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깜빵에서 재벌까지-434화 (434/452)

깜빵에서 재벌까지! 434화

나는 차도명에게 말한 후에 미소를 머금었다.

‘4번도 있어.’

물론 4번은 북한에서 활동할 조성출이다.

[조성출 씨.]

[예, 회장님.]

[북한에서 다시 자리를 잡으시면 위험하시겠지만 대한민국에 침투해 있는 남파 고정간첩들 명단 좀 확보해 보세요.]

[고정간첩 명단 확보라고 하셨습니까?]

[예, 제가 푸틴 러시아 연방 총리에게 듣기로 대한민국에는 북한이 남파시켜놓은 암살 공작원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건 옳습니다. 그런데 회장님, 그들을 색출해서 밀고라도 하시면 위원장 동지와 만들어진 관계가 깨질 수도 있습니다.]

[그들 역시 하나의 세력일 것이니 내가 잘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돈 안 되는 일은 안 합니다.]

‘잘 하고 있겠지.’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뭐든 이용하는 것이 내 특기다.

‘그나저나.’

금 모으기 운동은 이제 계륵이 됐군.

일본 도쿄 침몰을 위한 대한민국 종합주가지수 상승 관련 파생상품 투자에 성공한 후에 연결될 파생상품 수익이 G-프로젝트인데 그건 실패할 수도 있을 것 같다.

* * *

1998년 6월 2일, 북한 평양 김정일 집무실.

“장성택이 고려 항공을 통해서 북경으로 떠났다고?”

김정일은 정치총국 호위총관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호위총관은 절도 있게 뒷짐을 진 자세로 서서 김정일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습니다. 중국 총리의 요청에 의한 방중입니다.”

이미 이 사실은 중국과 연결된 핫라인을 통해서 중국으로부터 통보를 받은 사항이었다.

“중국이 급해졌군.”

김정일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 공산당 정부의 목표는 김일성이 생존해 있을 때부터 중국 단둥지역에 경제 협력 특구를 건설한다는 거였다. 1970년대의 중국은 그리고 북한은 사정이 지금과는 달랐었다.

당시에만 해도 사실 북한은 꽤 괜찮게 살았었다.

중국 단둥지역에 북한이 자본을 데고 중국이 땅과 노동력을 제공하는 형태의 경제 협력 특구를 건설한다는 것이 목표였는데 사실 그때만 해도 심지어 중국보다 북한이 더 잘 살았고.

그래서 동북 삼성 지역에 있는 중국 조선족들이 북한으로 이주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그때의 중국은 여전히 굶어 죽는 사람이 많았으니 중국보다 잘 사는 북한에 이민을 떠나는 것이 옳은 결정이었다.

그래서 그 시절만 해도 북한 지역에도 중국 화교가 분명 존재했다.

화교가 존재한다?

물론 그 화교들은 조선족으로 신분을 위장한 한족들이지만 말이다.

그 정도로 중국의 사정은 나빴고.

1970년대 말까지의 북한은 대한민국과 경제력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혹자는 1978년까지 북한이 대한민국보다 더 잘 살았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그러다가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단둥지역에 설립하고자 했던 북·중 경제 협력 특구는 유명무실하게 변했고.

중국 공산당 정부가 북한에서의 영향력을 더 확대하기 위해서 1980년대 중반부터 신의주 경제특구 건설 이야기가 나오기는 했지만, 김일성이 사망할 때까지 진행되지 못했다.

어쩌면 김일성과 김정일의 중국에 대한 증오심은 그때부터 시작됐었는지도 모른다.

일본이 100년의 원수라면 중국은 5,000년의 원수라고 했을 정도니까.

“블라디보스토크 경제 자유 특구 건설에 위협을 느낀 거겠지?”

이런 김정일의 물음에 호위총관이 깍듯하게 답했다.

“그렇다고 생각됩니다.”

“블라디보스토크 경제 자유 특구가 예정한 그대로 건설되면 경원 지역이 활력이 넘치겠고, 하하하!”

김정일이 호탕하게 웃었다.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김정일은 경원 지역을 통해서 얼마나 많은 외화가 들어올지 꿈에 부풀어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 경제 자유 특구 건설이 현실화가 되면 남북 경제 협력은 더 활성화가 될 것이고 러시아 국경 지역인 경원 지역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평양과 원산과 대등한 위치의 국제도시가 될 수 있었다.

“최태원 동지가 연신 미·중·러라는 줄 위에 서서 줄타기하듯 나도 줄 위에 올라서야겠어.”

이 말의 뜻은 중국 공산당 정부와 신의주 경제특구 건설을 놓고 논의하러 중국으로 넘어간 장성택을 잘 이용해서 더 많은 자금줄을 확보하겠다는 김정일의 계산이었다.

‘그런데 장성택은 계속 중국이군.’

장성택이 친중 성향을 보이는 것이 살짝 미심쩍은 김정일이었다. 사실 김정일은 블라디보스토크 경제 자유 특구의 총책임자로 장성택과 조성출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장성택이 신의주 경제특구 건설을 다시 추진하자고 자신에게 보고했기에 블라디보스토크 경제 자유 특구 책임자는 조성출로 굳어지고 있었다.

‘하기 싫으면 다른 사람 줘야지 않겠나.’

김정일은 이 순간 일전에 있었던 장성택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위원장 동지.]

[매제, 왜?]

[러시아나 대한민국을 완전히 믿을 수는 없습니다.]

[물론이지, 그리고 나는 그 두 나라를 믿는 것이 아니라 탐욕에 눈이 멀어 있는 자본주의자의 야망을 믿는 거지. 그의 탐욕이 내게 또 공화국에 이익이 될 테니까.]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서 중국과 협력을 증진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중국 공산당 정부가 제안해 온 신의주 경제특구 건설에 대해서 논의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 총리가 매제의 입국을 요청했다지?]

[예, 그렇습니다. 상황적 우위에 있을 때 제가 더 많은 것을 확보하겠습니다.]

사실 장성택은 블라디보스토크 경제 자유 특구 책임자가 되어서 그곳에서 유입되는 달러를 관리하는 것도 좋다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하지만 러시아와 대한민국 그리고 일본과 미국까지 개입시키겠다는 말에 장성택은 블라디보스토크의 책임자가 되는 것을 단념하고 자신을 지원하는 중국 공산당과 손을 잡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해.]

김정일은 자신이 장성택의 중국 방문을 허락했을 때를 떠올렸다.

“지금쯤 북경에 도착했겠지?”

“예, 그렇습니다. 위원장 동지.”

“좋아, 아주 좋아, 하하하!”

김정일이 크게 소리 내 웃었다.

어떤 측면에서 북한은 현재 개혁개방을 시도하고 있었다. 물론 그 개혁개방이라는 것이 경제 부흥에 국한되어 있는 거지만 말이다.

진정한 개혁개방을 위해서는 김정일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해야겠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리 없었다.

“참, 설송은?”

경원 지역에서 김정일이 최태성을 만나고 나올 때 김정일은 조성출에게 아들이 있냐고 물었었다. 그리고 떠올린 것이 자신의 딸일 김설송을 떠올렸다. 김정일에게는 김혜경이라는 장녀가 있고 또 차녀로 김설송이 있었으며 막내로는 독하고 못된 년으로 자라게 될 김여정이 있었고 비공식적으로는 더 많은 딸이 존재했다.

아마 딸이 있는 만큼 아들도 있을 테니 사실 김정일의 자식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조성출 동무의 아들인 조성문을 대동강 호텔에서 만나고 있습니다.”

“조성문은 어때?”

이런 김정일의 물음에 정치총국 호위총관이 차분하게 답했다.

“걸출한 외모입니다. 조성출 동무가 빨치산 혈통이니 출신 성분도 우월합니다. 그리고 위원장 동지.”

“말해.”

정치총국 호위총관이 김정일에게 보고했다.

“남조선에서 조성출 동무의 부친에 관해서 대대적인 보도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 하하하!”

김정일이 호탕하게 웃었다.

“예, 그렇습니다. 빨치산 출신으로 최장기 미전향 장기수 복역했다는 사실을 여러 매체에서 보고하고 있습니다.”

“내가 보라고 그러는 건가?”

눈빛이 살짝 변하는 김정일이었다.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정치총국 호위총관이 되물었다.

“예?”

김정일이 그런 정치총국 호위총관을 나지막이 불렀다.

“동무.”

“예, 국방위원장 동지.”

“내가 조성출을 몇 빠센트나 믿어야 할까?”

김정일의 물음에 정치총국 호위총관이 김정일의 눈빛을 잠시 살폈다.

[위원장 동지께서는 어쩔 수 없이 나의 충성심을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오.]

[그런 이야기를 왜 내게 하오?]

이 순간 호위총관은 조성출을 비밀리에 만났을 때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호위총관 동지, 내가 잠시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서 공화국을 잠시 떠났었지만, 충성심은 변함이 없소.]

[충성심은 주둥이로 하는 것이 아니오.]

[압니다.]

그때 조성출은 김정일의 호위총관에게 100달러짜리 지폐 뭉치가 가득 든 가방을 넌지시 건넸다.

[이게 뭐요?]

[곧 건설될 경제특구에 관해서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이 없소.]

[그래서 나보고 어이 하라는 거요?]

[매달 이 정도는 드릴 수 있소, 잘 말씀해 주시오.]

북한에도 뇌물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놈들은 차고 넘쳤다., 아니, 일반적인 사회가 아니기에 뇌물이 더 잘 통했다.

미국이 주적인 북한에서는 미국의 달러만큼 큰 힘이 되는 게 없었다.

“탈북한 자로서 완전히 믿을 자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조성출에게 달러 뇌물까지 받은 호위총관은 조성출에 대해서 안 좋은 이야기를 김정일에게 했다.

“그래?”

호위총관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습니다.”

“그건 그렇지.”

김정일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공화국의 외화벌이는 장성택 동무가 모두 주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김정일의 물음에 호위총관이 보고를 이어갔다.

“위원장 동지에 대한 장성택 동무의 충성심을 의심하지는 않지만, 외화벌이 총책인 장성택 동무가 공화국 밖에서 정말 얼마를 벌어들이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소문이 많습니다.”

조성출에게 달러를 받은 호위총관은 조성출을 추켜올리기보다 김정일이 장성택을 의심하게 만들어서 조성출이 김정일에게 필요한 존재로 만들고 있었다.

이런 것만 봐도 북한에도 문고리 정치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게 북한은 각종 첩보 기관과 감시 기관, 경호 기관을 만들어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그래?”

호위총관이 김정일을 보며 차분하게 보고를 이어갔다.

“위대한 공화국의 외화벌이 총책을 충성심을 의심할 수는 없지만 서로 경쟁이 될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알았어.”

김정일이 호위총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 * *

1998년 6월 3일,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내일 대통령 행정명령 조치로 IMF가 요구한 금산분리 정책 철폐가 대통령 각하 담화문 발표를 통해서 실시될 예정입니다.”

경제 부총리가 대통령을 바라보며 보고하듯 말했다. 경제 부총리의 옆에는 외교부 장관이 가만히 서 있었고.

외교부 장관 역시 보고할 것이 있는 눈빛이었다.

“올 것이 왔네.”

“예, 그렇습니다. 국회 비준 절차가 남기는 했지만, 태성 금융 그룹의 로비로 무난하게 처리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6월 3일에 최태성이 그렇게 원했던 금산분리 정책이 철폐된다.

물론 그에 따른 보완 사항으로 금융기관을 보유한 재벌 그룹들은 해당 그룹에 그 어떤 대출도 또 예금도 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었지만, 그것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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