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막간 - 괴담 동아리 (1)
“그러지 마.”
스포츠머리를 한 상처투성이의 남학생이 나를 보며 간절하게 말했다.
“제발♦·····
주위를 둘러보았다.
초토화된 도시.
무너진 건물들과 아스팔트의 잔해 가 곳곳에 널려 있고, 하늘은 불길
한 빨간색으로 물들어 있다.
그 엉망진창인 빌딩 숲 가운데, 거대한 무언가가 가만히 서 있다.
자세히 보려고 눈을 찡그려 보았지만 허공의 글자가 시야를 가린다.
[마왕이 휴전을 제안합니다. 수락 하시겠습니까?]
스포츠머리를 한 남학생을 쳐다보았다.
그의 뺨 옆으로 식은땀 한 줄기가 흘러내리는 게 보인다.
남자가 내 눈을 보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젓는다.
“그러지마, 제발.”
“미안하다. 나는 원래 이런 놈이었나 보다.”
나는 손을 들어 클릭했다.
“안 돼에에에에에에에에에!”
* * *
파앗 -
[2019년 3월 7일 목요일, 06:53]
[이준 - 2회차, 튜토리얼 중]
[괴담 포인트 : 100]
[인과율 : 7%]
① 상태창
② 동아리 관리(잠금)
③ 통계
④ 설정
눈을 뜨자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내 방 침대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멍하니 앉아 있자 부엌에서 어머니가 아침을 준 비하시는 소리가 들렸다.
달그락- 달그락-
‘방금 그건 무슨 꿈이었지.’
평소의 정신없던 악몽과는 좀 다른 느낌.
자세히 떠올려 보려고 애썻지만 꿈이란 게 늘 그렇듯, 잠이 달아날 수 록 순식간에 흩어져 버렸다.
‘후우.’
포기한 채 머리를 한 번 털고는 읊조렸다.
‘오늘은 해야 할 게 많네.’
오늘은 괴담 동아리 개설 신청의 결과가 나오는 날.
동아리 허가가 난다면 아마 메인
화면의 동아리 관리 메뉴 잠금이 해 제될 테고, 그럼 내가 연구해야 할 숙제가 또 늘어나게 될 거다.
그리고 괴담 포인트.
[괴담 포인트 : 100]
[괴담 포인트가 충분한 수치까지 쌓였습니다! 괴담 포인트를 소모하여 특수 능력을 얻고 자신을 성장시 키십시오!]
저번에 100포인트가 모였을 때는 능력을 개방해서 행운의여신이라는 패시브 스킬을 획득했었다.
‘상태창.’ 파앗-
《상태창》
이름 : 이준
나이 : 17
칭호 : 주인공
성향 : [양면성]
특수 능력 :
1. 〈패시브〉행운의여신
2. -없음-
3. -없음-
기벽 : 벼락치기
‘행운의 여신. 이게 어떤 능력이었더라……
클릭.
파앗-
« 행운의여신〉〉
등급 : s 급
발동 : 자동
능력 : 모든 상황을 계산하여 당신에게 가장 이득이 될 것 같은 순간에 단 한 번, 커다란 행운이 발동합니다. 한번 발동한 후에는 사라지는 소모성 스킬입니다.
‘음’
“" .
곰곰이 머리를 굴려 보았지만 아직까지는 딱히 대단한 행운이 나에게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소모성 스킬인데도 아직 상태창에 보인다는 건 아직 사용되지 않았다는 의미일 터.
엄마 귀신을 퇴치하면서도 타이밍 이 좋았다던가, 요행이 좀 따랐던 순간은 있었지만, 능력이 발동했다는 메시지는 없었다.
‘대체 무슨 대단한 행운이길래 생사를 오가는 상황에서도 발동이 안
되는 건지, 원.’
있는 능력도 잘 모르는 지금 시점에서 100포인트를 소모해 능력을 하나 더 개방하는 건 섣부른 판단일 거다.
동아리 관리의 메뉴가 해금되는 시점에서, 포인트를 소모할 수 있는 더 다양한 선택지가 생길 수도 있는 노릇.
그때 생각해도 늦지 않다.
나는 100포인트를 저축한다는 마음으로 상태창을 끄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교실에 도착해서 앉아 있자 선아가 여유롭게 들어오는 게 보였다.
“안녕, 선아야.”
“응, 안녕……
“오늘은 어쩐 일이야? 여유롭게 들어오네.”
대답대신 풉, 하고 한 번 웃는 선아.
‘왠지 기분이 좋아 보이는데.’
선아는 눈웃음을 지으며 나를 지나 쳐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평소의 선아는 학교를 마치고 할 게 없어 초저녁부터 자느라 수면 시
간이 꼬여 항상 지각했었다.
오늘 제시간에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 어제 오후를 나랑 재밌게 놀며 보냈기 때문이 아닐까.
그 사실이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책임감도 느껴진다.
‘내가 매일 오후에 그렇게 놀아 줄 수는 없는 노릇인데.’
이렇게 계속 친하게 지내다 보면, 언젠가 선아가 너무 나만 찾게 되지는 않으려나.
그때는 우리 관계가 어떻게 될까?
너무 먼 얘기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봐도 되겠지.
선아의 옆자리에 투명한 피부의 짝 꿍, 하윤이가 여전히 책을 읽고 있는 게 보인다.
‘쟤는 아마 도서 동아리에 신청했을 거야.’
[인물 인하윤에 대한 이해도가 5 올랐습니다.]
드르륵-
“굿모닝~”
담임이 예의 그 ‘홋홋홋’ 하는 능
청스런 웃음소리를 내며 들어와서는 아침 조례를 시작했다.
못 받은 교과서가 있는 학생은 오늘까지 말해라, 교복을 벌써 줄여입는 용자들이 있는데 다음 주까지 수 선해라, 등등.
“그리고 어제 동아리 신청서를 다들 제출했는데, 선배들한테 연락이 온 학생들은 다들 빨리빨리 입부하시면 되겠고, 아직 못 정한 학생들은 내일이 첫 동아리 활동 날이니 오늘까지는 꼭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이상~”
그리고 담임은 나가면서 나에게 말 했다.
“준이는 나 잠시 따라오고~”
“네.”
“그래. 여기 앉고.”
교무실에 앉아 있으니 담임 선생님 께선 종이뭉치를 뒤적거리다가 서류 한 장을 골라 꺼내 오셨다.
“음... 괴담 동아리.”
역시 이거 때문이겠지.
이제 결과를 들을 차례인가.
“흐음, 흠……
담임이 쓸데없이 뜸을 들인다.
“흐으음
내가 참지 못하고 먼저 물었다.
“저기, 허가 났나요?”
“준이 군은 이런 괴상한 동아리가 설마 허가가 날 거라고 생각했나요?”
젠장.
역시 무리였던 건가.
“그렇게 생각했다면 정답입니다.”
담임은 여전히 손에 든 종이를 쳐다보고 있다.
허가가 날 거라고 생각했다는 게 정답이라는 말이면, 통과됐다는 건 가.
“그건 통과가 됐다는 말인가요?”
“네, 통과됐어요.”
젠장, 담임 이 자식!
그걸 왜 뜸 들이는 거야!
“그런데 부원이 한 명 부족해서 다시 탈락했어요. 미안.”
X발, 역시나.
동아리를 개설하는 데는 적어도 4 명의 인원이 필요하다.
나랑 선아, 경원이까지는 적어 넣었지만 결국 마지막 한 명을 구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어떻게든 될 거라 생각하고, 한 명 부족한 채로 그냥 제출해 버렸는 데…….
“안타깝게 됐군요. 지금 심정이 어떤가요?”
“어떻냐뇨……
뭐 임마, 싶은 기분이다.
“억울하지 않나요? 분하지 않나
요?”
“딱히 그런 건 아닌데요.”
나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니긴 뭐가 아닙니까, 말투에서 퉁명스러운 게 다 묻어 나오는데.”
‘홋홋홋’ 하고 웃는 담임.
젠장, 티 났나.
“고등학교의 새 시작을 마음 맞는 친구들과 동아리를 만들어서 산뜻하게 출발해 보려 했는데, 그게 시작부터 꼬이니 기분이 엉망이지 않나요~? 오호홋!”
“어느 동아리로 들어갈지는 정해 놨나요?”
“몰라요.”
나는 툭 내뱉었다.
“어째서죠? 어째서 생각해 놓지 않은 건가요~? 그런 이상한 동아리에 들어가고 싶어 할 학생 따위, 있을 리가 없잖아요~!”
천천히 웃기 시작하던 배 나온 중 년의 담임은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어깨를 들썩인다.
“설마, 설마~! 백 퍼센트 개설될 거라 확신해서 다른 동아리 따위 생각해 놓지도 않고 있었던 겁니까!
크하핫, 괴담 동아리가 백 퍼센트 개설! 제정신입니까~!”
그대로 ‘우햐, 우햐! 우햐햐햐햐 햣!’ 하는 소리를 내며 뒤로 넘어가는 담임.
‘···X발.’
이 사람, 가만 보니 저번에 화장실 괴담 때도 그렇고 아마 남 놀리는 재미로 사는 타입인가 보다.
[인물 박 담임에 대한 이해도가 40으로 대폭 상승했습니다.]
‘우햐햐, 우햐, 우햐, 우우.”
담임이 만족스런 웃음을 지으며 배를 쓰다듬는다.
“아, 오랜만에 잘 웃었다.”
“가 봐도 되나요?”
똥 씹은 표정으로 묻는 나를 담임 이 지긋이 바라본다.
“부원을 한 명 적게 써내면 어떡합니까, 준이 군. 그렇게 하면 제가 우리 반 아이들 중에 아무 동아리도 신청 안 한 학생 한 명을 몰래 집 어넣을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진희라는 여학생 한 명이 아무 동아리도 신청 안 해 놨길래 물어봤더
니, 그런 거 필요 없다길래 제가 몰래 괴담 동아리로 이미 빼돌려 놨습니다.”
중년의 배 나온 탈모남 담임은 다시 인자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장난쳐 본 거예요. 괴담 동아리는 이미 신청 허가가 났습니다.”
“···진짜요?”
“당연히 구라입니다. 내가 그런 번 거로운 짓을 왜 해 줍니까. 끝났으니깐 교실로 돌아가세요.”
‘X발.’
짜증 나서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 자, 다시 빵 터지는 담임.
“반응 봐, 반응! 우햐햣, 그만 좀 웃기세요 제발! 으햐햐햐햤
담임이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펄 럭거리며 배를 붙잡는다.
종이의 제일 위에 ‘동아리 신청 허가서’라는 글자가 보인다.
구라의 구라였다.
“으힉. 으힉! 나 죽네! 너무 웃겨! 으헉, 커억, 그만! 제발 그만! 커어 억 ”
담임이 웃다 숨이 막히는지 가슴을 붙잡고는 다시 뒤로 넘어갔다.
“젠장, 그만 웃어요! 허가 난 거면 난 거지 도대체 왜 놀립니까!”
그러자 뒤로 넘어간 담임이 히죽거리며 대답했다.
“이것이 나의 기쁨.”
미친놈인가.
“으햐, 으햐햐. 정말 고맙습니다, 준이 군! 덕분에 평생 웃을 거 방금 다 웃은 느낌이에요! 자, 여기 동아리 허가서입니다. 이번엔 농담 아닙니다~”
담임이 웃으며 지금껏 손에 잡고 있던 그 종이를 나에게 건네줬다.
괴담 동아리를 낙성고의 공식 동아리로 인정한다는 학교 공식 문서였다.
부장은 내 이름으로 돼 있었고, 부원은 윤선아, 안경원, 이진희 이렇게 세 명.
담당 선생님 칸에는 장화은이라는 처음 보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내 눈앞에서 16비트 도트로 된 폭죽이 울려 퍼지며 팡파레가 흘러나왔다.
파앗-
『당신은 학교의 동아리 목록을 쭉 살펴보았으나, 마음에 드는 동아리 가 없었습니다. 당신은 이렇게 된 이상 직접 동아리를 만들어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퀘스트 - 튜토리얼〉
O괴담 동아리를 만드세요.
O보상 : 동아리 관리 메뉴 잠금 해제, 10 괴담 포인트, 동아리방.
[퀘스트를 클리어 하였습니다.]
빰, 빠밤, 빰빰빰, 빰빠바바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이제 괴담 동아리의 부장입니다.]
[동아리 관리 메뉴가 잠금 해제 되었습니다. 괴담 포인트를 소모하여 당신의 동아리를 성장시키십시오.]
[괴담 포인트를 10 획득하였습니다.]
[퀘스트 보상으로 동아리방을 획득 하였습니다! 동아리방은 학교 내에 자동으로 추가됩니다.]
팡파레와 함께 눈앞에 여러 메시지
들이 연달아 떠올랐다.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괴담 동아리를 만들었다!
이윽고 눈앞에 장문의 메시지가 하나 다시 떠올랐다.
『이것으로 튜토리얼을 마칩니다.
미스테리와 비밀이 가득한 낙성고등학교에 오신 것을 다시 한번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학교에 숨겨진 음습한 비밀들을 밝혀내거나, 도시 전설과 괴담들에 맞서 싸우며 포인트를 얻어 특수 능력들을 획득해 보세요.
그리고 함께할 동료들을 모아 졸업하기 전까지 마왕의 부활을 저지하세요.
세상은 당신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2019년 3월 7일 목요일, 08:42]
[이준 - 2회차]
[괴담 포인트 : 110]
[인과율 : 8%]
내가 감격해서 메시지를 보고 있자 담임이 흐뭇해하며 말했다.
“그리고 이건 정말 특별한 혜택인 데, 이제 막 만든 동아리에게는 정
말 과분하게도 학교에서 동아리방을 지원해 주기로 결정 났습니다.”
우 | 99
시스템을 통해서 이미 알고는 있었는데, 이렇게 바로 들어오는 건가.
시스템과 현실 사이에 어떤 상호 작용이 일어난 건지 그 과정이 궁금해서 물어봤다.
“저기, 동아리방이라니? 저희한테요?”
“네, 당신네들한테요. 오늘 아침 일찍 청소하던 학생이 발견한 건데, 5 층에 남는 방이 하나 있더군요. 좁지만 딱 동아리방으로 쓰기엔 좋을 거예요.”
그리고 담임이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잘 이해는 안 가지만… 저도 이 학교에 부임한 지 10년이 다 돼 가는데, 5층에 그런 방이 있는 줄 은... 마치 오늘 갑자기 생겨난 듯 한……
웃음기 없이 황당하다는 어조로 말 하는 담임을 보니 농담이 아닌 듯하다.
‘1년 치 웃을 거 방금 다 웃었다는 말은 진심이었나 보군.’
“어쨌거나 그게 또 타이밍 좋게 새로 개설되는 동아리한테 주기로 아 침에 선생님들끼리의 조례에서 급하
게 결정 났는데, 그게 또 괴담 동아리한테 돌아가게 됐네요. 축하드립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신입생에겐 너무 과분한 혜택이라 샘나서 장난 좀 쳐 봤습니다. 마음에 담아 두지는 말라구요~ 오호훗~!”
그렇다.
장난이 좀 심하긴 해도, 결과적으로 담임이 선심을 써서 남는 학생 한 명을 우리 동아리로 빼돌려 줬고, 담당 선생님도 알아서 구해 줬 기에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괜찮습니다, 뭐. 하하. 좋은 게 좋
은 거 아니겠습니까. 웃음은 건강에 좋다는데.”
내가 적당히 대꾸하자 담임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착하군요. 마음에 들었습니다. 홋, 홋, 홋
水 * *
담임과의 대화를 마치고 우리 반으로 돌아가려 복도를 걷는데, 저기 앞에 선아와 경원이가 나를 기다리는 게 보였다.
“ 이준!”
“준아!”
둘은 허겁지겁 달려오더니 나에게 물었다.
“어떻게 됐어?”
“저기, 허락, 받은 거야?”
선아랑 경원이가 먹이를 기다리는 아기새의 눈빛으로 간절히 나를 바라본다.
‘···젠장, 담임 이 자식! 이런 기분 이었던 건가!’
남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좋은 소식을 혼자서만 알고 있는 바로 이런 느낌.
바로 가르쳐 주기에는 아깝다.
장난을 치고 싶어지는 욕구가 샘솟았고.
뜸들이고 싶어지고 한번 돌려 말하고 싶어진다!
“저기, 준아?”
말없이 침울한 표정으로 땅만 쳐다 보는 나를 선아가 걱정스레 쳐다본다.
경원이가 경직된 표정으로 말을 흘린다.
“···설마.”
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슬프 게 말했다.
“그 설마가 맞다. 미안해… 동아리
는 신청 허가가 나 버렸어……
“후, 역시 그렇구나. 신입생한테는 무리라고 생각해도,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경원이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 쉬었다.
선아도 말없이 고개를 숙인다.
그렇게 잠시 셋 사이 정적이 생겼고.
갑자기 경원이가 ‘음?’ 하는 표정을 지었다.
“···방금 뭐라고?”
“미안하다. 동아리가 신청 허가가 나 버렸다. 너희는 이제 3년 내내 나랑 함께 구르게 될 거다.”
나는 슬며시 웃으며 말했다.
“그것도 첫날 공짜로 얻은 5층 동아리방에서.”
“준아······!”
둘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
경원이가 안경을 고쳐 쓰며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다.
“젠장, 이 자식! 말투에 낚였잖아!”
그렇게 말하는 경원이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준아! 정말이야? 우리 이제 함 께……
선아가 거기까지 말하고 멈칫하더 니, 이내 기쁨을 감추지 못하겠다는 듯 문장을 터트렸다.
“우리 이제 3년 동안 함께할 수 있는 거야?”
“아아, 물론! 우리는 이제 자웅동 체로 3년 동안 괴담을 쫓아서 구르고 구를 예정이다!”
“이 자식! 부장!”
경원이가 입꼬리를 올리며 안경을 치켜세운다.
“멋있는 척 엉뚱한 단어를 말하지 말라고! 일심동체다!”
“크하하, 일심동체인가. 크핫! 크하하핫!”
“푸하하핫!!”
“아하, 아하하하하하.”
우리 괴담 동아리의 부원들은 그렇게 1교시 수업을 앞두고 복도에서 미친놈들처럼 웃어 댔다.
단, 한 명. 지금 교실 뒷자리에서 엎드려 자고 있는, 자신은 모르고 있겠지만 우리 동아리로 소속이 된 무서운 여학생만 제외하고.
“크핫핫.”
“푸하하.”
“ 아하하.”
a W
괴담 동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