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깜빵에서 재벌까지-320화 (320/452)

깜빵에서 재벌까지! 320화

“그래?”

이런 대호 그룹 김대호 회장의 물음에 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보고를 이어갔다.

“예, 태성 그룹 계열사들의 주식이 모두 동반 하락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룹 회장의 도덕성 문제가 붉어진 상태라서 오너 리스크라는 말들이 많습니다.”

“잘됐네, 그럼 이제 추가 보도로 아주 바닥까지 끌어내리면 되겠어.”

김대호 회장이 흡족한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비서가 그런 김대호 회장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그를 불렀다.

“예……. 그런데 회장님.”

“왜?”

비서가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김대호 회장에게 말했다.

“접촉하고 있는 사기 피해자들이 취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벌써 돈을 써서 입막음한 거야?”

김대호 회장이 미간이 살짝 찌푸리며 비서에게 물었다.

“그것까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취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상관없어 그럴싸하게 보도를 하라고 해.”

이런 김대호 회장의 말에 비서가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아……. 예, 알겠습니다.”

하여튼 대호 그룹은 자신들이 누구에게 선전포고했는지 아직은 상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김대호 회장은 최태성을 응징하기 위해서 치기 어린 짓을 했지만, 최태성은 절대 당하고는 못 사는 존재라서 이 일이 태성 금융과 대호 그룹이 끝까지 싸우게 되는 계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

* * *

대통령 당선인 집무실.

“일본이 일방적으로 한일어업협정을 파기했다고요?”

대통령 당선인은 자신의 측근에게 되물었다.

한일어업협정은 1964년에 가조인 되었다가 그 이후에 조율을 통해서 조인이 됐는데 이 시기가 대한민국 박정희 정권 때고 그때 박정희 정권은 대한민국 개발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던 때라서 일본의 막무가내 요구를 대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굴욕적인 협정인데 왜 일본이 일방적으로 파기했을까?”

대통령 당선인이 측근에게 되물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협정이 체결될 당시에 기존 평화선이 무의미하게 됐고 독도를 비롯한 인근 해역을 공동어로 구역으로 설정하는 성과까지 달성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본인은 그 속이 음흉합니다.”

그때 아무 말도 없던 박시원이 대통령 당선인에게 말했고.

대통령 당선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그건 다 아는 사실이고. 하고 싶은 말이 무엇입니까?”

“독도의 해양 자원보다 더 큰 것을 노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박시원의 말에 대통령 당선인이 물었다.

“그렇다면 그게 뭘까요?”

“알아보겠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일본이 무슨 음모로 이러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어요.”

대통령 당선인이 말했고.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습니다. 대통령 당선인님과 새롭게 협상할 의도로 파악됩니다.”

“경제위기가 닥치고 있는 상태에서 한일어업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으음……!”

바로 인상을 찡그리는 대통령 당선인이었다.

한일어업협정은 분명 일본에게 유리한 협정이었다.

그런데 파기했다면 필시 어떤 꿍꿍이가 있는 게 당연했다.

자신의 이권을 아무런 대가나 목적도 없이 포기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대통령 당선인은 이 시기에 고민거리가 겹치자 머리가 아파졌다.

‘계속 위기만 거듭되는군.’

대통령 당선인이 의자에 몸을 기댄 채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일본은 대한민국이 경제위기에 봉착하고 있기에 이번이 또 한 번의 기회라고 생각해서 한일어업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다.

* * *

1998년 1월 24일, 성남 대장동에 있는 골프장.

이 골프장은 은방울 그룹이 운영하는 골프장으로, 골프장 주변은 논과 밭으로 둘러싸여 있고 4차선 도로만 깔려 그 주변에 그린벨트가 꽤 많은 곳이다.

물론 은방울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골프장이라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태성 부동산 개발이 인수한 곳으로 운영만 은방울 그룹이 하는 상태다.

‘내가 대장동을 다 와보네.’

내게 미래의 기억이 있기에 이런 생각도 하는 것.

“나이스 샷입니다.”

한신은행 은행장이 친 골프공이 쭉쭉 날아갔다.

‘밥 먹고 골프만 쳤나?’

정말 제대로 노익장을 과시하는 한신은행 은행장이다.

그러고 보면 재벌이나 정치인들은 죄다 골프가 취미인 것 같다.

여유롭게 이야기하면서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하하하, 과찬입니다.”

한신은행 은행장이 멋쩍게 웃었고.

나는 싱긋 미소를 보이곤 정중하게 손짓하며 말했다.

“이동하시면서 이야기하시죠.”

“예, 그럽시다.”

우리는 걷기 시작했고.

이 골프장 주변은 태성 금융 경호팀들이 철저하게 경계하고 있다.

“은행장님, 요즘 국영은행 민영화 발표에 근심이 많으시죠?”

최고 은행과 남서울은행에 관해서 대한민국 정부는 매각을 발표한 상태다. 그리고 곧 공개 매각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그래요, 사실 그렇습니다. 어디 부실화에 빠지지 않은 은행이 있겠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서 정부의 강요로 많은 대출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은행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이런 내 말에 한신은행 은행장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슬쩍 인상을 찡그리며 투덜거렸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이 모든 일이 은행 잘못이라고 몰아붙이네요.”

물론 은행도 크게 잘못했다.

정경유착에 의한 압력으로 과대 대출을 해줬고.

불법 대출을 해줬다고 해도 그걸 끝내 받아들인 것은 은행이니까.

“제가 한신은행을 좀 도와드려도 되겠습니까?”

나는 의미심장한 눈빛을 담아 한신은행 은행장을 바라봤다.

현재 은행 예·적금 이자율은 20% 정도다.

외환 위기 때문에 은행들은 예·적금 이자율을 높일 수밖에 없었고 어떻게든 예·적금을 높이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래야 부실은행으로 정부에 찍히지 않으니까.

이미 부실화된 종금사는 거의 정리가 됐고.

현직 대통령의 부탁으로 나는 부실종금사의 채권을 꽤 많이 인수한 상태다. 물론 헐값으로 인수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현재 태성 저축은행은 부실채권이 된 채권들을 받아낼 방법을 찾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꽤 알짜들을 찾아내고 있기도 하다.

그게 가능한 까닭은 당연히 내가 가진 미래의 지식들이 한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고 말이다.

“태성 금융이 저를 도와주신다고요?”

한신은행을 도와준다고 했는데 ‘저’를 도와준단다.

한신은행 은행장은 한신은행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5선 은행장이니.’

나는 살짝 언짢았지만 그렇다고 티를 내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니 한신은행 은행장은 20년 동안 은행장을 해먹은 사람이다.

3번은 유신정권과 군사정권이 임명하면서 은행장 자리를 유지했고.

나머지 두 번은 투표를 통해서 은행장이 됐지만, 그 투표라는 것도 사실 특별한 것이 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예, 어떠십니까?”

나는 한신은행 은행장을 보며 웃었다.

“으음…….”

내가 도와주겠다고 했는데 한신은행 은행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러십니까?”

“나도 경원 신문 보도를 봤소.”

한신은행 은행장이 내 눈치를 살피며 중얼거렸다.

역시 연륜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가 없다.

‘내 자본력이 엄청나다는 것도 알고 있군.’

그리고 내가 무엇을 요청할지도 짐작하는 눈빛이다.

“그러시면 조율이 쉽겠네요.”

나는 조율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허허허, 조율이라?”

“예, 조율이죠. 언제까지 대호라는 부실채권을 안고 가시겠습니까?”

이런 내 물음에 한신은행 은행장이 나를 힐끗 보며 답했다.

“아직은 부실채권이라고는 할 수 없죠. 모든 것은 까봐야 알지 않겠습니까.”

“부실채권이 되면 그냥 그 채권은 쓰레기죠.”

나는 한신은행 은행장을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이봐요, 최태원 회장.”

눈빛부터 확 달라지는 한신 은행 은행장이다.

“예, 남상식 은행장님.”

“대호 그룹 김대호 사장을 너무 우습게 보지 마세요. 그리고 대한민국은 재벌 그룹을 절대 버릴 수가 없어요. 그 밑에 있는 노동자들이 몇 명인데 그냥 버립니까? 아마도 공적 자금을 투입할 겁니다.”

“그걸 제가 막을 겁니다.”

남상식 한신 은행 은행장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내게 물었다.

“막으면 무슨 이익이 있다고 이럽니까?”

막으면 이익이 난다기보다는 막아야 손해를 안 본다고 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먼저 걸어온 싸움이죠. 그리고 공적 자금 투입을 막으면 국민이 낸 혈세를 낭비하지 않게 됩니다.”

“이거, 큰 싸움이 되겠군요.”

남상식 한신 은행 은행장이 턱선을 매만지며 나를 바라봤다.

“예, 그럴 겁니다. 그리고!”

“그리고?”

“태성 금융과 함께 한신 은행이 최고 은행과 남서울은행의 인수전에 참여하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내 말에 순간 눈빛이 확 달라지는 한신 은행 남상식 은행장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대기업을 버리지 못하는 것처럼 대한민국 1~2위 규모의 은행을 매각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이건 한신 은행 은행장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일 거다.

아니나 다를까, 남상식 은행장이 미간을 꿈틀거리며 나를 돌아보았다.

“지금 내게 뭐라고 한 겁니까?”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태성 금융에 50조 이상의 자금이 있다는 것은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건 나도 들어서 압니다.”

나는 이제 삼정 그룹 회장보다 더 부자다. 단지 태성 금융이 삼정 그룹보다 재계서열이 낮을 뿐이다.

‘하는 사업이 적으니까.’

물론 태성 그룹도 그렇다.

하지만 나만큼이나 현금을 가진 그룹도 없을 거다.

조지 소로스 정도가 아니면 월가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제가, 아니, 태성 금융이 단독으로 매물로 나온 최고 은행과 남서울은행의 매각에 뛰어들고 인수합병을 하게 되면 태성 금융은 말 그대로 금융지주회사가 됩니다.”

나는 금융지주회사를 목표로 태성 그룹에서 태성 금융을 분리했지만, 금산분리 정책의 제약을 바로 받고 싶지는 않다.

‘이건 꼼수지.’

정말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꼼수가 될 것이다.

‘태성 금융이 한신 은행을 지배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한신 은행이 완전 민영화에 돌입해야 하고.

그것도 누군가의 강요가 아닌 자발적인 민영화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꼼수를 쓰시겠다?”

“당분간의 꼼수지만 꼼수라고 하시면 꼼수죠.”

“아……!”

바로 탄성을 터트리는 한신 은행 은행장이다.

“제가 최고 은행과 남서울은행을 한신 은행이 넘겨받을 수 있게 3조를 준비하겠습니다. 그와 함께 한신 은행이 대한민국 정부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게 완전 민영화가 가능하게 만들겠습니다.”

“뭐……. 뭐라고요?”

한신 은행 은행장이 당황한 듯 살짝 눈을 크게 떴다.

“은행장님이 이룩하신 한신 은행입니다. 은행장님께서 민영화가 된 한신 은행을 대한민국,, 아니, 아시아 최대 은행으로 성장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내 물음에 한신 은행 은행장이 침을 꿀꺽 삼키더니 내게 되물었다.

“내게 약속하는 겁니까?”

나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종신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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