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화
막간 - 동아리 레벨업!
“장화은 선생님이 무당 집안이었다고 하셔서 놀랐는데. 앞으로 꽤 재 밌는 얘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진희… 대단해. 우리랑 같은 나이인데, 벌써 알바를… 그래서 학교에선 매일 엎드려 있었구나.”
방과 후, 학교 근처 역 앞 패스트 푸드점.
모든 게 끝나면 이곳에 다시 오기로 했던 약속대로, 우리 셋은 2층 창가에 앉아 햄버거를 먹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윤이도 함께 괴담을 겪긴 했지만, 종례가 마치고 교실을 둘러보니 말도 없이 이미 나간 것 같아 할 수 없이 셋이서만 왔다.
“그렇군. 부장은 아까와 같은 괴현 상을 몇 번이나 마주쳤던 거군. 확 실히 체험파네.”
“맞아. 그게 내가 동아리를 만든 이유야.”
“흠… 다음에 부장이 겪은 일을 처음부터 자세하게 들려주었으면 싶은
데-”
“준아, 저기……
선아가 갑자기 말을 끊고는 옆으로 고개짓을 하길래 쳐다보니 알바생 누나가 빗자루로 매장 바닥을 쓰는 게 보였다.
“꿈에서 봤던 분이네.”
내가 대답하자 선아가 햄버거를 오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혹시 지금 이것도 꿈인 건 아니겠지?”
“하하, 무서운 소리 하지 마라, 부 장.”
경원이가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그걸 판별하는 도구 중 하나가 바로 부장이 나한테 보여 줬던 토템이다.”
“토템? 그게 뭐지. 그런 걸 보여 줬었나.”
경원이가 끄덕이며 주머니에서 핸 드폰을 꺼냈다.
문양이 위에 박혀 있는, 기업 클로버에서 내놓은 최신 스마트폰이었다.
“숫자나 시간 같은 수학적인 영역 말고도, 균형 감각 역시 RC 체크를 할 수 있는 요긴한 수단 중 하나다. 거기에 쓰이는 도구들을 토템이라고 부르지. 잘 봐라.”
그러더니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올리고는 빙그르르 돌리기 시작했다.
“꿈에서는 무언가가 한번 돌아가면 잘 멈추지 않아. 인간의 무의식은 적당히 맺고 끊기 보다는 끝없이 연속되는 방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지.”
핸드폰은 당연하게도 마찰을 이기 지 못하고 몇 바퀴 못 돌고 멈췄다.
“안심해, 둘다. 여긴 현실이니깐, 후후.”
나는 다행이라는 한숨을 내쉬었고, 선아도 안심한 듯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럼 저분은 내가 예전에 방문했을 때 본 게 기억에 남아 꿈속에서 도 등장한 걸까?”
“끝난 일을 파고들면 골치 아파, 부장. 햄버거나 먹자고.”
“푸훗.”
“잘 가~ 주말 잘 보내~”
“후후, 다음 주에 보자.”
“안녕, 준아… 잘 먹었어.” 계산은 내가 했다.
이 두 명에게는 맛있는 걸 사 주기로 약속했던 적이 있었다.
웃는 여자 때는 선아에게, 엄마 귀 신 때는 경원이에게.
이번 사건의 발단은 결국 행운의 여신이라는 나의 이상한 능력 때문에 모두 동시에 기절해 버린 탓.
친구들을 말려들게 해서 고생시킨 미안함도 있었기에, 부족한 용돈이지만 시원하게 질렀다.
“행운이라, 흠……
나는 역 대로변을 걸으며 혼자 중 얼거렸다.
네 명이 동시에 이리저리 연속적으
로 부딪치고 넘어져 의식을 잃는다.
그리고 벌어진 몽중몽 괴담과의 사투.
굉장히 낮은 확률로 일어난 기막힌 우연이긴 했지만, 이게 행운이라니.
보통 온라인 게임에서의 스킬은 한 번 얻으면 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얻었던 S급 행운의 여신 스킬은 한 번 발동되자 사라져 버렸다.
‘밸런스 때문일까?’
S급 소모성 스킬의 능력이 가져다 준 굉장한 행운이라고 보기에는 방 금의 사건들이 잘 납득되지 않았다.
“행운, 행운이라… 뭐가 행운이란 거지?”
이번 괴담을 해결하면서 얻은 포인 트는 평소와 같았다.
B급 괴담을 물리치면 얻을 수 있는, 딱 그만큼의 포인트만 얻었던 것이다.
“나는 이번 사건으로 무엇을 얻은 걸까, 흠… 무엇이 행운이란 걸까.”
포인트 말고도 내가 얻은 게 있었나?
···부원?
선아랑 경원이, 진희는 원래부터 우리 부원이었고.
장화은 선생님도 원래 우리 담당이 셨고.
오늘의 사건으로 새로 얻은 부원은 하윤이랑 덕훈이, 이 두 명.
뭐, 덕훈이는 제외해도 좋을 것 같고.
인하윤.
‘하윤이……
반에 한 명쯤 있는 조용하고 얌전 한 여학생 타입.
그 여자애를 괴담 동아리의 부원으로 얻은 게 그렇게까지 큰 행운이란 말인가?
예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내뿜긴
하지만, 당연히 외모가 행운의 이유는 아니겠지.
나는 하윤이의 상태창을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아리 관리. 부원 관리. 인하윤 상태창.”
이제 하윤이도 우리 부원이니 어디 서든 상태창을 띄울 수가 있다.
파아앗-!!
《상태창》
이름 : 인하윤
나이 : 17
칭호 : 신붓감
성향 : ??? 〉 NEW! 클릭하여 펼치기
특수 능력 : 없음
기벽 : ???
이해도 : 5/100
[대상 인물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 합니다. 이 인물과 더 많은 상호작용을 해서 정보를 얻어 내십시오.]
“···뭔가 이상한데.”
이해도가 낮아도 너무 낮다.
그래도 잠시나마 생사를 함께하며 구르고 굴렀는데, 내가 이 여학생에 대해 아는 게 이렇게까지 없다고?
나는 하윤이의 성향을 클릭해 보았다.
팟-
성향 : ???
- 책을 좋아한다.
“… 끝2”
성격이 태연하다든가, 평소엔 조용 하다든가, 아무에게나 친절하다든가.
‘…또 뭔가 이상한 일이 하나 있었던 것 같은데 뭐였더라?’
하여튼.
머릿속에 그려지는 하윤이에 대한 여러 가지 이미지들이 있는데, 그게 이해도에 하나도 반영이 안 돼 있었다.
경원이나 선아의 경우에는 대충 성격을 넘겨짚기만 해도 이해도가 쑥 쑥 올라갔는데.
“후, 젠장. 모르겠다. 짚이는 게 없어. 보류.”
하윤이에 대한 건 일단 보류하고, 내가 이번 사건으로 뭘 얻었는지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부원, 부원이라… 혹시.
“…아! 그건가!”
그렇다.
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가 지금 처한 이 괴상한 상황을 부원들에게 완벽하게 공유시켜 준 것이다.
내가 겪었던 안내 방송 괴담, 웃는 여자, 엄마 귀신 그리고 마왕까지.
그걸 처음 마주쳤을 때부터 죽음을 당하는 것까지, 하나하나 모두에게 똑같이 겪게 해 준 셈이다.
심지어 죽을 때마다 시간이 계속 돌아가는 회귀 현상까지도.
실제로는 회귀가 아니라 다시 한번 꿈의 시작점으로 돌아갔던 것뿐이지
만, 어쨌든 겪는 입장에서는 똑같았던 셈.
모든 상황이 기가 막히게 들어맞았다.
‘세상에.’
나는 이마를 탁 칠 수밖에 없었다.
네 명이 서로 머리를 처박고 기절 한 게 행운이 아니었다.
이렇게 절묘한 타이밍에 몽중몽 괴담을 다 같이 겪으며, 나의 상황을 완벽하게 대리 체험시켜 준 것이 행 운이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몽중몽 괴담은 정말 타이밍 좋게 제 역할을 다 하
고 퇴장한 셈!
부원들에게 다시 한번 차근차근 내 처지를 설명해 줄 필요는 있겠지만, 녀석들은 내가 무엇을 겪어 왔고,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된 것이다.
그건 굉장히 커다란 자산이었다.
하마터면 어설픈 삼류 서스펜스 영 화처럼 다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나 혼자만 답답하게 3년을 고전분투 해야 할 수도 있었는데, 그 게 지금 깔끔하게 해결된 것이다.
나는 이제 혼자서 외롭게 싸우지 않아도 된다.
이상한 일이 생기면 부원들을 소집
해서 함께 의논하면 끝이다.
이 괴상한 상황을 진정한 의미에서 공유할 수 있는 친구들이 내게 생긴 것이다.
“우와, 개쩔어. 하하.”
이마를 탁 칠 수밖에 없었다.
S급 행운이 맞았다.
흡족해하며 기분 좋게 걷다 보니 우리 학교가 보였다.
지도상에서 직선으로 놓고 보자면 ‘집-학교-지하철역’ 순으로 돼 있는 구도.
나는 역 앞의 패스트푸드점을 나와 집으로 가는 길이었으니, 자연스레
학교를 다시 지나치게 된 것이다.
학교 건물을 보니 문득 내가 해야 할 게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래, 포인트!’
지금까지 모은 괴담 포인트를 동아리 레벨을 올리는 데 써 볼 생각이었는데, 보는 눈이 없는 시간을 골 라야만 했다.
그리고 방과 후인 지금이 딱 적당 한 시기였다.
나는 빈 운동장을 걸어 본관 건물로 들어간 후, 5층 동아리방을 향해 계단을 올라갔다.
석양이 조용한 학교 안을 비추고
있다.
3학년 선배들 몇몇이 야자를 준비 하는 소리를 빼면 학교는 조용했다.
‘아무도 안 보겠지?’
조심스레 동아리의 문을 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창문 밖으로 노을이 비치는 게 보였다.
그리고 눈앞의 테이블, 의자, 화이 트보드.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안 락한 동아리방.
‘다만, 조금 더 넓었으면 좋겠군.’
하윤이와 덕훈이가 갑자기 가입하
게 되면서 6명이 한 번에 들어오기 엔 꽤 비좁았기 때문이다.
‘아니, 선생님도 부원 취급이니 다 합치면 7명인가. 아까는 이 좁은 곳에서 잘도 CA 시간을 보냈구나. 어쨌거나 동아리 관리창!’
파앗-
[괴담 동아리 LV.1]
① 동아리 상태창
② 부원 관리
③ 상점(잠금)
④ 설정
‘1번. 동아리 상태창.’
파앗-
[괴담 동아리 LV.1]
[괴담 포인트를 투자하여 동아리를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다음 레벨업까지 괴담 포인트 0/100]
[능력치]
- 없음.
“좋아. 레벨업을 시작해 볼까.”
손가락을 꾸욱 누르자 문장이 떠올
랐다.
[현재 보유한 괴담 포인트 : 212]
[포인트를 투자하여 동아리의 레벨을 올릴 수 있습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진행!”
[동아리의 레벨업을 시작합니다.]
순간 부우웅, 하는 무언가 올라가는 듯한 효과음과 함께 숫자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다음 레벨업까지 괴담 포인트 17/100]
부우웅~
[28/100]
[52/100]
[75/100]
[87/100]
[99/100]
띠리링!
마침내 숫자가 가득 찼다.
[100/100]
퍼버벙~♬
[동아리가 레벨업하였습니다!]
[괴담 동아리 LV.1 -〉 LV.2]
[동아리의 레벨이 상승할 때마다 동아리에 능력치를 하나씩 부여할 수 있습니다. 선택해 주세요. 현재 가능 : (1)]
[괴담 수집력 LV.0]
[인재 수용력 LV.0]
[공간 확장 LV. 0]
“호오.”
나는 눈앞에 보이는 세 가지 능력 치를 두고 고민했다.
괴담 수집력과 인재 수용력, 단어만 봐서는 무슨 능력인지 알기 어려 웠다.
하지만 공간 확장은 대충 짐작이 간다.
“당연히 동아리방의 크기를 늘려 주는 거겠지? 일단 이게 먼저겠군.”
선생님 포함 우리 동아리는 총 7
명.
지금의 좁은 방에서 활동을 진행하기엔 무리가 크다.
동아리방이란 동아리 활동의 구심 점이 되는 공간.
심리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이곳 이 동아리의 중심이 될 거다.
그만큼 지금의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공간이 우선일 것이다.
나는 망설임 없이 공간 확장을 클 릭하였다.
[동아리에 공간 확장의 능력치가
추가됩니다.]
[괴담 동아리 LV.2]
[다음 레벨업까지 괴담 포인트 0/100]
[능력치]
- 공간 확장 LV.0 -〉 LV.1
띠링♬
[동아리방의 크기가 확장됩니다. 로딩을 위해서 문을 닫고 밖으로 나 가 주세요.]
“…로딩?”
그런 게 굳이 필요한 건가.
나는 잠시 동아리방을 둘러보았다.
노을이 들어오는 커다란 창문과 순 백색의 커튼.
널따란 테이블 하나와 의자 네 개.
그리고 바퀴가 달린 스탠드형 화이 트보드가 하나.
공간이 확장된 전과 후를 비교하기 위해 나는, 이 2평 남짓한 공간을 머릿속에 잘 담아 둔 채 방을 나섰다.
드르륵-
문을 닫자 메시지가 문에 떠올랐
다.
[동아리방을 다시 로딩합니다. 잠시 기다려 주세요.]
0%.
12%.
35%.
방 안에서 기묘한 기계음이 나더니 다시 한번 로딩이 시작되었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 해 들여다보려 했지만, 문에 달려 있는 조그마한 창문이 갑자기 뿌옇
게 변해서 안이 보이지 않았다.
띠링》
100%
[동아리방이 개방됩니다.]
드르륵-
“세상에.”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동아리방이 약 4평 남짓의 크기로 두 배 정도 넓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고시원 방 정도의 크기였다면 지금은 작은 원룸 정도는 되는 사이 즈로 바뀌어 있었다.
“가구도 옮겨졌네.”
테이블과 의자, 화이트보드도 공간 이 넓어지면서 정확히 방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었다.
창문도 기존의 위치에서 넓어진 벽 만큼의 거리를 계산해 가운데로 이 동해 있었다.
넓어진 공간만큼 기존의 가구들은 한곳에 쏠려 있어야 할 텐데 알아서 정돈되었고, 심지어 창문은 멀쩡하게 가운데로 옮겨져 있는 걸 보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의자까지 부원 개수에 맞 게 두 개 늘어났어. 굉장해!’
이 시스템에는 현실을 완전히 조작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나는 두근거렸다.
앞으로도 이용할 방법이 무궁무진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이런저런 기능들을 잘만 쓴다면, 그 이상한 괴물들과도 싸워 볼 만할 지도!’
그런 자신감을 얻으며, 나는 내 상태창을 확인해 보았다.
파앗-
《상태창》
이름 : 이준
나이 : 17
칭호 : 주인공
성향 : [양면성] 〉 클릭하여 펼치 기
특수 능력 :
1. -없음-
2. -없음-
3. -없음-
기벽 : 벼락치기
‘ 역시
가지고 있던 능력 중 행운의 여신 이 사라져 있었다.
전에 설명에서 읽었듯이 행운의 여신은 한번 발동한 후에는 사라져 버리는 소모성 스킬이었던 것이다.
‘이대로 빈칸으로 남겨 두긴 허전 하군. 동아리에 절반 투자해 보았으니 남은 절반의 포인트는 내 능력을 얻는 데 쓰자.’
나는 ‘없음’으로 표시돼 있는 칸 중 첫 번째를 클릭했다.
팟-
[현재 첫 번째 능력은 비어 있습니
다. 100포인트를 사용하여 능력을 개방하실 수 있습니다.]
[능력 개방(100) / 뒤로가기 ]
능력 개방 클릭.
[괴담 포인트 100을 소모하여 첫 번째 능력을 개방합니다.]
그러자 16비트 기계음으로 된 경 쾌한 멜로디가 울려 퍼지더니 저번과 마찬가지로 여러 단어가 휙휙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띠딩~ 띵~ 디딩~ 띵~♬
휙.
[···동신경 - 사회인 - 독순술 - 동반회귀 - …]
휙.
▼
[···회인 - 독순술 - 동반회귀 - 빠른걸음 - …]
휙.
저번과 마찬가지로 여러 능력이 스쳐 지나가는 게 보였다.
나는 그 단어 하나하나를 눈여겨보며 빠르게 기억하려고 애썼다.
어떤 능력들이 있는지 미리 알수록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다는 판단에 서였다.
카메라로 상태창을 찍어 보았지만 역시 허공만 보였고, 이렇게 눈으로 기억하는 게 지금은 최선이었다.
“빠른걸음… 독순술… 신분위장… 동반회귀……
특히 동반회귀라는 단어가 눈에 꽂 혔다.
‘누군가와 함께 회귀할 수 있는 능력인 건가… 요긴하겠군. 저게 걸리면 좋겠다.’
이번 괴담에서 부원들과 함께 회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게 꿈속의 꿈이라는 상당히 특수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현실.
죽더라도 다시 나 혼자서만 회귀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저 동반회귀라는 능력이 있다면 부원들과 함께 되돌아갈 수 있어 사건을 더 빨리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띠디딩♬
[특수 능력 : 독순술을 획득하였습니다.]
하지만 내 바람과는 다르게 화살표는 엉뚱한 곳에서 멈추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는 건가.’ 나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내가 얻은 능력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클 릭해 보았다.
[클릭.]
« 독순술 »
등급 : B 급
조건 : 자동
능력 : 입술을 읽어서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아주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무언 가를 엿들어야 할 상황이 온다면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을 법한 능력이었다.
“후우~”
이렇게 포인트의 사용을 마무리하고, 나는 한숨을 내쉬며 동아리방
의자에 걸터앉았다.
피곤했다.
비록 꿈속이긴 했지만 몇 번이나 죽으며 굴렀으니깐.
그래도 그 대가로 부원들이 내가 처한 상황을 완벽히 체험한 데다가, 동아리방의 확장 그리고 독순술까지.
이 세 가지를 얻었으니 나쁘지는 않은 고생이었다.
“여기 소파만 하나 있으면 딱 좋겠는데.”
동아리방 소파에 누워 시간을 보내는 상상을 하며 잠시 쉬다가 밖으로
나섰다.
* * *
“오오, 준이 군! 이 시간까지 어쩐 일입니까!”
운동장을 가로질러 정문을 나서려는데 누군가가 나를 반갑게 불렀다.
배 나온 너구리 같은 아저씨, 담임 이었다.
“동아리방 좀 살펴보고 가느라요.”
“호홋, 그런가요. 부럽네요.”
담임이 배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저희 선생들한테도 그렇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좋겠는데 말이죠~ 홋홋.”
“교무 휴게실 있지 않나요?”
“거긴 잘나가는 인싸 선생님들 차 지라구요, 준이 군. 나처럼 배 나온 중년은 낄 수 없어요.”
선생들 안에서도 인싸, 아싸가 있다니.
진담인지 농담인지 모르겠지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선생들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 어느 조직이든 그런 건 존재하겠지.
“으음, 준이 군. 그나저나 말입니
다……
담임은 갑자기 진지한 표정이 되더니 주위에 듣는 사람이 없는지 고개를 살피고 조심스레 말했다.
“내가 준 물건은 유용했습니까?”
“물건...요?”
나는 순간 머리가 멍해지는 기분이 들다가 아차, 하고는 대답했다.
“아, 동아리방 열쇠요. 하하, 그럼요. 유용했고 말고요.”
“아니, 말고요. 있잖습니까, 그거.”
“어떤····♦·
“홋홋, 호홋.”
나는 말 없이 담임을 쳐다볼 뿐이
었다.
“토템 말입니다, 토템. 확실히 유용 했지요? 홋홋홋.”
그리고 담임은 경악한 내 표정을 뒤로한 채 즐겁다는 듯 유행하는 아이돌의 신곡을 흥얼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다함께 포~린~세~스~ 홋 홋 홋.”
나는 학교 정문에 가만히 선 채 석양을 배경으로 멀어지는 담임의 뒷모습을 멍하니 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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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구
괴담 동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