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빵에서 재벌까지! 449화
그리고 쿠바와 소련이나 러시아를 떠올리는 미국인이라면 또 정치인이라면 소련에 의한 쿠바 미사일 기지 건설일 거고 그때 정말 핵전쟁이 일어날 뻔도 했었다.
또 하나 여기서 분명한 것은 이렇게 CIA 국장과 미국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용기에 최태성이 함께 타고 있다는 것을 안다는 점이었다.
다시 말해 러시아 고위층에도 미국이 심어놓은 첩보원이 존재한다는 뜻이었다.
“예, 그렇습니다.”
“왜 갑자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쿠바의 독재자를 만나려는 걸까?”
미국 대통령이 CIA 국장을 보며 물었고.
CIA 국장이 턱선을 매만지며 미국 대통령에게 답했다.
“미사일 기지 건설은 아닐 겁니다.”
“그러니까요, 미사일 기지도 건설할 것이 아닌데 왜 뜬금없이 쿠바를 방문할까? 푸틴이나 최태원 회장이나 자꾸 나를 이상한 쪽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인물이라니까.”
미국 대통령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최태성이 점점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일 거다.
‘최태원 회장이 쿠바에 또 무슨 일을 꾸미나?’
미국 대통령은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따르릉, 따르릉!
그때 CIA 국장의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렸고.
그 휴대전화 때문에 CIA 국장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데 미국 대통령은 지금 CIA 국장에게 전화를 건 사람이 최태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 받으세요. 우리가 생각하는 그 사람일 테니까.”
따르릉, 따르릉!
딸각!
“전화 받았습니다. CIA 국장입니다.”
-최태원입니다.
CIA 국장은 자신에게 전화한 사람이 최태성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미국 대통령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미국 대통령은 자기 생각이 맞아떨어졌다는 것에 인상을 찡그렸다.
“왜 갑자기 전화한 겁니까?”
-지금쯤이면 제가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전용기를 타고 지금 막 알래스카 상공을 지나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 대통령께 통보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뭐라고요?”
-나는 미국 대통령 각하와 통화하고 싶소.
최태성은 이제는 CIA 국장 따위가 낄 자리가 아니라는 어투로 말했기에 CIA 국장은 인상을 찡그렸고 CIA 국장이 인상을 찡그리는 것을 보고 최태성이 자신과 통화하기를 요청했다는 것을 직감한 미국 대통령이었다.
“주세요.”
“예, 대통령 각하.”
CIA 국장이 조심스럽게 미국 대통령에게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참 대단한 인물이기는 합니다. 미합중국 대통령과 이렇게 편하게 전화할 수 있는 아시아인이 있다니, 하!”
마지막 ‘하’라는 탄성은 미국 대통령이 기가 차기 때문에 터트린 탄성이었다.
이내 미국 대통령이 전화기를 받아들고 귀에 붙였다.
“최태원 회장이시구려, 그래요, 미합중국 대통령인 제가 당신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대통령 각하, 최태원입니다. 제가 미국 본토 워싱턴 공항에 착륙해도 되겠습니까?
이런 최태원의 물음에 미국 대통령이 살짝 당황했다.
“뭐라고요?”
-제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며 시장 경제 체제를 수호하는 위대한 미합중국 땅에 착륙해도 안전이 보장됩니까?
“내게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이 통화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듣고 있고 녹음되고 있습니다.
최태성의 말에 미국 대통령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래서 최태원 회장 당신이 스스로 두려움에 떠는 겁니다. 미합중국은 항상 모두에게 안전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의도적으로 도발하니 최태원 회장 스스로가 두려워하는 겁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항상 상대방이 되어서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제가 미합중국의 대통령이라면 저라는 존재가 참 귀찮아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를 만나고 싶소?”
-그렇습니다. 논의를 드릴 것이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또!
최태성이 말을 잠시 멈췄고.
미국 대통령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최태성에게 물었다.
“그리고 또?”
-푸틴 러시아 대통령께서도 비공식적으로 미합중국 대통령 각하를 만나시고자 합니다.
“뭐라고요?”
-갑작스러운 쿠바 방문은 러시아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으음.……!”
미국 대통령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신음을 흘렸다.
-전용기 기체 고장을 핑계로 워싱턴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저는 워싱턴 공항에 내릴 것이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각하께서는 전용기 안에 대기하실 겁니다. 이제 모든 결정은 미합중국 대통령 각하의 뜻에 달렸습니다.
“알겠소. 고민해 보겠소.”
뚝!
미국 대통령은 그렇게 말하고 휴대전화를 끊었다.
“항상 상상 이상의 일을 만드는군.”
미국 대통령은 그렇게 말하고 CIA 국장을 봤다.
“대, 대통령 각하.”
“워싱턴 공항으로 비밀리에 이동해야겠습니다.”
이런 미국 대통령의 말에 CIA 국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말 가실 겁니까?”
“그래도 일국의 대통령이 나를 찾아왔다는데 모른 척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비공식적으로 푸틴을 만날 수 있다면 미국 대통령이라면 마다할 일이 절대 아니었다.
“아!”
CIA 국장이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CIA 국장께서는 최태원 회장을 미국에 억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하세요. 확보해 놓은 범죄사실이 존재한다면 기소할 수 있게 준비해 놓으세요.”
또 한 번 놀라운 반전이 계획되고 있는 순간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일단 준비만 해놓으세요. 붙잡아둘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여전히 최태원이라는 존재는 여러 가지로 쓸모가 많다는 사실을 오늘 또 한 번 느꼈군요.”
* * *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전용기 안.
“하하하, 최태원 회장이기에 이런 일을 만들어내는군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소리 내 웃으며 내게 말했다.
사실 미국 대통령과 러시아 대통령의 비밀 회담은 내가 그리고 푸틴이 전용기를 탈 때까지 계획에 없던 일이다.
“결국에 세계를 양분할 나라는 러시아와 미국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내 말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나는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미국은 그걸 원하지 않을 건데?”
“미국이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진행되지 않을 일은 아니니까요.”
내가 아는 미래에서도 끝내 미국과 중국으로 패권이 양분되다시피 했다.
그 패권을 중국에서 러시아의 손으로 가져올 뿐이다.
“나와 최태원 회장이 계획한 모든 일이 안정적으로 진행이 된다면 그럴 것 같소.”
“다시 러시아는 빅2가 되는 겁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다.
‘망한 청나라가 중화인민공화국을 잡는다!’
* * *
북경 주석궁 주석 집무실.
“특급 범죄자를 내가 직접 보게 됐군.”
가짜 목인걸은 중국 공산당 주석 앞에 서 있었다.
“위대한 주석 각하께서 하찮은 저를 용서하신다고 하시어 이리 사죄를 드리기 위해서 왔습니다.”
중국 공산당 주석 앞에 서 있던 가짜 목인걸이 바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하하하, 하하하!”
중국 공산당 주석은 승리자가 된 듯 웃었다.
그리고 중화인민공화국의 인민이라면 마땅히 자신의 앞에서 이래야 한다는 생각을 한 중국 공산당 주석이었다.
“일어나시게.”
“예, 감사합니다.”
가짜 목인걸은 중국 주석을 마치 현대의 황제라도 되는 것처럼 대하고 있었다.
“앉으시오.”
“예, 주석 각하.”
가짜 목인걸이 중국 주석에게 깍듯하게 허리를 숙인 후 자리에 앉았다.
“내가 그대를 이곳으로 부른 이유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오.”
“예, 그렇습니다. 저는 그리고 홍문 전체를 주석 각하의 홍위병이 되겠습니다.”
이건 항복 선언이나 다름이 없었다.
“홍위병?”
“예, 그렇습니다. 오로지 충성하겠습니다.”
이런 가짜 목인걸의 말에 중국 주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좋소, 그런 마음가짐이 참 마음에 듭니다. 하여튼 나와 당신 그리고 중국인 전체는 최태원이라는 적이 있소.”
중국 주석은 놀랍게도 최태원을 전체 중국인의 적으로 규정했다.
가짜 목인걸이 이마를 와락 구기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가죽을 벗겨도 시원하지 않을 가오리방즈입니다.”
“중국 인민을 통치하는 중국 공산당은 항상 밝은 곳에 있어야 하지만 세상이 낮과 밤이 있듯 밤에 해야 할 일이 많다.”
어느 순간 가짜 목인걸에게 반말을 하는 중국 공산당 주석이었다.
“당연합니다.”
“최태원이 마시는 공기도 아깝다.”
물론 최태원은 마시기만 해도 폐암에 걸릴 수 있는 북경의 공기를 마실 생각이 절대 없었다.
“예, 알겠습니다.”
“공산당을 위해서 일하는 혁명 전사는 그만큼의 대우를 받게 될 것이고 홍문이 다시 북경과 중국 전체에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될 거다.”
이런 중국 주석의 말에 가짜 목인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오로지 주석 각하의 영광을 위해서 움직이겠습니다.”
가짜 목인걸인 유인혜의 아버지는 중국 공산당 주석에게 말하면서 최태성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적의 적은 같은 편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죠.]
[그래서요?]
[어르신을 가짜 목인걸로 만드는 이유는 홍문 따위를 장악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상상 이상을 현실화하려고 하시는군요.]
[홍문은 중국 공산당의 지지를 업고 중국 전체에 뿌리를 내리게 될 겁니다. 물론 나를 암살하라는 지시를 받게 될 거고요.]
[그래서 내가 무엇을 하면 됩니까?]
[중국 최대의 그룹이 되는 겁니다. 저는 중국 공산당과 합작해서 설립했던 헝다의 주식을 모두 매각했습니다. 하지만 헝다 그룹은 부동산 투자 그룹이라서 더 성장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아마도 전기차를 생산한다고 발표하면서 주식의 가치는 더 상승할 거고요.]
[그 말씀의 뜻은 헝다 그룹이 부동산 투자를 넘어서서 전기 자동차 산업까지 진출할 수 있게 저보고 만들라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회장께서는 나를 믿으실 수 있습니까?]
그 말대로다.
결국 핵심은 유인혜의 아버지를 신뢰할 수 최태성이 있느냐다.
아무리 멋지고 대단한 계획을 성공시켜도 마지막에 실무자가 배신한다면 물거품이 되고 마니까.
그렇기에 당연히 최태성도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저는 그렇게 낭만적인 사람이 못 됩니다. 아시는 것처럼.]
[인혜가 또 인질이군요.]
[제가 계획하신 그대로 움직이시면 한 세대가 지난 후에 유인혜 씨와 그녀의 자손들은 중국 최고의 부자가 되어 있을 겁니다. 그거 하나는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이 망해도 부자는 살아남는다는 겁니까?]
[아니죠, 중국 공산당이 완전히 망해야 재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사실 최태성은 중국의 뒤통수를 치면서 합작회사들의 주식을 모두 매도한 상태였고.
그에 따라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지금은 1998년이고 그래서 중국은 경제적으로 무한 성장을 하는 시대이니 여전히 통통하게 살이 오른 수탉이었다. 그러니 다른 방식으로 수탉인 중국의 털을 완전히 뽑을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