모든 분야를 탄압했기에 통폐합이라는 단어 자체에 거부감이 있을 수밖에 없는 대통령 당선인이었다.
“아……!”
대통령 당선인이 작게 탄식을 내뱉었다.
“지금은 위태롭지만, 대통령님의 집권기에는 그 위태로움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인지 잘 알겠소, 내가 깊게 고민해 보겠소.”
대통령 당선인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통령 당선인 쪽에서도 이제는 최태성이 알고 있는 빅딜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비슷하지만 다른 현실.
대통령 당선인의 집권기의 시작은 IMF로 시작하는 것이 원래 최태성이 아는 미래 정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위기는 여전하지만 IMF까지는 가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대한민국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을 뿐이지만 경제 위기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었다.
* * *
“회장님께서 대한민국 정부가 나중에 빅딜을 추진한다고 확신한다면 지금 대호 자동차를 제게 팔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내 물음에 김대호 회장이 소리 내 웃으며 내게 되물었다.
“허허허, 그렇게 생각합니까?”
“대호 자동차는 현태 자동차와 기산 자동차 다음으로 자동차 업계 3위이지 않습니까?”
김대호 회장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죠, 그래서 제가 무리해서 한용 자동차를 합병한 겁니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계획이 다 있는 거였다.
한용 자동차를 무리해서 합병한 탓에 돈이 필요해진 것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김대호 회장에게는 반드시 한용 자동차를 합병할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리라.
“아!”
“업계 1~2위는 정부 입장에서도 세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죠. 대한민국의 각 분야에 1위 기업만 남겨둘 수는 없을 테니까요. 독과점이 될 테니까. 하하하!”
김대호 회장이 나를 보며 호탕하게 웃었다.
“결국에는 대호 자동차를 제게 매각하시지 않겠다는 말씀이군요.”
“지금은 대호 그룹에 시련의 시기지만 비가 온 다음에 땅은 더 단단하게 굳는 법입니다. 대호 자동차를 매각할 생각이었다면 이 미팅을 추진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어쩔 수 없이 내놔야 한다면 대호 조선을 매각하겠지만 자동차 산업은 세계의 중심 산업이기에 나는, 아니, 대호 그룹은 포기할 수 없소.”
“대호 조선은 매각하실 생각이 있다는 말씀이군요.”
강일성 태성 실업 사장에게 항공모함을 사라고 지시했으니 조선 회사도 솔깃하긴 했다.
그러나 대호 조선은 걸리는 점이 있었다.
『대호 조선은 강성노조를 가진 조선회사입니다.』
권지용 태성 증권 사장이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제가 강일성 태성 실업 사장에게 러시아에게 항공모함을 두 척이나 사라고 지시했고 성공했죠.』
『항공모함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