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담 동아리-36화 (36/130)

36화

여섯 번째 괴담 - 수능 금지곡 (10)

방송국의 분장실 안.

포린세스의 리더와 괴담 동아리의 부장인 나는 서로를 째려보는 중이다.

“누가 나가는지만 지켜보면 될 것 같다구요.”

리더의 표정이 구겨진다.

“···무슨 소린데.”

나는 대답 대신 뒤로 반쯤 고개를 돌려 선아를 불렀다.

“선아야.”

“ 응 ”

“입구 지켜. 아무도 못 나가게 해.”

선아는 힘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구로 간다.

그리고 문 앞에 서서는 자연스레 주머니에서 분홍색 커터칼을 꺼내 손에 꾹 쥐었다.

순간 할 말을 잃었지만, 곧 기세를 가다듬고 다시 포린세스를 째려보았

다.

“당신들 중 한 명은 사람이 아니에요.”

“…뭐라구요?”

황당하다는 듯 나를 노려보는 다섯 소녀.

“한 명은 귀신입니다. 지금부터 잡 아낼 거예요.”

“미쳤니!”

리더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무대 용품으로 쓰이는 지팡이를 손에 꾹 쥔다.

“얘들아, 무기 들어! 역시 이상한 놈이었어!”

경계하며 각자 손에 잡히는 무언가를 들고는 덜덜 떠는 소녀들.

리더 역시 당차게 앞에 나서기는 했지만, 외부인인 우리가 무섭기는 한지 손이 조금씩 떨리고 있다.

“귀, 귀신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우리한테 야한 짓을 하려고……

“뭔 소리예요!”

순간 내가 더 당황해서 소리를 질 렀다.

“그냥 몇 가지 확인을 좀 하려는 거니깐 협조 좀 해 주세요!”

가만히 서로 눈치를 보는 걸그룹.

“···설명부터 해. 뭘 하려는 건지.”

“좋아요. 잘 들으세요.”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설명을 시작 했다.

“혹시 이런 이야기 아시나요? 저기 커터칼을 들고 있는 제 친구가 오늘 들려준 이야기인데요.”

“녹음실에서 귀신을 보면 그 노래는 대박이 난다는 속설이 가수들 사이에서는 맴돈다는데, 정말인가요?”

무기를 쥔 채 가만히 서로를 돌아 보는 멤버들.

“···네, 유명한 얘기예요.”

언니들이 답이 없자 다솜이라는 이 름의 막내가 대신 대답했다.

뭐 그런 얘기에 맞장구쳐 주냐는 듯 리더가 잠시 막내를 째려보았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어, 유명해. 가요계 쪽 말고도 좀 유명한 연예인들은 웬만하면 귀신 썰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을 정도 로.”

“역시 그렇군요.”

“그래서? 그게 뭐?”

“그게 사실이라면 당신들의 신곡이 대박 난 것도 크게 이상한 일은 아 니라는 겁니다. 귀신을 본 것뿐만

아니라, 오히려 귀신이 함께 노래를 부르고 다녔으니깐요.”

“···그러니깐 우리가 왜 귀신이냐고.”

“한 명요, 한 명.”

뭔가 반박하려는 듯 입술을 움찔거린 리더지만, 이내 이를 꽉 문 채 시선만 옮겼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기세 등등하게 하는 내 모습에 할 말을 찾지 못하는 듯하다.

“하고 싶은 말 다 해 봐. 계속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경원이를 돌아보며 물었다.

“경원아, 포미닛은 멤버가 몇 명이 지?”

“포, 포미닛?”

리더와 일대일의 대치 구도였던 상황에서 갑자기 본인에게 질문이 날 아오자 당황한 눈치였지만, 이내 안 경을 치켜세우며 대답하는 녀석.

“그야, 네 명이지.”

“그럼 프로미스나인은?”

“아, 아홉 명이겠지 뭐……

“구구단은? 갓세븐은?”

“흐, 흠. 이름으로 추측해 보건대, 9명, 7명.”

나는 리더를 돌아보며 확인해 달라

는 눈초리로 턱을 들었다.

“맞나요?”

본인이 아이돌인 만큼 다른 그룹들에 대해서는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터.

그녀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당신 그룹은 몇 명이죠?”

리더가 흠칫하더니, 조용히 대답했다.

“···5 명.”

나는 대답 대신 묵묵히 고개를 끄 덕였다.

포린세스라는 단어가 걸그룹의 이 름으로 쓰였다?

그럼 그 의미는 누가 봐도 명확하다.

네 명을 뜻하는 숫자 포(Four)에다 가 공주를 뜻하는 단어 프린세스 (Princess)의 합성어일 게 분명하다.

잠시 할 말을 찾던 리더는 약간 기세가 죽은 말투로 나에게 대답했다.

“···그, 그게 뭐? 포린세스라 4명인 데 지금 5명이니 한 명은 귀신이다, 이거야? 웃기지 마. 우리는 같이 활 동한 지 한 달이 훌쩍 넘었어.”

“그럼 한 달 전부터 귀신이 섞여 들어왔나 보죠. 신곡이 발표될 때쯤이랑 딱 시기도 비슷하네요.”

“그렇게 이름으로 계속 엮으려 고……

리더는 뭐라 반박하려 해 봤지만, 더듬거리며 문장이 이어지지 않았다.

“화, 활동하다 보면 한 명 늘기도 하고, 줄기도……

“신생 아이돌인데, 벌써요?”

“올해 데뷔하신 걸로 알고 있는 데.”

리더는 허리에 손을 올린 채 다시 할 말을 찾으려는 듯 뭐라 입술을 달싹였지만, 정적만이 분장실 안을 맴돌았다.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홱 뒤돌아서 서는 멤버 한 명, 한 명을 손으로 지목하기 시작했다.

“다솜이, 보람이, 세련이……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 네 명을 하나하나 세어 가며 이름을 불러 보는 그녀.

별문제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나를 쏘아봤다.

“내가 이 그룹의 리더야. 누가 누

군지, 어떤 아이인지 다 기억나. 뭔가 착각을 했을 리는 없어. 잘못 짚고 있는 건 네 쪽이야.”

“그런가요?”

나는 여유롭게 그녀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포린세스의 리더, 차지원.

착각하고 있는 건 분명히 그녀 쪽이다.

시스템이 현실을 뒤틀어서 없는 동아리방을 만들어 낸 것처럼, 괴담에 도 현실을 조작하고 사람들의 인식을 뒤흔드는 힘이 있는 것이다.

내가 방금 엘리베이터에서 착각으

로 인해 질식사할 뻔했듯이, 그녀 역시 속고 있는 거다.

“그럼 설명해 보세요. 왜 그룹 이 름이 포린세스인지.”

“야! 너 그걸로 계속 걸고 넘어지는데……

리더는 눈에 띄게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성질을 부렸다.

“어른의 사정이 있었겠지! 애초에 그런 걸로 한 명이 귀신이라고 말하는 네 쪽이 비정상이야!”

“그런데 왜 그렇게 당황해요?”

움찔.

“사실은 포린세스라는 이름에서 떠

올렸듯이, 그러고 보니 처음에는 4 명으로 출발했는데, 어느새 왜 5명 이 된 건지 갑자기 신경 쓰이는 것 아닌가요?”

“우, 웃기지 마.”

무대용으로 조금 두껍게 화장한 그 녀의 피부 위로 식은땀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언니, 이제 그만해요… 저희 원래 네 명 맞아요.”

뒤에서 나서서는 간절한 목소리로 설득하는 막내.

“다솜아……

“저, 어느 순간부터 쭉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왜 한 명이 더 많지? 이상하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안 나요… 누가 끼어든 건지, 누가 원래부터 있었던 멤버인지……

순간 싸늘해지는 공기.

모두가 서서히 받아들이고 있다.

이 중 한 명은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계속 부탁했어요, 누군가 눈치채 달라고… 인기는 점점 많아 지고 활동은 늘어만 가는데, 누군가 사람인 척 우리 사이에 태연히 있다는 게, 너무 무서워서……

덜덜 떠는 막내.

잠시 침묵이 흐르고, 한풀 꺾인 목 소리로 리더가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뭐, 뭐를 할 건지만 일단 얘기해 봐.”

“글쎄요.”

“말해 두지만 여기 있는 우리 5명은 지난 한 달 동안 함께 힘든 일정을 같이 소화해 냈어. 하지만 이 상한 행동을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고.”

그 점이 문제다.

나조차도 지금 가만히 멤버들을 뚫

어져라 관찰하고 있지만, 수상해 보이는 사람은 없다.

그곳에는 하나같이 예쁘고 생기 넘치는 다섯 미소녀만 있을 뿐.

저벅저벅.

시험 삼아 멤버들을 향해 갑자기 위협적으로 걸어 보았다.

다섯 소녀 모두 움찔하며 뒷걸음질 쳤다.

귀신은 무언가를 거꾸로 한다는 점에서 뒤로 걷게도 해 봤지만, 특별히 수상한 점은 없었다.

‘어떻게 한다……

잠시 고민하다 뒤를 돌아 우리 부

원들을 쳐다보았다.

선아는 여전히 커터칼을 치켜든 채 문을 지키고 있었고, 경원이는 진지 한 눈초리로 나를 보고 있다.

“여기가 부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언을 해 달라는 내 눈치에 경원이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다 갖춰져 있다. 어떤 괴담이 얽혀 있는 건지, 배경부터 대략적인 원인까지. 이제 부장이 밝혀내기만 하면 된다. 한 명은 사람이 아닌데, 그걸 어떻게 구별해 낼 것인가.”

“믿는다, 부장.”

고개를 끄덕이는 경원이에게 나 역시 눈짓으로 대답하고는 다시 포린 세스 멤버들을 쳐다봤다.

“다들, 물구나무를 서 보시겠습니까?”

“···뭐?”

“물구나무 말입니다. 몇 시간씩 춤을 추는 여러분들에겐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겠죠? 바로 부탁드립니다.”

잠시 서로 눈치를 보는 다섯 소녀.

“…우리가 치마 입고 있는 건 알고 하는 소리야? 그걸로 뭘 알 수 있는데?”

“귀신은 살아 있는 사람과 무언가 가 반대예요. 행동을 거꾸로 하거나, 말을 반대로 하거나. 그걸 찾아볼 생각입니다.”

“···반대로? 지, 진짜?”

“사실 물구나무는 그냥 던져 본 거고 뭐든 하나 걸릴 때까지 여러분들을 굴려 볼 생각이에요. 백 브릿지 자세로 기어 다니게 한다든가, 구구 단을 뒤로 세게 하든, 거꾸로 덤블 링을 시켜 보든, 뭐든지.”

부들대는 리더.

“이, 이 자식, 그런 걸 우리한테… 짐작 가는 것도 없으면서 막 던져……

“혹시 꼬우신가요?”

“그래!”

꽥 소리를 지르는 당찬 소녀.

나는 차분히 설득했다.

“그럼 네가 귀신이라서 꼬운가 보네. 어쩐지 아까부터 나한테 바락바 락 대들더니… 협조하라면 협조 좀 해 줄 것이지, 웬 말이 이렇게 많 아!”

“야한 거 시키려는 거 다 안다고!”

“개소리 마, 미친년아!”

“미친년!!”

리더가 펄쩍 달려들어서는 내 머리를 붙잡는다.

나도 그녀의 긴 흑발을 붙잡고는 잡아당겼다.

“너 귀신이지! 잘 걸렸다, 이년아!”

“죽어! 죽어!”

머리끄덩이를 붙잡고 서로 늘어지는 양 조직의 리더.

“언니! 참아요!!”

“부장! 그만해라!!”

상황이 진정되었고, 지금부터 대한 민국 최고 걸그룹이 내 명령에 따라 똥개 훈련을 시작한다.

“다 같이, 박수.”

짝짝짝짝짝짝짝짝 .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박수를 치는 다섯 소녀.

“좋아. 문제없군. 앉았다 일어서기 10회 해 봅시다. 구령도 넣어서.”

“하나, 둘……

“잠깐! 스탑! 거기 당신, 왜 남들과 반대로지! 다 앉아 있는데 혼자 일어서 있군! 잘 걸렸다! 선아야, 죽여!”

후다닥 눈썹을 휘날리며 달려가는 선아.

“반대로가 아니라 그냥 한 박자 느린 거잖아, 이 병신 새끼야! 다시,

다시 해 봐!”

“좋아, 다시! 하나, 둘... 음, 문제 없군요.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코끼리 코예요. 이렇게 코를 잡고 뱅글뱅글 도는 거예요.”

“헥, 헥, 헥.”

“아, 어지러워 x발……

“간장 공장 공장장. 간장 공장 공 장장……

“장장공… 장공… 간장?”

“땡. 다시.”

“장공장공 장강강……

이후 시간은 계속 흘렀고, 다섯 소녀는 땀투성이가 된 상태.

후끈한 열기가 분장실 안을 채웠다.

“그... 그만하자. 응■? 충분하지 이 정도면?”

땀을 뻘뻘 흘리며 주저앉아 애원하는 리더.

미안했다.

설마,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할 줄 이야.

하지만 죄책감을 무릅쓰고 마지막

으로 그녀에게 부탁해 봤다.

“정말 죄송한데, 역시 물구나무를 서 봐야겠어요.”

“이, 이 새끼가 진짜… 치마 입고 있다니깐.”

“언니, 괜찮아요. 우리 속바지 입었잖아요.”

옆에서 막내가 리더를 달랬다.

“죄송합니다. 물구나무. 딱 이것까지만 할게요. 여기서도 아무 문제없다면 저를 때려죽이셔도 됩니다.”

그 말에 숨을 가쁘게 내쉬면서도 입꼬리가 올라가는 그녀.

“···좋아. 딱 여기까지야. 문제없으

면 넌 죽어, 나한테.”

“제가 먼저 할게요.”

막내가 힘들어 숨을 고르면서도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 벽으로 향한다.

괴현상을 일찍부터 눈치채고 있던 그녀답게 적극적으로 이 상황을 해 결하려는 의지가 느껴졌다.

중학생의 소녀는 벽 가까이 붙더 니, 그대로 허리를 숙인 채 발을 차 올려 벽을 짚고 유연하게 물구나무를 섰다.

치마가 거꾸로 홱 들춰지며 드러나는 검은색 속바지.

막내는 전혀 힘든 기색 없이 물구

나무를 유지했다.

역시 춤을 전문으로 하는 걸그룹답 게 이런 자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가 보다.

“됐습니다. 이상한 건 없군요.”

“후웁!”

작은 기합 소리와 함께 다시 내려 오는 그녀.

“자, 언니들. 어서요.”

투덜투덜 불평을 내뱉는 그녀들이었지만, 재촉하는 막내에 못 이겨 결국 다른 멤버 한 명도 일어서서는 벽으로 향했다.

“얍!”

발을 차올리더니 물구나무를 서는 다른 멤버.

엉덩이의 골반과 허리가 유연한 s 라인을 그린다.

“됐습니다. 내려오세요.”

“후우.”

한숨 소리와 함께 내려오는 멤버.

이제 남은 건 리더를 포함한 세 명의 소녀뿐이다.

시선이 리더에게 쏠렸다.

막내도 했는데 슬슬 그룹을 이끄는 그녀의 차례가 아니냐는 눈치다.

“이런 걸로 구별을 한다고?”

팔짱을 낀 채 가만히 앉아 있는 그녀.

“그건 해 봐야 아는 거죠. 민폐지만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내 재촉에 인상을 찌푸리는 리더.

결국,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벽 가 까이 천천히 붙는다.

“하시죠.”

여전히 머뭇거리는 그녀.

“언니, 빨리해요……

“파이팅!”

응원을 보내는 멤버들.

눈을 질끈 감은 채 벽을 보며 이만 갈고 있길래, 일부러 살짝 도발 해 봤다.

“···역시 당신이었군요. 속바지를 입었는데도 물구나무에서 계속 주제를 돌리던 게 신경 쓰였습니다. 나 한테 괜히 틱틱 대던 것도-”

“아니야, 이 자식! 맘대로 생각하지 마!”

내 도발에 꽥 소리를 지르더니 자세를 취하는 그녀.

“자, 한다… 잘 보라구… 이 자식.” 리더의 기다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그 옆으로 한 줄기 식은땀 이 흐르는 게 보였다.

“에이이잇!”

과장된 기합을 지르며 벽을 차고 오르는 대한민국 최고인기 걸그룹 포린세스의 리더 소녀.

이윽고 그녀의 치마가 훌러덩 거꾸로 흘러내리더니, 평소의 당찬 이미 지와는 정반대인 분홍색 수줍은 토 끼가 그려진 캐릭터 팬티가 드러났다.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눈을 질끈 감은 채 팔을 부들거리는 리더.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운이 좋군.’

“됐냐아아아아! 씨바아아아알!”

천사 같은 미소녀가 얼굴이 빨개진 채 욕설을 내뱉고는 자세를 바로 했다.

“개새끼, X같은 새끼… X발 새 끼……

“ 언니……

얼굴을 붉으락푸르락하며 부들거리는 리더.

그 뒤로 걱정 어린 목소리로 중얼 거리는 막내.

“다음! 다음은 둘이 같이해!!”

리더가 꽥 소리 지르자 마지막 남은 두 멤버가 허둥지둥 벽 가까이 다가가서는 자세를 잡는다.

“시작!”

“넷!”

평소 칼군무를 맞줄 때는 이런 식으로 훈련하는 모양인지, 리더의 구 령에 자연스럽게 두 명이 군대식으로 대답을 하고는 벽을 향해 발을 차올렸다.

이윽고 균형 잡힌 자세로 물구나무를 서는 마지막 두 소녀.

“헤엥~! 어떠냐! 이상한 것 없지!”

조금 맛이 갔는지 과장된 자세로

의기양양하게 허리에 손을 올리는 리더.

이내 수치심과 복수심에 가득 찬 눈빛과 함께 웃는다.

“봐바아아앗~! 다들 멀쩡하잖아아 앗~! 이 정신병자 새끼, 각오해!”

손톱을 치켜세우고는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야아아압! 개새끼야!”

그대로 내 앞까지 달려와서 얼굴을 할퀴려 팔을 들었지만.

내가 미동도 하지 않자 뭐지 싶어 서는 멈칫했다.

나뿐만이 아니다.

흥분한 채 달려드는 그녀를 아무도 말리는 기색이 없었고,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주위가 너무 조용한 걸 눈치채고는 손톱을 치켜든 자세 그대로 눈동자를 굴리는 그녀.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채 모두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확인 했다.

우리의 시선은 물구나무 서 있는 두 소녀 중, 한 명에게 꽂혀 있었다.

선아도, 경원이도, 나도, 막내와 나 머지 멤버도 모두.

그 소녀를 바라보며 긴장한 기색.

“···뭔데? 다들 왜 그래?”

리더 역시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휩쓸려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향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야. 둘 다 멀쩡히 물구나무 잘 서 있잖아. 무슨……

어리둥절한 채 둘을 보다가, 무언 가를 눈치채고는 깜짝 놀라 숨을 삼 키는 그녀.

말없이 거꾸로 서 있는 두 소녀를 바라보는 6명의 눈길.

분장실 안은 기묘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다.

“저, 저기, 무슨 일인가요?”

물구나무 서 있는 소녀 중 한쪽이 상황이 이상해지자 묻는다.

바로 옆이 보이지 않아, 아직 눈치 채지 못한 모양이다.

“저 힘든데, 슬슬 내려가도 되나요‘?”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내려와도 좋아요. 빨리 이

쪽으로 와요.”

“네, 흐읍!”

그녀는 곧바로 숨을 내뱉으며 자세를 바로 하더니, 어질거리는 머리를 가다듬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 2”

모두가 경계하며 가만히 이곳을 보고 있는 것에 갸우뚱하고는 이내 무릎을 털고 일어섰다.

“왜 그래요?”

“보, 보라야… 빨리 이쪽으로 와……

리더의 심상치 않은 목소리에 서둘러 잰걸음으로 합류하는 소녀.

“무슨 일……

그녀 역시 합류해 뒤를 돌아봤고, 자신과 함께 자세를 취했지만, 이제는 혼자 물구나무 서 있는 소녀를 봤다.

잠시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눈을 찌푸리던 그녀는, 역시 이내 깜짝 놀라서는 흠칫 몸을 떨었다.

“무, 무슨……

물구나무 서 있는 마지막 멤버를 둘러싼 채, 분장실 안에는 침묵만이 맴돌 뿐이었다.

“저기, 너 있잖아……

이윽고 드디어 착각이 깨진 리더가 두려움을 누른 채 그 소녀에게 말을 걸어 봤다.

“이, 이름이… 뭐였더라? 그, 그리고……

팔이 덜덜 떨리는 걸 애써 붙잡으며 말을 걸어 봤지만, 결국 다음 문 장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어 버렸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물구나무 선 소녀.

거꾸로 서 있으니 이목구비도 거꾸 로여야 하는데 뒤집혀 있지 않았다.

물구나무 선 가운데 얼굴만이 본드

로 붙인 듯 돌아가지 않고 반듯하게 고정된 채 우리를 보며 두리번거렸다.

괴담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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