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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빵에서 재벌까지-439화 (439/452)

깜빵에서 재벌까지! 439화

“나도 TV를 보고 있으니 나가 있게.”

“예, 알겠습니다.”

비서관은 일본 총리대신에게 머리를 숙인 후에 다시 밖으로 나갔다.

아무래도 일본 총리대신은 비서관보다 러시아 에너지 장관의 입에서 직접 듣고 싶은 모양이다.

【러시아 국영 기업인 태평양에너지개발사는 대한민국 국적 기업인 태성 실업과 합작회사를 설립하여 러시아의 완전한 영토인 쿠릴 열도 남방 4개 섬 인근 해양의 에너지를 개발하는 것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일본에 쿠릴 열도 북방 4개 섬은 러시아에 남방 4개 섬인 거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양해각서다.

‘할 수도 있고.’

백지화될 수도 있다는 거지.

“양해각서까지 체결했소?”

“그렇습니다. 일본 정부가 쿠릴 열도 북방 4개 섬을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러시아 정부는 인정하지 않고 러시아의 영토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으음!”

일본 총리대신이 신음을 흘리더니 이내 목이 타는 듯 테이블 위에 물을 들이켰다.

러시아 에너지 장관은 ‘러시아의 완전한 영토’를 말할 때 목소리에 힘을 주었었다.

이제 또 태성 실업의 주가가 폭등하게 되리라. 그에 따라서 태성 종합 그룹의 주가 역시 상승하고 그와 함께 대한민국 종합주가지수 역시 상승하게 된다.

“총리대신 각하의 결정에 따라서 저 양해각서가 합작회사 설립과 함께 쿠릴 열도 4개 섬 인근의 해양 에너지 개발사업으로 확대가 되거나 백지화가 될 겁니다.”

“나를 압박하기 위해서 억지로라도 개발하겠다는 겁니까?”

이런 일본 총리대신의 물음에 나는 담담하게 답했다.

“총리대신 각하께서 제게 이익을 주지 않으시겠다면 저는 개발에 착수할 생각입니다. 물론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각하도 동의하신 부분입니다.”

“최태원 회장, 미국이 두렵지 않소?”

더 궁지에 몰려서 그런지 이제는 미국을 거론하는 일본 총리대신이다.

“미국은 이미 대한민국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아니죠, 제 손을 들어준 거죠. 미국의 묵인이 없었다면 이런 일은 절대 진행되지 못했을 겁니다. 미국은 절대 일본의 편이지 않습니다. 1985년에 이뤄진 플라자합의를 통해서 일본은 지금 잃어버린 10년을 걷고 있습니다. 그 10년이 20년이 되고, 아니, 30년을 지나서 50년까지 연장될 겁니다.”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일본 총리대신을 봤고.

일본 총리대신의 목울대가 울렁거렸다.

그의 이마에선 식은땀이 흘렀다.

내 말에 일본 총리대신은 제대로 압박을 받은 것 같다.

무슨 고심을 하는지 일본 총리대신에게서 대꾸가 없자 나는 할 말을 이어나갔다.

“이제는 결정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제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화를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위성전화기를 테이블 위에 슬쩍 올려놨다.

“최태원 회장님.”

이제는 무엇이든 결정해야 한다는 눈빛으로 나를 부른 일본 총리대신이다. 사실 이 발표가 났기에 일본 국민들은 불쾌감과 흥분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을 거다. 그리고 이런 감정들이 바로 자민당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정치인들은 표만 생각하지.’

일본 총리대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민당이 실각을 할지는 미지수다.

아니, 그럴 확률은 아주 낮을 거다.

일본은 사실상 자민당 공화국이나 마찬가지니까.

“예, 총리대신 각하.”

“블라디보스토크 경제 자유 특구에 사할린까지 포함하실 수 있겠습니까?”

반전을 꾀하려는 거다.

나는 일본 총리대신을 쳐다보며 물었다.

“원하십니까?”

“간절히 원하오. 그것 말고는 분노한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릴 방법이 없으니까. 그리고 러시아 정부가 공식 발표한 것을 며칠 안에 철회하지도 않을 테니까.”

이건 맞다.

[그 양해각서가 발표되면 철회는 어렵소.]

나는 이 순간 푸틴이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푸틴 역시 국민의 표를 생각하지.’

그리고 내가 아는 푸틴은 러시아의 부흥과 함께 독재를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독재자들은 유권자에게 잘 보일 수밖에 없다.

일단 국민들을 탄압하고 선거 조작을 하는 것도 강력한 지지기반을 얻고 난 후에 가능한 이야기니까.

[저도 그 부분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쪽으로 풀고자 합니다.]

[다른 쪽?]

[예, 그렇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 경제 자유 특구에 사할린도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렇소. 최태원 회장이 블라디보스토크와 사할린섬을 연결하는 해양 대교를 건설하겠다고 내게 약속했기에 포함한 것이오.]

[그 사할린섬을 이용해서 일본과 협상했으면 합니다.]

[일본과?]

[예, 그렇습니다. 일본은 과거에 일본령 가라후토라고 하며 사할린을 점령했었죠. 그것을 근거로 영유권을 한때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런 영유권을 거의 주장하지 않고 있다.

[내게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푸틴께서 일본에 립서비스 몇 번이면 되는 일입니다.]

[립서비스?]

[예, 그렇습니다. 러일 정상회담을 진행하시고 그에 따라서 쿠릴 열도 4개 섬 중 2개를 반환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하시고 또 남사할린 지역을 반환할 가능성이 제로이지는 않다는 뉘앙스를 보이신다면 모든 것이 수월하게 진행될 겁니다.]

[줄 생각은 없는데 주는 것처럼 냄새를 풍겨라?]

[예, 딱 거기까지입니다. 제 것을 일본에 줄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요.]

푸틴은 내게 연해주 전체를 팔려고 했었다. 그리고 원하는 것은 1조 달러 이상이었다. 당연하지만 내게 1조 달러라는 터무니없는 거금은 없다. 그래서 사할린에 해양 대교를 설치한다는 합의를 한 거다.

[하하하, 무슨 말인지 알겠소.]

[그렇게 되면 일본은 러시아와 저를 위해서 블라디보스토크 경제 자유 특구에 투자할 수밖에 없습니다.]

[좋소.]

이렇게 해서 푸틴은 나를 위한 장기판의 말이 되기로 한 거다.

“한 달 이내에 정상회담이 진행되실 수 있게 다리 역할을 하겠습니다.”

이런 내 말에 일본 총리대신이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그러다가 안 되면?”

“바로 확답을 드리죠.”

나는 테이블 위에 놓아둔 위성전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내가 설마 지금 바로 푸틴에게 전화한 수도 있다는 것에 일본 총리대신은 놀란 눈빛을 보였다.

“설마?”

“예, 그렇습니다.”

나는 위성전화기를 이용해서 푸틴에게 전화를 걸었다.

따르릉, 따르릉!

딸깍!

“저 최태원입니다.”

-계획대로 일본 총리대신을 만나고 있겠군요. 하하하!

푸틴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예, 그렇습니다. 약속드린 그대로 400억 달러가 입금되실 겁니다.”

푸틴도 사람이라서 돈을 참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이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400억 달러를 푸틴의 비밀 계좌에 입금하기로 약속했다.

‘난 3,500억 달러면 돼.’

그래서 내가 수익 한계선을 4,000억 달러라고 일본 총리대신에게 말한 거다. 하여튼 내 돈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돈이 푸틴에게 넘어가는 거다. 물론 내 돈이 될 수도 있는 자본이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100억 달러는?

나는 일본 총리대신을 힐끗 봤다.

-일본 총리가 당신 이야기를 듣고 있지 않소?

“예, 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많은 비밀을 공유해야 할 동지 관계로 발전할 예정입니다.”

내 말에 일본 총리대신이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였다. 그리고 일본 총리대신은 내가 유창한 러시아어로 푸틴과 대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 총리대신 각하께서 최대한 빠른 시기에 사할린섬 반환 문제로 러일 정상회담을 진행하기를 원하고 계십니다.”

러일정상 회담을 진행하는데 내가 400억 달러를 태워버린 꼴이다.

푸틴은 한화로 따지면 40조 원이나 되는 돈으로 무엇을 하려 할까.

일단 섬에 궁전을 세울 것 같다.

-좋소.

“일본 총리대신과 통화하실 수 있게 연결해 드릴까요?”

이런 내 물음에 푸틴이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그가 러시아어를 할 수 있을까? 나는 단 한 마디도 일본어로 말하고 싶지 않은데. 당연하지만 알아듣지도 못하고요.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나는 푸틴에게 양해를 구하고 일본 총리대신을 봤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하고 싶으십니까? 푸틴 대통령은 일본어를 못 하신다고 하시니 러시아어로 이야기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내 말에 일본 총리대신이 인상을 찡그렸다.

“아니 됐소.”

“제가 통역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일본 총리대신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거절했다.

“아닙니다.”

“이 위성 전화는 스피커폰이 됩니다.”

이런 내 말에 일본 총리대신이 불쾌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이런 사석에서 구두로 하는 이야기가 어떤 의미가 있겠습니까. 러일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기로 합시다.”

“알겠습니다.”

나는 일본 총리대신에게 말한 후에 미소를 보였다.

“안타깝게 일본 총리대신도 러시아어를 한마디도 못 한답니다.”

-최태원 회장은 못된 구석이 있소. 왜 그리 일본 총리를 놀리는 겁니까?

이런 푸틴의 물음에 나는 일본 총리대신을 힐끗 보며 말했다.

“민족적 앙금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나한테는 자기가 민족주의자가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소?

“지금은 민족주의자인 것 같습니다.”

-하하하. 결국 최태원 회장도 대한민국 사람이다, 이거군요. 하여튼 알겠소. 즉각적이고 긴급한 러일 정상회담을 진행하겠소, 그리고 일본 정부의 공식 비판과 비난 정도는 내가 받은 것이 있으니 묵인하겠소. 끊읍시다.

뚝!

푸틴은 자기가 할 말을 하고 위성전화기를 끊었다.

“뭐라고 합니까?”

일본 총리대신이 만감이 교차하는 눈빛으로 다급하게 내게 물었다.

“일본 정부가 긴급으로 요청한다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서 일본을 직접 방문할 수 있다고 제게 말했습니다.”

북방 4개 섬에 대한 개발 발표가 러시아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발표가 됐으니 일본 여론은 들끓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걸 진화하려면 정상회담이 최고의 방법일 거다.

“그래요?”

일본 총리대신은 그저 놀랍다는 표정이다. 그리고 동시에 내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눈빛을 보였다.

나는 그런 일본 총리대신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와 함께 쿠릴 열도 북방 4개 섬 개발 양해각서에 관한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비난과 항의는 묵인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사실 일본이 망언을 일삼을 때, 그리고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는 지역에 관해서 영유권을 주장할 때 러시아는 보란 듯 무력시위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엔 그냥 가볍게 전략폭격기를 러시아에서 출격시켜서 일본 열도를 한 번 비행하고 오게 만드는 게 전부였으나, 막상 그게 일본 정부나 국민에게는 엄청난 부담감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 일을 통해서 일본 정부가 강력한 비난 성명을 발표해도 러시아 정부에서는 그런 무력시위를 하지 않겠다고 하니 놀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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