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빵에서 재벌까지! 363화
그와 함께 나는 내가 추진하는 북방 사업의 초기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망할 놈의 스위스 놈들!’
나를 공격하기 위해서 반대 투자를 감행한 놈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제 곧 자기 주머니에 있는 돈들이 어떻게 증발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게 될 것이다.
“비서실장.”
“예, 대통령 각하.”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보며 손짓했다.
“외교부 장관 부르세요.”
“예, 알겠습니다.”
비서실장이 바로 대답했다.
“최태원 회장.”
“예, 대통령 각하.”
대통령이 나를 지그시 바라보며 천천히 입술을 뗐다.
“최태원 회장, 당신은 내게 새로운 햇볕 정책을 위한 영감을 줬습니다.”
새로운 햇볕 정책?
변화가 있을까?
햇볕 정책이든 북방 사업이든 결국에는 달러가 북한으로 유입되게 되어 있다.
그러니!
미래가 변하는 것은 없으리라.
“북방 사업을 추진하며 햇볕 정책에 힘을 보태세요. 최태원 회장이 하려는 모든 사업은 중국과 미국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볼 것이니 그것이 걱정입니다.”
대통령의 말도 맞다.
“예, 감사합니다.”
“그와 함께 러시아와 경제 협력을 위한 대통령 특사가 되어주셔야겠습니다.”
특사?
또 특사?
나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
“최태원 회장의 말대로 러시아를 대북 지원 사업의 심판으로 세워야겠습니다. 미국과 함께, 그러니 미국이 주도하고 유엔이 실행하고 대북 제재를 풀어주세요.”
숙제를 또 주는 대통령이다.
‘이것마저 거부하면!’
제대로 미운털이 박힐 것이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통령에게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을 위한 대통령 특사로 제가 다시 러시아를 다녀오겠습니다.”
미국에도 가야 한다.
‘비공식적으로 백악관의 주인이 나를 불렀으니까.’
그 일이 끝난 후에 나는 러시아로 다시 날아갈 수밖에 없다.
‘중국과의 밀월 관계에 러시아와는 협력 관계!’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는 사업 파트너가 될 수 있을까?
* * *
현태 그룹으로 향하는 자동차 안.
- 대통령과 이야기는 잘 끝냈어?
나는 청와대에서 나온 후에 바로 차도명 태성 그룹 회장에게 전화했다.
“절반의 성공과 숙제를 하나 받았네.”
- 숙제?
나는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차도명 회장에게 말했다.
“내가 대통령 특사로 러시아에 다시 가야 할 상황이 되었어.”
- 또 특사?
내가 IMF 협상단 대표로 또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협상에 참여했고.
그때 가만히 있었으면 더 많은 것을 얻었을 수 있었기에 차도명 태성 그룹 회장이 짜증이 난다는 표정으로 되묻는 거다.
“형, 우리가 러시아를 발판으로 하는 북방 사업에 집중하려면 어쩔 수 없어.”
- 그래, 네가 잘 알아서 선택한 거겠지. 그리고 태원아, 네가 준비하라는 그대로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
“잘하셨네.”
- 그런데 왜 해양 심층수일까?
정확하게 말하면 해양 심해 암반수라고 해야 할 거다.
태성 음료가 생산할 생수는.
“가서 이야기를 해줄게.”
- 알았다. 현태 그룹 왕 회장님과의 이야기도 잘됐으면 해.
“그래야지. 내가 생각하는 북방 사업은 태성 금융과 태성 그룹이 독자적으로 할 수 없는 거대한 프로젝트이니까. 끊어.”
뚝!
나는 차도명 태성 그룹 회장과 통화를 끝냈다.
『중앙아시아는 지대가 높아서 대운하 사업은 어렵습니다.』
나는 이 순간 그제 북방 사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대운하 사업을 위해 비밀리에 전문가를 초빙했었고 의견을 들었다.
『지대가 높기는 하죠.』
『중앙아시아에 있는 아프카니스탄만 해도 해발이 엄청나게 높습니다.』
『아프카니스탄은 북방 사업에서 제외합니다.』
아프카니스탄도 엄청난 천연자원이 매장되어 있는 나라다.
하지만!
그 나라 사람들은 뼛속까지 외세를 싫어한다.
‘그리고 늪이지.’
어떤 나라가 아프카니스탄에 들어가도 망한다.
말 그대로 늪이나 다를 바 없다.
소련이 붕괴한 이유 중 하나가 아프카니스탄 침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그와 함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도 원인이겠지만.
고르바초프가 그랬지.
소련의 붕괴 이유를 말해달라고 했을 때 그는 딱 한 마디만 했었다.
‘체르노빌!’
소련이 붕괴하면서 공산주의가 실패했다고들 말하지만, 따지고 보면 체제 자체 때문은 아니다.
여전히 공산주의를 표방하면서 승승장구하는 나라도 있는 게 사실이니까.
그 대표격인 나라가 중국이고, 앞으로 중국은 더욱더 위세를 드높일 것이다.
그게 좋든 싫든 간에 말이다.
하여튼 북방 사업의 핵심인 대운하 건설의 가장 큰 난관은 높은 지대다.
‘방법은 찾아야겠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태성 증권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따르릉, 따르릉!
딸깍!
- 태성 증권 권지용 사장입니다.
* * *
1998년 3월 14일, 대한민국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평양 유전 개발이 가능할까?”
최태성이 청와대를 떠난 후에 대통령은 청와대 경제 수석에게 흥분한 눈빛으로 물었다.
우리나라에도 자원, 특히 기름이 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상상을 하는 사람은 많았고, 대통령도 그중 하나였다.
물론 우리나라에 그런 건 없으니 자연스럽게 북한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대통령이었다.
“평양 분지와 북한 지역에 거대한 유전이 존재할 가능성은 항상 대두되기는 했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청와대 경제 수석이 대통령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과거 북한 정권은 영국의 유전 탐사 회사와 계약까지 체결했었습니다.”
“그래서 러시아 대륙 횡단 철도를 북한까지 연결하겠다는 거군.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심장이 너무 뛰었어.”
대통령이 자신의 가슴을 툭툭 치며 경제 수석에게 말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대통령 각하.”
“말해요.”
경제 수석이 대통령을 보며 천천히 입술을 뗐다.
“최태원 회장이 말한 러시아 대륙 횡단 철도 사업은 철도 사업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왜?”
대통령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경제 수석을 바라봤다.
“최태원 회장의 북방 사업은 북한 평양 분지에 거대한 유전이 존재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것 같으니까요. 그러니 송유관이나 가스관 설치도 함께 추진될 것 같습니다. 최태원 회장이 말한 그대로 북한까지 연결된다면, 그리고 그 노선이 판문점을 관통해서 대한민국으로 연결된다면 그것이 진짜 햇볕 정책일 것 같습니다.”
“내가 추진하고 있는 햇볕 정책을 넘어섰다?”
청와대 경제 수석의 말에 대통령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변해서 되물었다.
“계획대로 진행이 된다면 말입니다.”
“그렇지, 대한민국까지 연결된 그 선이 해저 터널을 통해서 일본까지 뻗어 나가게 되면 어떻게 될까?”
대통령은 놀랍게도 해저 터널 이야기를 했다.
“대통령 각하!”
“분명한 것은 최태원 회장은 지금 전 세계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일을 하려 하고 있다는 거야. 그 상상력에 놀라울 뿐입니다. 그러니 우리 경제도 힘들지만, 러시아와 경제 협력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해야겠소. 어려울수록 서로 도와야 하지 않겠소?”
“예, 그렇습니다.”
“언젠가는 일본을 모든 분야에서 이겨야 하니까.”
* * *
현태 그룹으로 향하는 자동차 안.
- 회장님께서 지시하신 그대로 폭락한 루블화를 태성 금융의 모든 자금력을 동원하여 확보하고 있습니다.
태성 증권 권지용 사장이 내게 보고했다.
‘돌 하나를 던져서!’
새 한 마리를 잡으면 시쳇말로 본전치기라고 해야 할 거다.
‘내가 돌 하나를 던지면!’
최소한 열 마리 이상의 새를 잡는다.
그리고 그 시작이 루블화 상승의 환치기다.
“예상 수익은 얼마입니까?”
- 현재 루블화가 대폭락한 상태에서 1994년 수준으로 회귀할 수 있다면 3배 이상의 환차익이 가능합니다.
“액수로는?”
- 300억 달러로 예상이 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회장님께서 계획하신 그대로 통화 스와프를 진행하지 않는다면 러시아는 끝내 지불 불이행을 선언하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서 태성 금융이 입게 될 환율 거래의 손해는 5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위험천만한 도박이라는 사실입니다.
권지용 사장은 내게 경고하듯 말했다.
그러나 위험한 투자라는 사실을 내가 모를 리 없었다.
이미 주사위는 던졌으니 남은 일은 원하는 숫자가 나오게끔 하는 것뿐이다.
“위험이 크면 수익도 크죠. 제가 따로 지시한 것은 진행됐습니까?”
- 예, 러시아 투자 펀드의 공모를 시작했습니다. 10조 원 규모의 러시아 투자 펀드인데 이 공모가 저는 흥행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러시아 투자 펀드의 공모 액수를 다 채우지 못할 거라고 내게 말하는 권지용 태성 증권 사장이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한민국에는 국민연금이 있으니까.”
거기다가 공무원 연금도 존재하는데, 내 덕에 군인연금도 꽤 단단해진 상태다.
‘한번 맛은 봤으니!’
그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 회장님, 진짜 자금은 미국에 있습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권지용 태성 증권 사장이다.
“물론이죠.”
그래서 나는 미국으로 가야 한다.
‘시작됐다!’
내가 상상하는 거대한 북방 사업이 이제야 본격적으로 시작된 거다.
『300억 달러로 예상이 됩니다.』
루블화 정상화로 얻어질 예상 환차익이 다시 떠올랐다.
‘초기 자금으로도 아직 부족하군.’
왜?
중앙아시아의 지대는 높으니까.
* * *
현태 그룹 회장실.
“또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했다고?”
내가 현태 그룹 회장실에 들어섰을 때 현태 그룹 왕태성 회장은 나를 반갑게 맞이했지만 내가 대통령의 대북 지원 사업을 또 거절했다는 말을 듣고 어쩔 수 없이 인상을 구겼다.
“예, 표면적으로는 그렇습니다.”
“표면적이라면 대통령도 동의했다는 거네?”
그래도 다행이라는 표정이다.
“예, 그렇습니다. 할아버님.”
“왜?”
“대통령도 청와대에 5년 동안 머무는 손님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현태 그룹 왕태성 회장이다.
“그건 그렇지.”
“그러니 너무 신경을 쓰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손자사위.”
“예, 할아버님.”
“그 손님이 5년 동안 다 흔들어 버릴 수도 있어. 그럴 수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야.”
대통령의 권한은 아주 막강하다.
정치권에서 툭하면 나오는 소리가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말이니까.
물론 한계는 있지만.
“어디 5공처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 5공이었으면 벌써 태성 금융과 태성 그룹은 난리가 났을 거야.”
“그럴 수도 있겠군요.”
“알았네, 그런데 왜?”
“일주일 후에 청와대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러시아 정부에 10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를 요청할 겁니다.”
내 말에 현태 그룹 왕태성 회장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이건 내부 정보지.’
재벌은 그리고 권력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이런 내부 정보를 이용해서 돈을 벌 수밖에 없다.
“그래?”
“예, 대통령께서 경제 부총리에게 지시해서 외교부 장관이 러시아 경제 장관과 협의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