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막간 - 괴담 동아리 (2)
학교에서의 공식적인 첫 동아리 활 동 날은 내일부터지만, 우리는 동아리방이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해서 하루 종일 안절부절못했다.
방과 후.
오후 조례가 마치자마자 우리 셋은 담임에게 달려갔다.
“괴담 동아리의 방이 어딨냐구요?”
담임이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우리를 쳐다본다.
“그런 괴상한 동아리가 학교에 있다는 말입니까? 심지어 동아리방? 그게 무슨……
선아와 경원이가 자신들에게 한 얘 기와 다르지 않냐는 표정으로 나와 담임을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설마 준이 군, 내가 어제 가짜로 프린트해 준 서류에 낚인 건 아니겠죠?”
내가 정색하며 쳐다보자.
“···알겠어요, 알겠습니다. 5층으로 올라가면 나무문으로 된 다용도실이
있을 거예요. 거기가 이제부터 여러 분들의 동아리방입니다. 부디 깨끗 이 쓰시길.”
“감사합니다.”
배 나온 중년의 탈모남 담임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이어서 중얼거렸다.
“더 이상 속아 주지 않는 건가요, 준이 군. 이 선생님은 슬픕니다.”
나는 차갑게 휙 돌아서서 선아와 경원이를 데리고 교실을 나섰다.
* * *
나른한 오후의 햇살이 내리쬐는 학교.
하교하느라 들떠 있는 1학년들과 야자하느라 울상인 선배들을 지나치며 우린 5층까지 달려갔다.
“빨리! 빨리!”
헉, 헉.
기대감에 들떠 힘든 줄도 모르고 계단을 두세 칸씩 뛰어넘으며 도착 했지만.
“···잠겨 있네.”
선아가 멍하니 말한다.
담임이 말해 준 위치인 5층 복도 제일 끝으로 가자, 뭔가 애매한 위
치에 나무문으로 되어 있는 다용도 실이 보였다.
문 위에는 팻말로 ‘다용도실3’이라고 적혀 있었다.
마치 오늘 갑자기 교실 사이를 비 집고 생겨난 것처럼 굉장히 설명하기 힘든 위치에 있는 방.
문제는 그 문이 잠겨 있었다.
손잡이를 돌려 봐도 철컥거릴 뿐 열리지 않았다.
“…하긴. 허가는 났지만 공식적인 활동은 내일부터니깐. 내일이 돼야 열쇠를 받을 수 있겠지.”
경원이도 실망했는지 중얼거렸다.
굳게 닫혀 있는 나무문.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조그마한 창문이 문 위쪽에 달려 있긴 하지만, 그마저도 안에서 붙인 종이로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이 문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우리가 앞으로 3년을 활동하게 될 동아리방은 대체 어떻게 생긴 곳일 까.
‘하루 종일 이것만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는데, 잠겨 있다니……
나른한 오후.
우리 셋은 멍하니 동아리방 앞에 서 있다.
할 수 없이 실망감을 감추며 내일 다시 와 보자고, 동방이 사라진 것 도 아닌데 다들 뭘 그렇게 실망하냐고 토닥이려던 순간.
문 손잡이 위로 메시지가 떠올랐다.
[동아리방을 개방하시겠습니까?]
조용히 선아랑 경원이를 살폈다.
역시 이 녀석들한테는 안 보이는 모양.
나는 손가락을 문고리 위로 갖다 대 메시지를 클릭했다.
딸칵.
[동아리방을 개방합니다. 기다려 주십시오』
[로딩중…….]
[4%]
[17%]
[25%]
선아와 경원이가 문고리를 만지작 거리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51%]
[73%]
[89%]
“···너무 실망하지 마라, 부장. 내일 다시 오면 되는 거잖아. 동아리방이 사라진 것도 아닌-”
[100%]
[동아리방이 개방됩니다.]
철컥-
그 순간, 걸쇠가 철컥 열리는 소리 와 함께 문고리가 돌아갔다.
경원이가 말을 하다 말고 놀라서 입을 쩍 벌린다.
나는 태연한 척 말했다.
“저기, 이 문고리. 그냥 좀 빽빽한 거였나 봐. 힘 주니 돌아가네.”
모두의 긴장된 시선이 느껴진다.
두근두근.
벌컥!
나는 단숨에 문을 열어젖혔다.
끼익-
“우오오오오옷!”
“우와!”
그곳에는 편한 분위기의 아담한 동
아리방이 있었다.
커튼이 쳐져 있는 커다란 창문.
넓다란 테이블 하나와 의자 네 개.
그리고 바퀴가 달린 스탠드형 화이 트보드가 하나.
2평 정도의 공간으로 조금 좁긴 해도 있을 건 다 있는 완벽한 동아리방이었다.
“이런이런, 부장. 너 정말……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레 이름 대신 부장이라고 부르고 있는 경원이가 미소 짓는다.
못 당하겠다는 듯 안경을 매만지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녀석.
“대체 어떻게 이런 방을 신입생인 네가! 그것도 동아리를 만들자 말자 구한 거냐고! 정말. 후후.”
좋아 죽는군.
“뭐라 표현해야 하나. 수완이 좋다고 해야 하나? 부장. 후후.”
‘맘에 들어.’ 하고 작게 중얼거리는 녀석에게 나 역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선아도 감탄한 듯이 여기저기를 둘 러보며 말했다.
“여기 정말 깨끗해! 책상도, 의자 도! 다 새 거야……!”
“뭐 별거 아냐.”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쥐가 돌아다니는 더러운 창고만 아니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스템이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베이 직한 동아리방을 준비해 줄 줄은 몰랐다.
심지어 마룻바닥까지도 광이 번쩍 번쩍 나는 게 완벽하게 새 거였다.
이 학교는 연수가 오래돼서 여기저기 건물이 낡은 곳이 많았는데, 이 동아리방만큼은 방금 완공된 것처럼 모든 것이 깨끗했다.
‘ 대단하다.’
나 역시 속으로는 감탄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창가에 다가가 순백색의 커튼을 걷고 아래를 내려다보자, 오후의 햇살 이 내리쬐는 운동장 가운데 가방을 메고 하교하는 학생들이 보인다.
의자에도 앉아 보고 책상도 손으로 쓸어 보는 두 녀석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나는 메뉴를 확인했다.
‘메인 화면.’
파앗-
[2019년 3월 7일 목요일, 16:35]
[이준 - 2회차]
[괴담 포인트 : 110]
[인과율 : 8%]
① 상태창
② 동아리 관리 〉 NEW! 클릭하여 열어 보세요.
③ 통계
④ 설정
역시 잠겨 있던 동아리 관리 메뉴 가 열려 있었다.
나는 무엇이 있을지 두근대며 클릭 하였다.
파앗-
[괴담 동아리 LV.1]
① 동아리 상태창
② 부원 관리
③ 상점(잠금)
④ 동아리 설정
동아리 관리 메뉴에 들어가자 다시 네 가지 메뉴가 떠올랐다.
나는 하나하나 천천히 살펴보기로 했다.
‘1번. 동아리 관리.’
파앗-
① 동아리 상태창
[괴담 동아리 LV.1]
[괴담 포인트를 투자하여 동아리를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다음 레벨업까지 괴담 포인트 0/100]
[능력치]
- 없음.
동아리에도 레벨이 있다는 건가.
어렸을 때 하던 타이쿤류 게임들이 떠올라 두근거린다.
롤러코스터 타이쿤, 주타이쿤같이 시설 자체의 레벨을 올리고 성장시 키는 게임들.
‘동아리가 레벨업하면 뭐가 달라지려나?’
포인트를 나 스스로에게 투자했을 때는 기묘한 능력들을 얻을 수 있었는데.
동아리에 포인트를 투자해 레벨을 올리는 경우엔 어떻게 되는 걸까.
아껴 놨던 100포인트!
그걸 여기 쏟아부어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것도 보는 눈이 없을 때
해야겠지.’
뒤쪽의 선아랑 경원이를 흘긋 쳐다 봤다.
포인트를 넣는 순간 동아리방에 무슨 변화가 일어날지 모른다.
아쉽지만 지금은 부원들이 함께 있으니 레벨업은 내일로 미루기로 했다.
나는 뒤로 돌아가서 2번, 부원 관리를 클릭하였다.
파앗-
② 부원 관리
[부원 관리]
윤선아 LV.l [0/100]
안경원 LV.l [0/100]
이진희 LV.l [0/100]
장화은 LV.l [0/100]
‘세상에.’
게임 시스템의 형식을 띤다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건 마치 온라인 게임에서 길드원을 관리하는 듯한 느낌이다.
‘이진희는 교실 뒷자리에서 맨날 자는 무서운 여학생의 이름이고, 장 화은... 이 사람은 누구였더라?’
동아리마다 담당 선생님이 한 분씩 있어야 해서, 남는 선생님을 담당으로 적어 놓았다는 담임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아마 시스템상으로는 함께 묶어서 부원으로 취급되나 보다.
나는 선아의 이름을 한번 클릭해 보았다.
파앗-
《상태창》
이름 : 윤선아 LV.1 [0/100]
나이 : 16
칭호 : 흙수저
성향 : ??? 〉 NEW! 클릭하여 펼치기
특수 능력 : 없음
기벽 : ??? 〉 NEW! 클릭하여 공개
이해도 : 50/100
[대상 인물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 하여 정보 중 일부만 공개됩니다.]
‘아, 여기로 넘어가는 건가.’
이름을 누르자 예전에 보았던 상태 창이 나타났다.
전에는 인물들이 눈앞에서 사라지면 상태창을 띄울 수가 없어 난감했
는데, 부원이 되자 언제든지 메뉴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선아의 성향 옆에 있는 ‘NEW!’라는 버튼이 신경 쓰였다.
‘아마 지금까지 쌓은 이해도로 인물들에 대한 설명이 꽤 추가돼 있겠군.’
이제 메뉴에서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으니 나중에 집에 가서 천천히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시 메뉴를 뒤로 돌렸다.
[괴담 동아리 LV.1]
① 동아리 상태창
② 부원 관리
③ 상점(잠금)
④ 설정
이번에는 3번. 상점을 눌러 보았다.
띡_
③ 상점(잠금)
[본 기능은 동아리의 레벨이 5에 도달한 시점에서 개방됩니다.]
‘레벨이 5……
레벨이 5가 되려면 포인트를 또 얼마나 모아야 할까.
단순하게 레벨을 1 올리는 데 100 포인트가 든다고 생각하면, 앞으로 400포인트를 더 쏟아부어야 상점이라는 이 알 수 없는 기능이 열릴 것이다.
D급 괴담인 안내 방송 괴담에서 살아남았을 때 5포인트를 얻었다.
C급 괴담인 빨간 휴지 파란 휴지에서는 10포인트.
그리고 B급 괴담인 웃는 여자와 엄마 귀신은 각각 15포인트를 얻었었는데, 물리치기까지 하자 추가로 무려 70포인트를 받았던 게 기억이
난다.
‘400포인트면… 웃는 여자 같은 괴물을 다섯 번은 더 무찔러야 한다는 건가.’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상점 기능이 절실해서 나온 한숨은 아니다.
‘또 얼마나 구르고 굴러야 하는 걸 까.’ 하는 걱정에서 나온 한숨이었다.
나의 이 알 수 없는 3년이 굉장히 길고 힘들 것 같다는 걱정이 문득 들었다.
동아리를 운영하고, 게임처럼 포인
트를 얻고, 레벨을 올리고… 뭐 다 좋다.
나 역시 평범한 남자 고등학생.
그런 게임 판타지 같은 요소들은 환영이다.
‘괴담만 아니면!’
그런 이상한 존재들만 아니면 다 좋은데.
이 시스템은 파고들 요소가 많아 보이는 게임 같은 느낌이라 내 마음을 꽤 두근대게 만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상식을 벗어난 괴물들에게 언제 사지가 잘려 나갈까 벌벌 떨며 생활하는 건 극구 사양이다.
이 타이쿤류 게임 안에서 내가 싸워 나가야 할 괴담이란 것에 대해 생각하자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런 무서운 존재들.
할 수만 있다면 되도록 피해 다니고 싶은데.
그게 내 진짜 속마음.
‘···후우.’
이런 고생길을 자처해서 감당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전생에서 낙성고가 폐교되고 다른 학교로 전학 가서 보냈던 3년이 떠올랐다.
평범하게 공부하고, 집 가면 게임
이나 하고, 쉬는 날에는 운동도 하고.
대학교라는 현실적인 목표가 있었고, 그 정해진 틀 안에서 해야 할 것만 하면 됐던 시간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그런 스트레스 따위는 전혀 신경 쓸 일 없었던 나날들.
평화로웠던 일상.
그런 일상이 다시 찾아왔으면 좋겠다.
심지어 나한테는 죽으면 시간이 되돌아가는 능력도 있다.
이걸 이용해서 인생을 더 편하게
살 수 있을지도.
로또에 당첨되거나, 뭐 이런 저런.
“···저기, 준아.”
선아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창가에 서 고개를 돌렸다.
선아와 경원이가 의자에 앉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다.
창가에 서 있는 괴담 동아리의 부 장이 된 나.
그리고 앉아서 나를 쳐다보는 부원 들.
내 인생이 이런 방향으로 흘러갈 줄이야.
“우리 내일 동아리 시간에 어떤 거
할 거야?”
선아가 머뭇거리며 나에게 묻는다.
경원이도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래.
설령 내가 여기를 피해서 다른 인생을 산다 치더라도.
마왕.
그 존재는 3년 뒤 반드시 깨어난다.
도망쳐 봤자 편안한 생활도 3년뿐.
퇴로는 없다.
이번 생은 이렇게 살아 보는 수밖에 없다.
평범한 일상을 원하지만, 세상에는 꼭 안전하고 좋은 일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처럼 특수한 상황이 아니더라 도 우리는 살아가면서.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 없는, 이를 악물고 버틸 수밖에 없는 순간 들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내일은 각자 알고 있는 무서운 이야기들을 공유해 보며 서로의 지식 수준과 취향이 어떤지 알아보자. 첫
날이니깐 괜찮지?”
해 보자.
이번 생은 이렇게 살아가 보자.
“···응, 알겠어! 꼭 생각해 올게!”
“후후, 내 머릿속 괴담을 풀어놓자면 하루로는 부족하다만……
그렇게 오후가 지나갔다.
* *
《상태창》
이름 : 안경원 LV.1 [0/100]
나이 : 17
칭호 : 프로 꺼라위키러
성향 : 설명충 〉 NEW! 클릭하여 펼치기
특수 능력 : ???
기벽 : ??? 〉 NEW! 클릭하여 공개
이해도 : 70/100
[클릭]
성향 : 설명충
- 이 인물은 자기애적 성향이 강 합니다.
부잣집 외동으로 엘리트주의 교육을 받아 왔기에 잘난 체도 강하고 자존심도 셉니다.
특히, 지식적인 부분에 있어서의 자신감은 대단한 편. 이걸 이용해서 조금 치켜세워 준다면, 묻는 것에는 무엇이든지 답변해 주려는 좋은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온실 속 화초로 자라 온 범생이답게 자신의 지식을 뛰어넘는 괴현상을 마주했을 때는 쉽게 패닉에 빠져 버립니다.
[인물 안경원에 대한 이해도가 절 반의 수치에 넘어섰습니다. 기벽에 대한 정보를 여실 수 있습니다.]
[기벽에 대한 정보를 엽니다.]
[인물 안경원의 기벽은 ‘현실 부정’ 입니다.]
《상태창》
이름 : 이진희 LV.1 [0/100]
나이 : 17
칭호 : 뒷자리 일진녀
성향 : ???
특수 능력 : ???
기벽 : ???
이해도 : 0/100
[대상 인물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
합니다. 이 인물과 더 많은 상호작용을 해서 정보를 얻어 내십시오.]
《상태창》
이름 : 장화은 LV.1 [0/100]
나이 : 34
칭호 : 노처녀 여선생
성향 : ???
특수 능력 : ???
기벽 : ???
이해도 : 0/100
[대상 인물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 합니다. 이 인물과 더 많은 상호작용을 해서 정보를 얻어 내십시오.]
《상태창》
이름 : 윤선아 LV.1 [0/100]
나이 : 16
칭호 : 흙수저
성향 : ??? 〉 NEW! 클릭하여 펼치기
특수 능력 : 없음
기벽 : ??? 〉 NEW! 클릭하여 공개
이해도 : 50/100
성향 : ??? - [낮은 자존감]
- 이 인물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탓에 자존감이 상당히 낮습니다. 매사에 수동적이고 의사결정이 느리며, 그저 주어진 현실에 무기력하게 살아갈 뿐입니다.
[인물 윤선아에 대한 이해도가 절 반의 수치를 넘어섰습니다. 기벽에 대한 정보가 공개됩니다.]
[인물 윤선아의 기벽은
‘얀데레’ 입니다.]
괴담 동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