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빵에서 재벌까지! 333화
“우리가 참여할 수도 없고…….”
현태 자동차 그룹 회장이 말꼬리를 흐리며 턱선을 매만졌다.
현태 자동차 그룹이 대호 그룹 인수 사업에 참여하게 되어 대호 그룹을 인수하게 되면 독과점 형태로 보일 수 있었다.
물론 아직 기하 자동차가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참여할 자금력도 부족한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삼정 그룹보다야 조카사위가 차지하는 것이 좋겠지.”
비서실장이 고개를 끄덕이곤 보고를 이어갔다.
“예, 차후 협력 관계에서도 이로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태성 그룹의 계열사인 태성 전자에서 배터리 사업부를 신설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배터리 사업부?”
대호 자동차 매각 관련 문제를 보고 받고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비서실장이 태성 전자가 배터리 사업부를 신설했다는 보고에 현태 자동차 회장은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예, 그렇습니다. 대호 자동차 인수전에 뛰어든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배터리 사업부 신설을 한다는 것은 미래 자동차 개발에 착수할 수 있다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미래자동차라면?”
이런 현태 자동차 그룹 회장의 물음에 비서실장이 천천히 입술을 뗐다.
“전기차 사업으로 추측됩니다.”
“하하하, 비서실장은 상상력이 지나쳐.”
현태 자동차 그룹 회장이 비서실장을 보며 피식 웃었다.
맞다.
이 시절에서 전기차 사업 추진은 상상 밖의 일일 수밖에 없었다.
“회장님, 이미 미국은 시작 단계를 넘어섰습니다.”
“전기차 개발 사업에서?”
현태 자동차 그룹 회장이 살짝 놀란 표정으로 비서실장을 바라봤다.
세계 전기차 개발의 역사는 1930년부터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었다.
스코틀랜드의 앤더슨이라는 사업가가 세계 최초로 전기자동차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원유전기마차를 발명했었고.
1835년에 네덜란드 국적의 크리스토퍼 베커라는 사람이 소형 전기자동차를 개발했지만 상용화에는 실패한 상태였다.
그러니 선진국의 전기 자동차 개발 역사는 아주 오래됐다고 말할 수 있었다.
이런 상태인데도 전기 자동차가 대량생산되지 못한 이유를 꼽으라면 1920년대에 미국 텍사스에서 대형 유전이 개발되면서 휘발유의 가격이 하락한 것을 주요 이유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알았네, 조카사위는 도전 의식이 너무 지나친 것이 문제라면 문제야.”
비서실장이 전기차 개발에 대해서 보고했지만 현태 자동차 회장은 전기차 사업 부분에는 아직 관심이 없었다.
“회장님, 현태 자동차의 미래를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준비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현태 자동차 그룹 회장이 살짝 인상을 찡그리고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아직은 아니야. 됐네. 그런 보고는 그만 듣겠네.”
“……예.”
비서실장은 어쩔 수 없이 예라고 대답했다.
* * *
국제호텔 최고층 스위트룸.
오늘 새벽에 태성 실업 강일성 사장에게 콘크리트 내부에서 발견된 대략 50t 이상의 금괴 상자를 비밀리에 옮기라고 지시하고 대호 그룹 회장과 미팅이 잡혔기에 이곳으로 왔다.
물론 나는 태성 그룹 회장인 촉새 형과 독사 삼촌에게 금괴 운반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태원아, 진짜 금괴가 나왔다고?』
내 연락을 받고 뛰어왔던 차도명 태성 그룹 회장은 내 설명을 듣고 기겁했었다.
『최소 50t 이상이야.』
『와…… 할배가 태원이 너한테 큰 선물 주고 가셨네. 하하하!』
말이 50t의 금괴지.
이건 상상이 안 될 정도로 엄청난 양이다.
‘세계 금 시세를 흔들 정도지.’
내가 기억하는 대한민국의 IMF 외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진행된 금 모으기 운동에서 확보된 금이 단기간 세계로 수출되면서 세계 금 선물 시장을 흔들어놨으니까.
‘금 모으기 운동에서 모인 금괴와 내가 모으고 있는 금괴에!’
50t 이상의 금괴가 더해진다면?
막대한 양이 시장에 공급되면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분명 세계 금 선물 시장은 폭락하게 되리라.
그때가 또 태성 금융이 막대한 자본을 확보하게 되는 순간일 거다.
그저 50톤의 금괴를 팔기만 해도 어마어마한 돈을 벌겠지만 난 고작 그 정도에서 끝낼 생각이 없다.
“대호 자동차를 공식적으로 매각하신다고 발표하셨더군요.”
내 물음에도 대호 그룹 김대호 회장은 꽤 여유로운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다.
난 그런 김대호 회장의 모습에서 한 가지 사실을 유추했다.
‘공적 자금을 받기로 했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호 조선에만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것이리라.
그러니 대호 자동차를 매각 발표를 한 거다.
“그렇습니다.”
“자동차와 조선 중에 조선을 살릴 생각을 하신 거네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대호 그룹 김대호 회장이다.
“조선을 팔려고 하니 국내 기업 중에서는 관심을 가지는 그룹이 없고, 중국 그룹만 관심을 가지더군요.”
“그렇습니까?”
대호 그룹 김대호 회장이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대호 조선이 중국 기업에 매각되면 기술력 유출이 심각할 수밖에 없고 중국 조선 산업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으니 저가 공략을 통해서 선박 수주를 하는 중국 조선 기업들 때문에 국내 조선 기업이 경쟁이 안 될 것 같기에 애국적인 마음으로 대호 자동차를 매각하기로 했소.”
애국적인 마음?
지나가던 개가 웃을 것 같다.
다른 사람이었더라면 속았을지 몰라도 그의 속을 훤히 아는 나는 코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그러시군요. 그에 반해서 대호 자동차는 삼정 그룹과 태성 그룹이 관심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고 계시군요.”
“허허허, 아닙니까?”
이런 대호 그룹 김대호 회장의 물음에 나는 담담하게 답했다.
“맞습니다. 태성 그룹은 대호 자동차에 관심이 있습니다.”
“오늘 오전에 태성 전자가 배터리 사업부를 신설했다는 공시를 했더군요.”
맞다.
그래서 태성 전자는 또 한 번 주가가 폭등하고 있는 상태다.
“예.”
“최태원 회장께서는 주식에 관해서 너무 잘 아시는 것 같습니다. 하하하!”
살짝 나를 비꼬는 대호 그룹 김대호 회장이다.
“최태원 회장.”
그때 갑자기 김대호 회장의 어조가 진중해졌다.
“예, 회장님.”
“태성 그룹이 대호 자동차에 관심을 보이는 상태에서 무선 배터리 사업에 진출한다는 공시는 태성 그룹이 대호 자동차를 인수하게 되면 바로 전기 자동차 개발에 착수하겠다는 의도겠죠?”
이래서 재벌 회장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거다.
이렇게 간단하게 내 의도를 추측해내는 것을 보면 김대호 회장도 같은 사업을 구상해본 모양이다.
“회장님, 아무리 그렇게 말씀을 하셔도 저는 대호 자동차를 비싸게 살 생각은 없습니다.”
나는 대호 그룹 김대호 회장을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요?”
“예, 그렇습니다.”
판매자는 최대한 비싸게, 구매자는 최대한 싸게 사려는 것이 당연한 이치겠지만 난 대호 자동차가 김대호 회장이 요구한 만큼의 값어치는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대호 그룹이 부도 직전까지 몰린 상황을 보시고 헐값에 대호 자동차를 매입할 기회라고 생각하시고 내게 연락한 거군요. 승냥이가 따로 없군요.”
일침을 가하는 대호 그룹 김대호 회장이다.
“정부에게 공적 자금을 1조밖에 받지 못하셨죠?”
내 물음에 대호 그룹 김대호 회장은 인상을 찡그렸다.
결국 급한 쪽은 김대호 회장일 수밖에 없었다.
“허허허, 허허허!”
찡그렸던 인상도 잠시 나를 보며 웃는 김대호 회장이다.
“최태원 회장도 청와대에 줄이 있군요.”
나를 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하는 김대호 회장이다.
* * *
삼정 그룹 회장실.
“김대호 회장이 내가 아니라 최태원 회장을 먼저 만났다고?”
삼정 그룹은 이미 대호 자동차 인수전에 참여한다고 밝힌 상태였다.
“예, 그렇습니다. 미리 약속된 미팅이었던 모양입니다.”
“김대호 회장은 대호 자동차를 내게 팔 생각이 없는 거였군.”
삼정 그룹 회장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호가 나를 이용한 거지. 대호 자동차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삼정 그룹 회장은 바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사실 삼정 그룹과 대호 그룹은 경쟁 관계였고.
두 총수들은 서로에게 좋지 않은 감정들이 있었다.
“대호 그룹 회장과 미팅이 예정되어 있기는 합니다.”
삼정 그룹 회장은 혀를 ‘쯧’ 차고는 손을 휘휘 저었다.
“됐어, 르노와 협상을 진행해.”
“예정된 미팅은 어떻게 할까요?”
이런 삼정 그룹 비서실장의 물음에 삼정 그룹 회장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답했다.
“취소해. 김대호 회장에게 히든카드를 주고 싶지 않네.”
“예, 알겠습니다. 언제 연락하면 되겠습니까?”
삼정 그룹 회장이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삼정 그룹 비서실장에게 지시했다.
“어차피 파투난 거 피차 바쁠 텐데 길게 끌 필요 없지. 바로 통보해.”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
삼정 그룹 비서실장이 바로 휴대전화를 꺼내서 대호 그룹 비서실장에게 바로 전화했다.
* * *
국제호텔 스위트룸.
“김대호 회장님도 그런 눈과 귀가 없지는 않으시니까요.”
이런 내 말에 대호 그룹 김대호 회장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나는 대호 조선을 살리기로 했고, 대호 자동차를 합당한 가격에 매각할 생각입니다. 이제는 우리 서로 딴소리는 하지 말고 단도직입적으로 얼마에 대호 자동차를 사시겠소?”
“국외 법인을 제외하고 1조입니다.”
대호 자동차가 이 정도까지 부실화가 된 최대의 이유는 국외 법인이다.
『대호 자동차의 해외 자동차 법인을 청산하려면 4천억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아르헨티나에도 대호 자동차 현지 생산 공장이 있죠?』
『그렇습니다. 아르헨티나 법인의 적자 폭이 제일 큽니다.』
『그게 얼마입니까?』
『3,000억쯤으로 추정됩니다.』
『아르헨티나에 세계 최대의 리튬 광산이 있죠.』
차세대 배터리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원자재는 당연히 리튬이다.
‘리튬은 중국에도 있고, 또 몽골에도 있지.’
하지만 운송비 부분을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예?』
『알겠습니다.』
“으음…….”
국외 법인을 청산하려면 아마도 4천억은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저렇게 신음을 터트리는 거다.
그때 대호 그룹 비서실장의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렸고.
힐끗 내 눈치를 보던 비서실장은 스위트룸 구석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돌발 상황인가?’
이제부터 나는 상상의 날개를 펼쳐야 한다.
사실 현재 대호 그룹 김대호 회장은 나라는 협상자도 있지만 삼정 그룹 회장이라는 협상자도 존재한다.
‘칼자루를 쥐었다고 생각하겠지.’
나와 삼정 그룹 회장이 대호 자동차를 놓고 경쟁하게 되면 대호 자동차의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말도 안 되는 가격이군요.”
대호 그룹 회장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최태원 회장, 삼정 그룹도 대호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시죠?”
이런 대호 그룹 회장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압니다.”
“그러니 그 정도의 제안으로는 나와 웃을 수 없습니다.”
역시 여유를 부리는 대호 그룹 김대호 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