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화
여섯 번째 괴담 - 수능 금지곡 (8)
“조, 좋아… 내리자… 어서.”
나는 다리를 부들거리며 차 문을 열고 먼저 밖으로 나왔다.
어디선가 오줌 쉰내가 난다.
‘누군가 결국 지려 버렸나 보군.’
그건 혹시 나?
살짝 고개를 숙여 바지를 확인해 보니 다행히 멀쩡했다.
넋이 나간 부원들을 달래며 차에서 내리게 하는데, 경원이가 요지부동 이었다.
“경원아, 경원아?”
축 늘어진 몸과 쉰내가 나는 바지 얼룩.
경원이는 기절해 있었다.
“어쩌지?”
걱정하는 표정으로 묻는 선아.
나는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경원이를 엎고 가기로 했다.
급한 상황이면 버리고 가겠지만 다 행히 아직은 조용하다.
‘경원이의 지식은 여러모로 유용
해. 데리고 가는 편이 좋아.’
나는 덕훈이를 쳐다보았다.
비좁은 뒷좌석에서 엎치락뒤치락한 우리와는 달리 녀석은 보조석에서 편하게 앉아 왔다.
내가 눈치를 주자 덕훈이는 쿳소, 같은 말을 중얼거리며 경원이를 자동차에서 꺼냈다.
140kg의 거구라서 물근육이라도 꽤 힘이 있는 건지, 왜소한 체격의 경원이를 쉽게 들쳐 업었다.
“선생님은 안 나오세요?”
선생님은 몸에 힘이 안 들어가시는
지 여전히 운전대만 잡은 채 달달 떨고 계셨다.
“서, 선생님은… 여기서 기다릴 게……
여기까지 오면서 사람을 수십 명 요절시키며 운전한 것만으로도 선생님은 이미 자기 역할을 다한 셈.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부원 들을 데리고 나섰다.
방송국 건물 1층은 넓은 홀이었다.
음악 방송국.
포린세스가 처음 이곳에서 데뷔를 했고, 이후로도 사건의 중심이 되었으리라 짐작되는 곳이다.
괴현상의 원흉이 여기였던 만큼 제일 북적거릴 거라 생각했는데.
다들 노래를 전파하기 위해 흩어졌는지, 시체들과 간간이 돌아다니는 직원들만 저 멀리서 보일 뿐이었다.
홀이 넓어서 다행이었다.
우리는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스럽게 이동했고.
깨진 유리 파편과 여러 잔해를 밟 지 않도록 피해서 움직였다. 그리고 저기 멀리 보이는 코너로 향하며 엘 리베이터를 찾았다.
“방송국에 온 것을 환영한다!”
코너를 돌자 여직원 두 명이 우리
를 발견하고, 하이힐을 신은 채 발목을 이리저리 꺾으며 달려왔다.
“크윽!”
진희가 앞서 나서더니 먼저 달려오는 여직원의 명치를 정권 지르기로 제압하고, 이어 몸을 뒤틀어서는 뒤 따라온 다른 여직원도 발차기로 머리를 꺾어 버렸다.
퍽, 퍼벅.
쿠당탕-
“위험합니다! 물러서세요!”
소란을 듣고 저 멀리서 양복 차림의 보디가드 남성 한 명이 우리 쪽으로 달려온다.
“노래를 듣지 않는 것은 위험합니다!”
“X발!”
보디가드는 폭발적인 속도로 이곳까지 뛰어왔고, 그대로 진희를 덮쳐 바닥을 굴렀다.
우당탕-
“씨, X발!!”
우리가 뒤에서 남자의 등을 향해 발길질을 해 봤지만, 근육으로 단련 된 보디가드는 우리의 발길질 따위 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 진희야!”
“빨리 꺼져, 좆병신 새끼들아!”
진희가 낑낑 힘겨루기를 하면서 우리를 향해 외쳤다.
“미안해!”
우리는 진희를 버리고 허겁지겁 도망쳤다.
소란을 듣고 직원들 몇 명이 달려 왔지만, 다행히 진희 쪽으로 향했다.
헐레벌떡-
우리는 코너를 돌아 엘리베이터를 발견하고는 잽싸게 그 안으로 숨어 들었다.
“덕훈아, 여기로.”
“쿠우.”
엘리베이터는 난리 통에 충격을 많
이 받았는지 상당히 불안정하게 작 동하고 있었다.
[내리실, 내리실, 내리실…….]
안내 음성 역시 고장 났는지 똑같은 구간을 반복해서 안내하고 있었고, 전등이 파르스름하게 떨리며 좁은 내부를 불길하게 비췄다.
“후욱, 후욱.”
[삐빅- 정원 초과이니 나중에- 나 중에- 나중에- 분은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덕훈이가 경원이를 엎은 채 올라타자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경고음을 내뱉으며 정원 초과를 외쳤다.
“젠장.”
고작해야 5명.
원래라면 당연히 태우고도 남겠지만, 기계가 온전한 상태가 아닌가 보다.
나는 무시한 채 닫힘 버튼을 눌러 보았으나 반응이 없다.
“어떡하지?”
한 명을 쫓아내든가 인원을 나누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홀을 가로질러 여기까지 탑 승한 것만 해도 거의 기적.
일행과 떨어진다는 건 곧 죽음을 의미한다.
서로 눈치를 보며 눈을 굴리던 찰 나, 갑자기 하윤이가 휙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힙니다.]
“또 보자, 준아.”
문이 닫히는 틈새 사이로 하윤이가
빙그레 웃으며 손을 살짝 흔든다.
“어, 저… 저기……
덜컹.
엘리베이터는 인사할 여유도 주지 않은 채 매몰차게 닫히더니, 불안하게 덜컹거리며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미 닫혀 있는 문 너머를 향해 선아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고마워, 하윤아……
그리고 잠시 후.
“저기, 얘들아.”
“웅‘?”
간신히 한숨 돌리고 난 후, 기계음 만이 울리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내
가 조용히 물었다.
“근데 우리 몇 층으로 가는 건데?”
순간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돌아봤다.
“누가 눌렀으니깐 엘리베이터가 움직인 거 아냐?”
“난 아니라능.”
경원이는 여전히 기절한 상태.
선아를 보자 역시 모르겠다는 눈빛이다.
“나도… 가만히 있었는데……
몇 층인지 확인하려 고개를 들었지만, 고장이 났는지 숫자가 엉망이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다시 물었다.
“이거 지금 움직이고 있는 거 맞 아?”
“아, 아까 올라가고… 안 멈췄으니……
처음에 올라갈 때 한 번 중력을 느꼈고, 그 후로 다시 멈추는 느낌 이 없었으니 아직도 상승 중인 건 가?
“뭐지, 한 5분은 된 것 같은데
“후욱, 후욱.”
덕훈이가 힘든지 경원이를 바닥에 내려놓는다.
“어후, 힘들다능… 후욱.”
땀이 흐르는 이마를 소매로 훔치는 덕훈이.
선아가 안절부절못하며 시선을 불 안하게 움직인다.
“주, 준아… 저 숫자 좀 봐.”
선아가 가리킨 출입문 위를 보니 아까부터 엉망이던 숫자가 하나로 고정돼 있었다.
[44 층]
“···뭔가 이상한데.”
“응… 무서워……
덜덜 떠는 선아를 달래며 다시 5 분쯤 있었을까.
“파오, 후… 파오, 후……
“하악, 하악.”
“헉… 헉… 저, 저기……
우리는 엘리베이터 모퉁이에 한 명 씩 나란히 앉아 늘어져 있다.
“숨쉬기 좀… 힘들지 않아?”
내 물음에 둘 다 고개를 끄덕였다.
경원이는 여전히 기절한 상태.
다시 시간이 흐르고.
나는 확실히 질식할 것 같은 공기의 흐름을 느꼈다.
설마, 이렇게 어이없이 죽는 건가?
선생님이, 진희가, 하윤이가 목숨을 걸고 희생해 주었는데?
이제 거의 다 왔는데!
여기서 나가 분장실을 찾아가기만 하면 되는데!
“헉, 허억.”
나는 부들거리며 일어섰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의 문을 발로 차기 시작했다.
쾅! 콰앙!
“열려! 열리라고, X발.”
불안하게 흔들리는 엘리베이터.
하지만 강철로 만들어진 두꺼운 문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헉, 헉.”
틈새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어떻게 든 벌려 보려 했으나, 동네 아파트의 일반적인 엘리베이터와는 전혀 달랐다.
우리는 방송국의 밀폐된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 버리고 말았다.
“허억, 헉.”
“하악, 하악.”
다시 시간이 흐르고.
희박한 산소가 가슴을 옥죄여 온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쉴 수는 있지만, 풍선의 입구에 입술을 댄 채 자기가 뱉은 숨을 도로 들이마시는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
더 이상 산소는 없는 듯하다.
“하악, 하악.”
“헉헉, 뭐 열리는 것 없니, 선아야?”
“어, 없어… 미안……
내 어깨 위에 올라탄 선아가 천장을 열심히 두드려 봤지만 아무런 발
견도 하지 못했다.
“흐어어억, 흐어어억.”
“파오오오 후, 파오오오 후.”
“하악, 학.”
다시 시간이 흐르고.
우리 셋은 엘리베이터 바닥에 늘어져 가슴만 붙잡고 있다.
“파오오오오 후… 파오오오오
후……
덕훈이가 커다란 덩치를 들락날락 하며 일반인의 3인분은 될 법한 공 기를 흡입하고 내쉰다.
아마 이렇게 빨리 산소가 사라져 가는 이유는 덕훈이의 영향이 제일
클 것이다.
“허억, 헉.”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덕훈이가 이 엘리베이터를 멈춘 것 도 아닌데.
결국은 빨리 죽냐, 늦게 죽냐의 차 이일 뿐이다.
‘어, 어떻게 이런 어이없는 일이… 이렇게 병신같이.’
나는 희미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답답한 느낌에 발을 바둥거렸다.
“흐어어억, 흐어어억.”
“하악, 학.”
문득 선아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
다.
새빨간 얼굴로 가슴을 부여잡은 채 간신히 숨만 들이쉬고 있다.
“흐어억, 흐억.”
“하악, 학.”
그런데 왠지 선아의 얼굴이 빨간 건 힘들어서가 아니라, 화가 나서 그렇다는 느낌을 받았다.
부들부들 떨고 있는 선아.
“파오오오오오오, 후우우우… 파오 오오오오, 후우우우우……
“하악, 학.”
선아의 눈동자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다.
무엇 때문에 저렇게 화가 난 것일 까.
“주, 준이.”
선아가 이를 꽉 문 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준이가……
역시 나를 탓하는 걸까.
어쩔 수 없다.
이 아이들을 여기 사지로 몰아넣은 건 나다.
사람들은 문제의 원인보다는, 잘못 된 해결책을 내놓은 사람을 더 미워 하는 법이니깐.
그 순간.
“준이가 마실 공기를 빼앗지 마아 아아아앗!!!”
선아가 갑자기 자리에서 펄쩍 뛰어 오르더니 덕훈이에게 올라타 목을 양손으로 콱 조른다.
“쿠우욱! 쿠우우욱……
덕훈이의 살에 묻혀 있던 핏줄이 얼굴에 도드라지며 살기 위해 필사 적으로 바둥거렸다.
“이이익! 이이이익!”
“쿠욱, 쿠우욱.”
선아가 눈동자를 이글이글 불태우며 덕훈이의 목을 조른다.
상대 체중의 3분의 1도 안 될 것
같은 선아에게 어디서 저런 힘이 난 건지, 괴물 같은 악력으로 두꺼운 목을 졸라 간다.
“흐… 흐어어억… 서, 선아야아… 그만둬어……
내가 흐느적 기어가며 선아에게 다 가가 말리려 해 봤지만, 선아의 팔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익! 이이이익!!”
“쿠욱... 우욱.”
평소의 소심하던 이미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분노로 불타오른 선아의 모습.
괴물 같은 악력.
“선아야… 그마안......
버둥거리던 덕훈이의 두꺼운 팔이 옆에 있던 경원이의 얼굴을 퍽 쳤다.
«으 ”
이 소란에 드디어 깨어난 건지 경원이가 몸을 움찔했다.
“여긴… 어디……
“흐어어억… 겨, 경원아… 흐어어 억 ”
“부, 부장! 무슨 일인가?”
“고, 공기… 밀폐… 엘리… 베이亡 어 … 흐어억… 흐어어억.”
“뭐, 뭐라고?”
가슴을 부여잡은 채 기어가는 내 모습을 보더니 경원이가 깜짝 놀라 서는 일어섰다.
“에, 엘리베이터! 그렇군! 여긴 방 송국 건물 안인가!”
“흐어어어어억... 흐어어억.”
나는 더 이상 숨을 쉴 수가 없었고, 경원이를 올려다본 채 가슴을 부여잡고 땅을 쿵쿵 쳤다.
옆에선 정신없는 와중에도 선아가 덕훈이의 목을 힘껏 조르고 있다.
호흡 곤란으로 모두 제정신이 아니다.
“수, 수미… 수미……
“숨이 막힌다고! 그, 그럴 리가 없다!”
“흐어어어어어어억.”
희미해져 가는 의식 속에 경원이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엘리베이터가 밀폐돼 있다는 건 미신이기 때문이다!”
가슴을 쿵쿵 내려쳤다.
뭐라고 하는 거야, 이 녀석은. 이렇게 숨쉬기 힘든데.
더 이상 공기가 없다.
폐가 오그라드는 고통이 압박해 온다.
“정신 차려라, 부장! 현대 도시의 그 어떤 엘리베이터도 밀폐돼 있지 않다! 과학적 사실이다!”
邵 | 99
“엘리베이터는 공기가 안팎으로 순 환되는 구조야! 전혀 밀폐돼 있지 않으니, 그만 정신 차려!”
순간 머릿속에서 와장창, 뭔가 착 각이 깨지는 느낌이 들더니.
파앗-
[C급 괴담 - 엘리베이터 질식사 괴담과 마주쳐서 살아남았습니다.]
[괴담 포인트를 10 획득하였습니다.]
“허 어어어어어어어어어 어어어어어 어어어어어어어어어 어어 억 !”
깨끗한 산소가 내 가슴속으로 밀려 들어 온다.
“후, 하! 후, 하! 후, 하! 후우, 하!”
나는 순식간에 숨을 몰아쉬고 내쉬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엘리베이터가 덜컹하며 멈추더니,
44층이 사라지고 3층이라는 숫자로 바뀐다.
“후우, 하! 후우, 하! 후우, 하! 후 우… 대, 대체 무슨 일이?”
“착각계 괴담이다, 부장! 전기가 꺼진 냉동고 안에서 얼어 죽은 사람 이 있다거나 하는 괴담!”
“세, 세상에… 선아! 선아는!!”
우리는 고개를 돌려 구석에 축 늘 어져 있는 선아와 덕훈이를 뒤흔들었다.
“선아야! 정신 차려!”
엎드린 선아의 몸을 돌아눕히자 아 까의 악귀 같은 얼굴과는 전혀 다
른, 마치 아기새처럼 귀여운 얼굴로 눈을 감고 있는 선아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입술에 가만히 귀를 대 봤다.
“쌔액, 쌔액.”
다행히 숨을 쉬고 있다.
“선아야, 선아야!”
“주, 준아……
흔들어 깨우자 금세 눈을 뜨는 그 녀.
“선아야, 다행이야.”
나는 서둘러 덕훈이에게도 다가갔다.
덕훈이는 숨을 쉬고 있지 않았다.
학교에서 배운 심폐소생술을 기억 속에서 필사적으로 더듬어 봤다.
파랗게 질린 녀석의 얼굴을 바라보며 가슴 중앙을 몇 번 양손으로 누르자, 드디어 숨을 토해 낸다.
“쿨럭, 쿨럭.”
“덕훈아! 괜찮아?”
숨은 다시 내쉬고는 있지만 눈을 뜨지는 않는 녀석.
역시 의식을 잃어버렸나 보다.
“이, 일어서, 선아야. 걸을 수 있겠어? 빨리 나가자.”
“ 으응······
경원이와 선아를 데리고 서둘러 엘 리베이터를 나섰다.
덕훈이는 입구에 대충 끌어와 눕혀 놓았다.
‘이상해,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상황은 명백히 이상하다.
원래라면 한 괴담을 만나고 그걸 해결해야 다른 괴담이 찾아오는 형 식이었는데, 벌써 이 귀신 들린 노래라는 괴담 안에서 두 개의 다른 D급 괴담을 마주쳤다.
이건 마치…….
무언가가 의도적으로, 우리를 공격
해 오는 느낌.
“이쪽으로!”
“0으|”
가만히 주위를 살피며 층수를 확인 해 보니 이곳은 3층.
눈앞의 라운지로 재빨리 걸어가서 커다랗게 붙어 있는 층별 안내도를 확인했지만, 아쉽게도 대기실이라는 단어는 보이지 않았다.
노래의 그 대기실이 정말 여기 음악 방송국의 대기실일지는 그냥 짐 작한 것뿐이지만, 있다면 먼저 확인 해 볼 생각이었는데…….
“부장, 여기!”
경원이가 3층 지도의 한 구석을 가리켰다.
[분장실]
“분장실!”
우리가 내린 층은 마침 분장실이 있는 층이었다.
오늘 아침에 올라온 포린세스의 영상 속에서, 막내 멤버가 이곳 분장 실에서 자신들이 대기할 거라고 입 술로 말한 것을 독순술로 읽어 냈었다.
사건의 원흉, 걸그룹 포린세스.
지금 우리와 같은 층에 있다.
“분장실, 분장실… 저기 코너를 돌면 될 것 같다.”
“가 보자.”
우리 세 명은 조심히 벽에 붙어서 자세를 숙인 채 이동했다.
저 멀리 복도 끝 비상구에서 사람 몇 명이 물구나무를 선 채 돌아다니는 게 보인다.
“얘들아, 안 들키게 이쪽으로 돌아가자.”
응 ”
* * *
“아, 아가씨! 세상에, 여, 여기는 어쩐 일로……
“죄, 죄송합니다. 어쨌든 이 주위는 위험하니깐… 어딘가로 대피하시는 게……
“그, 그럼 먼저 가 보겠습니다
방송국의 사장은 그 말을 끝으로 달아났지만, 결국 얼마 못 가 사람 들에게 붙잡혀 끌려갔다.
괴담 동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