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빵에서 재벌까지! 420화
“그래, 정리할 때도 됐지.”
목인걸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 * *
중국 북경에 있는 중국 공산당 주석 집무실.
“최태원 회장이 진행하는 블라디보스토크 개발 사업에 음모가 있다?”
중국 주석이 보고자에게 되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최태원은 가오리방쯔 이상으로 음흉한 놈입니다.”
보고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중국 주석에게 말했다.
지금까지 중국 공산당과 최태원은 좋은 관계성을(?) 유지했었다. 그런데 최태원이 중국에 악이라고 생각하는 경제학자가 나타났고 그 사람이 지금 중국 공산당의 괴수인 주석을 만나고 있었다.
“음흉한 놈?”
“예, 그렇습니다. 주석 각하, 최태원 회장의 태성 그룹은 중국 본토에 단 하나의 공장도 건설하지 않았습니다.”
경제학자의 말을 듣고 보니 그랬다.
“그런가?”
중국 공산당 주석이 경제 담당 고위층 당원에게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중국 기업 관련 투자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직접 투자가 없다?”
이런 중국 공산당 주석의 물음에 경제 담당 고위층 당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보고했다.
“그렇습니다. 전에도 보고드린 것처럼 폭등하고 있는 합작회사인 헝다 그룹의 주식을 매도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부분에는 이미 보고를 받은 중국 공산당 주석이었다.
“그렇군요. 그래서?”
중국 공산당 주석이 다시 경제학자를 보며 물었다.
“그런데 러시아의 영토인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정말 그룹의 사활을 걸 정도의 대규모 투자를 그것도 직접 공장을 건설하고 계열사를 이전하는 강수까지 두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건 또 그렇지.”
중국 주석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블라디보스토크 아래에 북한의 국경선이 있습니다.”
경제학자의 말에 중국 주석의 표정이 굳어졌다.
“멍청이!”
바로 분노를 표출하는 중국 공산당 주석이었고.
중국 공산당 주석이 멍청이라고 소리치자 경제학자의 표정은 굳어졌다.
“자네 말고 나!”
중국 공산당 주석이 고개를 떨군 경제학자에게 소리쳤다.
이제야 중국 공산당 주석은 최태성이 숨겨놓은 거대한 계획을 짐작하게 됐다.
* * *
블라디보스토크 공항 귀빈 접객실.
“대답이 없는 걸 보니 블라디보스토크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내 권한이라는 겁니까?”
내가 대답하지 못하고 있자 푸틴 러시아 연방 총리가 내게 다시 물었다.
“옳으실 말씀인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래요?”
푸틴 러시아 연방 총리가 소리 내 웃은 후 나를 바라봤다.
“예, 제가 감히 어떻게 숫자로 말하겠습니까.”
“숫자보다 정확한 것은 내게 없다고 말한 사람은 최태원 회장이오. 나는 지금 생각해 보니 최태원 회장은 나랑 참 비슷한 면이 많은 것 같소.”
이런 푸틴 러시아 연방 총리의 말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습니까?”
“욕심도 많고 실행력까지 가졌고 또 국가가 강해지는 것을 강력하게 원하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푸틴 러시아 연방 총리를 보며 말했다.
“저는 자본가이면서 투자자입니다.”
“그것도 그렇죠, 좋소, 나는 최태원 회장이 강력하게 원하고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와 연해주까지 해서 1조 달러를 원합니다.”
1조 달러?
원 달러 환율이 1,000원이면 1,000조다.
‘미국도 아니고 1,000조를 나불거리네.’
순간 눈썹이 꿈틀거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게 지금 1,000조가 없다는 거다. 아니, 내가 계획하고 또 실행에 옮긴 파생상품들이 모두 성공해도 500조도 안 될 거다. 그러니 태성 그룹과 태성 금융의 계열사를 다 매각하면 가능할 것 같다.
“1조 달러라고 하셨습니까?”
이러 내 물음에 푸틴 러시아 연방 총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1조 달러의 자본이 확보되면 러시아는 유럽 최고의 금융 투자 펀드 회사를 가진 나라가 될 수 있지 않겠소? 최태원 회장이 내게 말한 그대로 러시아 경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천연가스와 원유 수출 의존도를 최대한 빨리 낮춰야 하니까.”
태성 그룹 계열사들이 러시아 전역에 진출해 있는 상태다. 물론 모스크바 인근에 조성되고 있는 산업단지에 집중되어 있고 또 블라디보스토크에 집중되어 있지만 말이다.
“아!”
나는 푸틴을 보며 작게 탄성을 터뜨렸다.
역시 푸틴은 모두를 놀라게 만드는 인물이다.
“그와 함께 태성 그룹이 러시아 경제 부흥을 위해서 힘을 써준다면 러시아가 미국과 대등한 천연자원을 가진 상태에서 신냉전 시대가 만들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죠.”
더 놀라운 것은 푸틴은 자신의 입으로 신냉전 시대를 말했다는 거다.
‘내가 아는 미래의 빅2?’
미국과 중국이다. 그런데 지금 러시아 푸틴 연방 총리는 그 빅2에 중국이 아닌 러시아가 포함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시점에서 1조 달러라는 자금을 확보한다면 확실히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푸틴 연방 총리 각하.”
“왜 너무 금액이 많습니까?”
푸틴 러시아 연방 총리는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다.
딱 봐도 푸틴은 블라디보스토크와 연해주를 내가 1조 달러를 주면 팔겠다는 눈빛이다. 그리고 푸틴과 함께 온 러시아 고위층들도 1조 달러라면 합당한 금액이라는 생각을 하는 눈빛이다.
‘러시아가 이럴 수 있는 것은?’
러시아는 동북아시아로 진출하기보다는 유럽으로 영향력을 더 행사하고 싶기 때문이고 이것은 과거 제정 러시아 때부터 갈망했던 일이다.
“저는 1조 달러가 없습니다.”
이런 내 말에 푸틴이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렇군요. 1조 달러가 없군요. 그 어떤 가문의 추정 자산은 5경이라는 소리가 있던데 그들에 비하면 최태원 회장은 한 줌의 모래도 안 되는군요.”
그 가문?
어떤 가문을 말하는지 알겠다.
나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곤 푸틴에게 말했다.
“저는 자본을 축적하기 시작한 지 몇 년 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그 가문도 제 자본 축적 속도를 보고 놀라고 있을 겁니다.”
그들은 200년 넘게 전쟁과 사기, 그리고 금융 수탈을 통해서 자본을 축적했다. 그러니 내가 아직은 따라잡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나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푸틴 총리께서도 말씀하셨듯이 그 가문의 재산은 말 그대로 가문의 재산입니다. 가문의 일원들 모두의 재산을 합친 것이죠. 그렇다면 과연 그 가문 개개인의 재산은 얼마나 될까요? 확실한 건 저보다 많지 않을 겁니다. 그 가문의 일원들이 가문의 돈을 마음대로 가져다 쓸 수 있을까요? 저는 제 돈을 제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곳에 원하는 만큼 쓸 수 있죠.”
또 푸틴이 말한 ‘가문’의 재산이란 것은 사실 그 가문이 소유한 재산들의 ‘가치’다.
반면에 나는 수십 조의 돈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다.
그리고 파생상품이 성공하면 50조의 현금이 생긴다.
50조 원의 현금?
현금을 그 정도로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단언컨대 세상에 없다.
푸틴 연방 총리가 내 말을 듣더니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것도 맞는 말 같소, 하하하! 1조 달러면 나는 최태원 회장과 대한민국이 원하는 것을 팔 생각이 있소. 내가 알렉산드르 2세가 될 용의가 있소.”
알렉산드르 2세는 미국에 알래스카를 판매한 차르다. 다시 말해서 푸틴 러시아 연방 총리는 자신이 러시아의 현대판 차르가 되겠다고 내게 공표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저도 사고 싶습니다.”
“1조 달러를 주고도 사고 싶다? 역시 내가 생각하는 것을 최태원 회장도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군요.”
푸틴 러시아 연방 총리가 씩 웃으며 말했고.
나는 그런 푸틴 러시아 연방 총리를 보며 천천히 입술을 뗐다.
“푸틴 총리 각하께서 무엇을 생각하시는지 짐작은 되지만 제가 생각하는 것은 조금은 다릅니다.”
“다르다? 무엇이 다릅니까? 블라디보스토크는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푸틴 러시아 연방 총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바라봤다.
“저는 기업 국가를 생각합니다.”
“기업 국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푸틴 러시아 연방 총리에게 말했다.
“예, 미래 경제를 연구하는 경제학자 중 일부가 미래 국가의 모습은 기업 형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것은 국가 운영의 형태가 기업처럼 이익을 절대적으로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지 않소?”
푸틴이 경제에 관해서 어느 정도 공부를 하는 것 같다.
“예, 그렇습니다. 저는 그 반대로 생각합니다. 기업이 국가를 건설해서 이익을 추구하며 경영하는 형태만이 기업의 이익을 최대한으로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 기업 국가가 건설되면 그 기업 국가가 군대도 보유하겠군요.”
이런 푸틴의 말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나의 형태로는 이탈리아의 바티칸 시국이나 프랑스의 모나코와 같은 형태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미국이 지원하는 민간군사기업 형태로 군대를 유지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민간인 군대를 이미 보유했다는 것을 말해주려는 거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처럼 핵무기를 가진 상태에서 독립하고 싶기 때문이다.
푸틴 러시아 연방 총리가 나를 보며 물었다.
“그렇다면 최태원 회장께서는 어떤 쪽을 선호합니까?”
농담 같은 이야기들을 지금 나와 푸틴 러시아 연방 총리는 너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농담 속에서 진담을 숨기고 있다.’
역시 푸틴은 내게 블라디보스토크를 팔기 위해서 여기까지 온 거다.
“저는 전자여도 상관없습니다. 그럴 일은 희박하겠지만 제가 정말 블라디보스토크에 경제 중심의 기업 국가를 건설하게 된다면 당연히 러시아의 군대를 주둔하여 국방 문제에 관해서 일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의 군대는 세계 최강에 가까우니까요.”
살짝 푸틴을 자극했다.
“세계 최강 군대는 미군이라고 말하는 것 같군.”
푸틴이 내 자극에 반응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푸틴에게 말했다.
“현실은 그렇습니다.”
나는 이 순간 천 리 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속담이 떠올랐다.
“푸틴 연방 총리 각하.”
“예, 말하세요. 오늘 참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까.”
이런 푸틴 러시아 연방 총리의 말에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 블라디보스토크가 북한과 연결되어 있기에 이곳에 3개국이 합심해서 경제 자유 특구를 건설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블라디보스토크 경제 자유 특구를 통해서 북방 사업을 성공시키고 싶습니다. 물론 북한도 개방시키고 싶고요.”
“한반도의 통일까지 생각하는 겁니까?”
정말 남들이라면 한마디로 꺼내기 어려운 말을 나와 푸틴은 아무렇지 않게 꺼내고 있다. 이건 내가 러시아의 경제가 박살 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걸 막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가진 자본 중 대부분이 러시아에 재투자가 되고 있기에 푸틴이 나를 믿는 거다.
‘러시아의 영토가 너무 커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