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담 동아리-35화 (35/130)

35 화

여섯 번째 괴담 - 수능 금지곡 (9)

“분장실, 여기다.”

우리는 복도를 한참 웅크린 채 이 동해 분장실이라 붙어 있는 팻말을 발견하고는 출입문 가까이 붙었다.

덜컹, 덜컹.

문은 잠겨 있었다.

하지만 안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안에 있어.”

“포린세스, 일까.”

“열어 달라고 말해 봐라, 부장.”

똑똑.

노크를 하자 다시 안에서 소란이 일더니 잠시 후 문 너머로 어떤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시죠?]

···누구라고 말하지?

괴담 동아리 부장?

“그게.”

난처한 표정으로 말을 더듬자 선아가 문 가까이 서더니 대신 답해 주

었다.

“포린세스... 맞으시죠? 구하러 왔어요. 그러니깐……

문 너머로 잠시 의논하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안에서 다시 묻는다.

[제정신인지 증명해 봐요.]

“그, 글쎄요. 뭐 어떤 방식으로 증 명해야 할지……

[어디의 누구인지부터 말해 봐요.]

“저희는 이 근처 학교의 학생들입니다.”

[학생?]

수군수군.

[어디요?]

“낙성고등학교요.”

[학생이 방송국에는 왜…….]

“오늘 저녁에 녹화하는 가요 프로 그램, 무대가 있다고 해서……

[무대 보러 온 거예요?]

“네.”

일단은 흘러가는 대로 대답해 보았다.

그러자 잠시 의논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잠금이 풀렸다.

[들어와요.]

“···감사합니다.”

나는 부원들에게 눈짓하고는 천천히 문을 열어 분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분장실 안으로 들어서자 다섯 명의 소녀가 긴장한 표정으로 각자 전등이나 지팡이 같은 무기를 든 채 우리를 보고 있었다.

날씬한 몸매가 부각되도록 딱 달라 붙은 셔츠와 리본, 짧은 치마의 무대 의상, 그리고 화려한 메이크업.

한번 보는 순간 남자들의 심장을 설레게 만들 커다란 눈동자와 얇은 턱선.

어른과 소녀의 경계선에 선, 예쁜 다섯 명의 숙녀들.

나는 ‘우와 예쁘다’ 하는 감탄사가 머릿속에 떠오르며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내 눈앞에는 이 시대 최고의 걸그 룹, 포린세스가 서 있었다.

“저기······

긴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멤버 중 한 명이 말을 꺼냈다.

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이 이 노래를 부른 포린 세스인가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소녀들.

“혹시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지 짐작 가는 부분이 있습니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나를 보며 머뭇거린 채 서로 눈치만 보는 포린 세스.

“저희를 구하러 오신 게 아닌가요?”

멤버 중 한 명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묻는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인터넷 다 보셨죠?”

“네.”

“지금은 대한민국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습니다.”

조용히 눈치를 보는 멤버들.

“그럼 왜 왔죠?”

“이 사건의 원인을 찾으려구요.”

“찾아서 해결해 볼 생각입니다.”

그러자 지금껏 지켜보던 당찬 소녀 한 명이 앞으로 나서더니 날이 선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신이 누구인데 사건을 해결한다는 건가요?”

“누가 리더죠?”

“그것도 모르고 온 거예요?”

기가 막힌 표정으로 허리에 손을

올리는 당찬 소녀.

“제가 리더예요. 뭐가 궁금한데요?”

“지금의 괴현상과 관련된 거라면 뭐든지요. 당신들이 노래를 부른 장 본인이잖아요.”

“참나, 진짜.”

리더가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혀를 찼다.

그리고 다시 멤버들끼리 뭐라 뭐라 쑥덕대더니, 우리를 째려보며 말했다.

“무슨 탐정단 놀이를 하는 건지는 몰라도, 아는 선에서는 다 대답해

줄 테니 구하러 온 게 아니라면 괴롭히지 말고 적당히 하다 가세요.”

예쁜 얼굴로 쏘아붙이는 당찬 걸그 룹의 리더.

‘얘네가 범인이 아니라고?’

나는 순간 당황했지만, 마음을 다 잡고 물어봐야 할 걸 묻기 시작했다.

“여러분의 신곡을 들은 사람들은 중독돼서 그 노래만을 퍼트리는 좀 비가 되고 있습니다. 노래를 부르는 본인들은 이 현상에 대해 뭔가 짚이는 게 없나요?”

“몰라요. 저희도 패닉 상태예요. 저 희가 한 거라고는 그냥 소속사로부

터 신곡을 받아서 열심히 활동했을 뿐이에요.”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걸까.

그렇다면 포린세스보다는 이 노래 자체에 대해서 파고드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소속사가 신곡을 줬다고 했죠. 작 곡이랑 작사는 누가 했나요?”

“어른들이에요. 소속사에서 지정한 유명한 작곡가랑 작사가. 녹음하며 몇 번 만난 적은 있지만, 자세히 아는 건 없어요. 하지만 수상한 사람 들은 아니에요.”

리더가 또박또박 대답했다.

끽해야 나보다 한두 살 위일 테지만, 아름답고 자신감 넘치는 누나가 묻는 말마다 또박또박 대답하자 나는 잠시 기가 눌렸다.

하지만 그래도 물어볼 건 다 물어 봐야 한다.

“이 노래를 들은 사람들은 다들 미 쳐 버렸는데, 정작 노래를 제일 많 이 접했을 당사자들은 왜 멀쩡한 거죠?”

“우리가 설명해야 하는 건가요?”

심문하는 듯한 말투에 째려보는 리 더.

내 태도에 어떤 멤버는 움츠러들며

겁먹기도 하고, 어떤 멤버는 같이 째려보기도 한다.

“네. 여러분들이 설명해 줘야 하는 부분입니다.”

단호하게 밀고 나가는 내 태도에 리더가 입술을 삐죽이며 뾰루퉁하게 대답한다.

“몰라요. 노래를 퍼트리는 데는 우리가 제정신인 게 효과적이니 멀쩡 한 걸지도요.”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옆에서 경원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든지 간에 이 노래를 퍼트리려는 게 목적이라면 확실히 포린세스, 그녀들만큼은 멀쩡한 상태인 편이 효과적일 것이다.

그래야 여기저기 활동을 하며 티브 이에도 나오고 할 테니깐.

“정말 그 이상은 아는 게 없습니까?”

“네.”

“노래를 부르며 어떤 이상한 느낌 도 받은 적 없습니까?”

“ 없어요.”

벽에 부딪힌 느낌.

이 사람들이라면 뭔가 알 줄 알았

는데.

고민하던 나는 노래를 만든 사람들에 대한 질문으로 다시 되돌아갔다.

“아까 작곡가와 작사가는 수상한 사람들이 아니라고 했었죠. 어떻게 그걸 단정 지은 거죠?”

“그 사람들이 제일 먼저 미쳐 날뛰었거든요.”

“어떤 식으로?”

“작곡가 아저씨는 노래가 멈추지 않는다며 송곳으로 귀를 찔러서 자살했고, 작사가 양반은 손가락이 눌 러앉을 때까지 자택에서 가사를 거 꾸로 쓰는 걸 가족이 발견해서 정신 병원에 갔어요.”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끔찍한 광경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심문하는 듯한 내 태도에 줄곧 날 이 선 목소리로 대답하던 포린세스의 리더.

작곡가와 작사가의 끔찍한 결말에 기가 눌린 우리의 표정을 보고는 고소하다는 얼굴로 덧붙였다.

“모두 어제 일이에요. 매니저는 오늘 아침에 방송국에 들어서자마자 돌아 버렸어요. 무릎을 끓고 우리에게 매달리며 제발 노래를 그만 불러 달라며 난동을 부리길래 관계자들이 끌고 갔어요.”

유튜브에서 본 대형 밴에서 내리는

걸로 시작하는 라이브 무대 홍보 인사 영상.

그 영상을 찍은 직후, 매니저도 돌아 버렸나 보다.

“후우.”

여기서 어떤 질문을 더 던져야 할 까.

나는 잠시 경원이와 선아를 돌아봤다.

둘 다 심각한 얼굴이었지만, 역시 짚이는 건 없다는 눈빛.

발을 탁탁 굴리며 기다리는 리더와 다시 시선을 맞추며 입을 열었다.

이렇게 되면 역시 물을 건 그거밖

에 없겠지.

“후렴구의 가사. 그걸 역재생하면 어떤 문장이 완성된다는 걸 알고 있나요?”

“···네?”

순간 리더가 눈을 커다랗게 떴다.

애니메이션에서만 보던 미형의 여자 캐릭터 같은 모습.

사람이 눈이 저렇게 클 수도 있구 나, 하는 생각에 두근거렸지만 참고 다시 물어봤다.

“ 모르셨나요?”

전혀 몰랐다는 표정.

“그 후렴구의 가사, 그것도 그 작

사가라는 사람이 지은 겁니까?”

“그, 그건……

리더는 눈에 띄게 당황하더니, 고개를 돌려서는 자기네 멤버들과 소곤소곤 무언가를 의논했다.

잠시 뒤, 의견이 정리됐는지 리더 가 다시 나를 쏘아보며 물었다.

“너무 일방적으로 묻고만 있는 거 아닌가요? 저희도 궁금한 게 있는데요. 여기 저희가 있다는 걸 어떻게 알고 찾아오셨죠? 그것부터 대답해 주시면 말씀드릴게요.”

어떻게 이 넓은 건물의 분장실에 그녀들이 숨어 있다는 걸 알고 찾아 왔는가.

‘궁금할 법하군.’

그거야 대답 못 해 줄 것도 없는 사실.

나는 제일 어려 보이는 얼굴을 찾았다.

우리보다 한 살 어린 중학생 멤버. 그 여자아이가 언니들 틈에 숨어서는 덜덜 떨고 있었다.

이름을 부르려 했지만, 걸그룹에 너무 관심 없이 살아온 탓에 멤버들의 이름을 잘 몰랐다.

버릇없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이 손가락으로 지목했다.

“저기 막내분이 오늘 찍은 영상에

서 도와 달라고 입술로 말하는 걸 읽고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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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막내의 얼굴이 ‘앗!’ 하는 표정과 함께 눈에 띄게 밝아졌다.

놀라서 막내를 쳐다보는 나머지 언니들.

그건 선아랑 경원이도 모르는 사실 이었기에 둘 역시 놀란 채 나를 본다.

“···진짜니?”

멤버 중 누군가가 달래는 듯 묻자 막내가 기쁜 듯한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아봐 줬군요. 역시… 기다리고 있었어요. 내 팬이라면, 누군가 한 명쯤은… 와 줄 거라고……

“세상에. 무슨 왕자님 기다리니? 내가 미쳐……

리더는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웨이브를 한 머리를 찰랑 흔 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조금 경계가 풀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알겠어요. 물어보니깐 말은 해 주는데 황당한 거라서… 그 후렴구의 가사. 건네받기는 그 작사가한테 받은 게 맞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그

사람 본인이 쓴 가사는 아니에요.”

“그럼요?”

“이 방송국 어딘가를 혼자서 걷다 보면 어떤 여자가 중얼거리는 게 들린다는 소문이 있거든요. 그 작사가 가 업무 때문에 밤에 여기를 돌아다 니던 도중 그걸 듣게 되었고, 머리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좋아서 후렴 구로 썼대요.”

그리고는 어깨를 으쓱 올리는 그 녀.

“나도 전해 들은 거예요.”

“…그 사람이 걷던 장소가 혹시 3 번 대기실 근처입니까?”

“어머,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선아랑 경원이 그리고 나.

우리 셋의 눈이 동시에 마주쳤다.

역시 이곳이었다.

“그곳으로 안내해 주실 수 있습니까?”

“안 돼요. 너무 위험해요.”

딱 잘라서 거절하는 리더.

“3번 대기실은 5층 정중앙쯤이에요. 그 층은 대기실 전용층인데, 오늘 저녁 음악 프로그램 생방송 때문에 가수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고 아무도 내려온 사람은 없어요.”

“내려온 사람이 없다……

“우리 노래를 부르고 있는 가수들로 바글바글해서 위험해요.”

포린세스의 신곡은 문자 그대로 가요계를 평정해 버린 건가.

“거길 가야 뭔가 해결될 것 같은 데.”

“왜요? 그 대기실에 뭐가 있나요?”

“으음”

사실 그건 나도 잘 모른다.

노래 가사를 거꾸로 돌려 보니 누 군가 묻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누 군지는 알 도리가 없다.

하지만 이대로 있어 봤자 상황은 그대로다.

“3번 대기실. 그곳에 이 상황을 해 결할 단서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일단 밀어붙여 보았다.

“무슨 단서? 근거가 뭔데요?”

“그건… 그, 가사 말입니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가수들로 빼곡한 5층.

그곳을 뚫고 3번 대기실로 가는 건 사실상 죽으러 가는 것과 마찬가 지다.

아무리 노래 가사가 수상하다지만, 목숨이 걸린 이 상황에서 위험 부담을 감수할 수 있을까.

“가사가 왜요? 어쨌든 같이 가 줄

수는 없어요. 너무 위험해요. 우리는 군대가 상황을 정리할 때까지 이곳에서 숨어 있을 거예요. 그래도 어딘지 가르쳐 줬으니 충분하죠?”

매몰차 보일 수도 있지만, 내가 괴담 동아리를 이끄는 부장이듯이 저 소녀 역시 포린세스라는 한 그룹을 이끄는 리더.

그녀의 판단은 자기 사람들의 안전을 추구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결론이다.

오히려 일반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부원들을 몰살시켜 가며 그곳까지 도달하려는 내가 비상식적인 사람.

‘하지만 상식이 상황을 해결해 주

진 않아. 비상식적인 일엔 비상식적으로 대응해야 해.’

이 상황을 해결하려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노래 가사 속의 3번 대기실이라는 곳을 어떻게든 찾아가, 그곳에 묻혀 있는 누군가와 대면해 봐야 한다.

같은 리더라도 저 소녀와 나의 차 이점은 거기서 갈렸다.

나는 아낌없이 부원들을 소모해 가며 불완전한 해결책일지언정 나아가 보는 반면, 그녀는 이곳에서 멤버들과 함께 안전하게 틀어박혀 있으려 한다는 것.

‘물론, 그 입장 차이는 시간을 되

돌릴 수 있냐, 없냐에서 기인하는 거긴 하지만.’

우리 괴담 동아리라 해 봤자 지금 남아 있는 건 나랑 선아와 경원이, 3 명뿐.

하지만 저 리더를 설득하는 데 성공하면 무려 5명의 사람이 더 합류하게 된다.

3명이 가는 것보단 당연히 8명이 가는 게 성공할 확률이 훨씬 높을 거다.

‘어떡하지. 어떻게 구워삶아서 데리고 가야 하나.’

새삼 내 부족한 논리를 믿고 이곳까지 함께해 준 우리 동아리 부원들

에게 고마운 감정이 들었다.

‘사건을 해결하고 나면 다시 햄버 거라도 사 줘야겠군.’

“주, 준아… 우리끼리라도 가 보자.”

내가 고민하며 서 있자 선아가 할 수 없다는 듯 내 소매를 잡아당겼다.

“그래, 부장. 어쩔 수 없나 보다. 아니면 엘리베이터 앞에 있는 덕훈이라도 깨우러 가 보는 건?”

나는 조용히 포린세스의 멤버들 한 명 한 명을 쳐다봤다.

“노려봐도 소용없어요. 이제 그만 가 보세요.”

귀엽고 예쁜 다섯 소녀.

천천히 그녀들을 관찰하던 나는 무언가를 발견해 냈다.

“…갈 거야, 말 거야? 숨으려면 바로 옆 방으로 가도 돼. 비어 있으니 깐. 어쨌든 여기 분장실은 우리가 쓸 거야.”

내가 말없이 계속 서 있자, 리더가 살짝 짜증이 난 듯이 반말을 했다.

하지만 내 눈은 막내에게 꽂혀 있다.

무언가를 말하려는 그녀.

“계속 여기 있고 싶은 거니? 응?”

“···잠시만 기다려 봐요.”

지금 내 눈은 멤버 중 가장 막내, 아직 어린 티를 못 벗어난 연분홍색 부드러운 입술에 꽂혀 있다.

[“눈. 치. 챘 나.요.”]

[“팬. 이. 잖. 아.요.“]

다른 멤버에게는 보이지 않도록 나를 향해 소리 없이 입술을 움직이는

그녀.

저번 영상에서부터 계속해서 해 오던 말이다.

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걸까.

뭘 눈치채 달라는 걸까.

내가 막내의 입술에서 시선을 못 떼고 있자, 리더가 내 시선이 향하는 곳을 따라가 보더니 피식 웃는다.

“우리 다솜이한테 푹 빠졌구나. 바보.”

멤버의 막내가 흠칫하더니 입을 꾸욱 오므렸다.

어째서?

다른 멤버에게는 들키면 안 된다는 거야?

왜?

“저기, 준아……

선아가 안절부절못하며 내 소매를 잡는다.

“그냥… 우리 빨리 나가자

[“눈. 치. 챘. 나.요.”]

[“포. 린. 세. 스.”]

그렇군.

그렇게 된 거였구나.

‘이제 알겠어, 괜찮아.’

나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막내는 안심한 듯 눈을 감더니 이 내 무언가를 기대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머릿속에서 맴돌던 단서들이 합쳐 지며 천천히 아귀가 맞아 간다.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

전체 그림을 가늠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대략이 그려졌다.

물론, 여전히 조각들이 하나둘 빠

져 있긴 하지만.

예를 들면, 그 사람은 도대체 왜 거기에 묻혀 있는가? 하는 질문들.

그건 세상이 개판이 된 이 시점에 서는 알 수 없다.

진상을 확인하고 시간을 되돌린 후, 뉴스를 통해서나 알 수 있는 사실일 것이다.

‘그곳에 묻혀 있는 누군가.’

지금까지는 3번 대기실에 도착해서 직접 바닥을 뜯어 봐야만 알 수 있는 사실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간단하게 지금 이 자리에서 밝혀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건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 없이 단번에 리더를 설득해서 인원을 합류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 다솜이가 그렇게 예쁘니? 눈을 못 떼네.”

리더가 다시 한번 비아냥거렸다.

“네, 너무 예뻐요.”

선아가 경악한 얼굴로 나를 봤다.

경원이도 너 뭐 하냐는 표정으로 입을 벌린다.

“···어머.”

리더는 내 대답에 흠칫했지만, 곧

요염한 표정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럼 입구에 서서 누가 오는지 좀 지켜봐 줄래? 네가 우리 예쁜 공주 님들을 보호하는 기사가 되는 거야. 어때?”

“그럴까요?”

내 대답에 발랄한 매력을 뽐내며 윙크하는 그녀.

“응. 그렇게 해 줘. 자, 어서 꺼져, 빨리. 네 친구들도 데리고.”

“그런데 제 생각에는요.”

나는 천천히 그녀들을 둘러보며 말 했다.

“누가 오는지 지키는 게 아니고,

누가 나가는지만 지켜보면 될 것 같은데요.”

“···뭐?”

괴담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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