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빵에서 재벌까지! 350화
“하이브리드 자동차라고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기름으로도 달리고 전기로도 달릴 수 있는 그런 자동차를 개발할 겁니다.”
차도명 회장의 말에 임원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와……!”
임원들이 입이 쩍 벌어지는 이유는 이 자동차 사업 진출이 태성 그룹의 사활을 거는 거대 사업처럼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자동차 만드는 것만큼 멋진 사업도 없다.
자동차에는 낭만이 있으니까.
“그와 함께 태성 테슬라 생산 공장 용지는…….”
차도명 회장의 말에 임원들이 모두 조용해졌다.
“예, 회장님.”
“연구소는 전북 군산으로 정하셨습니다.”
자동차 생산 공장 용지를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연구소를 전북 군산이라고 말하자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임원들이었다.
“또한, 일부 생산 공장 역시 군산지역입니다.”
보통의 경우에 수도권과 경남 지역에 자동차 생산 공장을 신설하는 것이 보통인데 최태성은 이번 정권이 전라도를 기반으로 하기에 군산으로 정한 거였다.
“아……!”
태성 그룹 임원들이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태성 그룹 임원들은 이 조치가 정권에 아부하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정권의 눈치를 봐야 했다.
“마지막으로 주력생산 공장은 미국입니다.”
차도명 회장의 말에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는 임원들이었다.
“주력생산 공장을 해외에 신설한다고요?”
“그렇게 하시겠답니다.”
최태성의 뜻을 전하는 것이었기에 더는 이견을 말하지 않는 태성 그룹 임원들이었다.
차도명 회장은 그런 임원들을 바라보며 내심 탄식했다.
『형.』
『왜?』
『이견이 없으면 물갈이를 할 때라고 생각되지 않아?』
『그렇게 생각해?』
『그냥 거수기 노릇을 하라고 그 많은 연봉을 주는 건 아깝잖아.』
『말은 맞네, 하하하!』
“저는 반대합니다.”
그때 태성 그룹 임원 한 명이 반대 의견을 냈고.
차도명 회장이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반대라고요?”
차도명 회장이 반대의 뜻을 내비친 임원에게 턱짓을 하며 되묻자 발언권을 얻었다고 여긴 임원이 자신의 의견을 늘어놓았다.
“예, 그렇습니다. IMF 금융위기가 직면한 상태에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대규모의 자동차 생산 공장을 국내가 아닌 미국에 신설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국민 여론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참고하겠습니다.”
바로 마무리를 지어버리는 차도명 태성 그룹 회장이다.
“마지막으로 태성 테슬라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 사업에 총력을 다해야 합니다.”
차도명 태성 그룹 회장은 태성 전자 사장을 압박하듯 말했다.
“예, 이미 대규모의 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최대한 빨리 전기차 배터리를 개발할 수 있게 박차를 가하세요.”
이런 차도명 태성 그룹 회장의 지시에 태성 전자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
하여튼 이렇게 태성 그룹은 최태성의 지시를 최대한 빨리 진행하기 위해서 총력을 다하고 있었다.
그때 한 임원이 차도명 회장에게 말을 건넸다.
“회장님.”
“왜요?”
한 임원이 차도명 회장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러시아 자동차 생산 공장을 폐쇄할 것을 건의 드립니다.”
러시아에도 전 대호자동차 현지 생산 공장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곳은 체코와 아르헨티나를 비롯해서 가장 큰 적자를 내는 현지 법인이었다.
“태성 금융 회장님께서는 러시아 투자에 집중하실 것을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러시아 태성 테슬라는 철수하지 않습니다.”
“아……!”
임원 하나가 고개를 살짝 떨구더니 작게 탄식을 내뱉었다.
“모든 외국 기업이 러시아에서 철수해도 태성 그룹은 러시아에 남을 것이고 우리가 남는다는 것을 나중에 러시아 국민이 꼭 기억해 줄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와 함께 태성 전자도 러시아에 현지 생산 공장을 신설할 예정입니다.”
차도명 회장의 선언에 임원들이 잠시 술렁였다.
이런 임원들의 반응을 미리 예상했던 차도명 회장이 말을 이었다.
“모두 현재 상황에 러시아에 공장을 설립하는 것은 하책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우리는 러시아의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투자할 것입니다.”
모두가 러시아를 떠나는 상황에서 태성 그룹은 과감한 러시아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었다.
* * *
러시아대통령실 푸틴 차장의 사무실.
“화이트 타이거 펀드가 루블화의 폭락에 반대되는 선물옵션 투자를 감행했다고?”
푸틴은 이제 이 러시아 대통령궁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서도 최태성과 관련된 보고를 거리낌 없이 받고 있었다.
“예, 그렇습니다. 세계 모두가 루블화가 대폭락할 거라고 예상하는 상태에서 자그마치 50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합니다.”
보고자의 말에 미소를 머금는 푸틴이었다.
‘진심이었군.’
푸틴은 최태성의 얼굴을 떠올렸다.
루블화가 폭락하지 않을 거라는 쪽에 투자했다면 이제 최태성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킬 수밖에 없게 된 것이었다.
똑똑!
그때 다급한 노크가 들렸고.
문이 열렸다.
“뭐야?”
“옐친 대통령 각하께서 또 술에 취해서 쓰러지셨습니다.”
이런 비서의 말에 푸틴이 다급하게 물었다.
“본 사람은?”
“아직 없습니다.”
“관저로 옮겨.”
푸틴은 바로 인상을 찡그렸다.
『옐친 대통령께서 더는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푸틴은 최태성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꼭두각시 노릇을 해주는 것도 어렵나, 쯧쯧!’
이제 푸틴은 옐친 대통령을 퇴임시켜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러시아에 푸틴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었고.
푸틴의 뒤에는 최태성이 서 있게 될 수밖에 없으리라.
* * *
1998년 3월 10일, 태성 금융 회장실.
나는 지금 차도명 태성 그룹 회장과 통화를 진행하고 있고.
이 통화가 끝나면 바로 신생 에너지 관련 전문가들과 미팅이 예정되어 있다.
- 태성 테슬라 사업 추진에 모두가 놀라고 있어.
“그렇겠죠.”
- 전기 자동차는 아직은 사업성이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고 그와 함께 주력생산 공장이 국내가 아닌 미국이라는 것에 놀랐지만 최태원 회장의 의지라고 하니 말이 없네, 하하하!
태성 그룹 차도명 회장이 호탕한 웃음소리가 전화기 밖으로 새어 나왔다.
“그리고요?”
- 휘발유와 전기로 달리는 자동차를 개발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고.
“그건 더 어려운 기술이네요.”
- 그렇겠지. 하여튼 태성 그룹 핵심 임원들은 크게 반발하지 않았어. 그런데 태원아, 정말 전기차 주력 생산 공장을 미국으로 확정을 지을 거야?
이런 태성 그룹 차도명 회장의 물음에 나는 담담하게 답했다.
“예.”
- 알았다. 그저 나는 걱정이 될 뿐이다.
“전기 자동차 사업은 장기 투자 사업입니다. 지금부터 천천히 준비해 나가는 겁니다.”
- 알았네요. 그래서 내가 태성 전자에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더 박차를 가하라고 했다.
나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태성 그룹 차도명 회장에게 말했다.
“잘하셨습니다.”
- 끊을까?
“심심하세요? 하하하!”
- 나도 바쁘거든. 오늘 태원이 네 덕에 군산 내려가야 한다.
“그러네요.”
전북 군산에 태성 테슬라 자동차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건!’
대통령에게 며칠 전에 까분 것에 대한 보상, 아니, 아부나 다름이 없다.
‘군산항구를 크게 키우면?’
대중국 무역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중국 공산당과 연결점을 만들어놓았으니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또 노리는 것은 군산항구 항만 운영권이다.
“그러면 바쁘실 테니까, 끊으세요.”
- 알았다.
뚝!
태성 그룹 차도명 회장이 전화를 끊었고.
나는 내 앞에 서 있는 비서실장을 봤다.
“해양 에너지와 신생 에너지 전문가를 만납시다.”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
* * *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여론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고?”
대통령은 청와대 경제 수석 옆에 서 있는 홍보 수석에게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대통령 각하, 국민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라고 말들이 많습니다.”
“그래요?”
대통령도 인상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이 일로 인해 지지율이 떨어질까 봐 염려되었다.
“예, 일부 단체들이 태성 금융 본사 건물 앞에서 사퇴 시위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빨리?”
대통령은 의구심이 들었다.
『대한민국에는 검은 머리 외국인들이 참 많습니다.』
그와 동시에 최태성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대통령이었다.
“발표가 났을 때는 이 정도의 분위기는 아니었는데 갑자기 여론이 악화가 됐습니다.”
이런 홍보 수석의 말에 대통령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갑자기?”
“예, 갑자기입니다.”
홍보 수석의 말에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최태원 회장이 내일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서 최태성이 돌파구를 마련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홍보 수석.”
“예, 대통령 각하.”
대통령이 자세를 고쳐앉고 홍보 수석에게 지시했다.
“3개 방송사에 연락해서 그 기자회견을 생방송으로 진행할 수 있게 조치해요.”
“대통령 각하, 생방송이라고 하셨습니까?”
홍보 수석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대통령을 바라봤다.
“그렇게 해요.”
“대통령 각하.”
그때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청와대 경제 수석이 나섰다.
“왜요?”
“최태원 회장의 사퇴를 위한 기자회견일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청와대 경제 수석에게 말했다.
“내가 본 최태원 회장은 그렇게 물러터진 사람은 아닙니다.”
『대통령 각하, 대북 사업이 진행되면 달러가 북한으로 유입되고 그 달러가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핵무기가 되어서 서울을 겨냥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아무도 자신에게 하지 못한 말을 어린 최태성은 과감하게 대통령에게 했었다.
“소신과 강단 하나는 대한민국 최고이니까.”
대통령은 만감이 교차하는 눈빛으로 청와대 경제 수석에게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태성 그룹에서 인수 합병한 대호 자동차의 사명을 태성 테슬라로 변경했고 전북 군산에 자동차 생산 공장을 신설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전북 군산?”
대통령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청와대 경제 수석을 봤다.
“예, 그렇습니다.”
“수도권도 아니라 전북 군산이란 말이죠?”
피식 웃는 대통령이다.
“예, 그렇습니다.”
“강단 있는 청년이 아부도 할 줄 아는군, 허허허!”
대통령은 점점 최태원에게 빠져들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에 외환과 금융 위기가 닥친 상황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그룹은 태성 금융과 태성 그룹밖에 없다는 사실이었다.
새로운 공장이 지방에 세워지면 당연히 일자리가 창출될 수밖에 없고.
그 일자리로 상당한 전라도 시민들이 삶의 안정을 찾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달랍니까?”
절대 최태성이 주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 대통령은 잘 알고 있었다.
“아직 요구하는 것은 없습니다.”
“없다?”
대통령이 고개를 갸웃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