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깜빵에서 재벌까지-365화 (365/452)

깜빵에서 재벌까지! 365화

“공영방송을 통해서 캠페인을 시작하는 겁니다.”

“경제 수석.”

대통령이 경제 수석을 불렀다.

“예, 대통령 각하.”

“어떻게 생각해?”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고 세계가 대한민국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대통령의 말에 대호 그룹 김대호 회장이 미소를 보였다.

‘금은 국민이 헌납하고, 으흐흐!’

금괴 판매에 관한 수익은 자신이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대호 그룹 김대호 회장이다.

하여튼 최태성이 원하는 금 모으기 운동은 이렇게 시작됐다.

* * *

1998년 3월 16일, 여의도 근처에 있는 고급 일식집.

태성 법무법인 대표인 문재철 대표가 여당 핵심 의원을 만나고 있었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면 마다할 이유는 없는데 도서 및 산간 지역 개발 특별법이라니 의외입니다.”

문재철 대표는 최태성의 지시를 받아서 여의도를 움직이고 있었다.

“회장님께서 제주도 개발과 우도 개발에 관심을 가지셨습니다.”

“그래요?”

“예, 생수 사업을 진행하시면서 제주도와 우도에 관광 사업을 진행하실 겁니다.”

“하하하, 최태원 회장께서 제주도를 통째로 사시겠다는 겁니까?”

여당 핵심 의원은 이미 태성 법무법인 대표가 건넨 특별법 발의안을 읽은 후였다.

“어디 제주도를 통째로 사실 수 있겠습니까, 아무리 최태원 회장님이라고 해도요.”

“그러니까요.”

“하지만 우도나 마라도면 다르죠.”

“우도나 마라도?”

마라도는 대한민국 영토의 남단 끝이고.

“그렇습니다. 회장님께서는 특히 우도에 관심을 가지고 계십니다.”

“우도를 가지시겠다고요?”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 개발하시겠다는 겁니다.”

이건 진심이었다.

『회장님, 왜 하필 우도와 마라도입니까?』

『우도와 마라도는 남단 끝이죠. 대한민국의 해상 영토의 기준점이기에 완벽하게 개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회장님께서 태성 금융 법인을 이용해서 소유하시려는 겁니까?』

『우도 관련 해역과 마라도 관련 해역 문제로 일본 정부와 중국 정부와 국제 재판을 진행할 때 대한민국보다 태성 금융이 유리한 포지션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대한민국 해양 영토의 서쪽 끝은 격렬비열도다.

‘물론!’

중국과의 관계성 때문에 격렬비열도까지는 확보해놓고 건드릴 생각은 아직 없는 상태다.

나라고 애써 벌여놓은 사업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 생각은 없으니까.

『아……!』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사업입니다. 물론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일하면 수익은 따라오는 법이고요. 그러니 대표님께서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게 여의도를 움직여 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핵심 여당 의원과의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문재철 법무법인 대표는 자신이 최태원에게 불려갔을 때 최태원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하하하, 그렇죠. 모든 일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하는 거죠. 그래서 제가 국회의원이 된 것 아니겠습니까.”

여당 핵심 의원도 문재철 법무법인 대표의 말에 동의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탐욕이 가득했고.

이번 일을 성사시키면 태성 금융에서 막대한 정치 후원금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는 자신이 가진 권력과 자리를 보전할 수단만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따로 발의와 제정이 될 수 있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야당에도 손을 쓰셨겠죠?”

“물론입니다.”

“하하하, 그럼 어렵지 않겠군요.”

사실 태성 금융은 여당보다 야당과 가까웠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태성 금융과 태성 그룹은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햇볕 정책을 반대하고 대북 지원과 남북경제 협력 사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으니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국민이야 작은 섬의 주인이 누구인지 관심도 없으니까요. 사실 저도 관심 없습니다. 하하하!”

생수 사업 진출로 시작한 일이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 * *

1998년 3월 19일, 국제호텔 스위트룸.

나는 이곳으로 청와대 경제 수석을 불렀다.

여기서 미팅을 많이 하다 보니 아예 국제호텔을 인수해버릴까 잠시 고민하던 찰나였다.

“빔프로젝터 준비도 끝냈습니다.”

비서실장이 내게 보고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내가 말했을 때 스위트룸의 초인종이 울렸고.

비서실장이 내게 묵례한 후에 문을 열어줬다. 당연히 내 부름을 받은 경제 수석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예.”

경제 수석이 소파에 앉아 있는 내게로 왔다.

“좀 늦으셨군요.”

“무슨 일로 저를 여기까지 부른 겁니까?”

청와대 경제 수석은 내게 말한 후에 의아한 눈길로 설치된 빔프로젝터를 봤다.

“보여 드릴 것이 있고 논의를 드릴 것이 있어서 모셨습니다.”

“뭐라고요?”

현재 청와대 경제 수석은 나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공동의 목표가 있기 때문이지 내게 충성하는 존재는 아니다.

“앉으세요.”

“으음……!”

청와대 경제 수석이 마지못해서 자리에 앉았다.

청와대 경제 수석은 이 자리가 불편한 눈치다.

사실 경제 수석쯤 되면 정부의 고위 관료라는 의식이 있어서 일개 기업인에게 호출당하는 것이 썩 내키지 않을 수도 있다.

“저와 논의할 것이 뭡니까? 지금까지는 모두 최태원 회장의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까.”

맞다.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됐다.

통화 스와프를 이용한 수익 창출도 끝낸 상태다.

“더 큰 것이 필요합니다.”

“더 큰 거라고요?”

“그렇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을 드리죠, 태성 개발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우도면을 통째로 개발하고자 합니다.”

“우도를요?”

“그렇습니다.”

“그걸 왜 내게 말하는 겁니까?”

“대통령 각하의 결심이 있어야 하니까.”

내 말에 청와대 경제 수석이 나를 노려봤다.

“여의도에서 도서 산간지역 특별 개발법이 발의가 진행되는 것이 최태원 회장의 복심이었습니까?”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의 법에 따르면 섬은 개인이나 법인이 통째로 개발하거나 매입할 수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

‘안 되는 건 되게 하고 되는 것도 안 되게 하는 온갖 특별법의 나라지!’

그래서 나는 여의도에 있는 국회의원들을 먼저 움직였고.

그 부분은 당연히 태성 법무법인 대표가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왜?”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국가와 국민을 들먹이시면 위정자가 되신 것이나 다름이 없는 거죠?”

“저는 그래도 최소한 검은 머리 외국인은 아니죠.”

내 말에 청와대 경제 수석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애초에 나는 정치가가 아니다.

그래서 위정자라는 말도 성립하지 않는다.

『청와대에도 IMF에 협력하는 검은 머리 외국인이 있습니까?』

나는 이 순간 IMF 총재에게 질문했을 때가 떠올랐다.

『알면 놀랄 겁니다. 하하하!』

그리고 놀랐었다.

“최태원 회장, 지금 내게 뭐라고 했습니까?”

“내게 협력하는 척하시더니 내 뒤를 캐고 계시더라고요.”

“그런 적 없습니다.”

“경제 수석님, 제가 최태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나는 청와대 경제 수석을 노려봤다.

“제게 뜬금없고 엉뚱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말이 안 통하는군요. 비서실장.”

“예, 회장님.”

“볼 거 봅시다.”

“예.”

비서실장이 바로 대답하고 설치된 빔프로젝터를 켰다.

그리고 화면에서는 IMF 총재의 얼굴이 나왔고.

그에 따라서 청와대 경제 수석은 기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최…… 최태원 회장님!”

“보세요.”

【청와대에 있는 검은 머리 외국인의 중심에 경제 수석이 있죠. 이거 고급 정보입니다. 최태원 회장, 하하하!】

IMF 총재의 말이 빔프로젝터 화면으로 들렸고.

청와대 경제 수석의 표정은 굳어진 상태에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거기까지.”

“예, 회장님.”

비서실장이 빔프로젝터를 끄고 내게 묵례한 후에 밖으로 나갔다.

“하하하, 놀랐습니다.”

“어…… 어떻게 이것을?”

“대한민국이 분단국가라서 위험하기는 하죠.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이 국적 장사로 협력자를 찾기도 편하고.”

물론 엄청난 자금 지원도 있었을 거다.

“악마라면 거부할 수 없을 만큼의 제안을 해라. 그래야 악마다. IMF 총재가 나라는 악마에게 어떤 제안을 받았을까?”

“으음…… 이제 어쩌실 겁니까?”

“경제 부총리를 쳐냈는데 경제 수석이 있었네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도와 마라도는 내가 가질 겁니다.”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대통령께서는 경제 수석을 누구보다 믿으시니까, 조언을 잘하실 거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통령께서 어떤 말씀을 하시는지 제게 전달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으음……!”

“나라는 큰 배로 갈아탈 기회입니다.”

내 말에 청와대 경제 수석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가 결심한 듯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모시겠습니다.”

“잘 생각했습니다. 청와대에 5년을 머물 손님과 끝까지 갈 수는 없을 테니까. 하하하!”

“아……!”

경제 수석이 탄성을 터트렸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빔프로젝터 본체 쪽으로 걸어가서 USB를 뽑았다.

“이건……?”

“USB 2.0 버전입니다.”

내 말에 또 놀라는 청와대 경제 수석이다.

USB는 1995년에 미국의 컴퓨터 회사들이 주도하여 개발을 시작했다.

개발 목적은 컴퓨터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단자들을 제거하기 위함이었다.

‘1995년에 USB 0.7 버전이 출시됐고.’

태성 전자는 며칠 전에 몇 세대 앞서는 2.0버전을 개발에 성공했다. 이렇게 되면 외부 장치들을 컴퓨터로 연결하기가 더 쉬워지고 데이터 처리 속도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단자가 USB 규격으로 통일되니 호환성과 편의성이 극도로 높아질 것이다.

“태성 전자가 만든 USB 2.0 버전이 세계 표준 모델이 될 겁니다. 하하하!”

거기다가 USB의 저장 용량을 늘리면 노트북의 무게도 줄일 수 있다.

* * *

1998년 3월 25일, 태성 그룹 회장실.

【공영방송 KBS입니다. 여기는 IMF를 극복하기 위해 모든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금 모으기 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모금 현장입니다. 서민들은 오랫동안 간직했던 돌 반지부터 결혼 예물까지 모두 가지고 나와서 IMF라는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서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태원이 네 말대로 됐네.”

차도명 태성 그룹 회장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내게 말하며 보고 있던 TV를 껐다.

‘역시 대호 그룹 회장이 움직였네.’

대호 그룹은 이제 대호 종합무역회사를 통해서 금 모으기 운동으로 모여진 금을 금괴로 만들어서 세계로 수출하게 될 것이다.

그와 함께 각종 세금 혜택을 받게 될 것이고.

또 어떤 놈들은 편법과 불법을 이용해 실질적으로는 수출하지 않고 서류상으로 수출한 것을 통해서 정부 보조금과 세금 혜택만 누리게 될 거다.

이것이 바로 금 모으기 운동의 추악한 진실이다.

“G 프로젝트의 시작이지.”

내 말에 차도명 태성 그룹 회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