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담 동아리-28화 (28/130)

28 화

여섯 번째 괴담 - 수능 금지곡 (2)

마침내 하루 같은 한 시간이 지나고.

띵동 댕동~♬

우리 반 30여 명의 학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허겁지겁 앞다투어 음악실을 빠져나갔다.

나도 그 혼잡한 행렬 속에 섞여 복도를 나선 뒤 서둘러 선아에게 다 가가서 물었다.

“선아야, 괜찮아?”

“ 으응······

선아는 여전히 겁에 질린 얼굴이었다.

“이상한 선생님이다, 그치.”

선아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4층에 온 김에 동아리방에서 잠시 쉬었다 가자.”

“그래……

여기는 4층, 동아리방은 5층.

선아를 달래 줄 겸 잠시 쉬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뒤에서 경원이랑 하윤이가 자연스

레 따라오는 게 보인다.

“아타마잇뗀쟈나이~ 그 선생 머리 어떻게 된 거 아니냐능~?”

덕훈이도 식은땀을 훔치며 우리를 따라왔다.

우리 5명은 동아리방에 들어서서 의자에 걸터앉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쉬는 시간은 10분뿐이라 오래는 못 있지만 그래도 잠시 마음을 추스를 시간은 되었다.

수업 시간 내내 그렇게 멍하니 노래 가사만 중얼거리는 선생님을 앞에 두고 우리는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긴장한 채 있었다.

마음의 안식처 같은 동아리방에 앉아 있자 마음이 좀 진정되는 게 느껴 졌다.

“쿳소, 동아리방 좀 넓어진 것 같다능.”

“착각이야. 그나저나 진짜 뭔데, 그 선생님.”

“무서웠어……

선아가 중얼거리더니 곧 고개를 들고 말했다.

“도와줘서 고마워, 하윤아.”

“괜찮아.”

하윤이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대답했다.

이 두 명은 짝꿍인데도 전혀 안 친해 보였는데 이제야 좀 말을 트는 것 같았다.

나는 움츠려 있는 선아를 최대한 달래 주었다.

“정신에 좀 문제가 있으신 분일지 도.”

“응.”

“신경 쓰지 마. 곧 어떻게든 되겠지. 잠시 학교를 쉬시거나, 뭐. 한 시간 동안 그러는 걸 반 학생 30명 이 다 봤는데.”

“아마 오늘 교무실의 전화기는 학부모들 때문에 바쁠 것 같군.”

“그러게 말야.”

끼어든 경원이의 말에 맞장구치자 갑자기 녀석은 할 말이 있다는 듯 나를 보았다.

“저기, 부장. 그러고 보니 말이다.”

“응? 뭔데?”

“우리가 괴담 동아리다 보니깐 생각난 건데.”

경원이가 안경을 치켜세웠다.

“그 노래. 전국에서 지금 중독된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

“인기 많다고?”

“아니, 아니. 진짜로 중독.”

녀석의 안경에서 빛이 난다.

“과거 유행했던 링딩동이나 암욜 맨, 혹은 진진자라라는 노래를 아 나? 한번 들으면 계속 귓가에 맴돌아 우스갯소리로 수능 금지곡이라고 부르기도 했었는데.”

“당연히 기억하지. 그때 초등학생 이었는데 학교에서 다들 부르고 다 녔잖아.”

“지금 유행하는 노래, ‘오우예’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그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라고 한다.”

경원이가 설명해 준 현재 이 노래를 둘러싼 가요계의 상황은 심상치 않았다.

이 ‘포린세스’라는 걸그룹의 데뷔 곡 ‘오우예’는 밝고 명랑한 분위기의 곡으로 “오우예~”로 시작되는 후렴구 부분이 중독성 있고 귀에 착 착 감겨서 많은 사랑을 받는 중이었다.

음악 차트 실시간 순위에서도 1등을 달리는 중이고, 이 곡 덕분에 신생 아이돌 걸그룹 포린세스는 단번에 하꼬 아이돌에서 유명 걸그룹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내 기억이랑 같은데, 그다음이 이상하네.’

문제는 지금 상상 이상으로 ‘너무’ 인기가 많다는 것이다.

편의점, 대형마트, 음식점, 화장품 가게 등등 거리 어디를 가도 이 노래를 틀어놓고 있었고, 유명 브랜드에선 벌써 이 걸그룹을 줄연시켜 가 사만 바꾼 仁도도 찍는 등 그야말로 전국을 뒤흔드는 중이다.

온갖 유튜버들이 이 노래를 리믹스 하거나 따라 부르며 춤을 추고, 전혀 상관없는 영상에서도 BGM으로 등장하는 게 지금의 인터넷 상황.

그중 너무 많이 들은 사람은 이 노래를 듣고 있지 않을 때도 후렴구 가 귓가를 맴돌아 힘들다는 말도 많았다.

“귀벌레 현상이라는 건데, 중독성

강한 멜로디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계속 맴도는 현상이다. 심한 경우에는 환청까지도 들린다고 하지.”

나 역시 집중해야 할 시기에 광고 CM 멜로디가 떠올라서 흥얼거리느라 힘들었던 적이 있는데, 아마 지금 그런 현상이 전국적으로 폭넓게 일어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럼 오늘 음악 선생님의 경우에는 그게 좀 심하게 나타난 경우인 걸까?”

“그렇다고 볼 수도 있다. 나이도 있으시고, 음악하는 사람들은 대체 적으로 예민하니깐.”

나는 경원이의 설명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다 부원들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이 노래 요즘 많이 듣고 있는 사람?”

선아랑 덕훈이가 고개를 젓는다.

“한 번도 안 들어 봤어……

“내 분야가 아니라능.”

선아는 가난하고 집순인지라 대중 가요를 접할 경로가 없었고, 덕훈이 도 일본 노래를 듣느라 한국 아이돌은 뒷전인 모양이다.

“하윤이는?”

“나도 그런 노래는 안 들어서.”

“경원이 너는?”

“나는 들어 보기는 했다만… 원래 노래 같은 걸 즐기는 타입은 아닌지 라. 유튜브에서 배경음으로 몇 번 들은 게 다다.”

“좋아.”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부원들에게 당부했다.

“오늘부터 전부 그 노래를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왜‘?”

선아가 궁금해하며 묻는다.

“그냥, 감이야.”

내가 단언하자 덕훈이를 빼고는 다들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

덕였다.

선아, 경원이, 하윤이 이 셋은 몽 중몽 괴담을 함께 겪으며 좀 더 이런 상황에 마음이 열려 있는 것이다.

“이제 내려가자. 쉬는 시간 다 끝 나겠다.”

“그래……

“후욱 후욱. 또 1층까지 가야 하냐

내가 이 노래를 조심하라고 경고한 것은 세 가지 이유에서였다.

첫째, 이 노래는 원래 내가 살던 시간대에선 이 정도로 폭발적인 유행은 아니었다.

반짝 뜨기는 했었지만, 단순 반복 멜로디를 강조하는 후크송이 늘 그렇듯 금세 묻혔던 것이다.

둘째, 노래의 가사가 다르다.

자세히는 기억 안 나지만 전생에서 이 노래는 적당한 추임새가 반복되는 느낌이었지, 저런 이상한 외국어 가 섞여 있는 곡이 아니었다.

셋째는 경원이가 말해 준 이 노래 가 귀에서 떠나지 않는다는 사람들의 호소.

결과적으로 부원들을 향한 내 경고는 들어맞았다.

水 * *

[2019년 3월 22일 금요일, 07: 05]

[이준 - 2회차]

[괴담 포인트 : 12]

[인과율 : 9%]

일주일 뒤, 다시 금요일.

학교 갈 준비를 하며 아침밥을 먹는데 부모님이 틀어 놓은 TV 화면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뉴스 속보입니다. 아이돌 걸그룹 포린세스의 ‘오우예’라는 곡을 아십니까. 현재 전국을 강타한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특징인 대중 가요인 데요. 문제는 이 노래의 중독성이 너무 강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람들의 호소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오는 21일 금요일, 서울 남부 지 방법원은 이 곡 ‘오우예’의 멜로디 가 들어간 CF와 음악 프로그램에 대해서 방송 금지 가처분을 내렸는 데요. 이 노래를 빼지 않는다면 해 당 프로그램은 제시간에 방영되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소속사는 황당하다는 입장을 펼쳤는데요. 실제로 노래가 너무 중 독성이 강해서 방영 금지를 당한 경우는 대중 가요 역사상 이례적인 일이라…….]

“준아, 너도 조심하렴. 엄마도 저 노래가 하루 종일 귓가에 맴돌아서 스트레스다. 휴~”

어머니께서 생선을 바르시며 하소 연을 하셨다.

우리 집은 맞벌이 집안이라 어머니 께서는 파트 타임으로 마트 캐셔 일을 하시는데, 매장에서 하루 종일 저 노래를 듣다 보니 힘드신 모양이

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학교 갈 준 비를 마저 하고는 집을 나섰다.

지난번 음악 선생님의 이상한 사건 이후로 정확히 일주일.

세상은 그동안 많이 변해 있었다.

오우예♬ 오우예♬

학교를 향하는 횡단 보도 앞.

달리는 차들 사이로 유독 시끄러운 트럭들이 눈에 들어왔다.

오이오우♬ 오우예♬ 에쉬에이♬ 텀! 에텀! 커대브리~ 시♬

마치 선거 유세 차량에서나 볼 법 한 트럭인데, 대형 스피커를 달고는 시끄럽게 노래를 틀며 거리를 질주 하고 있었다.

나는 최대한 그 멜로디에 집중하지 않으려 머릿속으로 다른 노래를 흥 얼거렸다.

‘그래 그리 쉽지는 않겠지~ 나를 허락해 준 세상이란~♬’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이

그 트럭을 노려본다.

요즘 들어 저 트럭 기사같이 이해 할 수 없는 기행을 벌이는 사람이 많았다.

포린세스의 신곡 ‘오우예’를 큰 소리로 길에서 혼자 부르고 다니지를 않나, 지하철 안에서 휴대폰을 최대 음량으로 해 놓고 후렴부 파트를 무한 반복 하지를 않나.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도 티브 이로 집 안이 울릴 만큼 저 노래만 반복해서 틀어 놓는 집들 때문에 층 간 소음 항의가 끊이지를 않았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군.”

나는 중얼거리며 학교로 향했다.

“자~ 요새 이상한 노래 때문에 뒤 숭숭한 거 알죠? 우리 반은 그런 노래 듣지 말고 다들 공부에 집중해 줄 거라고 믿어용. 오홋홋~”

아침 조례 때 담임이 예의 그 이 상한 콧소리로 주의를 줬다.

하지만 그런 담임의 경고가 무색하게 점심을 못 넘기고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아, 씨발. 노래 좀 끄라고 진짜!”

3교시, 다시 돌아온 음악 시간.

하지만 음악 선생님은 병원, 아마 도 정신 병원에 입원 중이시기에 우

리는 교실에서 자습을 하던 중이었다.

반 학생 중 예민해 보이는 한 남학생이 그렇게 외치며 갑자기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누, 누군데! 누가 계속 노래 트냐 고! 씨발! 집중이 안 되잖아!”

남학생은 벌벌 떨면서 허공을 노려 봤다.

모두가 조용히 그 애를 쳐다보는 가운데, 경원이의 옆에 앉은 어깨가 넓은 훈남이 뒤를 슥 돌아보더니 그 남학생을 보며 말했다.

“야, 정신 차려라.”

묵직하고 권위 있는 목소리. 이번 주 반장 선거에서 압도적 1등으로 뽑힌 반장훈이다.

“시... 시끄럽잖아. 계속 노래 틀 고… 응?”

예민해 보이는 남자애는 여전히 벌 벌 떨면서 조용한 교실을 두리번거렸다.

“누… 누구야? 선생님이 오늘 마… 말씀 하셨잖아. 그 노래 그만 틀라고, 제발 꺼줘… 제발……

사시나무 떨 듯 벌벌 떠는 남학생을 쳐다보며 반장이 일어섰다.

“야, 정신 차리라고.”

반장의 넓은 어깨와 탄탄한 근육이 교복 핏 안으로 비쳤다.

저렇게 남성적인 포스를 뽐내는 반 장이 경고하면 움츠러들 법도 한데, 여전히 예민한 남학생은 고개를 두 리번거릴 뿐이었다.

“제발, 노래 좀 꺼줘. 제발… 어제부터 저것 때문에 한숨도 못 잤다고. 제발……

“야! 그만하-”

반장이 소리치는 그 순간.

[아아, 방송실에서 알립니다. 중요 한 사안이니 귀를 기울여 주세요.]

갑자기 교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평소에 교내 방송을 담당하던 방송 부원 남자 선배 중 한명의 목소리다.

[다시 한번 알립니다. 중요한 사안 이니 지금부터 다들 귀를 기울여 주시길 바랍니다. 시작하겠습니다. 오이오우♬ 오우예♬ 에쉬에이♬]

갑자기 교내 방송으로 시끄럽게 노래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시끄럽고 단조로운 멜로디에 여아

이돌의 꽥꽥대는 목소리.

그 노래의 후렴구다.

[텀! 에텀! 커대브리~시♬ 오우예 ♬]

나는 순간 어이가 없어서 나 역시 환청이 들리나 싶어 질색했지만, 다른 학생들의 동요하는 표정을 보니 실제인가 보다.

[아아, 방송실에서 다시 한번 알립니다. 너무 중요한 사안입니다. 귀를 기울이고 다시 한번 잘 들어 주세

요. 오이오우♬ 오우예♬ 에쉬에이 ♬ 텀! 에텀! 커대브리~ 시♬ 오이 오우♬ 오우예♬ 에쉬에이♬ 텀!에 텀! 커대브리~ 시♬]

“ 끼 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

순간 예민한 남학생이 필통에서 샤 프를 꺼내 들더니, 그걸 등 뒤로 아 무렇게나 휘두르기 시작했다.

“끄라고오오오~! 제발! 제발 저 노래 좀 꺼 줘어어어어~!”

[오이오우♬ 오우예♬]

휘이익- 휘익-

“닥쳐, 제바아아알!”

“꺄아악, 뭐야! 미쳤나 봐!”

근처에 있던 학생들이 놀라서 흩어 졌다.

이어폰을 낀 채 일본 노래에 열중 하던 내 옆의 덕훈이도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그 광경을 봤다.

그런데 소동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으, 으허, 으헛! 으헛헛헛헛헛헛 헛~!”

제일 뒷자리의 어떤 음침한 남학생 이 갑자기 큰 소리로 웃으며 책상을

박차고 일어났다.

“으헛헛~! 으허어어엇~!”

그대로 그 남학생은 교실을 쿵쾅쿵 쾅 종횡무진하며 책상을 모조리 엎고 다니기 시작했다.

우당탕-

“야! 씨발 뭔데! 저 새끼 좀 누가 말려!”

“으허허헛, 으허헛”

[잘 들으세요. 오이오우♬ 오우예 ♬]

“끄라고오오~! 노래 끄라고오오

오~!”

“꺄아아아악! 도망가!”

“으허허허헛, 으허허헛!!!”

쿵쾅, 쿵쾅. 와장창.

교실은 완전히 난장판이 되었다.

샤프를 등 뒤로 휘둘러 대는 미친 학생을 피하려고 엎치락뒤치락하다 우리 반 학생들은 넘어졌고, 그 사이로 다른 남학생이 책상을 엎으며 달렸다.

소위 ‘엄친아’ 카리스마를 풍기던 반장조차도 이런 상황에선 당황했는 지 허둥대고 있다.

“덕훈아!”

나는 놀란 채 입만 벌리는 덕훈이의 커다란 살집을 퍽퍽 두드렸다.

“우웅~?”

“동아리실로 피하자, 빨리!”

“요시!”

우리는 재빨리 일어나 교실 문으로 향했다.

“야! 진정해! 그거 내려놔, 이 새 꺄!”

“꺼어어어, 노래 꺼어어어! 제바아 아알!”

남학생은 여전히 종횡무진 샤프를 위험하게 휘두르고 있다.

반장이 필사적으로 상황을 정리하

려 했지만 더 아수라장이 돼 갈 뿐이다.

[노래는 잘 들으셨습니까? 못 들은 학생이 있다면 한 번 더 들려 드릴 테니 잘 들으세요. 오이오우♬ 오우 예♬ 에쉬에이♬ 텀! 텀!♬]

나는 놀라 넘어져 있는 반 학생들을 지나쳐 선아와 하윤이 쪽으로 향 했다.

선아는 얼어붙어 있었고, 하윤이는 무표정으로 그 광경을 보고 있다.

“얘들아! 동아리실로!”

“으... 응I”

여전히 교내 방송으로 후렴구가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중.

반 학생 중 다른 몇몇도 서서히 정신이 이상해지는지 머리를 쥐어뜯 거나 난데없이 책상 위에 올라서서 파닥거리는 녀석들도 보였다.

정신없는 비명 소리를 뒤로한 채 선아, 하윤이, 덕훈이가 교실 문을 나섰고, 경원이도 뒤늦게 보고는 잽 싸게 부원들을 따라나섰다.

나도 반을 나서려다 문득 뒤돌아 제일 뒷자리에서 자다 깬 표정을 짓고 있는 진희에게 다가갔다.

이 여자애도 일단은 우리 부원, 그 냥 버려 두고 갈 수는 없다.

“진희야!”

찌뿌둥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진희.

“우리 동아리방으로 가자! 어서!”

잠이 덜 깨서 짜증 나는 표정의 그녀였지만, 의외로 순순히 일어서 서는 나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교실 문을 나서자 다른 넷은 먼저 동아리방으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복도는 완전히 난장판이었다.

다른 반에서도 미쳐 날뛰는 학생들

이 많은지 다들 웅성거리며 복도에 서 있었고, 몇 놈은 여기서도 발작을 일으키며 바닥을 구르고 있는 게 보였다.

[자, 중요한 거니깐 한 번 더 방송 하겠습니다. 잘 들어 주세요.]

“아, 개새끼! 존나 시끄럽네!”

진희가 짜증과 함께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학생들의 아우성과는 상관없이 방 송은 묵묵하게 다시 후렴구를 재생 했다.

오우예 ♬

걸그룹의 예쁜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진희랑 나는 서둘러 계단을 올라갔다.

2층에 올라서자 선생님들이 방송실 앞에 몰려서서는 문을 두드리는 게 보였다.

“어느 놈이 장난질이야! 빨리 문 열어!”

나이가 지긋한 선생님 한 분이 성을 내며 방송실을 발로 찼지만, 안

에서 걸어 잠궜는지 반응이 없다.

5층까지 올라가는 도중에도 난리의 연속이었다.

“아아아악! 이 새끼가 내 팔 물었어!”

“오우예! 오우예! 오우 예~”

“꺼지라고, 씨바아알 다 꺼져”

“헥, 헥.”

5층까지 계단을 오르며 완전히 체력이 떨어졌는지 헉헉거리는 나.

진희는 멀쩡한지 나보다 앞서가서는 동아리방 문을 열어젖혔다.

“준아!”

선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리에

서 벌떡 일어섰다.

“다들 무사히 잘 도착했네.”

“으응… 괜찮아?”

“괜찮아. 계단 올라오느라 힘들었던 것 빼고는.”

동아리방 문을 닫자 시끄럽던 방송과 소음이 조금 조용해졌다.

나는 대충 어중간한 위치에 선 채 숨을 골랐다.

진희도 적당히 자리를 골라 들어가 앉는다.

“흐음, 어디 보자.”

그렇게 중얼거리자 부원들의 눈이 나를 향하는 게 느껴졌다.

‘뭐지, 갑자기.’

그러고 보니 내가 서 있는 위치는 마침 화이트보드 앞.

그리고 앉아 있는 다섯 명의 부원 들.

이 그림은 마치 부장이 부원들에게 무언가를 지시하는 구도다.

선아, 경원이, 하윤이, 덕훈이, 진희.

다섯 명은 자리에 앉아 부장인 나만 쳐다보고 있다.

혹시 이거 내가 상황 정리해야 하는 타이밍인가.

“크흠.”

나는 뒷짐을 지고는 헛기침을 내뱉었다.

지금은 아침 11시.

원래 우리가 이렇게 모이는 건 그 다음 점심시간이 끝나고 CA 시간일 텐데.

어쩌다 보니 도망쳐 온 곳이 동아리방이었다.

부원들의 똘망똘망한 시선이 따갑다.

혼자 지내는 게 마음 편해 인간관 계에서는 항상 겉도는 축이었던 나.

남을 이끄는 역할은 역시 어색하다.

‘상황이 상황이니 어쩔 수 없지.’

나는 화이트보드 앞의 매직펜을 꺼 내 들고는 말했다.

“다들 여기를 봐 줄래?”

아직 두 시간이나 남은 CA 시간.

괴담 동아리는 조금 일찍 활동을 시작했다.

괴담 동아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