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빵에서 재벌까지! 414화
사실 미국은 냉전 시대를 통해서 세계 패권국으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CIA 국장이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어갔다.
“아닙니다. 패권을 다투던 소련이 경제가 무너지면서 붕괴했고 연방국이 15개의 독립국으로 분열했소.”
“그 말씀은?”
이런 내 물음에 CIA 국장이 차분하게 답했다.
“비록 소련이 15개 연방 국가라고 했지만, 러시아가 대부분 영토를 차지했지.”
소련이 붕괴했을 때 러시아가 대부분 영토를 승계할 수 있었던 것은 시베리아 지역이 광활하기 때문이다.
“러시아 내부의 분리 독립을 계획하고 있는 겁니까?”
내 말에 CIA 국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간단히 말해 러시아를 여러 나라로 쪼개겠다는 뜻이다.
소련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더 상상이 안 되는 일이군.’
가능할까?
어렵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고 있는 상상들과 미국이 계획하는 것이 일치하는 순간이다.
태성 그룹이 하려는 일들을 남이 들으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당장 차도명 회장만 해도 그런 반응을 보였고.
나도 불가능한 일을 해내려고 하는데 미국이라고 못할까?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성 금융과 태성 그룹이 푸틴 러시아 연방 총리와 손을 잡고 블라디보스토크를 개발한다는 정보를 이미 입수했소.”
“그렇다면 제 계획에 동의하시는 거군요.”
이런 내 말에 CIA 국장이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묵인이라고 합시다.”
“알겠습니다.”
나는 CIA 국장을 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와 묵인?
둘은 비슷하지만 엄연히 달랐다.
이 일을 나중에 러시아가 따지고 들 때 미국은 그냥 모른 척하겠다는 의미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또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그럼 미국과 제 계획에 사할린도 포함되는 것을 묵인해 주십시오.”
“사할린까지?”
사할린 지역은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 정부에 매번 반환을 요청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절대 사할린을 일본 정부에 반환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당신에게 줄까?”
이런 CIA 국장의 물음에 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미국과 러시아가 좀 친하게 지내면 좋지 않을까요?”
“물과 기름은 섞일 수 없소.”
CIA 국장이 나를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있는데요?”
내 말에 CIA 국장이 나를 뚫어지게 봤다.
“나중의 문제는 나중에 해결하면 됩니다.”
사실 아직은 미국과 중국은 밀월 관계다. 하지만 이런 밀월 관계를 나중에는 후회하게 될 거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려는 것보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자신들이 말하는 남중국해를 장악하고 태평양을 차지하려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더 방해될 테니까.
그러나 아직 미국은 중국이 얼마나 폭풍적으로 성장하게 될지를 모르고 있는 상태다.
“알겠습니다.”
나는 대답하며 911테러를 떠올렸다.
만약 미국에서 911테러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미국은 아마도 러시아 죽이기에 돌입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 * *
북한 평양 김정일 집무실.
“러시아에서 핵물리학자들의 가택연금을 풀었습니다.”
장성택이 김정일에게 보고했다.
“그래서?”
이런 김정일의 물음에 장성택이 차분하게 보고를 이어갔다.
“핵심 핵물리학자들이 일단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한 상태입니다.”
“왜 하필 블라디보스토크야?”
바로 인상을 찡그리는 김정일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 개발은 태성 그룹과 태성 금융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조치의 뜻은 푸틴 러시아 연방 총리가 국방위원장 동지께서 최태원 회장과 모든 부분에 대해서 논의를 하라고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핵 개발을 최태원 그 인간이랑 논의하라고? 그게 무슨 개소리야? 왜 내가 반동 자본가 부르주아랑 핵 개발 논의를 하나?”
김정일이 이마를 와락 구기며 장성택에게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북한에서 제일가는 부르주아로 살면서 최태성을 반동 부르주아라고 하는 김정일이었다.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그래?”
장성택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김정일에게 답했다.
“미국이 공화국을 선제공격할 수도 있다는 것에 러시아가 긴장한 것 같습니다. 모든 상황이 변했습니다.”
“알았어, 그런데 최태원이 그 휴대전화 번호를 그대로 유지할까?”
이런 김정일의 물음에 장성택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위성 전화기이기에 그럴 것 같습니다.”
“연결해.”
짤막하게 지시를 내리곤 김정일이 직접 위스키를 자신의 유리잔에 따랐다.
“예, 알겠습니다.”
장성택은 바로 대답하고 놀랍게도 최태성이 김경희에게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따르릉, 따르릉!
딸깍!
- 여보세요. 최태원입니다.
“여기 북이오.”
- ……!
* * *
일본 내각 총리대신의 비밀 안가.
“오늘 최태원이 일본해를 이용해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한다고?”
일본 내각 총리대신은 최태성을 그대로 두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예, 그렇습니다.”
놀랍게도 이 자리에는 일본 공군자위대 사령관이 앉아 있었고 그를 바라보는 일본 내각 총리대신의 눈동자에는 살기가 번뜩였다.
“격추 가능해?”
“총…… 총리대신 각하!”
일본 공군자위대 사령관은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어렵겠지.”
“예, 그렇습니다.”
일본 공군자위대 사령관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해는 우리의 해역인데 이게 어렵다니 이래서 평화헌법이 문제인 거야.”
“총리대신 각하.”
그때 아무 말도 없던 일본 야쿠자 보스가 일본 총리대신을 불렀다. 사실 일본 정치인은 야쿠자와 결탁한 경우가 많았다.
“왜?”
“블라디보스토크입니다.”
이런 야쿠자 보스의 말에 일본 총리대신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래서?”
“러시아 영토입니다. 그리고 그 지역에 꽤 많은 형제가 있습니다.”
야쿠자 보스의 말에 일본 총리대신은 묘한 미소를 보였다.
“그렇다면 이번도 자네에게 도움을 받겠군, 저번처럼, 하하하!”
일본 총리대신이 순간 음흉하면서도 사악한 표정을 지었다.
* * *
김포국제공항 전용기 안.
나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출발하기 위해서 전용기에 탑승한 상태였다.
“여보세요. 최태원입니다.”
- 여기 북이오.
- ……!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 상황을 절대 믿지 못할 거다.
“예, 최태원입니다.”
- 나 장성택입니다. 잠깐 대기하시오.
최고위급 남파 공작원이라도 북괴 2인자의 직통 전화를 받지는 못하리라.
“예.”
장성택이 대기하라는 것은 나와 통화하고 싶은 사람이 김정일이라는 거다.
- 나 김이오.
“말씀하십시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이내 김정일이 내게 물었다.
- 블라디보스토크로 갑니까?
“그렇습니다.”
- 최태원 동무는 간도 크시오.
이런 김정일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
-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려면 공화국의 영토인 동해 수역을 지나야 하는데 두렵지 않소?
협박이다.
‘이런 것도 생각해 봤지.’
하지만 북한 공군이 내가 탄 전용기를 격추하는 것이 두려워서 일본 쪽으로 우회하면 더 위험할 수가 있을 것 같다.
대한민국을 벗어나려니 양옆은 망망대해인데 위아래는 적으로 둘러싸여 있다.
물론 다 각오하고 벌인 일들이다.
“어디든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 러시아가 아직도 당신을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소?
이런 김정일의 물음에 나는 차분하게 답했다.
“저는 제가 지킵니다.”
- 하하하, 역시 품이 크시오. 공화국과 러시아 국경 사이에 경원이라는 작은 도시가 있소.”
“그래서요?”
- 거기서 한번 만납시다. 서한만 분지와 동한만 분지 그리고 평양 분지에 막대한 유전이 매장되어 있소. 동포가 러시아 놈들의 밑만 닦아주는 자원 개발 사업을 할 필요가 없지 않소.
김정일이 내게 악마의 유혹을 건네는 순간이다.
‘유전 개발 사업 때문이 아니겠지.’
그렇다고 해서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 내가 지금 출발하면 일주일이면 도착할 겁니다.
이거 CIA에서 분명 도청할 건데?
어쩌면 이 순간이 김정일에게는 최대의 위기가 될 것 같다.
“일주일 후에 뵙겠습니다.”
- 그럼 끊소.
뚝!
김정일이 통화를 끝냈다.
“비서실장님.”
“예, 회장님.”
나는 비서실장을 보며 담담하게 지시했다.
“CIA 국장 연결합시다.”
“거긴 새벽입니다.”
이런 비서실장의 말에 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좋아할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내게 대답한 비서실장은 바로 위성 전화기를 이용해서 CIA 국장에게 전화했다.
‘2004년쯤인가?’
나는 이 순간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가 나도 모르게 떠올랐다.
‘김정일이 죽으면?’
북한 김씨 정권은 빠르게 무너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는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될까? 그리고 김정일이 사망하게 되면 누가 북한 정권을 잡게 될까?
‘김정남?’
아니면 장성택?
분명한 것은 내가 알던 미래에는 김정은이 정권을 잡았지만, 현재 시점에서 김정은은 아직 어리다.
* * *
CIA 국장의 자택 침실.
“정보 제공 고맙소.”
새벽에 갑작스럽게 전화를 받은 CIA 국장은 최태성이 전화한 이유를 듣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 그럼 끊습니다.
뚝!
최태성은 그렇게 위성 전화를 끊었다.
“이게 기회인가?”
CIA 국장이 중얼거렸고.
이내 바로 출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블라디보스토크 상공을 비행하는 푸틴 러시아 연방 총리의 전용기 안.
“연방 총리 각하, 곧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도착합니다.”
푸틴 러시아 연방 총리의 경호실장이 푸틴에게 말했다.
“최태원 회장이 미국 CIA 국장을 비밀리에 만났다고?”
경호실장의 말을 무시한 상태에서 푸틴은 비서실장에게 물었다.
“그런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미국 놈들은 자기들 마음대로 아무나 도청하지, 우리처럼.”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처럼이라고 푸틴 러시아 연방 총리가 말했다는 사실이다.
비서실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푸틴에게 보고를 이어갔다.
“예, 그렇습니다. 도청을 통해서 확보된 첩보에 의하면 최태원 회장은 의도적으로 CIA에 정보를 흘리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한 상태입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이중간첩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푸틴 러시아 연방 총리와 이곳으로 같이 온 사람 중에는 러시아 연방 보안국 국장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가 최태성을 이중간첩이나 다름이 없다고 푸틴 러시아 연방 총리에게 말했다.
“힘없는 나라에서 태어난 죄겠지.”
푸틴 러시아 연방 총리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래도 이솝 우화에서 나오는 박쥐지.”
푸틴 러시아 연방 총리는 러시아 연방 보안국 국장에게 말한 후에 비행기 창문을 통해서 블라디보스토크를 바라봤다.
“다른 특이 사항은?”
푸틴 러시아 연방 총리가 비서실장을 보며 물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 갑작스럽게 일본인들의 입국이 증가했습니다.”
러시아 총리실 비서실장이 푸틴에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