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담 동아리-8화 (8/130)

8 화

두 번째 괴담 - 웃는 여자 (4)

···정신을 차리자 나는 책상에 앉아 있었다.

아침 햇살이 비추는 교실.

조용히 앉아 있는 학생들.

학교다.

‘···학교.’

학.

...교 ...구나.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그대로 한 숨을 푸욱 내쉬었다.

후우, 후우.

···나, 살아 있네.

어쨌든 살아 있다.

‘다시 돌아왔구나.’

그 지겹던 입학식으로.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참나.

아니, 약간 이상하다.

아침이고 교실인 것까지는 똑같다.

그런데 뭔가 미묘하게 다르다.

뭘까… 뭔가 다른데. 뭐지.

···전등.

아침이라 햇살이 밝아서 불을 켜나 마나 별 차이가 없어 알아차리는 게 늦었지만, 교실 안에는 전등이 켜져 있었다.

입학식 때는 분명히 정전이라 꺼져 있었다.

‘지금이며칠이지?’

나는 바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 내 날짜를 확인했다.

[3월 5일, 화요일. 07:59]

그와 동시에 교실 앞문이 과격하게 드르륵 열린다.

“헥, 헥······

선아였다.

간신히 지각을 면한 선아는 숨을 고르며 근처 비어 있는 책상에 대충 앉았다.

나는 오늘 아침으로 돌아온 것이다.

잠시 있자 중년의 탈모남 담임 선생님이 ‘홋홋홋’ 하고 웃으며 교실에 들어와서는 지금부터 자리를 제

비뽑기로 나눌 거라고 했다.

“자~ 여러분. 앞사람씩 나와서 이 종이를 뽑아가세요.”

반 학생들이 슬금슬금 일어나서는 교탁을 중심으로 줄을 섰다.

학생들 사이에 엉거주춤 서 있는 선아와 경원이의 모습도 보인다.

‘이번에는 오늘 아침으로 돌아왔구 나.’

기준이 뭘까.

그렇게 고민하며 나도 일어서서 줄을 섰다.

‘아까 어떤 종이를 뽑았더라? 이거

였던가?’

뽑아서 펼쳐 보니 다행히 26. 아까랑 같은 숫자.

이왕 되돌아온 거, 나는 굳이 변화를 만들기보다는 방금과 같은 흐름으로 가면서 천천히 관찰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숫자에 적힌 자리를 찾아가자 내 옆에는 짝꿍 덕훈이가 숨을 쒸익, 쒸익, 몰아쉬며 짐 정리를 하고 있었다.

‘아까전엔 내가 먼저 인사를 했었고, 말투를 통해 오타쿠라고 짐작하자 이해도가 올라갔었지.’

나는 문득 시스템창도 똑같이 시간

이 되돌아간 걸까 싶어서 인사를 하기 전 덕훈이의 상태창을 먼저 열어 보았다.

팟-

《상태 창》

이름 : 오덕훈

나이 : 17

성향 : ???

특수 능력 : ???

기벽 : ???

이해도 : 15/100

‘흐음……

이해도는 이미 올라가 있었다.

아마 이 시스템은 시간이 되감기는 걸 초월해서 작용하나 보다.

·♦·하긴, 그건 어젯밤에 메인메뉴에 서 통계를 통해 이미 확인했었지.

“안녕, 반가워. 잘 지내보자.”

“후욱… 반갑다능……

그리고 간단히 대화를 나누다가 아까처럼 질문을 던져 보았다.

“덕훈아, 어제 입학식 때 받았다가 바로 수거해 버린 학교 안내문 있잖아.”

“···어.”

“거기 이상한 얘기가 적혀 있었다는데 기억나?”

덕훈이는 이어폰을 슥 빼고는 내 근처 어중간한 곳에 시선을 두며 말 했다.

“아아, 웃는 여자 말하는 건가

“응, 맞아. 그거 기억나?”

쿡쿡대고 웃는 녀석.

“웃는 여자와 마주치면 절대 아는 체를 하지 마루요……

“아는 체를 하면 안 되는 거야?”

“다메.”

“그거 외에는 기억나는 낱말 없

어‘?”

“젠젠.”

“다메랑 젠젠, 그거 무슨 말이야? 일본어야?”

덕훈이가 움찔하더니 대답한다.

“…‘안 돼’ 그리고 ‘전혀’라는 뜻이야.”

“그렇구나, 고마워.”

덕훈이는 다시 이어폰을 끼고는 애 니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별 의미 있는 단어는 아니었구나.’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선아의 자리.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교육 잘

받은 상류층의 귀한 따님 같은 분위 기를 풍기는 하윤이가 태연하게 책을 읽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옆에는 처음 보는 짝꿍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는 가난한 선아의 모습.

선아가 나를 발견하자 반가운 표정을 짓는다.

빨리 아는 체를 하고 싶지만, 소심 한 성격 탓인지 머뭇거리는 얼굴.

나는 그런 선아를 보자 알 수 없는 애틋한 감정이 느껴졌다.

방금 전 죽음을 피해 함께 도망쳤던 일 때문일까.

아니면 부담 없이 친구 사이를 다시 이어 나갈 수 있게 되어서일까.

“안녕. 오늘 지각할 뻔했던데.”

“할머니가 늦게 깨워 주셔서……

“할머니랑 둘이 살아?”

« 응 ”

“짝꿍이랑은? 인사했어?”

“아직……

이쪽을 힐긋 쳐다보고는 다시 책을 읽는 하윤이.

나는 인사를 건네 보았다.

“안녕, 난 이준이야.”

그러자 하윤이는 언제 무표정이었

냐는 듯 바로 생긋 웃으며 나에게 인사해준다.

“응, 안녕. 난 인하윤이야.”

“혹시 어제 안내문 나눠 줬다가 다시 수거해 간 거 기억나?”

“응. 왜?”

“거기 이상한 주의문이 있었다는데 혹시 기억하고 있어?”

“기억나. 궁금해?”

“어어, 궁금해서. 좀 말해 줄래?”

이어서 가느다란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는 생각하는 제스처를 취하는 그녀.

“학교 안에서 기이하게 웃는 여자

를 발견할 시 못 본 체하고, 지나갈 때까지 자연스레 행동하세요…였던 것 같아.”

“되게 섬뜩하다.”

여기서 선아가 소외되면서 그걸 풀어 주려고 매점에 가는 흐름이었는 데.

‘매점에는 가지 말자.’

그렇게 생각하며 이번에는 선아를 바라보며 문장을 끝마쳤다.

“그치? 섬뜩하지?”

선아는 흠칫하더니 이내 살짝 안심 한 듯 웃는다.

“웅, 이상해.”

그리고 우리 세 명은 간단하게 어느 중학교에서 올라왔는지 등 잡담을 나누며 쉬는 시간을 보냈다.

다음 시간은 영어 시간이었는데 첫 시간이라 각자 이름을 영어로 소개 하며 수업이 지나갔다.

다시 다음 쉬는 시간.

나는 매점에 가는 대신, 혼자 복도로 나와서 복도 창문을 통해 매점을 지켜봤다.

‘그 여자, 어디서부터 나온 거지?’

잠시 기다리자 매점과 맞붙어 있는, 학교의 경계선을 표시해 주는 담벼락 위로 새하얀 무언가가 툭 튀

어나와 있는 게 보였다.

새하얀 얼굴을 한 여자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담벼락 위에 튀어나와 있었다.

웃는 여자가 담벼락 뒤에 서 있었던 것이다.

그 여자는 학교 밖에서 담벼락과 맞붙어 있는 매점 지붕으로 기어 올 라가더니, 지붕 위에서 엉금엉금 기어서는 매점 입구로 쑥 내려갔다.

‘그래서 사람이 엄청 많았는데도 갑자기 입구 한가운데 나타날 수 있었구나.’

내가 식은땀을 흘리며 관찰하고 있자 옆에서 경원이가 다가와서는 물

었다.

“안녕. 어제 보고 인사하는 건 지금이 처음이네. 뭐 봐?”

“음, 어... 경원아.”

내가 당황하자 경원이가 내 시선을 따라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그리고 여자를 발견하고는 눈썹을 찡그렸다.

“···뭐 하는 사람이지?”

“경원아, 저기……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결심하고 말을 했다.

“경원아, 저게 아마 어제 안내문에 적혀 있던 웃는 여자 같아.”

“뭐?”

덕훈이나 하윤이나 웃는 여자를 조심하라는 주의문을 이상하다고 생각 했지만, 그 이상은 모르는 듯했다.

하지만 그 주의문을 보고 이건 매뉴얼 괴담이라고 딱 잘라 말해 준 것은 경원이가 유일.

이 녀석이라면 뭔가 더 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매점 근처에 서 있던 학생 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뭐야, 놀래라……

“아줌마 뭐예요? 여기서 길막지 말고 비켜요.”

“아, X발, 길막……

저 여자가 움직이기까지 얼마 안 남았다.

나는 다급하게 물었다.

“경원아, 이상하겠지만 바로 대답 해 줘. 매뉴얼 괴담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해‘?”

경원이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나에게 돌렸다.

“바로 대답해 줘, 바로. 매뉴얼 괴담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은 어떻게 살아남아?”

“···주인공?”

굉장히 당황한 눈치.

“아무거나 생각나는 대로 빨리!”

“그게… 형식상 주인공이 딱히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어제 말했던 것 같은데. 기승전결이 없다고.”

갑자기 살짝 얕보는 듯 시선을 내 리 깐다.

“혹시 아직 이해를 못 한 거야? 간단한 개념이었는데.”

하지만 나는 굴하지 않고 녀석을 다그쳤다.

“이해는 했으니깐 X발, 그걸 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남는지. 그걸 빨리 얘기해 보라고!”

높은 프라이드와는 반대로 욕에는

면역이 없는지, 내 윽박에 기세가 눌려 조금 당황한 듯 움찔하는 녀석.

잠시 눈을 굴리더니 결국 생각나는 걸 대답해 줬다.

“아마, 뭐… 매뉴얼 괴담이니깐 매뉴얼대로 하면 살아남지 않을까? 기본적으로 주의문, 경고문의 형식이 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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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경원이는 피식 웃으며 다시 창문을 내다봤다.

“너 쓸데없이 진지한데. 설마 저 아줌마 보고 그러는 거야? 저건 그 냥 미친 여자가-”

“ 아니야 아 악!!!!!!!!!!!!!!!!!!!!!!!!!!!!!!!!!!!!!!”

순간 여자가 찢어지는 괴음을 지르더니 손에 들고 있던 무언가를 이쪽으로 후욱 던졌다.

공업용 커터칼.

그게 일직선으로 날아오더니 복도 창문을.

쨍그랑-

깨트리고는 경원이의 이마에 직선으로 박혔다.

유 욱 하

비명조차 못 지르고 ‘욱’ 소리를 한 번 내고는 고개가 뒤로 꺾여 버

린 곱상한 도련님.

그렇게 하고도 커터칼의 힘이 남았는지, 경원이의 몸뚱아리를 한참이 나 뒤로 질질 끌고 갔다.

풀썩.

결국, 벽에 부딪혀서야 멈췄다.

이마를 늘어트리고 고개 숙인.

사귄 지 하루 된 자존감 높은 나의 친구.

안경원.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

복도에서 저 멀리 몇 명의 학생들이 숨을 들이켜며 놀래는 걸 빼고는

아직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경원이가 쓰러진 위치는 창문 밖에 서는 보이지 않는 각도라 매점 쪽에 서도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모르는 모양.

여전히 길을 비키라며 아우성치는 학생들이 보인다.

나는 빠르게 교실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매뉴얼대로? 못 본 체하라고?’

미친… 그게 인간이 할 수 있는 건가.

눈앞에서 미친 여자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사람을 죽이는데 자연스럽게

행동하라고?

영화배우가 와도 그런 연기는 못할 거다.

‘X발, X발……

몰라.

난 괜히 어려운 일을 나서서 해결 하는 영웅 타입이 아니다.

어쨌거나 아줌마 한 명이잖아.

경찰이 해결하든가 군대가 해결하든가 알아서 해라, X발.

일단은 도망갈 생각으로 사물함에 서 신주머니를 챙겨 달려나가려던 찰나, 문득 선아가 보였다.

자신에게 관심 없는 짝꿍 옆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가만히 눈치만 보며 앉아 있는.

나는 선아의 자리로 빠르게 걸어갔다.

“선아야.”

“···응?”

다시 반가운 표정을 하며 돌아보는 선아.

“저기······

어떻게 하지.

일단은 도망칠 생각이긴 한데.

저번 생에서처럼 혼자만 외롭게 살아남는 건 사절이다.

저 여자가 매점에서 난동을 부리는 동안 선아랑 함께 학교 밖으로 도망 치면, 저번처럼 저 멀리 지하철역까지 도망치면, 그러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나머지는… 그 후에 생각하자.

나는 패닉에 빠져 어떻게든 이 상황만 잘 모면해 보자는 생각에 휩싸였다.

“선아야, 저… 나랑 같이 운동장으로 산책 안 나갈래?”

선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나를 쳐다봤다.

“곧 쉬는 시간 끝나는데……

“쉬는 시간 연장됐대. 학교 사정으로.”

그 말에 옆자리의 하윤이가 힐긋 이쪽을 쳐다본다.

나는 신경 쓰지 않고 아무렇게나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을 했다.

“20분이나 연장됐다는데. 입학식 다음 날이라 수업 스케줄이 꼬였나 봐. 우리 산책 가자.”

“아, 응. 그럼 그러자……

선아가 마지못해 일어서자 나는 선아와 함께 서둘러 교실을 빠져나왔다.

‘꺄아악-’

‘으아악- 살려 줘-’

서서히 매점 쪽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응? 저기……

“빨리 가자.”

선아가 복도를 지나다 갸우뚱하며 창문 밖을 내다보려 했지만.

내가 다급하게 보채자 우물쭈물하며 결국 그냥 나를 따라온다.

우리가 있는 본관 건물 뒤편이 매

점이고, 앞편은 운동장이다.

매점에서 일어난 소란이 본관을 넘어서 운동장까지 도달하기에는 역시 시간이 좀 걸리는지, 운동장은 아직 평화로운 모습 그대로였다.

그 짧은 시간을 이용해 축구를 하겠다고 뛰쳐나온 선배들과 호호호 웃으며 산책을 하는 여학생들.

“ 이쪽으로.”

“ 으응······

나랑 선아도 산책 대열에 합류해서는 운동장 둘레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목표는 정문.

나야 상황이 급하다 보니 신경 쓸 여력이 없었지만, 선아는 내가 이렇게 갑자기 끌고 나와서 그런지 어색 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성큼성큼, 선아는 쭈뼛쭈뼛.

우리는 그렇게 말없이 걸었다.

곧 정문에 도착했고.

정문은 다행히 급식 자재를 배달하는 트럭이 들어오느라 열려 있었다.

경비 아저씨가 급식 차를 세우고는 운전석을 향해 날씨 얘기를 하며 기사님과 잡담을 떠는 게 보였다.

나는 말 없이 정문 근처 농구 코트에서 대기했고.

선아도 내 눈치를 보며 가만히 서 있다.

‘꺄아악!’

‘으아, 으아아아악’

어느새 본관 건물에서 비명 소리가 나지막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정문에서 본관까지는 운동장을 가 로질러 완전히 반대편으로, 꽤 먼 거리인데도 소란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운동장에서 산책하던 학생들도 뭔가 싶어서 멈춰 서서는 이마에 손을

올려 햇빛을 가린 채 본관 건물을 올려다봤다.

“무슨 일 있나?”

“저기, 저기 봐 봐.”

중간 정도 층의 교실 창문 사이로 비명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휙 날아 다니는 것과 학생들이 아우성치는 모습이 보였다.

커튼이 휘날리는 사이로 학생들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것도 간간이 보인다.

곧이어 학생들 몇 명이 창문에 고개를 내밀고는 운동장을 향해 소리 쳤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경찰 불러 주세요! 경찰!”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그중 어떤 학생들은 도망치려고 창 문 밖으로 아예 몸을 내밀어서는 난 간에 달라붙어 옆걸음질 쳤다.

운동장에 있던 학생들 모두 웅성웅성거렸고.

정문 앞에 서 있던 경비 아저씨도, 트럭 운전수도 차에서 몸을 내밀어 서는 본교 건물을 봤다.

“···저기 뭐꼬?”

“으음”

중간층의 교실 창문에서 몸을 비집고 나와 옆 교실로 파이프를 타고 이동하려던 남학생 한 명.

방금 자신이 나온 창문에서 아줌마 한 명이 고개를 쑤욱 내밀고는, 그에게 손가락질하며 미친 듯이 웃는다.

“ 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

파이프를 타고 위험하게 건너가려던 그는, 바로 옆에서 들리는 웃음 소리에 당황해서 허둥지둥하더니 결국 미끄러져서 땅으로 추락했다.

“으아아아아아

퍼억-

“ 깔깔깔깔깔깔깔”

“꺄아악!”

“사람이 떨어졌어!”

아우성치는 운동장의 학생들.

선아도 불안한 듯이 본관 건물을 쳐다보고 있었다.

“선아야.”

“응?”

나는 선아를 붙잡고 차근차근 말하기 시작했다.

“선아야, 잘 들어. 지금 학교에 이 상한 사람이 들어와서 흉기를 휘두르고 있어. 우리는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학교 밖에 나가 있자. 위험 하니깐.”

선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나를 쳐다보더니, 이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려면 저 정문을 경비 아저씨 몰래 통과해야 해. 조용히 몸을 낮 추고 나를 따라와. 알겠지?”

끄덕끄덕.

나는 선아를 데리고 본관의 소란을 보느라 정신없는 경비를 피해 급식 트럭 뒤로 숨어서 정문을 나섰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으어어어어어!”

갑작스레 뒤쪽 운동장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지. 그 여자가 벌써 운동 장으로 나왔나.

나는 정문에서 몇 발자국 더 간 후에야 상황을 파악하려 뒤를 돌아 봤는데.

새하얀 아줌마가 함박웃음을 지은 채 운동장에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파바바바바바바바바바밧, 달려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 나 가 지 마아악!!!!!!!!!!!!!!!!!!!!!!!!!!!!!!!!!!!!!!”

비디오테이프를 억지로 빨리 감기 하는 것처럼 여자는 후다다다다다닥 팔다리를 빠르게 뒤틀어 가며 급식 트럭을 후웅 점프해서 뛰어넘었다.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새하얀 얼굴 이 깔깔깔깔깔깔, 눈앞에 가까워 온다.

쉬익-

‘···X발.’

나는 머리가 공중에 뜬 채로 목이 잘린 내 몸뚱이와 선아를 무참히 도륙 내 버리며 깔깔깔깔 웃어 대는

여자를 보며 정신을 잃어버렸다.

[체크 포인트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로딩중…….]

* * *

드르륵- 탁.

“헥, 헥······

간신히 지각을 면한 선아가 숨을 고르며 근처 비어 있는 책상에 대충 앉으려 한다.

다시 돌아온 교실.

마주쳐도 죽고, 도망치려 해도 죽는다.

‘어떡하라고, X발.’

경원이가 준 힌트, 매뉴얼 괴담이 니 매뉴얼대로 해라.

[학교 안에서 기이하게 웃는 여자를 발견할 시 못 본 체하고 지나갈 때까지 자연스레 행동하세요.]

초인적인 연기력으로 여자 앞에서 자연스레 행동하는 것.

그게 유일한 방법……?

‘미친, 그런 걸 어떻게 해.’

못 본 체하라는 건 단순히 고개를 돌리거나 눈을 감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닐 것이다.

많은 희생자가 여자를 보고 고개를 돌려 도망치거나 때로는 덜덜 떨며 눈을 감았는데도 죽어 나가는 걸 이 미 목격했다.

못 본 체하라는 건 정말로 보이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라는 내용일 터.

그 여자를 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한다라.

‘돌아 버리겠군……

그런 게 가능한가?

최소한 생긴 거라도 좀 덜 무섭게 생기든지.

하얗게 분칠한 채 미친 듯이 커터 칼을 휘두르며 웃는 기괴한 중년의 여성.

X발, 오줌이나 안 싸면 다행일 것이다.

‘하지만 일단은 시도해 보는 수밖에 없다……

웃는 여자와 일대일로 대면해야 한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금세 수군거리며 여자를 자극할 테니깐.

여자가 담벼락 너머에서 매점 지붕을 타고 올라오기 전, 내가 먼저 담벼락 너머로 가서 다가오는 그 아줌 마와 일대일로 대면해 매뉴얼대로 해 보는 방법밖에 없다.

괴담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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