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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빵에서 재벌까지-433화 (433/452)

깜빵에서 재벌까지! 433화

오한철 태성생수 사장이 내게 10년을 말한 것은 해저 터널 공사가 최소 10년은 걸린다는 의미다.

“저는 두 가지 모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기는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아니라면 일본의 공산품들이 회장님이 건설하신 해저 터널을 이용해서 한반도를 기점으로 러시아와 중국에 판매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일본은 경기 부양을 이끌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나는 오한철 태성생수 사장을 보며 단언했다.

“저는 10년 안에 대한민국 경제력이 일본을 두 배 이상 추월할 거라고 확신합니다.”

“예, 그렇게 계획하셨다면 위험하기는 하지만 이대로 진행하시는 것이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오한철 태성생수 사장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위험이 없는 투자와 개발은 없죠.”

“예, 그렇습니다.”

나와 오한철 태성생수 사장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는 차도명 회장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최태원 회장.”

“예, 회장님~”

“101년 후는 어떻게 되는 거야?”

블라디보스토크가 101년 후에 어떻게 되는지 내게 묻는 차도명 태성 그룹 회장이다.

“우리가 101년까지 살 수 없잖아.”

“그건 그렇지.”

“그 문제는 다음 세대에 넘기면 되지.”

내 말에 차도명 태성 그룹 회장이 나를 빤히 봤다.

“최태원 회장 성격에 다음 세대까지 넘길까?”

이럴 때는 웃으면 된다.

“형은 나를 너무 잘 안다니까. 하하하!”

“이게 상상이 되면서도 상상이 안 되네. 나중에 태원이 너를 뭐라고 불러야 하나? 회장님이라고 불러야 하냐? 아니면 국왕 폐하라고 불러야 하냐?”

차도명 회장은 내가 블라디보스토크의 왕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멋쩍게 웃어넘기며 차도명 회장에게 말했다.

“하하하. 아직은 먼 훗날의 이야기야.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되는 거지.”

“그렇긴 하지.”

어쨌든 이 이야기는 대충 웃어넘기는 데 성공했다.

‘물론!’

안 될 이유도 없다.

여전히 국왕이 모든 권력을 쥐고 있는 왕국은 존재하니까. 그리고 입헌군주제 국가도 많으니까.

‘미국이!’

그런 나라가 하나 더 생기는 걸 달가워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핵무기를 가진 일인통치 국가가 건설되려 하면 미국은 기를 쓰고 막으려 들 게 뻔했다.

다만, 나는 블라디보스토크에 기업 국가를 건설하게 되면 공화제를 생각한다. 물론 일반적인 공화제가 아니겠지만 말이다.

“농담은 여기까지.”

내가 눈빛이 달라지자 두 사람이 나를 봤다.

“태성생수 사장님께서 일본 측과 접촉해 보세요.”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

* * *

같은 시간, 일본 총리대신 집무실.

『옐친 대통령은 블라디보스토크를 대한민국 국적 그룹인 태성금융 그룹에 101년간 대여한다는 협정서를 체결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오늘 러시아 정부는 공식적으로 블라디보스토크를 경제 자유 특구로 선정하고 태성금융 그룹과 관계 그룹에 모든 권리와 의무를 일임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싸늘하다.

이 집무실에 모인 모든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싸늘한 표정으로 TV를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일이 일어났으니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들은 이제 대책 따위는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마치 과거 태평양 전쟁 당시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됐을 때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느낀 그 공포를 그대로 느끼고 있었다.

과연 그때처럼 무조건 항복을 외쳐야 할까?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진정한 패배는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저 일본 내각과 금융연합은 속수무책으로 12월 31일이 다가오는 것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으음……!”

이 싸늘한 정적을 깬 것은 일본 총리대신의 신음이었다.

“모두…… 내각…… 내각 총사퇴를 준비하시오.”

해결 방법이 없다면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 일본 총리대신이었다.

* * *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도 부통령과 함께, 또 CIA 국장과 함께 러시아 정부의 공식 발표를 TV로 시청하고 있었다. 이들 역시 만감이 교차하는 눈빛을 보였다.

“대통령 각하.”

이들의 정적을 깬 것은 빌 클린턴 정부의 부통령인 앨 고어였다.

“예, 부통령님.”

“이런 일이 정말 일어났군요.”

이런 앨 고어 부통령의 말에 빌 클린턴 대통령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역시 놀랍군요. 러시아가 과거처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러시아가 과거와 똑같은 실수를 했다고 말하는 것은 과거 제정 러시아가 알래스카를 미국에 팔았던 것을 떠올리고 한 말이었다.

“실수는 아닌 것 같습니다. CIA에서 준비한 그 확률 낮은 계획의 1단계가 진행된 것이지만 결국에는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서 동북아시아 국가의 경제 판도가 확 달라질 수도 있을 테니까요.”

앨 고어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렇기도 합니다.”

“어쩌면 세계의 공장이 중국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인데 우리가 묵인한 것이 잘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일어난 일인데 앨 고어는 부정적인 생각만 늘어놓고 있었다.

“계획대로 된다면 나쁠 것은 없죠.”

“그렇습니다. 그런데 일본도, 또 대한민국도 본국의 우방국인데 너무 한쪽에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 상태라면 보고서에 기록된 것처럼 일본 경제는 무너집니다.”

앨 고어 부통령의 말에 빌 클린턴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봤다.

“그게 또 하나의 목적이죠.”

“그게 목적이라고요?”

이런 앨 고어 부통령의 물음에 빌 클린턴 대통령이 차분하게 답했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무역 전쟁이 지금에 와서는 반도체 전쟁으로 확전된 상태입니다.”

미국은 1970년대와 80년대에 팽창하는 일본 경제와 자동차 관련 무역 전쟁을 펼쳤고, 지금은 일본에서 생산되는 저렴한 반도체 때문에 미국 국적 반도체 회사가 줄도산하기 직전이었다.

“대한민국도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앨 고어 부통령이 일본이 생산하는 반도체를 대한민국이 생산하게 되면, 미국을 압박하게 될 수도 있다는 투로 말했다.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주력은 메모리 반도체입니다. 딱 거기까지입니다.”

그에 반해 미국 국적 반도체 회사들은 메모리 반도체보다는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과 판매에 집중하고 있었다.

반도체 산업의 핵심은 사실상 비메모리 반도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생각으로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그저 가격 경쟁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여겼다.

진정으로 인재와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는 비메모리 반도체니까.

물론 최태성은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도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말이다.

“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일본이 무너지고 그 자리를 대한민국이 차지하게 된다면 어떤 미래가 일어날지 걱정입니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앨 고어 부통령은 걱정만 늘어놓고 있다는 거였다.

“부통령,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소.”

이 말의 뜻은 미국 정부는 앞으로 일본보다 대한민국을 우선하는 외교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다는 의미였다.

* * *

1998년 6월 1일, 태성 금융 그룹 회장실.

“이제 곧 발표야.”

차도명 태성 그룹 회장이 내게 말했다.

내 지시를 받은 IMF 총재는 대한민국 정부를 압박해서 자본 시장 완전 자율화를 성공시켰고.

그와 함께 나의 성장을 막았던 금산분리 정책 철폐까지 구조조정 목록에 넣었다. 그리고 그 두 가지보다는 큰일은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주식 공매도 제도까지 개선하게 했다.

사실 지금까지의 공매도는 개인은 금지된 투자였고.

오직 외국인과 기관만이 할 수 있었다. 더 지랄 같은 것은 공매도의 기간이 무한대라는 사실이다.

‘이게 불로소득이지.’

주식 시장에서 거대 자본을 가진 외국인과 투자 기관들은 일정한 이자를 주고 누군가에게 주식을 빌려서 공매도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주식이 하락할 때까지 버티면 된다. 그리고 주식이 하락했을 때 주식을 사서 대차한 주식을 갚으면 되는 거였다. 그 제도가 완벽하게 개선이 됐고.

이제는 개인도 공매도를 할 수 있게 됐으며 공매도 기간도 2개월로 정해졌다.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면 아쉽지 않을까?”

“이제 태성 그룹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덩치를 넘어섰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싱글벙글한 차도명 회장이었다.

“형은 역시 분수를 안다니까.”

“분수를 알고 모르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태원이 네가 나한테 약속한 그대로 내가 대한민국에서 5대 부자가 됐는데 돈을 쓸 시간이 없네, 하하하!”

차도명 회장이 호탕하게 웃었고.

나는 그런 차도명 회장에게 물었다.

“그 나이에 은퇴라도 하시게?”

차도명 회장은 은퇴하기에는 아직 젊다.

“은퇴까지는 아니고 그냥 책임 없는 부회장이 딱 좋을 것 같다. 금산분리 정책도 철폐된 이 마당에 태성 금융 그룹과 태성 그룹을 분리할 필요는 없잖아.”

이건 맞는 말이다.

“내일 공식 발표가 있을 거야.”

금산분리 정책 철폐에 대한 정부 공식 발표가 내일인 것으로 알고 있다.

“잘됐네. 그럼 이제 태원이가 통합회장님이 되시겠네.”

“그래야지. 그런데 불나방들이 좀 있다며?”

이런 내 물음에 차도명 회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바라봤다.

“불나방?”

“응.”

차도명 회장이 잠시 고민하다 손가락을 튕기며 내게 물었다.

“아, 공매도를 치는 외국 기관 투자들을 말하는 거지?”

“어디 국적이야.”

차도명 회장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내게 답했다.

“어디겠어, 정신 못 차린 일본 증권사와 스위스 증권사들이지. 독일 투자회사도 좀 있단다.”

“독일 투자회사?”

이런 내 물음에 차도명 회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걔들 눈에 보기에 태성 금융 그룹 계열사와 태성 그룹 계열사의 주식이 올라도 너무 오른 것처럼 보이잖아.”

“더 오를 건데?”

“그러니까, 태원이 내가 말한 그대로 불나방들이지.”

아직 태풍급 호재들이 더 남아 있다. 그러니 곧 태성 통합 그룹 계열사의 주가는 더 상승할 수밖에 없다.

‘두 그룹의 재통합도 호재겠네.’

합병하면 대부분 주가는 상승하니까.

“우리한테는 주가 조정 기간이 없을 건데, 불쌍하기도 하다.”

차도명 태성 그룹 회장이 내게 말했다.

“그럼 이제 태성 통합 그룹에 부 회장이 3명이 되는 거네.”

“부회장만 3명?”

차도명 회장이 나를 보며 되물었다.

“형이 1번 부회장이지.”

이런 내 말에 차도명 회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게 물었다.

“그럼 2번하고 3번 부회장은 누군데?”

“강일성 태성 실업 사장님과…….”

나는 말꼬리를 흐리며 차도명 회장을 힐끗 바라봤다.

“설마 오한철?”

“능력도 있고 내 매형이잖아.”

차도명 회장이 눈을 살짝 동그랗게 뜬 채 나를 보며 물었다.

“태원아, 오한철을 정말 믿어주기로 한 거야?”

“그래도 능력은 최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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