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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빵에서 재벌까지-438화 (438/452)

깜빵에서 재벌까지! 438화

이런 일본 총리대신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렇습니다. 러시아가 원하는 일이죠.”

“그곳은 본국의 해양 영토입니다.”

일본 총리대신이 미간을 찌푸리며 내게 말했고.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일본 총리대신에게 물었다.

“러시아가 인정하지 않고 있죠. 그걸 인정하게 만들면 좋지 않겠습니까?”

나는 일본 총리대신에게 말한 후에 앞에 놓인 차를 마셨다.

“최태원 회장, 지금 뭐라고 했소?”

나를 대하던 기존의 눈빛과는 확연히 다른 눈빛을 보이는 일본 총리대신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 태성 종합 그룹의 계열사들을 이주시키는 일에서 처음이 꽤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러시아 정부와 공식적인 협정을 통해서 101년간 실효 사용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렇죠.”

“일본 총리대신께서도 아시겠지만 101이라는 숫자가 가지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잘 아실 겁니다.”

“왜 모르겠습니까? 실효 지배가 인정되는 기간보다도 길죠. 최태원 회장님. 내게 진정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일본 총리대신이 내 눈동자를 지그시 바라보며 물었다.

“시작이 어렵다는 거죠, 현재 상황에서 러시아 정부가 일본 정부에 북방 4개 섬을 반환할 일은 없을 겁니다. 일본 정부의 주도로 러시아에 있던 모든 일본 기업들이 철수하면서 반일 감정이 확대됐으니까요.”

지금 러시아에서는 푸틴 러시아 연방 총리,, 아니, 푸틴 신임 대통령의 주도로 언론플레이가 한창이었다.

러시아 경제 악화의 주 원인을 일본 기업의 철수로 몰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일본 기업이 떠난 자리를 태성 종합 그룹의 계열사들이 채운 상태다.

“그래서 그 반일 감정을 해소할 방법이라도 내게 알려주신다는 겁니까?”

이런 일본 총리대신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렇습니다. 비슷한 방법으로 북방 4개 섬을 반환받으실 수 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

“그에 대한 대가는?”

일본 총리대신이 나를 뚫어지게 보며 물었다.

* * *

태성 종합 그룹 태성 증권 사장실.

“바로 진행하세요.”

태성 증권 권지용 사장은 채권 담당 임원에게 지시했다.

“그 채권은 휴짓조각도 못 되는 완전히 소멸한 채권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이런 채권 담당 임원의 말에 태성 증권 권지용 사장이 미간을 찌푸린 채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걸 내가 모르겠습니까.”

“죄송합니다. 그 채권은 수익 창출 자체가 어렵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채권 담당 임원이 태성 종합 그룹 핵심 계열사인 태성 증권 사장에게 이렇게 자기 생각을 강력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태성 전자의 기업 풍토가 이렇기 때문이었다.

“통합회장님의 뜻입니다.”

통합회장이라면 최태성을 말하는 거였다.

“회장님의 뜻이라도 실무자인 저는 투자를 반대합니다. 멸망한 청나라가 발행한 채권을 이제야 와서 매수하라고 하시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과거 청나라는 철도를 개설하기 위해서 국채를 발행했고 그 국채의 대부분을 미국인이나 미국 기업이 샀었다. 하지만 청나라는 끝내 멸망했고 그 청나라를 계승한 것이 바로 중화인민공화국이었다.

그런데 이미 없어져도 한참 전에 없어진 청나라의 채권을 매입하란다.

태성증권의 임원은 일순간 태성증권 권지용 사장이 미쳤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카드로 쓸지에 달렸다는 것이 통합회장님의 뜻입니다. 아르헨티나에서 발행한 국채 매입과 비슷할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아르헨티나에서 발행한 국채 매입과는 확연히 다른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아르헨티나는 국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태성증권 임원의 말에 태성증권 권지용 사장이 답답한 듯 말했다.

“통합회장님의 생각이라니까요, 투자비용도 얼마 되지 않지 않습니까?”

“그렇죠, 사장님. 그렇다면 사장님은 이번 투자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정말 청나라의 채권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채권 담당 임원이 권지용 사장에게 물었다.

“개인적으로?”

“예, 그렇습니다.”

권지용 사장이 머리를 쓸어올리며 채권 담당 임원에게 말했다.

“미친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통합회장님의 투자는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죠, 그래서 나는 통합회장님의 뜻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으음.……!”

채권 담당 임원이 신음을 흘렸다.

“채권 매수에 관한 권한은 실무자인 장 이사에게 있지만, 이번 일만큼은 통합회장님의 지시이기에 강행이 될 겁니다.”

채권 담당 임원은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청나라에서 발행했던 철도 국채의 매수 규모는 어느 정도입니까?”

“제게 통합회장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다다익선이라고 하시더군요.”

이런 권지용 사장의 말에 채권 담당 임원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 정말 회수가 불가능한 채권이라는 것만 제가 마지막으로 말씀을 드립니다.”

“하하하, 그건 저도 압니다. 통합회장님께서 다 생각이 있으시겠죠.”

사실 최태성이 아르헨티나에서 발행한 국채를 저가일 때 매수하라고 지시했던 것이 딱 1997년 중반이었다.

그때 아르헨티나 경제는 붕괴 직전이었다. 물론 지금도 아르헨티나에서 발행한 국채는 연일 폭락하고 있는 상태지만 말이다.

흔히들 채권이나 주식이나 현금이 가치가 폭락을 하면 휴짓조각이라고들 하지만 이번에 최태성이 지시한 채권은 사실 휴짓조각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왜냐면 휴짓조각이 더 비싸니까.

“예, 알겠습니다. 통합회장님께서 지시하셨다면 따라야겠죠.”

이렇게 해서 태성 증권 채권 사업부는 멸망한 청나라에서 발행했던 철도 건설을 위한 국채를 매수하기로 했다.

[통합회장님, 그건 휴지보다 쓸모가 없을 겁니다.]

권지용 태성 증권 사장이 최태성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청나라를 계승했기에 티베트를 병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건 그렇죠.]

[상속에도 권리와 의무가 공존하죠. 미래에서 중국 정부를 압박하는 압박용 카드로 충분히 쓰일 겁니다. 거기다가 지금은 헐값이죠.]

[회장님이 매수하시면 그 헐값이 금값으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압니다. 하지만 제가 매수한 뒤의 일입니다. 그걸 제가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요?]

‘하여튼 회장님은 달라, 하하하!’

* * *

대마도에 있는 작은 일식집.

“부산과 대마도 그리고 일본 본토를 연결하는 해양 터널 건설에 합의하라는 말씀입니까?”

내 말에 일본 총리대신은 놀랍다는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습니다. 그 해양 터널의 운영권 100%를 태성 종합 그룹이 가진다는 조건입니다. 그와 함께 블라디보스토크 경제 자유 특구에 자본을 투자한다는 조건이기도 합니다.”

“으음……!”

일본 총리대신은 또 한 번 신음을 터트렸다.

“블라디보스토크 경제 자유 특구 건설에 투자할 자본 규모는 10조엔 규모입니다.”

현재 환율은 10엔에 100원 정도다.

그러니 100조 원을 투자하라는 소리다.

‘대한민국이 IMF 상황이라서 환율이 이런 거지.’

IMF에 빌린 300억 달러를 갚게 되면 한화의 환율은 상승하게 될 거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본 기업이 블라디보스토크 경제 자유 특구에 진출하기를 원하는 겁니까?”

이런 일본 총리대신의 물음에 나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습니다.”

“그 발표가 나면 대한민국 종합주가지수를 다시 상승하게 될 건데 나보고 그걸 하라고요.”

바로 인상을 찡그리는 일본 총리대신이다.

“제가 얻게 될 대한민국 종합주가지수 관련 파생상품의 최대 수익을 4,000억 달러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이 정도라면 괜찮지 않습니까?”

나는 일본 총리대신을 뚫어지게 보며 말했다.

“해저 터널 건설이라……?”

일본 총리대신이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그에게, 아니, 일본 금융이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더는 수익을 올려서는 안 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일본은 이제 내게 또 대한민국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대한민국 경제가 일본 경제를 추월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아직도 일본 경제는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니까. 아마 앞으로 10년 동안 그렇게 될 거다.

‘20년 이상 걸릴 것을!’

10년으로 단축하는 거다.

하여튼 일본 경제를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일본, 도쿄에는 정말이지 엄청난 돈이 쏟아져 있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공산품을 수출하는데 집중하는 국가지만 지금의 일본은 수출이 전부가 아닌 국가로 변해 있으니까.

이게 무슨 말이냐면?

일본은 지금까지 이룬 경제 성장을 이용해서 세계 각지에 수많은 투자를 해놓은 상태고.

그에 따른 투자 수익과 금융 수익이 이미 수출을 통한 수익을 넘어선 상태다. 그러니 대한민국이 아직은 일본을 잡을 수 없는 거다.

결국 경제 대국으로 향하는 핵심은 바로 투자이고 금융이다.

“해저 터널 건설에 동의해 주신다면 파생상품의 수익 한계선을 설정하겠습니다.”

내가 필요한 것은 이 시점에서는 일본과 대한민국을 연결하는 해저 터널이다.

‘이게 핵심이지.’

물론 해저 터널이 완공되려면 앞으로 최소 10년 이상이 걸리게 될 것이다., 아니, 최대 20년도 더 걸릴 수 있다.

그리고 그만큼 엄청난 자금이 소모될 것이다.

“대한민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태평양 경제의 시대를 여는 겁니다. 어떠십니까?”

내 말에 일본 총리대신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봤다.

“최태원 회장께서 내게 말한 그 태평양 경제 시대를 여는데 사용되는 자금이 모두 일본에서 확보된 수익이겠죠.”

맞다.

나는 일본에 제대로 빨대를 꽂을 생각이다.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일본 북방 4개 섬 해저 에너지 개발사업은 제가 백지화시켜 드리죠.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내 말에 일본 총리대신은 네가 그 정도로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냐는 눈빛이다.

“거의 불가능한 일을 너무 쉽게 말씀을 하시는군.”

나는 일본 총리대신을 보며 물었다.

“그 정도의 준비가 없이 왔을까요?”

“그래요?”

“마침 저기 TV가 있군요.”

나는 대마도에 왔을 때 식당 안에 TV가 설치된 곳을 찾았다.

“혹시?”

일본 총리대신은 기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제가 보기보다 철두철미합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에 설치된 TV를 틀어서 여기저기로 채널을 돌렸다.

“여기군요.”

TV 화면에는 러시아 국기가 걸려 있는 기자회견장이 보였다. 그와 함께 러시아 에너지 장관급 인사가 공식 발표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그때 식당 밖에서 일본 총리대신과 같이 온 비서관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급하게 들어왔다.

‘타이밍 딱 좋고.’

이미 쿠릴 열도 북방 4개 섬 인근 해양 개발 사업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거다. 그리고 이 사실을 보고 받은 비서관이 기겁해서 들어온 거다.

“총, 총리 각하.”

역시 비서관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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