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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동아리-6화 (6/130)

6 화

두 번째 괴담 - 웃는 여자 (2)

학교에서 15분쯤 걷자 저 멀리 아파트 단지가 보였다.

중산층이 사는 평범한 동네 아파 트.

우리 집이다.

지난 생에서 낙성고 폐교 후 우리 가족은 정부의 지원으로 한강 건너로 이사를 했었고, 그곳에서 3년을 살다가 회귀했으니 내 시점에서 이

집을 방문하는 건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말 그대로 옛날에 살았던 고향집을 다시 가는 기분.

처음에는 3년 만이라 혹시 길을 잊어 먹은 건 아닐까 걱정하며 찾아 왔지만 이렇게 인도를 따라 걸으니 금방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맞아, 여기 이런 가게가 있었지. 여기서 떡볶이 人} 먹었었는데……

저 가게는 엄마 심부름한다고 자주 왔다 갔다 하던 마트.

저 음식점은 생일날 가족끼리 외식 했을 때 갔던 곳이고…….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우리 집 아파트.

3년 만이지만 금세 내가 살았던 동과 층까지 기억이 선명해졌다.

왠지 두근거리는 마음을 주체 못하고 서둘러 단지 입구로 들어섰다.

‘그런데… 우리 동 출입구 비밀번 호가 뭐였더라.’

내가 살던 아파트 동 출입구 앞.

나는 그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며 서 있었다.

‘아씨, 뭐였지?’

이런 젠장.

고개만 들면 바로 몇 층 너머 우

리집이 보이는데 들어갈 수가 없다 니.

베란다의 적당히 불투명한 유리 너 머로 빨랫감들이 널려 있는 것마저 선명하게 보인다.

‘···갑자기 부모님께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고 전화하는 것도 이상하겠지?’

사실 이상할 것까지야 없지만 또 굳이 그렇게 할 필요까지 있나 싶은 마음이다.

결국, 안에서 누군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앉아 있어 보기로 했다.

오전이라 오가는 사람도 드물다 보니 한참을 앉아 있은 후에야 안에서 아줌마 한 명이 나오면서 문이 열렸다.

서둘러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안에 올라탄다.

‘7층.’

두근두근.

엘리베이터 안에 붙어 있는 벽보, 전단지, 익숙한 무늬들까지.

모든 게 그대로였다.

수련회니 수학여행이니며칠만 밖에서 자다 들어와도 굉장히 낯설게 느껴지는 공간이 집인데, 나는 무려

3년 만이다.

군대를 마치고 오랜만에 집으로 복 귀할 때의 기분이 이런 느낌일까?

반가운 느낌도 들고, 여기는 모든 게 그대로구나 싶은 기묘한 안정감과 함께 두근거리는 마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현관문 옆에 엄마가 버리려고 정리해 놓은 재 활용 쓰레기들을 보자 두근거림은 최고조가 되어 있었다.

‘엄마를 보면 뭐라고 인사해야 하지? 내 예전 컴퓨터는 그대로이려 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비밀번호를 치고 현관문을 열었다.

집 비밀번호는 기억하고 있는 게 다행이었다.

“다녀왔습니다~!”

힘차게 외쳤지만 집 안은 조용했다.

“ 엄마?”

주방으로 가자 식탁 위에 엄마가 남겨 놓은 쪽지와 돈 만 원이 보였다.

[오늘 입학식 한다고 일찍 왔지? 엄마 퇴근하면 6시니깐 배고프면 치킨 사 먹어라.]

“ 엄마……

기억났다. 엄마는 3년 전에 맞벌이를 한다고 마트캐셔로 매일 출근했었다.

나는 엄마가 보고 싶은 마음에 눈 물을 글썽이며 중얼거렸다.

“왜 만 원만… 요새 치킨 2만 원 가까이 한다구요……

엄마가 보고 싶다. 아빠도 보고 싶고.

못 본 지 오래된 건 아니다.

내 기준에서도 바로 어제 봤으니 깐.

하지만 지난 생에서 부모님의 죽음

을 눈앞에서 본 후 과거로 돌아왔기에 마음이 더 애탄다.

“후우……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 것도 아니고.

조급해하지 말고 오랜만에 돌아온 나의 집을 천천히 만끽하기로 했다.

숨을 흐읍 들이마셔 본다.

아버지가 사 놓은 난초들과 어머니 가 사 놓은 탈취제가 섞인 이 그리운 집 냄새.

사람 사는 집 같다.

전생에서 급하게 이사한 집은 나쁘 지는 않았지만, 왠지 정이 안 갔던

것도 사실.

하지만 이 예전 집은 공기와 특유의 분위기까지 모두 그대로다.

고향이라는 단어는 미디어에서는 시골을 뜻할지 몰라도 도시에서 태 어나 도시에서 자란 나에게는 가족 이 오랫동안 함께 살았던 이 집이 마음의 고향이었다.

지난 생에서 낙성고 폐교 후 정부는 생화학 테러를 염두에 두고 급히 인근 주민들을 이동시켰고, 그 후로 여기 일대는 폐쇄가 돼 버렸기에 근처로 구경도 올 수 없었다.

항상 그리웠던 장소.

먼저 화장실에 들려서 소변부터 봤

는데, 자주 반신욕을 하던 욕조부터 예전에 쓰던 칫솔 하나하나까지도 내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이사한 집에는 욕조 대신 괴상한 샤워부스가 달려 있어서 불편했지.’

역시 화장실에는 욕조가 있어야 한다.

‘내 방. 내 방도 그대로일까.’

볼일을 마치고는 서둘러 내 방으로 갔다.

내 방은 기억 속 모습 그대로였다. 커튼과 침대. 책상. 그리고 컴퓨터. 전생에서 너무 급하게 이사하느라 컴퓨터 같은 개인적인 물품들은 미

처 못 챙겼었다.

덕분에 이 안에 있던 게임 파일들과 추억이 담긴 사진들, 개인적으로 쓰던 일기 등등 모든 걸 잃어버려서 항상 아쉬웠는데 드디어 되찾은 것이다.

입학식이라 일찍 집에 온 것도 느낌이 이상한데, 심지어 옛날 집이다.

가만히 내 방 침대에 앉아 있으니 마치 꿈을 꾸는 기분이다.

기쁘다거나 하는 감정이 들어서 꿈 같은 게 아니고, 정말로 뭔가 아련 하고 몽롱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옛날에 살던 집이라는 건 그랬다.

가만히 그곳에 앉아만 있어도 생각에 잠기게 된다.

“···컴퓨터.”

한참을 앉아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디 볼까, 내가 3년 전에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더라.”

컴퓨터를 키고 바탕화면을 보자 그 리운 폴더들이 가득했다.

“맞아, 이때 이런 게임을 하고 있었지… 어디 인터넷 방문 기록을 한 번 볼까. 오, 전생고무신. 맞아, 이 때 이 웹소설 한창 읽었었는데… 배

틀그라운드가 이때도 있었구나. 생각보다 오래 했었네… 아, 이건

그렇게 추억에 잠겨서 컴퓨터를 뒤 적거리고, 집을 둘러보다가 어머니 가 놔두고 가신 돈으로 치킨을 시켜 먹고 티브이를 보며 뒹굴거리다가, 다시 집 밖으로 나가서 아파트 단지를 둘러보고, 놀이터에 앉아서 추억을 곱씹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 돼 있었다.

집에 가서 핸드폰을 하고 있자 현관문의 도어락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부모님이 퇴근하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아“아“아'아“이'~~~! 이'빠*아"아“아' 아아!”

다다다 달려가서 맞이했지만 아무렇지 않게 들어오시는 어머니와 아버지.

“어머, 얘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반가워하니?”

“보고 싶었어요……

“허 참, 무슨 일있니? 집에서 귀 신이라도 본 거냐.”

너털웃음을 지으시며 농담을 던지시는 아버지.

덕분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 가족은 다 같이 저녁 식사를

했다.

내 입학식은 어땠는지, 친구는 만들었는지 등의 이런저런 대화를 나 눴고, 나는 이렇게 부모님과의 재회를 만끽하며 남은 하루를 보냈다.

《상태창》

이름 : 이준

나이 : 17

칭호 : 주인공

성향 : [양면성] 〉 클릭하여 펼치 기

특수 능력 :

1. -없음-

2. -없음-

3. -없음-

기벽 : 벼락치기

클릭.

성향 : [양면성]

- 당신의 성향은 양면적입니다.

- 당신은 혼자 있으면 외롭고 같이 있으면 귀찮음을 느낍니다.

- 당신은 언뜻 사교적인 듯 보이 나 사실은 내성적인 편입니다.

- 당신은 평소엔 신중한 편이지만 때로는 충동적으로도 변합니다.

>이러한 양면성 덕분에, 당신은

서로 상반된 두 가지 심리가 늘 마음속에서 충돌하여 어떤 일을 해도 끝까지 추진해 나가는 힘이 부족합니다. 대신 그 양면적인 성향 덕분에 상황을 여러 각도에서 보는 관점은 뛰어나 잔머리는 잘 굴러갑니다.

“나 병신이네?”

자기 전 침대에 누워서 내 상태창을 곰곰이 읽어 보다 기가 막혀 혀를 찼다.

“장점이 뭐야? 잔머리?”

물론, 나도 내 성격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무슨 일을 해도 중간 이상은 하지만, 정작 끝까지 마무리 지어 본 일은 잘 없다.

대인 관계에서도 혼자 있으면 외롭고 함께 있으면 혼자이고 싶은 심리가 있다.

경제 관념에 있어서도 평소에는 안 쓰는 불은 반드시 꺼 두고 전기 코드도 뽑고 생활하는 등 절약 정신을 실천하지만, 마음에 드는 게 나타나면 정신을 못 차리고 훅 질러 버리 기도 한다.

어딘가 모순적인 성격.

스스로도 짐작하고 있었지만 시스템은 나에게 더 정확한 서술로 팩트

폭력을 날려 버렸다.

“···나라고 이런 성격이고 싶었겠냐.”

날 때부터 이런 걸 어쩌라고 하는 억울한 마음도 들었지만, 역시 이 시스템은 내 인지를 초월해서 작용 한다는 걸 새삼 느꼈다.

그냥 복잡한 성격이라고만 단정 짓고 있었던 나에 비해 시스템은 양면적이라고 딱 정의를 내려 준 것이다.

‘다른 건 더 없나?’

나는 일반 온라인 게임에서처럼 힘이나 민첩, 지능 같은 능력치는 없는 건가 싶어서 이것저것 뒤적거려

봤는데 아무래도 그런 수치는 없는 가 보다.

그리고 그렇게 뒤적거리다가 상태 창을 접으니 메인 화면이 나왔다.

« 메인 화면 »

[2019년 3월 4일 월요일, 23:03]

[이준 - 2회차, 튜토리얼 중]

[괴담 포인트 : 13]

[인과율 : 2%]

상태창

동아리 관리(잠금)

통계

설정

아마 이게 가장 기본으로 표시되는 메인 화면인가 보다.

“2회차는 무슨 뜻이지? 처음에 대가리 터져서 죽은 거 합치면 3회차일 건데……

그리고 인과율은 또 뭔지, 눌러도 반응이 없어 알 수가 없었고 동아리 관리 메뉴는 잠금되어 있어 클릭이 안 됐다.

“3번, 통계 클릭.”

파앗-

〈〈통계〉〉

-시간 합계-

[플레이 시간 합계 : 3년 0달 0 일 23시간 03분 57초]

[잠자는 데 보낸 시간 : 1년 02달 13일 7시간 30분 25초]

[낙성고에서 보낸 시간 : 11시간 21분 42초]

[친구와 얘기하며 보낸 시간 : 83 시간 48분 37초]

[공부하는 데 보낸 시간……』

[게임하는 데 보낸 시간……』

-횟수 합계-

[죽은 횟수 : 2번]

[괴담과 마주쳐 살아남은 횟수 : 1 번]

[체크 포인트에서 다시 시작한 횟 수 : 1번]

[마왕이 부활한 횟수 : 1번]

“별게 다 있네, 참나.”

통계는 게임 메시지가 처음 떠올랐던 3년 전의 입학식을 기준으로, 말 그대로 그 후의 나에 관련된 온갖 통계를 나타내 주는 듯하다.

‘체크 포인트라……

온라인 게임을 주로 하는 나에게는 생소한 단어다.

옛날에 하던 콘솔 게임에서 몇 번 본 것 같기도 하고.

아마 ‘저장/불러오기’ 기능을 간단하게 체크 포인트라고 불렀던 것 같기도 하다.

‘나머지는... 어디 쓸데가 있으려나. 골치 아프군.’

아무래도 몇 번 더 죽어 가며 겪어 봐야 감이 올 것 같기도 하다.

“다음! 4번, 설정 클릭.”

〈〈설정〉〉

[그래픽 옵션]

[오디오 옵션]

[컨트롤 옵션]

그래픽 옵션에는 밝기, 대비, 감마 조정 같은 수치가 있었다.

수치를 늘이거나 줄일수록 실시간으로 내 눈앞의 시야가 하얗게 변하기도 하고 어두워지기도 하여 신기 했는데 딱히 실용성은 없어 보였다.

밝기를 올리는 건 어두운 곳에서 쓸모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방 안에서 실험해 보니 전혀 아니었다.

수치를 올려 보니 실제로 밝아지는 게 아니라 그저 내 눈에 하얀 필터 만 스윽 씌이는 느낌이라서 물건이 딱히 더 잘 보이는 게 아니었다.

“젠장, 쓸모없잖아.”

[오디오 옵션] 클릭.

오디오 옵션은 그나마 나았다.

허공에 뜬 볼륨 수치를 줄이거나

낮추어 보자 소리가 실시간으로 조절되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늦은 시간 방 안에서 혼자인 상황이라 이미 조용하기는 했지만, 수치를 완전히 낮추자 거실에서 미세하게 들리던 냉장고 소음부터 내 심장 소리까지 온 세상이 조용해졌다.

‘···좀 좋은데. 이거면 시끄러운 곳에서 귀마개는 필요 없겠군.’

물론, 정말로 이 세상의 모든 소리 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시스템이 내 감각에만 착각을 일으키는 것뿐 이겠지만.

컨트롤 옵션은 뭔가 싶어서 이것저 것 눌러 봤더니, 손을 움직이려는데

갑자기 발이 붕 움직이는 등 도저히 써먹을 수가 없는 옵션이었다.

“미친, 쓸모 있는 게 하나도 없어.” 혼자 낑낑대며 발을 움직여 다시 옵션을 원래대로 돌려놓다 보니 시계가 어느새 12시를 가리킨다.

이제 슬슬 자야겠다.

괴담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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