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담 동아리-27화 (27/130)

27 화

여섯 번째 괴담 - 수능 금지곡 (1)

[2019년 3월 10일 일요일, 16:20]

[이준 - 2회차]

[괴담 포인트 : 12]

[인과율 : 9%]

딸깍.

마우스를 클릭하자 내 캐릭터가 소총을 발사한다.

[탕!]

수풀 사이에 위장하고 있던 적이 놀라서 일어서지만.

[퍼 벅-]

소용없는 일. 놈의 뚝배기가 날아 간다.

“이 소총은 여기서 가장 탄속이 빠른 총이거든.”

아마 그보다 빠른 것은 주말밖에 없을 것이다.

오늘은 일요일.

어제는 하루 종일 자다 일어나 집에서 컴퓨터를 하며 시간을 보냈고.

오늘도 점심부터 일어나 방 안에서 과자를 먹으며 게임을 하다 보니 어느새 오후였다.

어머니가 절을 다니시다 보니 일요일 낮에는 집에 없으시고, 아버지도 거실에서 뒹구시느라 내가 게임하는 데 별 신경을 안 쓰시다 보니 이렇게 일요일 낮에는 아무도 내가 게임 하는 걸 막을 수 없는 것이다.

학교에서 정신없는 평일을 보내며 머릿속에 많은 의문이 있었지만, 혼 자서 고민해 봐야 별수 없는 일.

결국, 시간이 흐르며 부딪쳐 봐야만 답을 알 수 있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이번 주말은 그냥 늘어지게 자고 놀며 스트레스를 풀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총을 쏘다가 질려서 침대에 드러누워 뒹굴뒹굴하던 찰나.

절에서 돌아오신 어머니가 방문을 열고 나를 부르셨다.

“아들~ 엄마랑 같이 장 좀 보러 가자~”

“우웅. 싫어요… 집에 있을 거야. 흐흐”

“얼른 나와~ 엄마 혼자 짐 못 들어. 응?”

엄마가 방문을 열고는 이불을 껴안고 있는 나를 달래셨다.

나는 할 수 없이 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나섰다.

“허허, 잘 다녀오시구려.”

아빠가 런닝 차림으로 소파에 누운 채 우리에게 말하셨다.

“무슨 소리예요? 당신이 운전해야 지!”

잠시 후, 우리 가족은 근처 클로버

마트에서 장을 보게 되었고.

끝이 없는 계산 줄에 혼자 가전 코너로 슬쩍 빠져서 최신 TV를 구 경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경원아!”

“어라, 부장.”

경원이네 부모님도 양옆에 서 계셨다.

두 분 다 안경을 끼고 있었는데, 대학교수 같은 분위기를 풍기시는 분들이었다.

‘안경은 유전이었나 보군.’

[안경원에 대한 이해도가 10 올랐습니다.]

“친구인가 보구나.”

“안녕하세요~”

“그래, 반갑구나.”

하지만 별로 반갑지 않은 듯, 경원이네 아저씨가 안경을 치켜들고 나를 평가하는 듯한 눈빛으로 살펴보는 게 느껴졌다.

“같은 반 친구인 거니? 허허. 어떻게 아는 사이지?”

그러자 경원이가 대신 대답했다.

“같은 반이고 쟤가 우리 동아리 부

장이에요.”

“동아리?”

순간 경원이네 아버지의 안경이 반 짝 빛나는 듯했다.

“무슨 동아리니?”

“그게, 괴담-”

경원이가 뭐라 하려는 순간, 내가 재빨리 대답을 선수 쳤다.

“민속 괴담 연구 동아리입니다.”

“민속 괴담?”

“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태연하게 말했다.

“한국에 구전되어 내려오는 여러 전래 동화를 연구하는 동아리입니다.”

“호오. 그렇구만. 민속 괴담!”

아저씨가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 덕이셨다.

딱 봐도 고지식한 타입.

민속이라는 단어를 붙여 주니 좋아 죽는다.

“전통을 연구한다니, 괜찮은 생각 이구만. 허허.”

“감사합니다.”

“그런데 자네가 부장이라는 건

다시 한번 눈을 빛내시는 아저씨.

나는 이번에도 재빨리 선수 쳤다.

“부회장이요. 동아리 회장이 있고 그 아래 부회장이 있어요. 줄여서 회장, 부장이라고 간단하게 불러요.”

“아하, 그 말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경원이가 동아리의 회장이에요.”

경원이가 감탄하는 눈빛으로 나를 본다.

“허허, 역시 그렇지! 우리 똑똑한 경원이가 남 밑에 들어갈 리가 없지!”

흡족해하며 껄껄 웃는 경원이네 아

저씨.

“녀석, 동아리의 장을 맡았으면 이 아버지께 얘기했어야지, 허허.”

“입학하고 첫 주라 정신이 없어서

경원이가 대충 대답하며 미안함과 감탄이 섞인 두 가지 표정을 내게 지어 보였다.

그리고 입술로 뭔가 혼잣말을 하는 데, 순간 메시지가 떠올랐다.

팟-

[특수 능력 독순술이 발동합니다.]

[“부장, 역시 대단해.”]

‘ 오호······

뭐 대단할 건 없었는데, 녀석에겐 없는 재능이다 보니 그렇게 보였나 보다.

‘독순술... 이렇게 작용하는 거구 나.’

능력을 얻었다고는 했지만 아무것 도 바뀐 느낌이 없어 궁금했는데, 이렇게 시스템이 자체적으로 입술을 읽어 주는 모양인가 보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경원아, 내일 보자 안녕~”

“반가웠다, 부장.”

쭈뼛거리며 대답하는 경원이를 두

고 뒤돌아섰다.

자존심이 조금 상하지만 저 아저씨야 어차피 앞으로 볼 일 없는 사이.

경원이한테 빚을 하나져 둔 셈 치면 이득이었다.

뒤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시던 아버 지와 함께 어머니 쪽으로 돌아가던 도중, 아버지가 문득 물으셨다.

“저기, 준아. 동아리 말이다. 아까 괴담이라고… 혹시 그 이상한 거 때 문에냐?”

“네, 맞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에 같이 마주친 엄마 귀신을

떠올리며 묻고 계신 것이다.

“좀 더 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만들었어요.”

“그렇구나, 아빠는 그런 쪽으론 아는 게 없어서 미안하구나. 그래도 뭐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렴. 도와줄 테니.”

“감사해요, 하하.”

저 멀리 어머니가 혼자 카트에 짐을 낑낑대며 싣고 계신 게 보였다.

“아니, 어디로 사라진 거예요, 정말~’’

“껄껄, 미안 여보. 아들내미가 친구를 만나고 있길래 기다리느라~”

* *

그렇게 일요일이 지나갔고.

다음 날인 월요일.

주말의 나른함이 오전까지 이어져서 점심 때까지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졸다가 우리는 급식실에서야 비로소 모였다.

“선아야, 여기.”

나랑 경원이와 선아, 우리 셋은 혼 잡한 급식실에서 조심조심 식판을 들고 이동했다.

“여기 앉자.”

« 응 ”

앉고 보니 한 명이 더 있었다.

하윤이가 언제 온 건지 자연스레 우리를 뒤따라오다 같이 앉았다.

“안녕.”

“안녕~”

서로 인사를 하고는 허겁지겁 제육 볶음을 먹다가, 옆에서 웬 소란이 들려서 다 같이 고개를 돌렸다.

♬다 함께 포! 린! 세! 스! 오이오 우 에쉬에이~ 오우예~♬

“깔깔깔 ”

“꺄르륵.”

같은 학년 안에서 소위 잘나간다는 학생들.

일진들이 핸드폰으로 시끄럽게 음악을 튼 채 밥을 먹고 있었다.

껄렁하게 생긴 남학생들과 화장을 떡칠한 여학생들이 깔깔대며 웃는 게 보였다.

“깔깔, 깔깔깔.”

새 학기가 시작한 지 일주일밖에 안 됐는데, 벌써 저런 잘나가는 부 류끼리 끼리끼리 모여 있다니.

그 결집력에 새삼 감탄하며 여학생 들이 경박하게 꼬은 다리를 몰래 훔 쳐봤다.

선아도 눈썹을 찡그리며 그쪽을 흘 기는 게 보인다.

“정말 예의 없는 놈들이네.”

“응. 시끄러워……

선아가 맞장구치며 볼을 부풀렸다.

“빨리 먹고 동아리방 가자.”

“그러자.”

동아리방이라는 말에 기분이 좋아진 듯 미소 짓는 선아.

‘그러고 보니 저 노래도 정말 오랜 만이군.’

새삼 지난번 삶이 떠올랐다.

딱 이 시기쯤, 신생 아이돌 걸그룹의 노래 하나가 완전히 대박이 나서 전국을 뒤흔들었었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단순 반복 되는 가사가 특징인 신나는 곡.

소위 한번 들으면 귓가에서 끊임없이 맴돈다는 수능 금지곡 타입이었기에, 당시 낙성고 머리 폭발 사건의 후유증으로 병원에 있던 나에게는 채널을 돌릴 때마다 저 노래가 나와 꽤 짜증스러웠던 게 기억이 난다.

♬오우예♬ 에쉬에이♬ 텀! 에텀! 커대브리~ 시♬♬

괴상한 추임새를 남발하는 후렴구.

전에 브라운아이드걸스가 불렀던 ‘아브라다카다브라’라는 곡이 떠올랐다.

마법 주문 같은 알 수 없는 단어 들을 마구 중얼대는데도 흥겨운 멜로디와 합쳐지자 사람들이 좋아했었다.

♬리시제드니브머즈~ 오우~ 지♬

‘그런데 가사가 저랬었던가?’

내 기준에선 벌써 3년 전의 일이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뭔가 이상했지만 생각이 안 나 결국 갸웃거리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 * *

“저기, 뭔가 이상한데……

선아가 갸웃거렸다.

“우리 동아리방… 이렇게 넓었었나?”

동아리방에 들어선 선아가 여기저 기를 살폈다.

“똑같구만, 뭘.”

경원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며 의자에 걸터앉는다.

안경원. 머릿속에 들은 건 많은 데 비해 섬세하지 않은 성격인가.

나에게는 다행이었다.

“아닌데… 넓어진 것 같은데….”

갸우뚱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는 선아.

그대로 내 대답을 바라며 쳐다보지만, 나는 입을 꾹 닫고는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나도 그대로인 것 같은데?”

그러자 나 대신 하윤이가 뒤에서 빙그레 웃으며 대답해 준다.

그 말에 ‘의자도 많아진 것 같은 데……같은 말을 중얼거리며 혼 란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 앉는 선아.

‘미안하다, 선아야.’

아직 부원들에게 모든 것을 공유하지는 않았다.

지난번 꿈 사건을 통해서 내가 이 상한 일을 이전부터 겪었다는 것 정도는 다들 짐작하고 있지만.

무려 3년을 더 살고 왔다는 점이

나 게임 시스템에 대한 건 전혀 모르고 있다.

‘선아는 좁은 곳에서만 살아와서 넓어진 게 확 와닿았나 보군.’

[윤선아에 대한 이해도가 10 올랐습니다.]

“아~ 점심시간 끝날 때까지 여기 서 좀 자야겠다.”

경원이가 하품을 하며 책상에 드러 누웠다.

아직 주말 증후군이 덜 풀렸나 보다.

하윤이는 가지고 온 책 한 권을 꺼내서 읽기 시작했고, 선아도 그 옆에서 물끄러미 짝꿍의 책을 훔쳐 봤다.

“얘들아, 여기 소파 하나만 있으면 딱 좋겠다, 그치.”

나도 창가 쪽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비는 시간에 누워서 잘 수 있게.”

“후후, 부장이 돈 주고 사와라.”

경원이가 엎드린 채로 대답했다.

나는 상태창의 동아리 메뉴를 열어 서 상점 항목을 바라보았다.

[괴담 동아리 LV.2]

‘어디 보자, 클릭.’

③ 상점(잠금)

[본 기능은 동아리의 레벨이 5에 도달한 시점에서 개방됩니다.]

역시 클릭해도 들어가지진 않는다.

‘적어도 어떤 기능인지 미리 살펴 볼 수만 있더라도 좋으련만, 쩝.’

어쩌면 상점이라는 이름답게 학생의 용돈으로는 구할 수 없는 비싼

가구들을 현금 대신 괴담 포인트를 주고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공간을 좀 더 확장해서 여기 엔 TV를 놓고, 저기엔 침대를 놓고.’

꾸미는 김에 컴퓨터도 놓아서 방과 후엔 게임도 좀 할 수 있다면!

나는 이 동아리방을 완전히 우리의 아지트로 꾸민다면 어떨지 상상하며 점심시간을 보냈다.

아지트란 건 남자의 로망인 법이니 깐

* * *

그 후로 4일이 지나서 어느덧 두 번째 CA 시간이 있는 금요일이 왔다.

[2019년 3월 15일 금요일, 10:05]

[이준 - 2회차]

[괴담 포인트 : 12]

[인과율 : 9%]

새 학기가 시작되고 일주일이 격동의 한 주였던 것에 비하면 이번 주는 놀랍도록 평화로웠다.

‘이렇게 아무 일이 없을 수가 있다 니.’

하루를 무사히 못 넘기고 사지가 잘려 나가던 저번 주에 비하면 그야 말로 평화 그 자체였다.

지금 3교시는 음악 시간.

우리는 교과서 중에 제일 얇아서 인기가 좋은 음악책을 챙겨 들고는 교실을 이동했다.

“후욱, 후욱. 어째서 한국은 이렇게 과목마다 이동해야 하는 거냐능.”

“뭐래. 네가 좋아하는 일본도 마찬 가지일걸.”

“쿳소.”

덕훈이가 땀을 뻘뻘 흘리며 4층 계단을 오른다.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겠지만 여기 도 일부 전용 교실이 있는 과목의 경우에는 우리가 이동하는 방식이다.

과학은 과학실, 음악은 음악실, 체 육은 운동장이나 강당으로, 무용은 무용실 등등.

“자, 한 음 더 높게. 아아아아, 아 아~”

“아아아아5 ~”

50대 중반쯤, 음악인 특유의 예민 함이 가득해 보이는 여자 선생님께

서 치시는 피아노 건반을 따라 다 같이 목을 풀었다.

나는 합창을 대충 따라 하며 머릿 속으로는 여전히 동아리방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까지 합치면 의자가 하나 부족하네. 총 7명인데 의자는 6개, 부장은 서서 사회나 보라는 시스템의 배려인가.’

한창 생각에 빠져 있던 도중, 갑자기 선생님께서 피아노를 멈추시고 외치셨다.

“조용! 조용! 지금 누가 엉뚱한 소리 내요?”

나인가?

너무 대충 불렀나 싶어서 흠칫했는 데 아니었다.

오오... 오우예…♬

조용한 음악실 어딘가에서 요즘 유행하는 그 노래가 들리고 있는 것이다.

“누가 휴대폰 켜 놨어요? 빨리 꺼 요!”

선생님께서 날이 선 목소리로 외치 셨다.

꺼벙해 보이는 학생 한 명이 놀라

서는 그제야 자신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휴, 왜 이놈의 학교는 휴대폰을 안 걷는 건지 원.”

조용해진 걸 확인한 후 음악 선생님께서 짜증스런 한숨과 함께 다시 피아노를 치셨다.

내가 알기로는 이 학교도 원래는 휴대폰을 걷었었는데, 작년인가 어떤 반의 휴대폰 보관함 하나가 통째로 분실된 이후로 폐지됐다고 한다.

반 학생 30명의 휴대폰이 모조리

분실된 것.

요즘 최신 휴대폰이 100만 원이 넘는 걸 감안하면 적어도 천만 원이 훨씬 넘는 돈이 한순간에 홀라당 증 발해 버린 어이없는 도난 사건이었다.

학생은 휴대폰 따위는 보지 말고 공부하는 게 당연하지 않냐는 선생 들.

그리고 학부모들의 암묵적인 합의 하에 시행하던 제도였는데, 막상 그런 사건이 생기자 학부모들은 학교 측에 배상을 요구하며 난동을 부렸고.

학교 측도 그럼 이제부터는 핸드폰

을 걷지 않겠다고 하며 생긴 결과가 지금의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편하게 됐지만, 스스로 얻어 낸 결과가 아닌, 어른들의 이해관계와 돈이 걸린 득실 사이에서 떨어진 부산물인 셈이었다.

‘쯧, 학생이란 정말 힘이 없구만. 어른한테 휘둘릴 뿐이고. 빨리 마왕을 무찌르고 졸업이나 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던 도중, 갑자기.

“누가 휴대폰 또 켜 놨는데! 아 앙!”

선생님께서 건반을 쾅 내려치시고는 소리를 지르셨다.

학생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그중에는 짜증이 나 보이는 사람도 몇몇 보였다.

‘대체 어떤 미친놈이?’

‘이렇게 분위기 파악이 안 되나?’

‘방금 핸드폰 때문에 그 사달이 났는데 또!’

서로를 째려보며 범인을 물색하는 우리 반 학생들.

나 역시 어떤 얼간이가 그랬는지 확인하려 열심히 고개를 돌리다가, 문득 눈치챘다.

‘ ···조용한데?’

그랬다.

음악실은 조용했다.

옆에서 덕훈이도 ‘읭?’ 하는 표정으로 후욱 거리고 있다.

“빨리 안 꺼요? 끄라니깐!”

음악선생이 다시 한번 소리를 꽥 질렀다.

무언가 히스테릭이 묻어 있는 신경 질적인 다그침이다.

학생들은 숨죽여 서로의 눈치만 볼 수밖에 없었다.

“이거. 이거! 오이오우, 오우예, 무슨 무슨. 계속 들리잖아! 안 들려?”

선생님이 자기 귀를 탁탁 치시면서

소리의 근원지를 찾으려 돌아다니셨다.

“들린다니깐! 어디지?”

피아노가 있는 단에서 내려오셔서는 우리 쪽을 가로지르는 선생님.

“여긴가? 아니, 여긴데! 어떤 놈이야!”

조용한 음악실.

숨죽인 학생들.

그 가운데 신경질적으로 책상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선생님의 소리만 들린다.

“여기 같은데.”

선생님이 멈춰 서신 곳은 하윤이의

앞.

학생들이 숨을 죽인 채 서로의 눈 치를 봤다.

바로 옆의 선아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짝꿍 하윤이를 봤다.

“여기! 여기네! 야, 휴대폰 꺼내!”

선생님이 회초리로 하윤이의 치마 주머니를 신경질적으로 탁탁 친다.

하윤이가 태연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꺼내서 선생님께 드렸다.

“여기! 여기잖아, 어‘?”

선생님이 하윤이의 분홍색 휴대폰을 낚아채 귀에 대시더니 눈썹을 찡 그리셨다.

그렇다.

조용하다.

노래가 들리기는 무슨 노래가 들린 단 말인가.

들리는 거라곤 화가 난 선생님 앞에서 조용히 눈치를 보고 있는 학생들의 숨소리뿐.

“아닌데? 이 근처인데?”

선생님이 신경질적으로 하윤이에게 휴대폰을 넘겨주더니 귀를 기울이며 옆으로 이동했다.

“너희 안 들려? 들리잖아! 막 오이 오우, 오이오우 하면서!”

그렇게 이동한 곳은 바로 옆 선아

의 자리.

“야! 너!”

소리를 꽥 지르는 음악 선생.

“휴대폰 꺼내.”

선아가 바들바들 떨면서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그리고 싸구려 휴대폰을 꺼내 선생님께 드렸다.

휴대폰 할인점에서 공짜폰으로 불리는 저가 스마트폰이다.

선생은 이번에도 귀를 기울이더니 소리의 근원지가 아닌 걸 알자 인상을 찌푸리셨다.

“아닌데? 분명히 여기서 났는데?”

선생님이 신경질적으로 탁탁 휴대 폰을 치시기도 하고 이리저리 기울 이시며 귓가에 갖다 대셨다.

그 앞에서 선아는 덜덜 떨면서 땅만 볼 뿐이다.

“야! 너!”

선생이 다시 소리를 꽥 지르자 선아가 겁먹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아까 분명히 여기서 소리 났잖아! 왜 휴대폰 켜 놨어?”

“아… 아니에요……

선아는 그저 바들바들 떨면서 고개 만 저을 뿐이었다.

“내가 다 들었거든! 여기서 분명히 소리 났었거든! 언제 껐는데, 응?”

깡마른 목에 핏대를 세우며 침을 튀기는 음악 선생.

“어? 어? 봐라! 봐 봐! 또! 또! 또 들리잖아! 또!”

덜덜 떨며 고개 젓는 선아.

“또!!! 또 들린다, 또!!!! 또!!!! 들려!!!!! 너 딱 걸렸다!!!!!! 이름 뭔데!!!!!!”

선아가 고개를 저으며 거의 울먹거 리려던 그 순간.

“선생님, 노래 같은 거 안 들려요.” 바로 옆의 하윤이가 구슬이 굴러가

는 듯 깨끗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뭐?”

“조용해요. 잘못 들으셨나 봐요.”

뭐라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무시는 선생님.

하윤이의 묘하게 깨끗하고 또박또 박한 어조에는 뭐라 반박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었다.

선생님은 휴대폰을 다시 귓가에 갖다 대시고 툭툭 치시더니, 곧 다시 선아의 책상 위에 올려놓고는 피아 노로 천천히 돌아가셨다.

선아는 폰을 다시 집어넣을 생각도

못 한 채 그저 벌벌 떨고만 있다.

“아닌데… 분명히 노랫소리가 또 울렸는데.”

선생님이 멍하니 중얼거리면서 피 아노 앞에 섰다.

“오이오우, 오우예, 애쉬에이… 오이오우... 막 이러잖아... 너희들 안 들려?”

초점 없는 눈으로 우리 쪽을 슥 보신다.

“지금도 들리잖아… 오이오우… 애 쉬에이... 오이오우… 막… 들리잖아... 어제부터 계속 이러더니… 밤에도 들리고… 아침에도 들리고… 가만히 있어도 들리고… 화장실에서

도 들리고… 수업하는데도 들리고… 계속 들리잖아… 오이오우… 오이오 우… 에이에이… 에쉬에이… 리시제 드니브머즈… 영어인지… 스페인어 인지……

우리는 긴장한 표정으로 선생님을 볼 수밖에 없었다.

“요즘 가요는… 참 이상해… 무슨 외국어인지… 막 섞어 가지고 말야... 어디 언어인지… 한국어로 부르지 참… 이상하다… 이상해… 계 속 들리는데… 오이오우… 오이오 우... 에쉬에이… 텀... 에텀… 에쉬 에이… 오우예… 오우예.”

아이들이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오이오우에쉬에이텀에텀커대브리시제드니브머즈오우지오이오우에쉬에이텀에분명히들리는데너희는안들리니텀커대브리시제드니브머즈오우지오이오우에쉬에이텀에텀커대브리시제드니브머즈오우지오이오우에쉬에이텀에텀커대브리시제드니브머즈오우지오이오우에쉬에이텀에아이상하다이상해텀커대브리시제드니브머즈오우지오이오우에쉬에이텀에텀커대브리시제드니브머즈오우지오이오우에쉬에이텀분명히들리는데너희는안들리니에텀커대브리시제드니브머즈오우아이상하다이상해지오이오우에쉬에이텀에텀커대브리시제드니브머즈오우오이오우에쉬에이텀에텀커대브리시제드니브머즈오우지오이오우에쉬에이텀에텀커대브리시제드니 브머즈아이상하다이상해오우지오이오우에아이상하다이상해쉬에이텀에텀커대브리시제드니브머즈오우지오이오우에쉬에이텀에텀커대브리시제드니브머즈오우지오이오우분명히들리는데너희는안들리니에쉬에이텀에텀커대브리시제드니브머즈오우지오이오우에쉬에이텀에텀커대브리시제드니브머즈오우지오이오우에쉬에이텀에텀커대브리시제드니브머즈오우지오이오우에쉬에이텀에아이상하다이상해텀커대브리시제드니브머즈오우오이오우에쉬에이텀에아이상하다이상해텀커대브리시제드니브머즈오우지오이오우에쉬에이텀에텀커대브리시제드니브머즈오우지오이오우에쉬에이아이상하다이상해에텀커대분명히들리는데너희는안들리니브리시제드니브머즈오우지오이오우에쉬에이텀에텀커대브리시제드니브머즈오우지오이오우에쉬에이텀에텀커대브리시제드니브머즈오우지오이오우에쉬에이텀에텀커대브분명히들리는데너희는안들리니리시제드니브머즈오우지오이오우에쉬에이텀에텀커대브리시제드니브머즈오아이상하다이상해우지오이오우에쉬에이텀에텀커대브리시제드니브머즈오우”

우리는 그저 빨리 이 수업 시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식은땀을 흘릴 뿐이었다.

괴담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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