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담 동아리-24화 (24/130)

24 화

다섯 번째 괴담 -

끝나지 않는 4교시 (6)

“푸우웁- 푸우우웁- 푸우웁-”

“붑… 붑… 부웁……

한산한 패스트푸드 안.

선아가 빨대 하나를 가지고 낑낑대며 나에게 숨을 불어주는 중이다.

“붑… 붑… 부웁……

“뿌우우우웁_ ”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볼을 부풀리

며 나에게 공기를 밀어 넣는 선아.

“푸웁-!”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뿜고 말았다.

“푸하하하하……

« 2”

빨대를 뱉는 나에게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얼굴이 새빨개져 있는 선아.

“준아, 왜……?”

“아, 아니. 그냥……

얼굴이 웃겼다고 하면 싫어할 수도 있겠지.

나는 떨어진 빨대를 다시 주웠다.

“이건... 너무 작은 것 같아. 숨을 불어 넣어 주기엔.”

“으응……

동의한다는 듯 숨을 헐떡이는 선아.

하지만 여기는 아까의 꿈과는 다르게, 직원들이 활발히 매장 안을 돌아다니는 중이라 가스관을 사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근처에 숨도 못 쉴 만큼 밀폐된 공간은 없는 것 같고……

좀 더 큰……. 서로에게 숨을 불어 넣어 줄 수 있는 뭔가가 없을까.

“준아, 이 종이컵… 어떨까……?”

테이블에 놓여 있는 종이컵을 가리 키는 선아.

“보자……

나는 그걸 들어서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이건 레귤러 컵이군.’

너무 짧다.

잘못하다가 뽀뽀해 버릴 수도.

“어딘가에 라지 컵이 없을까?”

“쓰레기통에……

“기다려. 내가 새로 하나 받아 올 게.”

자연스레 쓰레기통을 뒤지려는 선

아를 말리고 나는 1층 카운터로 내려갔다.

그래도 사람이 입에 댈 건데 새 걸로 받아와야지.

“저기, 죄송한데 음료 라지 컵 하나 받을 수 있을까요?”

바쁘게 딜리버리를 처리하던 알바생 누나 한 명이 신경질적으로 탁, 컵을 내려놓는다.

‘싸가지 없네.’

라지 종이컵 하나를 들고 다시 2 층으로 올라왔다.

“여기 밑부분을 뚫어서 구멍을 내는 거야. 그리고 나한테 숨을 불어

넣어 줘.”

이러면 아까의 빨대보다 훨씬 통로 도 넓고 면적도 안전하다.

“뿌우웁-”

“···후웁!”

“ 뿌우웁-”

“···으웁!”

볼을 가득 부풀리고는 숨을 밀어 넣는 선아를 최대한 보지 않으려 참았다.

“뿌우웁- 뿍! 켈록! 켈록……

나에게 숨을 밀어 넣다가 사례가 걸렸는지, 갑자기 컵 안으로 기침을 하는 선아.

“켈록, 켈록……

나는 컵을 떼고는 입가에 튄 선아의 침을 닦았다.

“···괜찮아?”

“헥... 헥, 어렵다.”

빨개진 얼굴로 땀을 닦는 선아.

호흡이 곤란한 건 내 쪽이어야 하는데, 어째서 숨을 불어넣는 선아가 힘들어 하는 걸까.

나는 입 주위를 소매로 슥 닦고는 다시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알겠지? 너는 바깥 공기를 마시고 내쉬는 역할. 다만 내쉴 때 이 종이 컵 안으로 내쉬는 것뿐이야. 힘들

이유가 전혀 없어.”

“ 으음”

핵심은 내가 의식을 잃을 때까지 이산화탄소를 불어주기만 하면 되는 거다.

“그럼, 다시.”

“응……

다시 컵의 양면에 서로의 입술을 맞대는 우리.

주위의 손님들이 힐끔힐끔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붑… 붑… 부웁……

보기보다 선아에게는 터프한 면이

있는지, 숨을 뱉을 때 너무 인정사 정없이 뱉어냈다.

덕분에 나는 갑자기 폐로 밀려들어 오는 압력에 몇 번이나 기침을 할 뻔했고.

‘욱… 우욱……

파악-!

“콜록…! 콜록……

이번에는 내가 사레가 들렸다.

선아가 너무 있는 힘껏 공기를 불어 넣어서다.

“콜록, 콜록……

“주, 준아……

미안하다는 듯 안절부절못하는 선아.

하윤이는 섬세하게 잘해 주던데.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 속에서 기침이 몰려온다.

“쿨럭, 쿨럭… 조금만 약하게

“미, 미안……

선아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그 순간.

“저기요? 고객님?”

숨을 가다듬으며 옆을 보니 아까의 신경질적이던 알바생 누나가 서 있다.

“ 괜찮으신가요?”

손님들도 웅성거리며 얼굴이 빨개져 있는 우리를 본다.

하긴, 가게 안에서 교복 입은 남녀 가 종이컵에 얼굴을 박고 있으면 누 구라도 관심을 갖겠지.

“고객님?”

선아가 긴장한 표정으로 알바생을 쳐다봤고.

나는 손사래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 섰다.

“쿨럭... 네, 괜찮아요. 괜찮으니깐 가세요.”

“죄송하지만, 매장에서 나가 주셔

야 될 것 같아요.”

알바생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 했다.

“불편해하시는 손님들이 계셔

서……

“네네, 짐만 챙기고 나갈게요. 가셔 도 됩니다.”

나는 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

‘젠장, 꿈이 뭐 이리 현실적이야.’

알바생은 표정을 구기고는 1층으로 내려갔다.

“선아야, 우리 화장실로 가서 다시 하자.”

« 응 ”

"

화장실은 2층 구석에 있었다.

남자 화장실로 갈지, 여자 화장실로 갈지 쓸데없는 고민을 하며 앞서 가자 선아가 쫄래쫄래 따라왔다.

‘굳이 이 타이밍에 여자 화장실을 선택할 이유는 없겠지?’

문을 열고 대변기 칸 안으로 들어 갔다.

선아가 주변 눈치를 보며 남자 화장실로 들어왔다.

“대변기 칸 안으로.”

칸 안으로 들어온 우리.

나는 바로 문을 잠갔다.

“됐어. 이러면 아무도 방해 못 해.”

“으응.”

나는 머뭇거리는 선아에게 집중하라는 듯 시선을 마주 보고는 설명을 시작했다.

“밀폐된 공간 안에 오랫동안 머무르면 졸음이 몰려오는 건 알지?”

“···응.”

“그게 산소 부족으로 인해 생기는 현상인데, 지금 우린 그걸 재현해야 하는 거야.”

근처에 산소를 빨리 소모할 수 있는 좁은 밀폐된 공간이 없다 보니, 종이컵으로 호흡기만 틀어막음으로 임시로 그걸 만들어 주는 거다.

다만 한 번의 호흡량보다 종이컵이 작다 보니 선아가 맞은편에 입을 대 주는 거고.

우리는 1평도 안 되는 그 좁은 대 변기 칸 안에 웅크려 앉았다.

“자, 시작하자.”

그렇게 다시 종이컵을 맞대고 호흡을 시작했다.

“…후웁-!”

“···후읍.”

“···후붑-!”

“…후웁.”

들이쉬고, 내쉬고.

들이쉬고, 내쉬고.

아까보다 상당히 안정된 흐름으로 호흡을 전달해 주는 선아.

이대로라면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다.

“···후붑-!”

“···후웁.”

“···후웁-!”

“···후웁.”

그렇게 차차 의식이 흐려질 때쯤.

벌컥-!

갑자기 남자 화장실의 문이 열리며 소란이 들린다.

“아까 그 학생들이 여기 들어갔어요. 남자 여자 같이요.”

“저기요, 고객님! 계세요? 고객님!” 알바생이 다른 직원들을 대동한 채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잠겨 있는 우리 대변기 칸 앞에 서더니.

“문 여세요! 안에서 뭐 하시는 거 예요? 나오세요!”

쾅쾅대며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다른 직원들도 웅성대며 옆 칸에 들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당황하며 돌아본 선아가 이내 더

빠르게 호흡을 내게 주기 시작한다.

“···후웁-! 후웁-!”

“···후웁. ···후숩.”

천천히 머릿속이 몽롱해지고 의식 이 흐려진다.

“···후웁-! 후웁-! 후웁-!”

“···후웁. ···후웁. ···후웁

동시에 우리가 있는 칸의 문을 두 드리는 직원들.

“저기요! 나오세요! 나오시라구요!” 쾅쾅! 쾅쾅쾅!

그 와중에 남자 직원 한 명이 옆 칸에서 변기를 타고 기어 올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흐읍! 내가 올라갈게!”

“…후웁-! 후웁-! 후웁-!”

“···후웁. ··♦후웁. ···후숩.”

“어이! 학생들!”

옆 칸에서 변기를 밟고 올라 칸 너머 우리를 내려다보는 남자 직원.

“둘이서 뭐 이상한 짓 하는데! 빨 리 나와!”

앞에서는 동전으로 잠금장치를 돌리는 소리가 들린다.

찰칵- 찰칵-

“···후웁-! 후붑-! 후숩-! 후숩-! 후웁-! 후웁-! 후웁-!”

“···후웁. ···후웁. ···후웁. ···후웁.

···후웁. ···후웁. ···후웁. ···후웁.”

“나와! 어이!”

“웁- 우읍-”

직원들이 문을 열고는 선아의 어깨를 잡고 밀어내려 당기고.

선아가 버티며 필사적으로 나에게 호흡을 전해 주는 난동 속에서.

나는 마지막으로 들이켠 한 호흡에 시야가 픽- 꺼져 버리고 말았다.

* * *

두근.

두근.

눈을 뜨자.

아니, 눈이 안 떠진다.

두근. 두근.

눈꺼풀에 힘이 안 들어간다.

뭐지, 이 느낌은. 그리고 여긴 어디지.

굉장히 편안하다. 몸이 붕 떠다닌다.

두근. 두근.

엄마의 목소리다.

엄마의 목소리가 주위에 울려 퍼진다.

설마, 이곳은… 엄마의 뱃속인가.

나는 머리가 멍한 와중에도 생각이 연결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꿈은 무분별하게 튀어 나온 게 아니었다.

그건 시간 순으로, 내가 꾼 악몽의 역순이었다.

넷이서 다 같이 교실에서 국사 수 업으로 시작되는 꿈.

그 악몽의 시간대는 바로 오늘이 배경.

거기서 하윤이가 남고 우리 셋이 다음 꿈으로 이동하며 마주한 패스트푸드점은 웃는 여자를 만나고 난 다음 날 꾸었던 악몽.

즉, 시간상으로는 더 과거에 꾸었던 꿈이다.

그다음 선아와 함께 마주한 입학식은 3년 전부터 나를 괴롭혀 온 머리 폭발 사건의 악몽.

그리고 거기서 한 단계 더 과거로 간 지금, 나는 무려 20년의 시간을 건너뛰어 엄마 뱃속으로 온 것이다.

나에게 요즘의 사건으로 겪은 트라 우마는 다시 태어나는 급의 스트레스였다는 의미일까.

그래서 갑자기 시간을 훌쩍 건너뛰어 최초의 스트레스, 최초의 악몽.

태아 시절로 돌아온 건가.

두근. 두근.

···이 세상은 스트레스투성이다.

하지만 이곳은 정말 편하다.

그냥 여기서… 엄마가 주는 영양분을 먹으며.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멍하니… 편안하게.

부유하면서.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갑자기 선아의 얼굴이 떠오른다.

패스트푸드점 화장실 안에서, 잠이 든 나를 두고 안절부절못하고 있겠지.

선아도 참. 어차피 꿈속인데 뭘.

두근.

경원이는... 그보다 더 위의 꿈에 서… 감자튀김을 먹으며 나를 기다 릴 테고.

두근.

하윤이는… 괴물들을 피해서 잘 도망 다니고 있으려나.

하윤이랑은 뭔가, 이상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뭐였더라.

몰라. 기억하기 귀찮다.

두근.

의식이 한참을 다시 부유했다.

서서히 머릿속 한편에 위기감이 든다.

나, 너무 오래 쉰 거 아닌가?

잠시는 괜찮을 수 있지만.

이대로 하루.

한 달.

1년.

10년을 꿈속에서 보낸다면.

애들이 버틸 수 있을까.

두근. 두근.

그렇구나.

이 괴담은 이렇게 사람을 꿈속에 가둬서.

정신력을 갉아먹어서… 죽이는 타 입이구나.

두근.

그런데 내가 여기서 어떻게… 더 의식을 잃지?

아마 한 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 데.

어떻게, 혼자인데.

두근. 두근.

탯줄에 목을 감자.

나는 의식이 멍한 와중에도 천천히 발을 꼬물거려 양수 안을 헤엄쳤다.

무언가 걸리는 것을 찾아 한참을 돌고 돌았다.

그리고 느껴지는 탯줄, 그것이 목에 꼬일 때까지 다시 빙글빙글 돌았다.

두근.

두근.

됐다.

숨이 막혀 온다.

질식해서 죽지 않을 정도로만 최대 한 조절해 본다.

다시 답답한 느낌이 계속된다.

그대로 한참을 기다리자 또다시 정신이 어딘가로 날아간다.

엄마의 뱃속, 이미 태아인데.

여기서 더 과거로 간다는 말인가.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두근.

두근.

의식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간다.

파아아앗-!

“왜

“그런

“…… 이 부분은 내가 허락할 테니 괜찮습니다.”

“허어억!”

눈을 뜨자 패스트푸드점의 화장실 안이었다.

선아가 걱정스레 나를 쳐다보고 있다.

주위에는 직원들이 119를 부르며 부산스러운 게 느껴진다.

“주... 준아... 괜찮아?”

“허억, 허억.”

뭐였지.

누구를 만났었더라.

기억이 잘 안 난다.

다만, 어떤 반가운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서 중요한 얘기를 들었다는 감각만 있다.

생각해 내야 한다.

하지만 깨어나 정신이 맑아질수록 꿈의 내용은 점점 흐릿해진다.

그렇다.

나는 지금 깨어나고 있다.

“선아야.”

“응?”

머릿속 한편에서부터 신경들이 꿈틀거리는 게 느껴진다.

지금껏 잠들어 있던 의식이 천천히 깨어나고 있다.

물속에 잠겨 있다가 어딘가로 떠올라 가는 것 같은 기묘한 부상감이 밀려왔다.

나는 선아의 손을 잡고는 외쳤다.

“선아야, 돌아가자!”

“응!”

선아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바닥이 무너져내렸다.

* * *

“부장!!”

다시 한번 패스트푸드점 안.

하지만 이번엔 1층 매장 한가운데였다.

“으으... 경원아.”

내가 이마를 누르며 허리를 일으키자 경원이가 허겁지겁 다가왔다.

“성공한 거야?”

“응… 성공했어.”

옆에서 선아도 찌뿌둥한 표정으로 깨어나서는 두리번거린다.

경원이가 성공했다는 내 대답을 듣 고는 안심한 눈치로 입을 열었다.

“부장, 여기서 기다리는 동안 곰곰 이 생각해 봤는데. 현실에서 우리 네 명이 뭘 하다가 동시에 잠든 건 지 기억해 냈어.”

“정말이야? 뭔데?”

나는 깜짝 놀라서 외쳤다.

그렇다! 그러고 보니 그게 있었다!

현실에서의 우리는 지금 도대체 어떤 상태인가?

우리 네 명은 뭘 하다 같이 잠들

어 있는 건가?

경원이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웃음과 함께 대답했다.

“지금 말해 줘도 믿지 못할걸. 깨 어나서 확인해 봐.”

“응? 뭔데? 궁금하잖아!”

쿠쿠쿡,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는 녀석.

“걱정 마, 나쁜 일은 아냐. 다만, 많이 황당할걸, 좀 많이.”

선아가 멍하니 머리를 매만지며 우리에게 다가온다.

경원이도 고개를 돌려 선아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했다. 윤선아.”

“후훗.”

그 순간 가게 안이 크게 흔들리더니 천장이 쏟아져 내렸다.

* * *

“엄마가 교회 가자고 그렇게 말했는데 너는 도대체-”

으음’’

다시 이마를 누르며 천천히 일어나니 우리 반 교실 안.

다만, 학생들은 아무도 없었고 조용했다.

저 멀리 복도 너머로 엄마를 흉내 내는 뭔가가 불평하는 목소리만 어렴풋이 들려온다.

“아이고, 머리야.”

경원이와 선아도 옆에서 머리를 감싸며 일어섰다.

하윤이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 어딘가에 잘 숨어 있는 모양이다.

주위가 흔들리더니 다시 한번 세계 가 무너지려 한다.

동시에 내 의식이 급격히 어딘가로

올라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나는 문득 떠오른 불안한 생각을 토해 냈다.

“저기, 경원아, 선아야. 혹시… 이 게 그냥 나만의 꿈이고 너희도 내가 상상해 낸 거면 어떡하지?”

내가 지금까지 혼자 원맨쇼 한 거라면?

그런 불안감이 문득 엄습해 왔다.

경원이가 무너져 내리는 잔해들 속에서 안경을 치켜올리며 대답했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야지, 부장.”

옆에서 선아도 나를 보며 조용히 웃는다.

“조금 있다 보자, 준아……

천장이 무너져 내리며 우리를 덮친다.

동시에 마지막으로 의식이 완전히 깨어나는 게 느껴진다.

괴담 동아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