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동아리
1 화
첫 번째 괴담 - 안내 방송 (1)
고등학교에 입학한 첫날 아침이었다.
입학식을 기다리며 교실에 멍하니 앉아 있던 중 갑자기 팟, 하는 소리와 함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미스테리와 비밀이 가득한 낙성 고등학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학교에 숨겨진 음습한 비밀들을 밝혀내거나, 도시 전설과 괴담들에 맞서 싸우며 포인트를 얻어 특수 능력 들을 획득해 보세요. 그리고 함께할 동료들을 모아 졸업하기 전까지 마왕의 부활을 저지하세요. 세상은 당신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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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에서나 볼 법한 메시지 창.
놀란 마음에 주위를 둘러봤지만 다른 학생들은 아무도 이쪽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앉아서 핸드폰을 하거나 잡담을 나눌 뿐.
이게 뭔가 싶어서 멍하니 글자들을 보던 중, 교실 벽에 달려 있는 스피커에서 입학식을 안내하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방송실에서 알립니다. 현재 교내에 정전이 일어나 전기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티브이 송출이 불가한 관계로 입학식은 운동장에서 할 예정이오니, 신입생 여러분은 운동장으로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알립니다…….]
교실 안의 학생들이 웅성웅성 불평을 내뱉으며 일어섰다.
나 역시 멍하니 일어서서 같이 이 동을 했다.
학생들에게 휩싸여 복도를 걸어가면서도 메시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손을 허공에 휘휘 저어 봤지만 눈 앞의 글자들은 아무 느낌도 없이 내 손을 통과할 뿐.
‘홀로그램……?’
영화에서 본 것 같기도 하다.
『미스테리와 비밀이 가득한 낙성고등학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학교에 숨겨진 음습한 비밀들을 밝혀내거나, 도시 전설과 괴담들에 맞 서 싸우며 포인트를 얻어 특수 능력 들을 획득…….』
다시 한번 슬쩍 주위를 둘러보며,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다.
아무래도 이 메시지는 나한테만 보이는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고 인파에 섞여 운동장으로 나섰다.
* * *
운동장에는 선생님들이 돌아다니며 간격을 맞추고 계셨다.
나 역시 불평을 내뱉는 학생들 틈에 섞여 줄을 섰다.
요즘에는 굳이 학생들을 운동장에 불러 모으지 않고 대부분의 일정을 교내 송출로 해결하는 시대다.
신입생들은 귀찮은 듯 여기저기 투 덜거리며 짜증을 냈지만, 곧이어 교장으로 보이는 남성이 단상 위에 서자 좌중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아아, 사랑하는 낙성고등학교 신입생 여러분, 정말로 반갑습니다. 우
선 본교에 입학하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드리는 바입니다. 저는 이 학교의 교장을 맡고 있는……
그 말과 함께 단상 위에서 근엄하게 설교를 시작하려던 교장의 머리 가 갑자기 폭발했다.
피 분수가 솟구치며 뭔가가 여기저기 떨어졌다.
좌중은 조용해졌고, 질퍽거리는 효 과음만 들렸다.
머리가 사라진 채 비틀대는 교장의 몸뚱이는 이리저리 휘청거리며 단상에 피 칠갑을 했고.
이내 기우뚱거리다가 쓰러졌다.
풀썩.
“꺄아아- 아악!”
“으, 으어어어……
그제야 비명을 내지르는 학생들.
아연실색해서 자리에 주저앉거나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단상 위를 손으로 가리켰다.
선생님들은 단상 옆에서 신입생들과 마주 보고 서 있었기에 교장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하다 가, 학생들의 아우성을 듣고 급히 고개를 돌렸다.
“교... 교장 선생님......?”
“김 선생! 당장 119 부르세요!”
“괜찮으십니까? 이런, 미친……!”
단상 위에 다가갔던 선생님 중 비 위가 약한 몇 사람은 고개를 돌리며 구역질을 했다.
신입생 중 여자들은 울거나 주저앉아 오늘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서로 부축해 주는가 하면, 남자들은 질색 한 표정으로 단상을 쳐다보거나 놀 란 눈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순간, 더 기겁할 일이 펼쳐졌다.
퍽 -
단상 위에서 이리저리 뭔가를 지시하던 깐깐해 보이는 중년 여성의 머리도 갑자기 터지며 피 분수를 내뿜더니, 이윽고 단상에서 가까이 있는 사람들부터 차례대로 머리가 터지며 새빨간 피 보라가 뿌려졌다.
“으아아아악!”
“꺄아아악!”
이제는 남녀 할 것 없이 너도나도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다.
처음 교장의 머리가 터질 때만 해도 무슨 상황인지 몰라 호기심에 주위를 살피던 학생들도 예외 없이 겁에 질린 채 학생들에게 휩쓸려 같이 도망갔다.
털썩- 털썩 -
나 역시 학생들과 엎치락뒤치락하며 미친 듯이 단상으로부터 도망쳐 달렸다.
목표는 학교의 정문.
달려가는 도중에도 등 뒤로 무언가 가 터지는 소리와 구르는 소리가 계 속 들려온다.
신입생들의 머리가 터지고, 달리던 관성을 몸이 이기지 못해 운동장 바닥을 구르기도 한다.
헉, 헉, 헉…….
숨이 찬다.
‘미친, 뭐야……'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도망쳐야 한다.
정문 가까이 도착했을 때쯤, 저 멀 리서 경비 아저씨가 소리를 지르는 게 들린다.
“야, 인마! 너희 뭔데! 입학식 중인데 갑자기 어딜 나가, 이 새끼들아.”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 했는지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연신 우리를 향 해 호통을 친다.
“야, 멈추라고! 내 말이 장난 같아? 야, 이 X발 새끼들아 제자리로 안 돌아가? 돌아가라고!”
경비실이 있는 정문에서 단상까지는 운동장의 끝과 끝 정도의 거리.
300명에 달하는 신입생들의 인파 와 달려오는 학생들이 일으키는 흙 먼지에 가려, 경비는 지금의 참극을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이런 X발, 아무리 그래도 수십 명 이 넘게 달려가는데 이상하다는 생각도 안 드나……
욕지거리를 뱉으며 뛰어가는 나를 운동부처럼 보이는 학생들이 앞질러 간다.
선두로 달려간 운동부는 그대로 앞을 막아서는 경비의 어깨를 사정없이 퍽, 치고 정문에 도달했다.
“어이쿠……”
바닥을 뒹구며 흙투성이가 되는 경 비.
정문 앞에 도달한 운동부 몇 명은 정문이 잠겨 있는 걸 알았고. 몇 번 흔들다가 욕을 내뱉고는 철장을 타고 올라 학교 밖으로 탈출했다.
“야! 이런 X발, 멈추라고! 야!”
다시 일어서며 고함을 지르는 경 비.
곧 정문 근처는 씩씩대며 소리 지르는 경비와 문을 타고 넘으려는 학생들 간의 실랑이로 완전히 아수라 장이 되었다.
그중 운동 신경이 없어서 문을 타고 넘기 어려운 여학생 몇몇이 울부 짖으며 경비한테 외쳤다.
“아저씨, 우리 다 죽게 생겼다구요! 앞에서 머리가 막 터져요! 빨리 문 열어 주세요. 제발요!”
“뭔 개소리야! 가서 선생님들 데리고 와! 선생님들 어디 있어!”
경비는 직업 정신이 철저한지, 선생의 허락이 있기 전까지는 어림도 없다며 돌아가라고 호통을 쳤고.
기어코 닫힌 정문을 오르는 학생들의 엉덩이를 붙잡고 땅바닥으로 끌어 내리기 시작했다.
퍽 _
그 와중에도 운동장 저 멀리 중간 쯔
뒤늦게 달려오는 학생들의 머리가 피 보라를 내뿜으며 터지고 있었고.
학생들은 드디어 발광하기 시작했다.
“경비 이 X발 새끼야! 문 열라고, 개새끼야!”
“뭐? X발 새끼? 야, 인마! 너 일로 와 봐!”
경비는 욕한 학생의 목덜미를 붙잡더니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짝_ 짜악 -
인생에서 남은 정체성이라곤 학교 정문을 지킨다는 사명감뿐이었는지 분을 참지 못하는 경비 아저씨.
“아아아악! X발, 정문 열라고 경비 개새끼야!”
전력 질주로 도망쳐서인지 아니면 이 정신 나간 상황으로 인해 다리의 힘이 풀려서인지.
문을 넘어가지 못한 학생들도 합세해서 경비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문 열어 X발! 열쇠 내놔아!”
여태껏 고함을 지르며 절대 안 된다고 윽박지르던 경비도 인파가 몰리자 당황한 듯 뒷걸음질 치기 시작
했다.
“윽, 뭐야? 뭔데, 엉? 어린놈의 새 끼들이……!”
“문 열라고, 이 X발 새끼야! 문 열라고!”
“열쇠 내놔요! 열쇠 내놔아!”
피 보라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학생들이 자기 주머니를 뒤지려 달려들자 몸을 웅크리고 열쇠를 숨기는 경비.
여자들은 몸을 웅크린 경비의 머리를 손톱으로 미친 듯이 할퀴어 댔고, 남자들은 주먹으로 어깨를 치거
나 경비의 몸에다 발길질을 해 대기 시작했다.
퍽- 퍽- 퍽- 퍽-
“크어억! 아아아악!”
고통에 소리 지르는 경비.
그의 주머니를 뒤지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학생들.
학교 앞 정문은 그야말로 광란의 도가니였다.
“으어억, 으어어억……
“내놔아아! 내놓으라고오오!”
경비는 여학생들의 손톱에 피부가 긁혀 나가면서도 기어코 주머니를 간수했다.
끔찍하고 답답한 광경이지만 나에 게는 오히려 잘된 일.
이 소란 덕분에 정문 모서리 쪽에 자리가 비었기 때문이다.
“허억, 허억……
나는 빠르게 정문 앞에 도달해서 공간을 확보한 후 문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쇠창살로 된 정문은 발 디딜 곳이 마땅치 않아 미끄러웠고, 문 끄트머 리엔 외부인 방지용 창살도 조각돼 있었다.
타고 넘기가 상당히 까다로웠지만 살아야 한다는 본능 덕분에 젖먹던
힘까지 발휘했다.
어찌어찌 겨우 문 위를 넘어서는 데 성공했다.
엉덩이를 찌르고 있는 뾰족한 창살 위에서 잠시 한숨을 돌렸고.
이제 몸을 돌려서 학교 밖 보도로 뛰어내리기만 하면 된다.
“흡!”
몸을 돌려 정문 위에서 뛰어내리려던 순간.
머리가 터지는 범위가 어느새 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바로 앞에는 학생들에게 붙잡혀 얼굴이 피떡이 된 채 맞고 있는 경비
가 보인다.
학생들은 경비에게서 열쇠를 빼앗아 문을 열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경비 자체를 없애 버리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
생존을 위협하는 극심한 상황에서 누군가 자기의 탈출로를 방해하자, 절박함의 방향이 그만 광기에 물든 폭력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학생들은 공포에 질린 채 절규하는 얼굴로 경비의 얼굴을 내려찍고 있다.
“죽어어! 죽어어! 왜 방해하는 데 에에! 죽어, X발……!”
“윽, 커억, 컥, 커어어……
곧이어 경비와 그 주위 학생들마저도 머리가 터져 나갔다.
그리고 내 바로 아래.
정문을 기어오르려는 학생들의 머리 역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X발!’
나는 급히 반대 방향으로 점프를 해서 착지했다.
타악-
‘학교 밖으로 나오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숨을 몰아쉬며 질주하려던 순간.
나 역시 머리가 부풀어 오르는 감각이 들었다.
‘···학교 밖에 나오면 살 수 있는 게 아니었어?’
그렇다.
나는 도망치는 분위기에 휩쓸려 무심코 학교 밖이 살길인 것처럼 달려 왔지만.
그저 이 위기 상황에서 탈출구라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본능적으로 달려 왔을 뿐.
살 수 있는 건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머리가 풍선처럼 끊임없이 부 풀어 오르는 기묘한 감각을 맞이했고.
곧 어마어마한 충격음과 함께 정신
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당신은 죽었습니다.]
[체크 포인트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로딩중…….]
파앗-
* * *
『미스테리와 비밀이 가득한 낙성 고등학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학교에 숨겨진 음습한 비밀들을 밝혀내거나, 도시 전설과 괴담들에 맞 서 싸우며 포인트를 얻어 특수 능력 들을 획득해 보세요. 그리고 함께할 동료들을 모아 졸업하기 전까지 마왕의 부활을 저지하세요. 세상은 당신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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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교실 안이었고.
학생들은 핸드폰을 보거나 조용히 잡담을 나누며 입학식을 기다리고 있다.
정전 때문에 교실의 불은 꺼져 있었다.
하지만 아침의 햇살이 창을 뚫고 들어와 그렇게 어둡지는 않았다.
오히려 평화롭기까지 한 아침의 교실.
어떻게 된 걸까.
방금 나는 분명히 기괴한 현상에 휩쓸렸고, 학교 밖으로 탈출하려다 가 머리가 터져 죽은 참이었다.
어째서 내가 지금 살아 있는 걸 까……?
전력 질주로 도망치는 300여 명 학생들의 땀 냄새와 광기 그리고 피 분수가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예지몽인 걸까. 아니면, 시간이 되돌아온 걸까…….
‘뭐지… 무슨 이런 일이……
교실 안에서 넋이 나간 채 주위를 둘러보다가, 아까는 경황이 없어서 자세히 살펴보지 못한 메시지 창의 마지막 문장이 눈에 띄었다.
『>클릭하면 다음 페이지로 넘어 갑니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도무지 이해를 못 하겠지만.
일단은 내 눈앞에 펼쳐져 있는 이 메시지 창과 뭔가 관련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릭? 클릭이라……
어떻게 클릭하라는 걸까.
일단은 터치스크린을 사용하듯이 눈앞에서 깜박거리는 마지막 문장을 손가락으로 톡 건드려 봤다.
파앗-
정답이었는지 메시지가 떠 있는 화면이 전환되며 새로운 문장들이 나 타났다.
[튜토리얼을 시작합니다.]
『당신은 평범하고 숫기 없는 학생으로, 그다지 잘하는 것도 없고 매력도 평범한 탓에 심심한 학교생활을 보내 왔습니다.
오늘은 고등학교의 3년을 시작하는 첫날.
다른 사람들에게는 설렘이 가득한 날이겠지만 당신은 지금까지처럼 딱히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고 크게 감흥도 없을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입학식을 하게 되며 당신은 ‘이 학교는 아무래도 평범한 곳이
아닌 것 같다’는 예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불길한 예감은 당신이 이곳에서 겪게 될 사건들이 단순히
범죄적인 것들이 아닌.
보다 더 미쳐 있고 괴담스러운 것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걸 암시하고 있지만, 어쨌거나 오늘은 길고 긴 3년의 첫 하루일 뿐입니다.
당신은 이런 예감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맙니다.』
[퀘스트를 받았습니다.]
〈퀘스트 - 튜토리얼〉
○동아리를 창설하기 위해 3명의 친구를 만드세요. (현재 0/3)
○보상 : 10 괴담 포인트, 상태창 잠금 해제.
저절로 헛, 하는 놀란 추임새가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뭘까.
이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까.
퀘스트, 튜토리얼. 그건 마치
‘게임’
같잖아.
허공의 메시지들을 읽고 또 읽으며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던 와중, 갑자기 치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교실의 스피커가 켜졌다.
[방송실에서 알립니다. 현재 교내에 정전이 일어나 전기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티브이 송출이 불가한 관계로 입학식은 운동장에서 할 예정 이오니, 신입생 여러분은 운동장으로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알립니다…….]
괴담 동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