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담 동아리-25화 (25/130)

25 화

다섯 번째 괴담 -

끝나지 않는 4교시 (7)

[2019년 3월 8일 금요일, 11:35]

[이준 _ 2회차]

[괴담 포인트 : 110]

[인과율 : 8%]

‘휴,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가.’ 오늘은 금요일.

지금 4교시만 마치면 점심시간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동아리 활동, CA 시간이다!

나는 교실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복을 입은 국사 선생님께서 요즘 대학들이 점점 국사를 입시에 반영 하지 않는 추세에 대해 분통해하며 시간을 끌고 있었다.

수업이 일찍 끝난 다른 반 학생들이 눈썹을 휘날리며 급식실로 달려 가는 게 교실 문 너머로 보였다.

“그리고! 일본놈의 새끼들이 우리 땅 곳곳에 말뚝을 박아서 정기를 죄다.”

‘X발, 좀 마치라고.’

띵동~ 댕동~♬

종이 치자 성격 급한 남학생들 몇 이 후다닥 교실문을 열고 급식실로 달려가는 대열에 합류했다.

선생님은 할 말이 아직 많으셨는지 시무룩한 표정이셨지만, 학생들에겐 나라의 역사보다는 먹고사는 게 더 급했던 모양이다.

나 역시 복도로 후다닥 뛰쳐나갔고, 선아랑 경원이도 재빠르게 달라 붙었다.

“빨리 점심 먹고 동아리방 가서 놀 자!”

“후후, 체통을 지켜, 부장.”

경원이가 안경을 치켜올리며 대답 했고, 선아는 발그레 상기된 얼굴로 미소 짓고 있었다.

내가 선아의 눈을 보며 장난스레 고개를 끄덕이자 선아도 키득거리며 답해 주었다.

그리고 셋이서 나란히 앉아 밥을 먹는데 급식실 창문 너머로 배달기 사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게 보였다.

5, 6교시는 CA 시간.

동아리들이 자율로 활동할 수 있게 학교가 정해 놓은 시간이다 보니, 아예 점심을 거르고 동아리방에서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선배들도 많 나 보다.

선아가 부럽다는 듯이 밥을 먹다 말고 그 장면을 멍하니 본다.

“우리도 다음에 꼭 시켜 먹자. 번 듯한 동아리방도 있으니깐.”

“···응!”

급식실을 나와서 본관 건물로 들어 서려던 찰나, 갑자기 눈앞에 메시지 가 떠올랐다.

[S급 특수 능력 : 행운의 여신이 발동 대기 중입니다.]

[시스템이 현실을 수정 중입니다.]

‘?”

그렇게 떠오르더니 금방 사라진 문 구.

뭐지 싶어서 둘러봤지만 별다른 변 화는 없어, 갸우뚱하며 그대로 본관 안으로 들어섰다.

“와, 이건 다 무슨 줄이지?”

본관을 들어서자 보이는 길게 늘어 선 학생들의 행렬.

무슨 줄이길래 점심시간임에도 복 도 끝까지 행렬이 이어져 있을까.

“다들 도서부에 면접을 보러 온 모양인데.”

경원이가 안경을 치켜들며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행렬의 시작점을 쫓아가 보자 도서실에서부터 늘어선 줄이다.

도서부는 일반적인 동아리와는 다르게 도서실의 운영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권력이 세기 때문에 인기가 많은 편.

방과 후에도 사서 선생님과 협상만 잘한다면 마음대로 문을 따고 도서 실을 쓸 수도 있고.

매달 학교 예산으로 신간을 구입하는 것도 도서부가 처리하는 일이다 보니 좋아하는 책들을 먼저 리스트

에 올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입부를 희망하는 학생 들이 너무 많아 CA 시간 직전인 아직까지도 면접을 보는 모양이다.

“녀석들, 우리 괴담 동아리에나 들어올 것이지.”

내가 자조하며 중얼거리자 웃는 둘.

“유명해지고 볼 일이잖아. 아직은 실적이 없으니깐. 천천히 성장해 가 자, 부장.”

그때, 행렬 중간에 서 있던 어떤 덩치 큰 남학생이 우리를 보더니 말을 걸었다.

“저, 저기... 이준?”

“응?”

살이 뒤룩뒤룩 찐 남학생.

내 짝궁 오덕훈이다.

“전에 네가 만들었다던 동아리… 아직 자리 있어?”

그 녀석이 도서부 면접을 기다리는 행렬 중간에 서서는 주위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나에게 묻는다.

의외라는 기색으로 덕훈이를 살피는 선아랑 경원이.

나는 뭐지 싶으면서도 일단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응, 자리 있어. 왜?”

“호, 혹시… 지금이라도 들어갈 수 있을까?”

“괴담 동아리에?”

허둥지둥 고개를 끄덕이는 덕훈이.

“애니 동아리에 가서 안 올 거라며?”

“그, 그게……

덕훈이가 쩔쩔매더니 대답한다.

“거기는 잘 안 돼 가지고……

떨어진 걸까.

녀석에게 딱인 동아리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여기서 도서부 면접을 기다

리고 있는 거고.

‘참나.’

나는 시원하게 대답해 주었다.

“당연히 되지. 들어올래?”

“요, 요캇타아~!”

기쁨에 찬 함성을 지르는 덕훈이.

앞뒤로 줄을 서 있던 학생들이 눈을 찌푸리며 쳐다본다.

“들어가겠습니다, 부장님~!”

“‘님’ 자는 붙이지 마. 회사 부장님 같으니깐.”

우리 동아리는 막 개설된 신생 동아리다.

제대로 굴러가려면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한 때인 만큼, 입부를 희망하는 사람을 막을 이유는 없다.

“이름 적어서 선생님께 올릴 테니 깐 좀 이따 CA 시간 되면 바로 5 층으로 오면 돼.”

“하이~! 와카리마시따~!”

덕훈이가 육중한 몸을 기쁘게 흔들며 행렬을 빠져나와 복도를 뛰어가려던 그 순간.

면접을 마친 하윤이가 도서실의 문을 열고 나왔다.

쿠웅-!!

“부와아아아아악! 스미마세에에에

에에엥~!”

육중한 덕훈이의 살집이 가냘픈 하윤이를 덮친다.

그대로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비 계에 묻혀 쓰러지는 인하윤.

그 순간.

파아앗-

[S급 특수 능력 : 행운의 여신이 발동합니다.]

하윤이가 들고 있던 책들이 공중에 붕 떠오른다.

“어, 어.”

나는 눈앞의 빈 공간 사이로 떨어 지는 책 하나를 잡으려 허리를 내밀었다.

몸의 중심이 앞으로 기우는 순간.

오늘따라 청소 당번이 복도 걸레질을 열심히 했는지, 마룻바닥이 굉장히 미끌거렸다.

“어, 어, 으악!”

그대로 중심을 잃고 바닥에 미끄러 지는 찰나, 뒤로 들려 올라가는 나의 뒤꿈치가 무언가를 퍽 차올린다.

“크어 억!”

경원이가 비명을 지른다.

퍼억.

“꺄악-!”

경원이가 혼절하며 선아와 머리방 아를 찧고는 복도에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허 억!”

“ 으음 ’’

쿵.

쿵.

“꺄악.”

쿵.

쿵.

우리 네 명은 옛날 고리타분한 슬랩스틱 코미디처럼.

과장된 몸짓으로 쓰러졌다.

머리가 띵-한 게 의식은 있었지만, 그 조금 있는 의식마저도 마침 쓰러 진 선아의 발이 우연히도 내 얼굴을 틀어막으며 호흡이 곤란해 사라져가는 중이다.

“다… 다이죠부데스까!”

경원이의 입, 코는 자신의 소매에.

하윤이의 호흡기에는 자신의 머리 카락이.

안절부절못하는 덕훈이의 육중한 덩치를 배경으로 시야가 천천히 흐릿해졌다.

[S급 특수 능력 : 행운의 여신이 소모되었습니다. 능력에서 사라집니다.]

[B급 괴담 - 몽중몽 괴담과 마주 쳐서 살아남았습니다.]

[괴담 포인트를 15 획득하였습니다.]

[당신은 놀라운 기지를 발휘하여 오히려 몽중몽 괴담을 격퇴하고 말았습니다!]

[괴담 포인트를 70 획득하였습니다.]

[함께한 부원들 한 명당 10%의 보너스 포인트를 얻습니다.]

[참여한 부원 : 안경원, 윤선아]

[총 획득한 포인트 85에 대해서 20%의 보너스 포인트 17을 추가 획득합니다.]

[현재 괴담 포인트 : 110 + 85, + 17]

뾰로롱~》

[현재 괴담 포인트 : 212]

[괴담 포인트가 충분한 수치까지 쌓였습니다! 괴담 포인트를 소모하여자신을 성장시키거나, 동료의 능력을 개방하십시오! 동아리의 기능을 확장하고 시설을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습니다!]

* * *

“참나……

눈을 감은 채로 헛웃음을 터트렸다.

꿈속의, 꿈속의, 꿈속의 꿈을 단계 별로 벗어나며 의식이 급부상.

그리고 동시에 기억들이 천천히 밀려온다.

다 생각났다.

이게 현실에서 일어났던 일.

황당할 거라던 경원이의 표현은 정확히 맞는 말이었다.

으음”

천천히 눈을 뜨자 학교 천장의 어지러운 무늬가 시야에 들어온다.

그대로 찌뿌둥한 허리를 일으켜 세 우자, 옆에서 신음 소리와 함께 누 군가 몸을 일으켰다.

“크음.”

“어라, 여긴.”

경원이랑 선아다.

하윤이도 찌푸린 표정으로 말없이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여기는… 학교 안에서도.

“복도네.”

« 응 ”

"

학교 복도다.

그것도 본관 건물 1층.

눈앞에는 도서실과 학생들의 늘어 선 행렬이 보인다.

저 멀리 선생님들을 부르러 급하게 뛰어가는 덕훈이의 뒷모습.

우리는 조용히 서로의 눈을 살피며 상황을 짐작했다.

“설마.”

경원이가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방금 쓰러졌다고?”

“그런 것 같네.”

하윤이가 조금 피곤한 기색으로 대답했다.

그렇게 오래 헤맸던 것 같은데, 아직 10초도 지나지 않았다니.

만약, 빠져나오지 못한 채로 1시간 만 잠들어 있었어도 그 속에서 몇 달은 헤매다 폐인이 된 채 나왔을

것이다.

“준아……

선아가 나를 보며 중얼거린다.

나도 선아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반가워, 선아야.”

“헤헤

* 〉k *

“여기가 너희 동아리 방이니?”

한 젊은 여선생이 엉뚱한 문 앞에 서서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외친

다.

“아닙니다, 선생님. 이쪽입니다.”

“아하.”

선생님이 어깨를 돌려 우리 동아리 방 쪽으로 걸어왔다.

“뭐가 이렇게 이상한 곳에 있니? 그보다 여기에 이런 방이 있었던 가?”

몇 번 본 적이 있는 얼굴이다.

입학식 때 한 번.

그리고 화장실에서 한 번.

“어쨌거나 반가워! 내가 너희를 지 도하게 된 장화은 선생님이야. 활동에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

렴. 차를 타고 야외 활동을 가고 싶다든지 그런 거~ 근데 괴담 동아리 라니, 정말 특이하다.”

30대 초반의 건강한 매력이 물씬 풍기는 장화은 선생님이 깔깔 웃으시며 자기소개를 했다.

‘칭호에는 노처녀라고 적혀 있던 데, 진짜인가?’

[인물 장화은에 대한 이해도가 10 상승했습니다.]

정답이었나 보다.

“후욱, 후욱. 애니 동아리는 함정이

었다. 일진들이 이름만 그렇게 걸어 두고서는 찾아오는 사람들마다 신나 게 패 버리고 있었다고……

“···그래, 덕훈아. 잘 부탁한다.”

더운 날씨도 아닌데 땀투성이인 오덕훈.

그 옆에는 한 성깔 해 보이는 여학생, 진희가 오만상을 찌푸리며 다 리를 꼬고 있다.

“이름이… 진희지? 엉겁결에 왔겠지만 잘 부탁할게.”

“어.”

짧게 툭 대답하는 진희.

그 옆에선 도서부가 짤린 덕택에

데리고 온 하윤이가 두 손을 다소곳하게 무릎 위에 올린 채 조신하게 앉아 있었고, 선아와 경원이는 의자가 없어서 내 양옆에 어중간하게 서 있었다.

나는 ‘괴담 동아리의 첫 CA시간 : 자기소개’라고 적혀 있는 화이트보드 앞에 서서 여섯 명의 부원들을 둘러봤다.

자기 똑똑한 맛에 사는 엘리트 안 경원.

자존감 낮은 가난한 여고생 윤선아.

친절함 속에 묘한 무언가를 감춘 인하윤.

팀의 체력을 담당하는 절대 덕력의 소유자 오덕훈.

사나운 카리스마의 일진녀 이진희.

학생을 성희롱하는 아름다운 30대, 장화은 선생님.

그리고 나.

사춘기를 양면성이라는 고상한 단 어로 치장했지만, 사실 재주라곤 잔 머리 잘 굴리는 것 하나뿐인 부장 이준.

“괴담 동아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괴담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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