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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빵에서 재벌까지-373화 (373/452)

깜빵에서 재벌까지! 373화

태성 그룹 회장실.

누나는 내 조카를 출산했다. 그리고 여전히 오한철과 살고 있고.

그리고 나는 내가 거대해질수록 모든 일을 감당하기 곤란해지기에 능력 있는 사람이 필요할 뿐이다. 그래서 선택한 사람이 바로 애증의 관계인 오한철이다.

“매형, 엄청난 일입니다.”

내 말에 오한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말씀하십시오. 회장님.”

나는 오한철을 매형이라고 불렀지만, 오한철은 나를 회장이라고 불렀다.

‘선을 긋네.’

많이 달라진 오한철이다. 그리고 이 순간 차도명 회장은 자신이 보고 있는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눈빛을 보이고 있다.

“전에 설명드린 그 사업입니다.”

내 말에 담담했던 오한철의 표정도 살짝 무거워졌다.

“회장님, 성공시키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해내셔야죠.”

오한철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내게 말했다.

“일본 정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생수 회사를 설립한 겁니다. 심해 심층수를 채취해서 국내 최초의 심해 심층수로 만든 생수를 판매할 겁니다.”

이런 내 말에 오한철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 생수병에 생수가 담기지 않기를 바라시지 않습니까.”

“당장은 무엇이 담기든 상관없죠. 시작은 심해 심층수이니까.”

“예,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심해 암반수가 되겠죠.”

내가 진행하는 생수 사업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오한철이다.

왜?

이 아이디어를 내게 제공해 준 사람이 다름 아닌 오한철이니까.

『태원이 왔어?』

나는 누나의 아파트를 찾아갔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 의족을 착용한 오한철이 자기 아들을 안고 담담한 표정으로 나를 맞이했다.

그리고 나는 능력 하나는 출중한 오한철에게 내가 진행하고 싶었던 사업에 관해서 자문을 구했었다.

그래서 오늘이 있는 거다.

『심해 심층수라는 것이 있어.』

『그래서요?』

『심해 밑에는 대륙붕이 있고 그 대륙붕은 암반이지.』

『그렇죠.』

『그 암반에 무엇이 있을까? 태원 처남은 생수를 채취하면 되는 거지, 굴착한 관에서 무엇이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아, 그렇군요.』

『마라도 아래라고 했지?』

『예, 그렇습니다. 매형.』

『그 마라도 아래에 한일 공동개발 구역이 있지. 딱 그곳에서 1킬로미터 위에서부터 시작하는 거야. 그럼 일본 정부도 뭐라고 하지 못할 테니까.』

『시작은 그렇게 하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래, 그래야 사업이라도 시작할 수 있을 테니까. 문제는 모든 압력을 뿌리치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진행자가 있어야 한다는 거야.』

『매형은 어떠세요?』

『나?』

『예, 제가 아는 능력자 중에 매형만 한 사람이 없잖습니까.』

『태원 처남, 내가 껄끄럽지 않겠어?』

『제가 조카를 안아봐도 될까요?』

내 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겼다. 그리고 그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아는 오한철이었다.

『생각해 보세요. 매형에게는 좋은 기회이지 않습니까.』

하여튼 이렇게 해서 오한철이 곧 설립될 태성 생수의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거다.

“매형.”

내가 매형이라고 불러도 여전히 나를 회장이라고 부르는 한철 매형이었다.

“예, 회장님.”

“이제 계획한 그대로 진행해 보시죠.”

이런 내 지시에 한철 매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회장님은 매번 볼 때마다 얼굴이 변하시네요.”

“어떤 의미로 말씀하시는 거죠?”

나는 한철 매형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중국에는 변검이라는 쇼가 있죠.”

변검은 순식간에 가면을 바꾸는 중국 가면술 쇼의 이름이다.

아마 내가 여러 가지 가면을 쓰고 산다는 말을 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런데 나는 세상 누구나 여러 개의 가면을 쓰고 산다고 생각한다.

“제 눈에 회장님은 변검의 주인공 같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어떤 가면을 쓰고 있는 것 같습니까?”

이런 내 물음에 한철 매형이 담담하게 답했다.

“미래를 준비하는 애국자시군요.”

“애국도 돈이 될 때가 많죠. 어리석은 사람들이 매국이 돈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말이죠.”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오한철이다.

“약속은 꼭 지켜주십시오.”

오한철은 내게 약속을 강조하듯 말했다.

“물론입니다. 그래도 외조카이니까요.”

나는 오한철을 설립될 태성 생수 사장으로 스카우트 제안할 때 태성 생수의 지분 10%를 외조카에게 증여한다고 말했었다.

차도명 회장과 은택에게 그랬듯 나는 대상이 누구든지 한 번 맺은 약속은 꼭 지킬 생각이다.

오상철처럼 상대가 먼저 그 약속을 깨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그때는 처절한 응징만이 있으리라.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예, 태성 그룹 회장님.”

나는 한참이나 오한철과 이야기를 나눈 후에 그를 그대로 이 자리에 앉혀놓은 상태로 차도명 태성 그룹 회장을 불렀다.

“왜?”

“이제 본격적으로 민간 신도시 개발에 착수하시죠.”

이미 정부는 강원도를 연결하는 국토 횡단 고속도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드디어?”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차도명 회장에게 말했다.

“하시죠, 혼자 다 진행할 수 없으니 대한민국에 있는 굴지의 건설회사를 참여시킵시다.”

“태성 그룹의 능력이면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텐데.”

왜 이 상황에서 그 거대한 땅에 민간 신도시 개발 사업을 진행하냐고?

‘종합주가지수를 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건설 경기 활성화다.

‘지금은 1,200포인트 박스권이다.’

올해 말까지 그 박스권에 갇혀 있는 대한민국 종합주가지수를 2,000포인트 이상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그래야 내 마지막 파생 상품 투자가 성공하니까.

거기까지 성공해야 내 경쟁자들이 다 쫄딱 망하고 태성 그룹의 진정한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매형은 어떻게 생각해요.”

나는 지금 오한철을 매형으로 묶고 있다.

“저 역시 회장님이 생각하시는 그대로 독식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오한철이 나를 보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종합주가지수가 2,000포인트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많은 건설회사와 관련 회사의 주가가 상승해야 하니까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오한철이다.

‘해양플랜트 시설의 대대적인 발주로!’

조선 경기를 끌어 올릴 생각이다. 그와 함께 태성 테슬라 자동차의 공장 신설로 자동차 업계의 분위기를 환기시킬 생각이다.

‘동시 상장이지.’

나는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인 태성 테슬라 자동차를 대한민국과 미국에 동시에 상장할 생각이다. 그 상장이 성공하게 되면 대한민국 종합주가지수는 당연히 상승할 수밖에 없다. 그와 같은 목적으로 민간신도시 개발 사업을 이제야 본격적으로 착수하는 거다.

“아…… 그런 의미였구나.”

차도명 회장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런 의미지. 차도명 회장께서 잘 알아서 진행해 주십시오.”

“그럼 태원이 너는?”

이런 차도명 회장의 물음에 나는 담담하게 답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세계를 향해 움직여야죠.”

“알았다, 태원아, 그건 그렇고 오구광 쪽은 어떻게 할까?”

차도명 태성 그룹 회장은 오구광이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물론 나도 신경 쓰인다.

지금은 그냥 오구광 씨이지만 어찌 됐든 한때는 GK 그룹을 호령했던 재벌 그룹의 총수였으니까.

“아마도 한 발의 총알이라도 내게 보탬이 될 거니까, 우선은 그냥 둡시다. 내게 이빨을 보이지 않으면 당장은 멸망시킬 명분이 없으니까.”

이건 차도명 태성 그룹 회장에게 한 말이라기보다 오한철에게 한 경고에 가깝다.

“매형.”

“예, 회장님.”

나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오한철에게 말했다.

“나는 누나가 행복했으면 합니다.”

내 말의 뜻을 알겠다는 듯 오한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습니다.”

“매형, 세상에 안 아픈 손가락이 없죠.”

내 말에 처음으로 나를 빤히 보는 오한철이다.

“그렇죠.”

“대통령에게는 특별 사면권이 있습니다.”

내 말에 오한철은 자신의 사생아인 오신원을 떠올릴 수밖에 없으리라.

“약속하신 겁니까?”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걸 보니 GK 그룹의 경영권을 두고 그렇게 싸워대도 자기 아들이란 생각이 들기는 하는 모양이다.

만약 아예 연을 끊었다면 굳이 오신원을 나오게 해줄 필요는 없을 것이었다.

“예, 그러니 생수 사업을 꼭 성공시키셔야 합니다.”

* * *

미국 CIA 국장실.

“러시아에서 핵 개발 과학자들을 상당수 가택 연금에 처했다?”

CIA 국장은 러시아 담당 총괄 요원에게 보고를 받고 되물었다.

“확보된 첩보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왜 갑자기 가택 연금?”

이런 CIA 국장의 물음에 러시아 담당 총괄 요원이 답했다.

“이유에 관해서는 추가로 확인해 봐야겠지만 가택 연금을 당한 핵 개발 과학자들이 북핵 문제와 연결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으로 그 핵 개발 과학자들이 북한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사전에 차단했다는 거야?”

러시아 담당 총괄 요원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보고자의 보고에 CIA 국장은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태성 금융의 러시아 투자가 이런 결과물을 낳았나?’

CIA 국장은 미국 대통령이 최태원 회장을 이용하기 딱 좋은 체스판의 기사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가 체스판의 말이 되려고 한다면 내가 킹입니다.』

‘대통령 각하가 과연 그를 감당할 수 있으실까?’

CIA 국장은 자신이 생각한 것이 사실이라면 최태성이 점점 더 거대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가로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뭡니까?”

보고자가 CIA 국장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본 국적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대부분 철수할 것 같습니다.”

“루블화가 안정기에 접어들었는데 철수를 멈추지 않는다?”

이미 일본 국적 기업은 러시아에 가망이 없다고 판단하고 전격적으로 사업을 접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루블화가 안정되고 있는 상태였다.

“일본 정부는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완전히 붕괴되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이 모든 상황을 한 사람이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 놀랍군.”

CIA 국장은 사진으로 본 최태성의 얼굴을 떠올리며 처음으로 인상을 찡그렸다.

* * *

이틀 후, 태성 금융 회장실.

나는 이틀 후면 미국으로 가야 한다.

대한민국 종합주가지수를 끌어 올리기 위해서.

‘대한민국에서 한 방 터트리고!’

미국에서 또 한 번 터트릴 생각인데 그런데 지금 예상하지 못한 변수인 오구광과 오상철이 예상한 짓거리를 하고 있다.

“태성 금융과 태성 그룹의 대주주 중 한 명인 오상철 씨가 보유한 주식을 모두 장내에서 매도했습니다.”

태성 증권 사장이 나를 찾아왔다.

“종합주가지수가 하락했군요.”

“예, 그렇습니다. 박스권이던 대한민국 종합주가지수가 1150포인트까지 하락했습니다.”

2000포인트로 가야 하는데 50포인트나 하락했다. 그것도 오상철이 자신이 보유한 태성 금융과 태성 그룹의 모든 주식을 장내에서 매도했다는 사실만으로 두 그룹의 주가가 하락한 것이다.

오상철이 대주주이기에 그가 장내에서 지분을 매도하면 전자 공시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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