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담 동아리-31화 (31/130)

31화

여섯 번째 괴담 - 수능 금지곡 (5)

우리는 의논한 대로 선생님을 통해 무언가를 알아내 보려 애썼지만, 노래에 심취하신 장화은 선생님은 도 저히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다.

“선생님, 집중해 주세요. 왜 그 노래를 계속 부르시는 거예요?”

“텀! 에텀!”

“그 노래가 계속 머릿속에 맴도나요? 지금 어떤 느낌이신가요?”

“오이오우~ 에쉬에이~”

“젠장.”

얘기가 통하지 않는다.

선생님은 여전히 팔을 파닥거리는 율동과 함께 엉덩이를 씰룩이실 뿐이다.

“다 함께 포~ 린~ 세~ 스!”

“보기 민망하군.”

경원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떡하지, 부장? 정말 선생님을 두들겨 패야 하나?”

“그건 도덕적으로 좀……

“상황이 상황이니 뭐라도 해 봐야

지.”

“후우.”

“오우예~ 오우예~”

나는 공허한 눈동자로 스텝을 밟으시는 선생님을 내버려 둔 채 할 수 없이 부원들에게 물었다.

“누구 선생님 뺨 좀 쳐 줄 사람? 혹시 정신이 돌아오실지도-”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윤이가 성큼 성큼 걸어가더니, 선생님의 옷깃을 붙잡고는 그대로 있는 힘껏 뺨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짜아악-! 짜악-!

“캬아악!”

비명을 지르는 선생님.

하윤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아름답게 호를 그리며 손을 뻗더 니, 재차 선생님의 뺨을 때렸다.

짜악-! 짜악-!

“캬아아아악!”

선생님께서 쿠당탕 바닥에 나뒹구신다.

하윤이는 가녀린 몸집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손이 매운 것 같다.

진희도 눈이 동그래져서는 좀 하는데?’ 하는 표정.

선생님이 바둥거리시며 바닥에서 헤엄치시던 그 순간.

파앗-

[당신의 부원이 놀라운 기지를 발휘하여 오히려 귀신 씌인 사람을 격 퇴하고 말았습니다!]

[괴담 포인트를 20 획득하였습니다.]

[함께한 부원들 한 명당 10%의 보너스 포인트를 얻습니다.]

[참여한 부원 (6명) : 안경원, 오덕훈, 윤선아, 이진희, 인하윤, 장화은]

[총 획득한 포인트 25에 대해서 60%의 보너스 포인트 15를 추가 획득합니다.]

[현재 괴담 포인트 : 12 +25 +15]

뾰로롱~》

[현재 괴담 포인트 : 52]

‘음……!’

여기서 뜬금없이 괴담 하나를 격퇴 해 버리다니.

‘이러면 혹시 체크 포인트가 지금으로 설정되는 건가?’

순간 당황했지만, 나중에 가서 확인해 볼 일이다.

“캬악, 여, 여기는 어디니?”

바닥을 굴러다니시던 선생님이 드디어 정신이 드셨는지 뺨을 부여잡 고는 몸을 일으키셨다.

하윤이가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대답해 줬다.

“동아리방이에요, 선생님.”

“도, 동아리방? 내가 왜 여기에… 뺨은 왜 이렇게 아프지......

우리는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다.

“그렇구나. 세상에, 이게 뭔 난리라 니! 참나!”

선생님께서 다시 카랑카랑한 목소

리로 외치셨다.

“안 그래도 기억나네. 선생님들이 방송실 문을 따고 들어가서 그 못된 장난을 하던 남학생을 제압했거든? 그런데 이번엔 교무실 쪽에서 난리 가 난 게 아니니!”

특유의 텐션 높은 말투.

평소의 장화은 선생님이시다.

“교장부터 교감까지 발가벗고는 물구나무를 서지 않나! 학생주임은 교무실 책상을 엎으면서 노래를 부르고 다니고……

그렇게 도망치다 결국 어딘가에서 전염되셔서는 여기까지 올라오셨나 보다.

이 동아리방은 평소 학생들의 발걸 음이 없는 5층에 위치해 있다.

그중에서도 복도 끄트머리, 굉장히 애매한 위치에 있는 장소.

여기를 일부러 찾아오는 건 한 번 와 봤던 사람이 아니라면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난리통에도 안전 했고, 불이 켜진 걸 보고 찾아왔던 한 남자 선배를 제외하면, 제대로 이곳을 찾아온 건 장화은 선생님 한 분뿐인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뭐?”

내 물음에 선생님이 당황한 듯했다.

그렇다.

선생님이라면 모름지기 곤경에 처한 학생들을 이끌어야 하는 법.

나는 그렇게도 떠넘기고 싶었던 부 장으로서의 책임감, 그걸 선생님께 슬쩍 넘겨 버리기로 했다.

“내, 내가 결정해야 하는 거니?”

“선생님이시잖아요.”

나는 당연하단 듯이 말했다.

부원들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구나. 그렇지. 나는 어른 인데……

선생님께선 당황해하면서도 수긍하시는 눈치다.

예쁘게 화장하신 눈썹을 찡그리며 고민하시는 선생님.

“잠깐만 기다려 봐.”

“네. 그럼요.”

“어디 보자… 흠.”

휴.

나는 이 현장을 통솔해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지!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지!

무언가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다는 건 굉장히 피곤한 일이었다.

나의 결정만을 기다리는 부원들의 눈길.

부장이라면 뭔가 좋은 방법을 떠올려 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에서 오는 부담감.

그 와중에도 나와 경원이와의 관계처럼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아랫사 람들에게 증명해 내야만 하는 것이 바로 리더라는 자리다.

그 짐을 동아리장보다 훨씬 높은 권위를 가진 선생이라는 존재에게

떠맡기자, 나는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벗어던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선생님,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크 크큭.’

사장보다 월급쟁이가 편하다는 속 담은 이런 의미에서였을까.

선생님은 한참을 고민하시다가 결국 한숨을 푹 내쉬며 말씀하셨다.

“그럼 일단 밥이나 먹으러 갈까?”

“네?”

경악하는 부원들.

“먹고는 살아야지, 얘들아.”

* * *

우리는 몰랐던 사실이지만, 사실 본관 4층에는 급식실로 이어지는 폐 쇄된 통로가 있는 모양이었다.

이 학교는 입학식 다음 날에 살펴 봤듯이 본관, 급식실 그리고 강당으로도 쓰이는 체육관.

이 세 건물이 ㄷ자 형태를 이루고 있는 모양.

그리고 급식실은 1층은 1학년, 2층은 2학년, 3층은 3학년이 쓴다는 본 관과 마찬가지로 아주 단순한 구조이고, 각 층은 본관 건물과 이어지는 통로가 있다.

즉, 1학년은 1층에서 수업하다가 급식 시간이 되면 그대로 통로를 따라 이동해 1층 급식실에서 밥을 먹고, 2학년은 2층 본관에서 그대로 2 층 급식실로, 3학년도 마찬가지로 3 층에서 3층으로.

이런 식으로 이 학교에선 서로 섞일 일 없이 학년마다 층별로 사용할 수 있게 공간을 통일하여 편의성을 갖춘 것이다.

그리고 4층은…….

“급식실 건물 4층은 조리사들이 조리하는 곳이야. 건물을 지을 당시에는 다른 층과 마찬가지로 본관과 연결되게 지어 놨지만, 실제로는 학생

들이 드나들 일이 없으니 그냥 폐쇄 해 놨어.”

선생님께서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다.

신입생인 우리로서는 알 수 없었던 사실, 선생님만이 내놓을 수 있는 해결책이었다.

“여기는 5층 복도 끝이고 방향도 급식실이 있는 방향, 동아리방 바로 옆의 계단으로 한 층만 빠르게 내려 가서 통로 문을 열면 끝. 동선도 짧고 안전해.”

“···정말로 우리 밥 먹으러 거기 가는 건가요?”

“그런 이유도 있고. 이 사태가 일

어난 건 점심시간 전이잖니. 급식실 건물은 비어 있었으니, 여기 본관 건물보다는 안전할 거야.”

“그런데 우리가 4층 통로를 따라 이동하게 되면, 그대로 급식실 4층의 조리실로 가는 거잖아요. 1, 2, 3층은 학생이 없겠지만 4층 조리실에는 조리사 아줌마들이 있었을 텐 데……

“교내 방송은 본관 건물에만 들려. 급식실 건물에는 그 노래가 안 퍼졌을 거야.”

“아하!”

우리는 무릎을 탁 쳤다.

만약, 조리사분들이 거기 있더라도

멀쩡한 상태이실 테고, 아니면 진작에 도망쳤을 가능성도 크다.

‘급식실로 장소를 옮기자!’

확실히 여기 동아리방은 애매한 위 치에 있는 탓에 아직은 안전해 보이지만 본관 건물 안이다.

언제 정신병자들이 올라와서 노래를 강요할지 모른다.

여기보다는 거기가 확실히 안전할 것이다.

‘덤으로 밥도 먹고.’

사태가 터진 건 11시 무렵이니, 조리사분들이 한창 맛있게 급식을 요리하시던 중이셨을 터.

우리는 입맛을 다셨다.

“일석이조 아니냐능, 부히잇.”

“배고파.”

“일단 안전한 곳에서 밥부터 먹으며 해결책을 찾는다. 괜찮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선생님.”

“그렇지? 괜찮지?”

마침 오늘 점심은 돼지고기 두루치 기.

들어가기만 한다면 전교생 900명 분의 돼지고기 두루치기가 다 우리 거다.

“다들 준비됐지?”

아쉽게도 무기로 쓸 만한 건 없었

다.

동아리방 안에는 책상, 의자, 화이 트보드뿐. 이런 무거운 것들을 들고 조용히 다니긴 어렵다.

차라리 빈손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게 더 은밀할 터.

“그럼 간다, 얘들아. 선생님만 따라 와.”

선생님께서 조용히 동아리방 문을 여셨다.

문을 열자 복도 반대편에서 쏟아지는 햇살이 어두운 동아리방을 비춘다.

34살의 어른이 우리를 이끌어 준

다는 건 생각보다 굉장히 든든한 일이었다.

나 역시 안심한 채 선생님을 따라 동아리방을 나섰다.

5층 복도에는 일단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 이쪽으로.”

소근소근 명령을 내리시는 선생님을 따라 우리는 천천히 계단으로 이 동했다.

내려가기 전, 목을 쭉 뻗어 아래를 보았는데 일단은 조용했다.

“내려가자.”

최대한 발소리를 죽이며 이동하는

데, 누군가의 슬리퍼 소리가 시끄럽 게 들렸다.

푸쉭~ 푸쉬익~

선아의 낡은 삼선 슬리퍼가 걸을 때마다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선아야, 그거 들고.”

선아는 얼굴이 빨개진 채 슬리퍼를 벗어 손에 들고는 양말로 살금살금 따라왔다.

4층 계단에 내려섰다.

선생님께서 먼저 코너로 목을 뻗어 보시더니, 흠칫하시곤 바로 빼셨다.

그리고 우리를 돌아보며 손가락을

입술에 올린 채 ‘쉬잇-’ 하는 소리를 내셨다.

긴장한 채 그렇게 대기하던 중, 선생님이 한 번 더 코너로 고개를 뻗어 보시더니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셨다.

선생님을 따라 4층 복도 끝으로 이동하자, 커다란 나무 널빤지로 대충 막아 놓은 통로가 보였다.

‘저기가 급식실로 이어지는 통로구 나.’

널빤지 중간에 간이 나무 문이 있었는데, 빗장을 걸어 놓는 형식이라 그냥 열고 들어가면 될 듯했다.

사실 정 안 되면 그냥 부숴 버려

도 될 정도로 허약해 보이는 널빤지였다.

“따라와!”

선생님께서 다시 소근소근 명령을 내리셨고, 우리 6명은 그 뒤를 따랐다.

아래층에서 뭐라 뭐라 시끄럽게 외치는 학생들의 소리가 간간이 들려 왔다.

나무 문 앞에 서자 선생님께서 우리 6명이 뒤에 다 있는지 확인하시 고는 조심스레 빗장을 여셨다.

그때.

“선생님!”

경원이가 조용히 소리를 죽이고는 외쳤다.

우리는 급히 뒤돌아보았다.

4층 저 멀리 복도 끝에서 어떤 남학생 한 명이 가만히 서서는 우리를 보고 있었다.

우리는 문을 열다 말고 멈칫했다.

잠시 기다렸지만, 딱히 움직이는 기색이 없자 선생님께서는 다시 문을 여셨다.

“그냥 무시하고 들어가! 이쪽으로!”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한 명씩 문으로 들어갈 때, 그 멈춰 있던 남학

생이 우리 쪽으로 빠르게 걸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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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성큼.

문을 닫고 도망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통로를 막는 널빤지는 약하다.

이대로 급식실로 가더라도 금세 부 수고 쫓아오면, 그 소란을 듣고 다른 학생들도 합류할 것이다.

“젠장.”

나는 즉시 부원들 앞으로 나섰다.

“주, 준아!”

선아가 걱정스레 외쳤다.

달려오는 남학생을 마주 보고 서는 나.

말없이 천천히 팔을 들어 올리고.

파닥파닥.

율동을 시작했다.

부원들의 어리둥절한 눈길이 등 뒤로 느껴진다.

나는 그대로 팔을 파닥거리다가, 천천히 양옆으로 스텝도 밟아 줬다.

그 남학생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 고는 뒤로 돌아갔다.

“가, 간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부원들을 향 해 돌아섰다.

“노래에 홀린 사람들이 하는 이상 한 율동. 혹시나 해서 따라 해 봤는 데 효과가 있었네.”

“부장 최고다!”

경원이가 활짝 웃으며 엄지를 치켜 들었다.

남학생을 보내고 널빤지 문에 들어 서자, 먼지 쌓인 통로가 보였다.

“쿨럭, 쿨럭.”

부원 중 누군가 기침을 했다.

천천히 통로를 꺾어 급식실로 이어

지는 나무 문으로 다시 들어섰다.

철컥, 철컥.

“설마, 닫혀 있나?”

선아가 걱정스레 중얼거린다.

철컥. 철컥. 철컥.

선생님께서 문을 붙잡고 혼내듯 문 고리를 다그치셨다.

나는 조용히 지갑에서 카드를 하나 꺼냈다.

“선생님, 이걸로.”

“아하.”

반대편의 나무 문과 같은 구조라면 아마도 똑같이 빗장으로 잠겨 있을 터.

카드를 문틈 사이로 끼워 넣어 위로 올리면 쉽게 열릴 것이다.

끼익-

“ 열렸다!”

선생님께서 눈을 살짝 흘기시며 나를 보셨다.

“아까도 그렇고, 너 잔머리 좀 굴리는구나.”

“제 유일한 장점입니다.”

“호호. 자, 들어가자.”

4층 급식실 안으로 들어서 빗장을 걸어 잠그고, 그대로 본 출입문에서 올라오는 통로도 철문을 밀어 완전히 잠궜다.

이제 이곳은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완전히 안전한 공간.

우리는 안심하고 주위를 둘러봤다.

“음~ 맛있는 냄새!”

선생님께서 킁킁거리며 음식을 찾아 두리번거리셨다.

“다행인지 아무도 없네.”

“그러게……

주위에는 조리가 다 끝난 음식들이 학생들을 기다리며 커다란 급식통에 담긴 채 얌전히 있을 뿐이었다.

가스 불도 다 꺼져 있었고 어질러진 흔적도 없다.

아마 이곳에 있던 조리사와 영양사

모두 상황을 지켜보다가 도망가셨나 보다.

“여기, 이거다! 얘들아, 여기 두루 치기! 어머~ 냄새 좀 봐~”

선생님께서 커다란 통 하나의 철판을 열고 외치시자 다들 우르르 식판을 들고는 모였다.

그곳에는 20L도 넘는 대형 스텐통 안에 돼지 두루치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우와~! 대박!”

“X발, 미쳤다, 큭큭.”

“맛있겠다……

“우효~! www 초-lucky^DAZE~

900인분 두루치기 젠-부 겟또★다 제!”

우리는 급식판이 미어터질 정도로 푸짐하게 밥과 반찬을 담았다.

그것도 모자라서 급식판을 하나 더 다른 손에 들고는 고기만 잔뜩 담아 옮기기도 했다.

“얘들아, 여기! 영양사 사무실이야. 저 안에 들어가서 먹자.”

급식실 안에 있는 영양사 사무실.

확실히 저기라면 소리가 이중으로 차단되니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떠 들어도 안전할 것이다.

우리는 안전하게 영양사 사무실 안

으로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와, 고기에 비계 비율이 적당한 게 정말……

“후욱, 밥이랑 비벼 먹어도 이타다 키마스.”

“어멈머~! 누가 고기만 냄비에 좀 담아서 퍼와 봐. 호호.”

늦은 점심.

우리는 떠들썩하게 사무실 안에서 돼지고기를 먹으며 분위기를 풀었다.

하하, 호호.

“아까 부장이 추던 율동 말인데,

혹시 포린세스의 안무가 아닐까.”

“흠. 나도 그 생각했어. 나중에 유튜브로 영상을 한번 찾아보자. 당연히 음소거 하고.”

괴담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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