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네 번째 괴담 - 엄마 (1)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우리 집 현관 문 앞에 섰다.
그리고 비밀번호를 누르려고 도어 락의 키패드를 올리는 순간,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너무 조용한데.’
올렸던 키패드를 살며시 내리고 현관문에 귀를 대 본다.
집 안에 누군가 있다면 생활 소음이 발생하기 마련.
티브이 소리, 청소기를 돌리는 소리, 문을 여닫는 소리.
아니면 최소한 걸어 다니는 인기척이라도 나야 하는데.
그런데 집 안에서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단지 귀에서 차가운 현관문의 감촉 만이 느껴질 뿐.
반대쪽 귀를 손으로 막고 다시 집 중해 봤다.
역시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
여기는 아무도 없다,라는 게 확 느껴지는 멍한 소음뿐.
‘그럴리가. 방금 분명히 엄마를 봤는데……
불길함을 뒤로하고 빠르게 비밀번 호를 치고는 문고리를 확 잡아당겼다.
끼익-
“다녀왔습니다~”
“ 엄마?”
가방을 벗어 던지고 아까 봤던 앞 베란다로 향했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 엄마?”
큰방으로 성큼성큼 걸어가서는 문을 열어 봤다.
아무도 없다.
바로 옆의 화장실로 가서 불을 켜 봤다.
‘ 탁-’
혹시나 싶어 욕조 안도 슬쩍 쳐다 봤지만 아무도 없다.
조용하다.
아빠 서재를 포함해 집 안의 모든
곳을 다 돌아본 후, 마지막으로 내 방도 살펴보고 다시 거실로 나왔다.
적막.
정적.
‘아닌데. 분명히 방금 엄마가 베란 다에 서 있었는데.’
그 짧은 시간에 엇갈렸을 리는 없다.
분명히 집 안에 계셔야 한다.
‘베란다.’
베란다로 다시 가려다 불길한 기운에 멈칫했다.
분명히 누군가 있는 줄 알았는데 둘러보니 조용한 집 안.
엄마는 어디로 간 걸까.
나는 지금 집 안에 혼자인가? 아닌가?
햇살이 안으로 내려쬐는 밝은 대낮 인데도 집 안은 불길함으로 가득 차 있다.
문득 등골이 서늘해져 살며시 뒤를 돌아봤지만 역시 아무도 없다.
다시 걸음을 움직여 베란다로 향했다.
그리고 아까 엄마가 서 있던 위치에 똑같이 서 봤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아파트 입구로 이어지는 인도가 보인다.
‘아까 저기쯤을 지나다 올려다봤었지.’
그리 멀지 않은 거리.
역시 잘못 봤을 리가 없다.
베란다에 잠시 서 있다 고개를 슥 돌려 나가려던 찰나,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세탁기다.
베란다 제일 끝에 위치해 있는 우리집 세탁기.
세탁기의 뚜껑이 닫혀 있었다.
엄마는 습기 때문에 저 뚜껑을 항상 열어 놓는다.
지금은 왜 닫혀 있는 걸까.
불길한 기운이 등골을 가득 채운다.
천천히 세탁기로 다가갔다.
엄마, 하고 불러 보고 싶었지만.
이 고요한 정적을 깨트리는 순간 뭔가 불길한 것이 튀어나올 것만 같아 침을 삼켰다.
발소리를 죽이고 살며시 세탁기 앞에 섰다. 그리고 천천히 뚜껑을 들
어 올렸다.
엄마가 세탁기 안에 웅크린 채 나를 빤히 올려다본다.
숨을 몰아쉬며 뒷걸음질 쳤다.
뒤로 물러서자 세탁기를 보는 시야의 각도가 낮아져 엄마가 가려졌다.
하지만 세탁기 끝에 사람의 머리 귀퉁이가 슬며시 튀어나와 있는 게 여전히 보인다.
“허억, 헉.”
세탁기에 눈을 고정시킨 채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눈을 떼는 순간, 당장이라도 무언
가가 괴성을 지르며 나를 향해 달려 올 것만 같았다.
“허억, 헉.”
그대로 한 걸음, 두 걸음 천천히 걸어서 베란다를 벗어났다.
뒷걸음질 치던 자세 그대로 거실로 가는 코너를 돌았다.
내가 보는 방향에서 세탁기가 벽에 가려져 천천히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대로 천천히 거실 중간까지 뒤로 걷던 도중.
베란다 코너에서 머리가 쑥 튀어나 왔다.
“학교 다녀왔니?”
엄마가 코너에서 머리만 쑥 내밀고는 억양 없이 물었다.
“허억, 헉……
순간 심장이 덜컹했다.
아니다.
엄마가 아니다.
사람은 벽에서 저렇게 완전히 90 도 각도로 얼굴만 내밀 수 없다.
그렇게 하려면 몸을 완전히 직각으로 꺾는 기괴한 자세를 해야 한다.
“헉, 헉……
나는 대답 대신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현관문으로 다가갔다.
엄마인 척하는 저 무언가와 눈을 마주치고 있을 자신이 없다.
하지만 완전히 눈을 떼는 순간 나에게 달려올 것만 같았다.
그래서 시야 구석에 그 얼굴이 어렴풋이 들어올 정도로만 어중간하게 시선을 두며, 나는 천천히 옆걸음질 쳤다.
마침내 현관문에 도달했고.
그대로 손을 뻗어 도어락의 버튼이 있음 직한 곳을 감으로 눌렀다.
[삐리 릭~]
“썅놈이 애비닮아 어딜 쳐 또 기어 나가!!!!!!!”
그것이 입을 쩌억 벌리고는 뛰쳐나오려는 순간, 나는 문을 박차고는 미친 듯이 뛰어 계단을 내려갔다.
넘어져 구를 듯이 계단을 4, 5개씩 성큼성큼 뛰어넘었다.
쿠궁, 쿵, 쿠궁.
정신없이 1층까지 도망쳐서 출입문을 열었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아파트 상가로 달려갔다.
“허억, 헉, 헉, 헉……
미친 듯이 도망치다 사람들이 오가는 상가 한복판에 와서야 헉헉대며 숨을 가다듬었다.
“X발, 미친, 허억, 헉… 허억… 헉… 뭔데, X발… 허억… 헉
지나가던 아줌마와 학생들이 흘깃 나를 쳐다봤다.
나는 흐르는 땀을 닦고는 몸을 돌려 우리 집 아파트를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여전히 엄마가 베란다에 서서 미동도 없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잠시 후 엄마가 스르륵 뒤로 눕더니 그 자세 그대로 엉금엉금 거실 쪽으로 기어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미친, X발, 미친……
숨을 가다듬고 후우우우우우 한숨을 내쉬고는 상가 계단에 풀썩 주저 앉았다.
다행히도 그 와중에 슬리퍼는 챙겨 신고 나왔다.
“우와, 어느 틈에… 큭큭.”
나의 순발력에 새삼 감탄한다.
정말 웃겨서 웃는 게 아니고 긴장 감이 풀린 탓에 흘러나오는 자조 섞인 웃음이다.
“후우우우.”
다시 깊게 한숨을 내쉰다.
‘이제 어떡하지?’
집 안에 다시 들어갈 수는 없다.
적어도 저녁이 돼서 부모님 두 분 이 다 퇴근하시고 오면, 그때 같이 들어가 볼 생각이다.
귀신,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건 보통 가족이랑 함께 있을 땐 안 나오니깐…….
‘몇 시지? 상태창.’
파앗-
« 메인 화면 »
[2019년 3월 6일 수요일, 16:22]
[이준 - 2회차, 튜토리얼 중]
[괴담 포인트 : 15]
[인과율 : 6%]
지금은 오후 4시를 조금 넘긴 시간.
부모님이 퇴근하고 오시려면 적어 도 7시는 돼야 한다.
앞으로 두 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아, 지갑도 놔두고 왔네.’
평소 지갑을 가방 안에 넣어 놓는 편인데, 그 가방을 집 안에 던져 놓고 나온 상태.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건 달랑 휴대폰 하나뿐.
천 원이라도 있다면 피시방이라도 갈 텐데, 땡전 한 푼도 없다.
‘2시간 반 동안 뭐 하지?’
어디 벤치에 앉아 핸드폰으로 인터 넷이라도 하고 있으면 시간이 빨리 갈 테지만.
학생이라 데이터가 쥐꼬리만 하다 보니 와이파이가 안 터지는 곳에선 어림도 없다.
할 수 없이 엉덩이를 털고는 아파트 단지 안의 놀이터로 향했다.
* * *
놀이터에서 가만히 그네를 타고 있으니 지나가던 동네 아줌마가 혀를 차며 다가왔다.
“학생, 왜 혼자 여기 있어?”
“집에 못 들어가고 있어서요.”
“쯧쯧쯧, 밥은 먹었어?”
석양이 지는 오후, 가방도 없이 교복만 입은 채 슬리퍼 차림으로 쓸쓸히 혼자 그네를 타는 학생.
뭔가 사연이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걸까.
“아뇨, 신경 안 쓰셔도 괜찮습니다. 진짜로 그냥 집에 못 들어가고 있는 거뿐이 에요.”
“집에 못 들어가다니. 엄마한테 쫓겨나기라도 한 거니?”
“네……
“쯔쯔 w
다시 혀를 차시는 아주머니.
“남의 집 교육관을 뭐라 하는 건 아니지만, 어머니라는 사람이 어떻게 자식을 슬리퍼 차림으로 내쫓고… 으휴.”
“내 아들이 병원 의사고 둘째가 변 호사거든? 내가 손찌검 한번 한 적 없어도 잘 컸는데……
“아, 네. 가세요.”
갑자기 웬 아들 자랑?
걱정이 돼서 온 줄 알았더니, 그냥 오지랖이 넓으신 아주머니였나 보다.
[인물 최자옥에 대한 이해도가 5 상승했습니다.]
나는 아주머니를 피해 자리에서 일
어나 동네를 걸어 다녔다.
그리고 시간을 때우려 천천히 산책을 했는데, 그것도 한 바퀴쯤 돌자 힘에 부쳤다.
‘대체 내가 왜 이런 고생을……
영락없는 가출 소년 행색이다.
집에서 편하게 게임이나 하며 남은 오후를 보내려 했는데, 그 엄마인 척하는 무언가 때문에 엉망이 돼 버렸다.
“후우.”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근처 벤 치에 털썩 앉았다.
부모님이 오시려면 아직 시간이 한
참 남았다.
궁상맞고 불쌍한 내 모습. 돈 없는 학생인 게 처량하다!
‘불쌍한’이라는 단어를 생각하자 갑자기 선아가 떠올랐다.
‘할 것도 없는데 선아한테 카톡이 나 보내 볼까?’
그러고 보니 어제 매뉴얼 괴담 설 명을 들으며, 경원이와 선아랑 서로 번호를 교환했었던 기억이 났다.
학교에서만 보고 핸드폰 연락은 아직 안 해 봤다.
‘뭐, 번호 확인할 겸 연락해 봤다
고 하면 자연스럽겠지?’
여자애한테 먼저 카톡을 해 보는 건 처음인데.
약간 떨리지만 크게 이상할 것도 없다.
카톡 정도야 그냥 하면 되는 거다.
두근두근.
스윽“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카카오 톡을 실행했다.
친구 목록을 보니 스크롤을 내릴 것도 없이 바로 첫 화면에 선아, 경원 두 녀석의 이름이 나란히 떠 있는 게 보였다.
이 시점의 나는 정말 친구가 몇 명 없었던 것이다.
‘학창 시절… 정말 재미없게 보냈었구나.’
이렇게 하교 후 집에 같이 갈 수 있는 친구가 두 명이나 있다는 것도 기적 같은 일.
혼자 있으면 외롭고, 함께 있으면 혼자 있고 싶어지는 이상한 성격 탓이다.
크게 사이가 나빴던 사람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연락할 만큼 친한 친구도 없었다.
‘흠, 안경원. 이 녀석 프로필 좀 먼
저 살펴볼까.’
경원이의 프로필을 열어 보니 당당하게 셀카로 사진을 걸어 놓은 게 보였다.
“헐.”
지적인 모습을 강조하고 싶은 듯 입술을 굳게 다물고 안경을 번쩍이는 자세.
그리고 그 밑 상태 메시지에는 ‘철 저한 준비가 스스로의 운을 만든다’라는 인터넷에서 긁어 온 듯한 글귀 가 적혀 있었다.
“···존경스럽군.”
꽤 곱상하게 생겨서 가만히만 있으
면 여자들한테 인기가 많을 법도 한 데.
너무 지적인 쪽으로 쿨찐 이미지가 강한 성격 탓에, 이 녀석 역시 학교 안에서 친구라고는 나랑 선아가 고작일 거다.
나는 혀를 차며 이번엔 선아의 프로필을 열어 보았다.
완전히 기본 상태.
아무것도 설정해 놓지 않았을 때의 파란 인영만이 뜨는 프로필 사진.
상태 메시지도 비어 있었고,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선아도 나처럼 만년 아싸인 걸까?’
막상 연락하려니 약간 긴장이 되었지만, 마음을 굳게 다잡았다.
같은 반 귀여운 여자애한테 카톡을 보내 보자!
나는〈안녕〉하고 짧게 써서 보내 기를 눌렀다.
‘심심하니 경원이한테도 보내야지.’ 녀석에게는 남자끼리다 보니 좀 더 장난스럽게〈하이〉하고 보냈다.
잠시 기다리자 카톡이 하나 왔는 데, 경원이의 답장이었다.
〈안경원 : 학원이라 폰 못 봄.〉
나는〈오키. 걍 연락해 봤음. 수 고〉하고 답장을 보냈다.
‘학원이구나. 이미지랑 어울리는걸. 선아는 왜 답장이 안 오지?’
선아는 지금 뭐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까?
다 쓰러져 가는 선아네 아파트가 생각났다.
‘···할머니랑 산다고 했었지. 어떤 가정 환경인 걸까.’
집에 컴퓨터는 있을까? 티브이는?
선아가 지금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하염없이 벤치에 앉아 있은 지 20 분쯤이 지났을 때, 드디어 핸드폰이 울렸다.
[카톡~]
재빨리 핸드폰을 열어 보자 선아에게 카톡이 와 있었다.
‘오오옷!’
왠지 모를 희열에 들떠서 혼자 손을 휘두르며 방정을 떨었다.
‘여자애한테 카톡이 왔어!’
마음이 간질간질하다.
나는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며 카톡을 확인했다.
〈윤선아 : 응,안녕 ㅋㅋ〉
나는 벤치에 앉아 선아의 카톡을 보며 히죽거리다 지나가는 꼬마들이 쳐다보자 급히 표정 관리를 했다.
“흠흠.”
선아 이 녀석. ‘안녕 ㅋㅋ’라니, 너무 귀엽잖아.
진정하고 답장을 하려고 키패드를 치는데 손이 달달달 떨렸다.
나 진짜 왜 이러지.
남중, 남고의 영향력이 크기는 컸던 걸까.
괜히 혼자 민망해 웃기도 하고, 오그라들기도 했다.
“아~ 이건 너무 짧나? 좀 길게 적어 볼까.”
혼자 히죽거리며 고민하다 발을 방 방 굴렀다.
설레잖아!
문득 시선이 느껴져 쳐다보니 지나 가던 치즈색 고양이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뭘 봐, 인마!”
“냐아아.”
나는 다시 핸드폰을 들고 선아에게 카톡을 보냈다.
〈이준 : 뭐 하고 있었어? ㅋㅋㅋ〉
다시 1시간 같은 5분을 기다리자 카톡이 날아왔다.
〈윤선아 : 그냥 멍때리고 있었어 ㅋㅋ〉
으음, 무슨 의미지.
진짜 멍때리고 있었을 리는 없고,
여자들만의 화법인가?
‘여기선 어떻게 보내야 하지……
머리를 계속 굴려 봤지만 잘 모르겠다.
이런 멘트엔 어떻게 답장해야 하는 거냐고!
나는 병신이라서 이런 건 잘 모른다고.
혼자 몸을 비비 꼬으며 킥킥 웃으며 행복한 고민을 하다 보니, 벌어 진 입에서 실수로 침이 주르륵 흘렀다.
아까 놀이터에 있을 때 마주쳤던 동네 아줌마가 그 광경을 발견하고
는 놀래서 뛰어온다.
“학생! 역시 어디 불편한 거 맞지? 보호자는 어디 계셔?”
“아씨, 아주머니 좀 가세요! 저 멀 쩡하다니깐요!”
이 아줌마 역시 오지랖이 심하다.
[인물 최자옥에 대한 이해도가 20으로 대폭 상승했습니다.]
아줌마를 떨쳐 보내고 급하게 카톡을 보냈다.
〈이준 : 아 진짜?ㅋ 난 집 열쇠
잃어버려서 밖에서 엄빠 기다리는 중 ㅠㅠ〉
‘카톡~’
이번에는 빠르게 답장이 왔다.
<윤선아 : 헐, 정말? ㅠㅠ 밖에 어디?〉
탁, 타닥, 탁, 탁.
〈이준 : 그냥 아파트 벤치에 앉아 있어.〉
‘카톡~’
<윤선아 : 어디 피시방이라도 들어가 있지 왜 ㅠ〉
〈이준 : 오늘 하필 지갑을 놔두고 와 가지고ㅜ〉
평소 선아는 자주 우물쭈물하고 말 끝도 흐리는 편인데, 카톡에서는 평범한 말투였다.
‘당연한 건가? 근데 나는 반대네.’
난 선아랑 직접 마주 볼 때는 편하게 얘기해 왔는데, 이상하게 카톡
은 설레여서 괜히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윤선아 : 옆집이라든가 들어갈 곳 없어?〉
〈이준 : 응 없어… -r〉
〈윤선아 : 부모님은? 언제 오시는 거야?〉
〈이준 : 글쎄, 2시간 정도?〉
〈윤선아 : 아 진짜? ㅠㅠ 많이 남았네 〒〉
〈이준 : 응 T〉
그러자 이어지던 카톡이 끊겼다.
잠시 10분 정도 기다렸지만, 답장 이 없었다.
‘음, 이런 흐름은 좋지 않은데.’
그냥 일상 얘기나 나누며 시간을 때울 생각이었는데 집 밖에 나와 있다고 하니 얘기가 좀 무거워졌나?
대화가 계속 원패턴으로 흘러간다.
‘나 너무 징징대는 것 같았을지도.’
선아에게선 여전히 답장이 없다.
‘다른 주제로 얘기를 돌려서 한 번 더 보낼까?’
근데 답장도 안 왔는데 다시 카톡 보내면 그건 또 너무 조바심내는 것 같지 않나?
어떻게 하면 좋을까.
쓸데없이 과몰입해서는 끙끙대며 고민 중이다.
‘흠, 이렇게 하면… 아니, 그건 너 무... 이렇게? 아니, 그건 좀.’
문득, 매점 앞에서 손을 잡았을 때 명백하게 부담스러워 하던 선아의 표정이 떠올랐다.
물론, 그 직후 시간이 되돌아가며 없었던 일이 돼 버렸지만.
‘아, 쓸데없는 실수 안 하고, 좀 자연스레 친구 해 보고 싶은데.’
여자애의 마음에 대해선 아는 게 하나도 없다.
‘여기서 이렇게… 아니면 이런 식으로.’
우우. 머리가 아프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번아웃이 와 버렸다.
어떤 애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자 애들이랑 장난치며 잘 놀던데, 난 왜 이렇게 생각이 많지?
‘얘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그런 고민이 머리를 계속 맴돌아 금세 피곤해져 버렸다. 아직도 선아에게 답장은 오지 않았다.
‘후우, 됐다. 그냥 마음 편히 있자.’
여자애랑 카톡을 하니깐 처음엔 좋
았지만, 신경 쓸 게 많아져 머리에 금세 쥐가 나 버렸다.
시스템이 설명해 준 나의 성격, 양면성.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거 그냥 사춘기에 대한 설명이 아닌가 싶다.
친구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실수를 하면 떠나갈까 봐 고민만 하다 오히려 깊게 못 사귀는 양면적인 모순.
‘피곤해. 정말 피곤해. 내가 이래서 친구를 깊이 못 사귄다니깐.’
경원이만 해도 그렇다.
프라이드가 높은 녀석에게 내가 순
수한 친구가 되기는 어려울 거다.
아마 끊임없이 나 역시 너 못지않게 잘났다는 걸 증명해 줘야겠지.
그냥 내가 무슨 행동을 하더라도 절대 나를 떠나지 않을, 그런 친구는 없을까?
약한 모습을 보여도 웃어넘길 뿐, 결코 얕잡아 보지 않는 믿을 수 있는 친구.
잘 보일 필요 없이 그냥 내가 나인 걸로, 그걸로 충분한 그런 친구.
그럼 이런 피곤한 고민도 안 하고 맘 편히 지낼 텐데.
그때였다.
‘카톡~’
〈윤선아 : 그럼 우리 집에 와서 기다릴래?〉
괴담 동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