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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빵에서 재벌까지-367화 (367/452)

깜빵에서 재벌까지! 367화

‘하하하, 최태원이 복덩이군.’

푸틴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더 공고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본국의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푸틴 신임 러시아 연방 총리에게 경제 발전에 관한 전권을 이임할 것을 이 자리를 통해서 밝힙니다.”

옐친 대통령이 말했고.

국무위원들은 모두 푸틴 신임 러시아 연방 총리를 봤다.

“푸틴입니다.”

푸틴이 공석인 러시아 연방 총리 자리에 앉으며 인사했다.

“푸틴 총리.”

“예, 대통령 각하.”

“경제 부흥을 위한 계획을 발표하시오.”

마치 짜놓은 시나리오처럼 말하는 옐친 대통령이었다. 사실 푸틴은 옐친 대통령의 최측근이었고.

과거 군부가 쿠데타를 했을 때 옐친과 함께 군부 쿠데타를 인정하지 않은 사람이 바로 푸틴이었다. 그래서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 푸틴은 누구보다 더 군부와 가까워졌고.

러시아 연방 보안국 국장을 수하로 부릴 정도로 힘을 키운 상태였다.

“예, 대통령 각하. 러시아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통화 스와프를 통해서 100억 달러 규모의 달러를 확보했습니다. 그에 따라서 지불 불이행을 실행하지 않게 됐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위기입니다. 그래서 저는 국외 자본 금융 자유화를 선언하고 또 국외 자본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생각입니다.”

이것은 최태성과 이미 약속한 부분이었다.

“오……!”

“그와 함께 대륙 간 횡단 철도 사업을 민영화하여 노선을 보수할 것이며 또 신설해서 횡단 철도가 러시아 발전에 원동력이 될 수 있게 만들겠습니다. 앞으로는 러시아의 상품이 유라시아의 전 대륙으로 뻗어 나갈 것입니다.”

푸틴 신임 러시아 연방 총리가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그게 정말 실현 가능한 사업인지 의문을 품는 사람이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 거대한 사업을 누가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러시아 국무위원 중 한 명이 푸틴 신임 총리에게 말했다.

“대륙 간 횡단 철도 사업을 보수하고 신설할 이유가 있습니까? 중앙아시아 지역을 개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푸틴의 생각을 읽은 다른 국무위원이 반대하듯 말했다.

“중앙아시아 지역을 개발해야 합니다. 그곳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지하자원이 매장되어 있으니까. 그 자원을 유럽이나 중국으로 또 대한민국으로 운송하기 위해서는 횡단 철도가 완벽하게 개선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자금이 투입되어야 합니다.”

이런 국무위원의 말에 푸틴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렇소, 그 자금이 투입되어서 거대한 사업이 진행이 되면 최악의 실업률도 개선될 겁니다. 미국이 경제 공황 상황에서 뉴딜 정책을 펼친 것과 같은 맥락이오.”

“으음……!”

푸틴 신임 러시아 연방 총리의 청산유수와도 같은 대답에 국무위원들이 신음을 터트렸다.

“여러분,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나라가 있습니다. 지금부터 20년 전에 그 작은 나라는 국토를 관통하는 고속도로를 건설했습니다. 그 고속도로 건설은 대통령이 핵심사업으로 지정했지만 다른 정치인들은 모두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그 대통령은 끝까지 밀어붙였습니다.”

“그래서요?”

푸틴이 국무위원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때 그 고속도로의 건설 비용이 대한민국의 총생산량의 1/3에 해당되었기에 모두가 말린 겁니다. 하지만 그 고속도로가 건설된 후에 대한민국은 고도로 성장했소. 그 나라 대통령이 그때 모두가 반대했다고 그 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포기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없소.”

푸틴 신임 연방 총리의 말을 들은 일부 국무위원들은 곧 옐친 대통령이 사임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푸틴이 계속 대통령의 의지를 강조하고 있으니까.

물론 옐친 대통령이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 임기를 마치려고 할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는 이미 자명한 일이었다.

“횡단 철도 사업은 그와 똑같은 결과를 만들어낼 겁니다.”

“연방 총리 각하. 하지만 사업비가 없습니다.”

국무위원의 말에 푸틴이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내가 말했지 않습니까, 대륙 간 횡단 열차 사업을 민영화한다고.”

“국내 기업 중에 그 사업을 담당할 수 있는 규모의 기업은 없습니다.”

푸틴이 고개를 저으며 국무위원에게 장엄하게 답했다.

“기업이 러시아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러시아에 없다면 외국 기업에게도 기회를 줄 겁니다. 10년 전만 해도 경제적으로 형편없던 중국이 왜 성장했겠습니까? 통치자의 결심이 국가의 성장을 이룩하는 겁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됩니다. 그런 맥락에서 본국의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외국 기업과도 손을 잡아야 합니다.”

푸틴 신임 연방 총리의 의지가 확고했기에 더는 할 말이 없어진 러시아 국무위원들이었다.

새롭게 권력의 실세로 떠오른 푸틴이었기에 그가 하고자 마음먹고 밀어붙이면 못 할 게 없었다.

‘이제 최태원과 내가 힘을 합치면 되는 거지, 하하하!’

푸틴 신임 러시아 연방 총리는 이 순간 최태원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는 러시아 통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경제 성장과 막대한 자금력이 필요하다고 확신했다.

그 막대한 자금력은 태성 그룹이 아니면 융통할 수 없으리라.

* * *

1998년 3월 25일, 태성 그룹 회장실.

“회장님의 부르심을 받고 왔습니다.”

생수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 태성 음료 사장을 부른 것은 아니다.

태성 음료 사장에게는 지시할 새로운 사업이 있다.

‘그 사업은 강단이 있어야 해.’

강력한 압박을 전방위적으로 받게 될 것이니까.

그러니 나만큼 능력이 있는 사람이 집중적으로 그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물론 내가 주도할 수도 있지만 나는 앞으로 중국과 미국 그리고 러시아와 일본을 상대하며 줄타기를 해야 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이 사업은 눈치 싸움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만큼 능력 있는 사람을 따로 이곳에 오라고 한 상태다.

‘모두가 보고 놀라겠지.’

하여튼 태성 음료 사장이 차도명 회장을 향해 묵례했고.

차도명 회장은 태성 음료 사장의 행동을 보고 힐끗 나를 봤다.

‘역시 촉새 형은 선을 지킬 줄 안다니까.’

나는 흐뭇한 표정으로 차도명 회장을 바라봤다.

아마 차도명 회장은 태성 음료 사장이 내게 먼저 묵례할 줄 알았던 모양이다.

이내 차도명 회장이 나를 정중하게 가리키며 태성 음료 사장에게 말했다.

“하하하, 여기 최태원 회장님도 계십니다.”

“안녕하십니까? 최태원 회장님.”

태성 음료 사장이 내게도 인사했다.

“예.”

“앉으세요.”

내 말에 태성 음료 사장이 다시 차도명 회장을 본 후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겠습니다.”

“태성 그룹의 최대 주주는 최태원 회장님입니다.”

촉새 형인 차도명 회장이 말할 필요 없는 말을 해서 사람을 무안하게 만들었다.

“예, 압니다. 하지만 저한테 결재권자는 회장님이십니다.”

“하하, 하하하!”

차도명 회장은 멋쩍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태성 음료 사장님께서는 똑바로 보시는 분이시네요.”

내 말에 태성 음료 사장이 나를 봤다.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맞는 말이죠, 저야 태성 그룹의 최대 대주주이고 차도명 회장님께서 실질적인 결재권자이니까요.”

물론 경영에 관한 미래 사업은 내가 다 통제하고 추진한다.

어쨌든 주식이란 기업의 주인이 되는 권리이기에 주식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을 실질적 주인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차도명 회장은 운영자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상태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태성 음료 사장이 나를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괜히 중간에 끼어있는 차도명 회장만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일 뿐이다.

“사업 이야기를 하시죠.”

내 말에 차도명 이사가 나를 봤고.

태성 음료 사장도 나를 봤다.

“예, 그래야죠. 회장님과 최태원 회장님께서 지시하신 그대로 일차적으로 제주도에 생수 생산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우도로 바로 치고 들어갈 수 없기에 나는 촉새 형인 차도명 태성 그룹 회장에게 제주도에 생수 생산 법인을 설립하라고 했다.

“잘하셨습니다. 하지만 태성 음료에서 생산할 태성 생수는 제주도의 화산 암반수를 채취해서 생수를 만들지는 않을 겁니다.”

내 말에 태성 음료 사장이 나를 빤히 봤다.

“그 말씀은 태성 음료에서 태성 생수를 분리하여 독립적인 법인 자회사로 설립한다는 말씀입니까?”

내 말의 뜻을 정확하게 이해한 태성 음료 사장이다.

“예, 그렇죠. 정말 똑바로 보실 줄 아시는군요. 하하하!”

나는 호탕하게 웃으며 태성 음료 사장을 바라봤다.

“대주주님, 태성 주류까지는 제가 이해를 했는데 태성 음료에서 태성 생수까지 분리한다면 태성 음료의 사업권은 축소될 수밖에 없습니다.”

태성 음료에서 태성 주류가 분리되어서 독립 법인 자회사가 된 것은 모두 독사 삼촌을 위한 배려다. 아니, 보상이라고 해야 할 거다.

독사 삼촌과 그의 후배들은 이제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나왔고.

그들의 주축들이 모두 태성 주류와 태성 부동산 개발 그리고 태성 용역과 태성 경호에서 일하고 있다.

뭐라고 할까?

어둠에서 건진 자식들이라고 말하면 딱 맞는 표현일 거다.

물론 여전히 태성 금융이나 태성 그룹에서 처리하기 곤란한 일은 대부분 독사 삼촌이 담당하고 있다.

“압니다. 그럴 수밖에 없죠.”

“사업 영역이 축소가 되는 것은 기업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런 태성 음료 사장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죠. 그래서 대안을 제가 제시해 드리기 위해서 태성 음료 사장님을 이 자리에 모신 겁니다.”

“예, 그러시군요.”

내게 대답한 태성 음료 사장은 태성 전자에서 개발한 전자수첩을 꺼내서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지시하신 것을 이행하는 데 메모보다는 이것이 더 효과적이더군요.”

“그렇죠. 우선 제주도에 꽤 넓은 농장이 있죠?”

태성 음료 사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탄산음료 분야는 우리 태성 음료가 코카콜라나 펩시를 따라잡을 수가 없죠?”

이런 내 물음에 태성 음료 사장이 빠르고 단호하게 답했다.

“당연합니다.”

똑 부러지는 성격을 가진 태성 음료 사장이다.

“그렇다면 천연 주스 시장에 도전해야겠네요.”

“델몬트를 비롯한 굴지의 주스 회사가 있기에 태성 그룹이 목표로 하는 세계 1위는 단기적으로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태성 음료 사장에게 말했다.

“그렇죠. 그래서 새로운 음료를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음료라고?”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던 차도명 태성 그룹 회장이 자세를 고쳐앉으며 내게 물었다.

“새로운 형태의 음료를 개발해서 그 부분에서 1위를 하면 최고의 수익을 낼 수 있겠죠.”

태성 그룹과 태성 음료의 모토는 세계 1위다.

태성 그룹의 어떤 계열사도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생각해 두신 원료가 있으십니까?”

태성 음료 사장이 내게 물었다.

그도 태성 그룹의 새로운 사업을 대부분 내가 제시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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